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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5화 — 오래 사는 피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25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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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지금 돌아보면 그 무렵부터 우리 가족이 다른 집안보다 조금 오래 사는 편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사무는 동년배보다 젊어 보였다.

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의 큰아이는 잘 아프지 않았다.

이라의 딸도 상처가 빨리 낫는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였다.

마을에는 원래 건강한 집안도 있고 약한 집안도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 살고,

누군가는 젊어서 죽었다.

우리 가족의 차이는 ‘기이하다’고 부를 정도가 아니었다.

나를 제외하면.

사무는 그것을 농담으로 이용했다.

“우리 집안은 늙는 걸 싫어해.”

사람들이 웃었다.

이라는 그런 말을 싫어했다.

“괜히 말하지 마.”

“왜.”

“사람들이 아버지까지 생각하잖아.”

사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다 알아.”

“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더 문제야?”

둘이 다퉜다.

나는 끼어들지 않았다.

네라가 내 옆에서 말했다.

“저 둘 싸울 때 당신이랑 똑같아.”

“누가.”

“둘 다.”

나는 부정했다.

네라는 코웃음 쳤다.

그날 사무는 술을 마시고 내게 물었다.

“아버지 피가 다른 건가?”

“내 피 본 적 있잖아.”

“그 말 말고.”

나는 웃었다.

“나도 몰라.”

사무는 손바닥을 펼쳤다.

“나는 늙어.”

“응.”

“근데 늦게 늙어.”

“그럴 수도 있지.”

“이라도.”

“응.”

“우리 애들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가 말했다.

“그러면 아버지한테서 온 거 아닐까.”

“그럴 수도.”

“그럼 내 아이들은?”

“모르지.”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모른다.”

사무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나는 웃었다.

“살아보면 더 늘어난다.”

“뭐가?”

“모르는 게.”

사무는 그 말을 싫어했다.

“나이 먹으면 다 알게 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때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살아본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니다.

사무와 이라의 아이들까지 조금 건강한 편이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더 신경이 쓰였다.

그 정도는 아주 미미했다.

병을 조금 잘 버티는 아이.

또래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사람.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비교할 대상이 있으니까.

사무가 말했다.

“또 보고 있어.”

“이번엔 뭘.”

“우리 애들.”

“그냥.”

“아버지 피가 얼마나 갔나 보는 거지.”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사무가 내 옆에 앉았다.

“뭐가 더 좋아?”

“무슨 뜻.”

“우리도 아버지처럼 되는 거.”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무가 말했다.

“나는 싫어.”

“알아.”

“아버지는?”

나는 손자들이 노는 모습을 봤다.

“처음에는 바랐어.”

“지금은?”

“모르겠어.”

사무가 한숨을 쉬었다.

“결국 또 그 말.”

“진짜 모르니까.”

“그건 알아.”

우리는 웃었다.

조금 뒤 사무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애들한테 뭐 물려준 건 있네.”

“뭐.”

“안 늙는 건 아니어도 잘 버티는 거.”

나는 생각했다.

좋은 유산일까.

아니면 아주 희미한 짐일까.

답은 세대를 더 봐야 알 수 있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없었다.

사무의 큰아이가 어느 날 크게 다쳤다.

나무에서 떨어졌다.

팔이 이상하게 부었다.

사무가 나를 불렀다.

나는 달려갔다.

아이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팔을 살폈다.

부러졌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방식으로 고정했다.

사무가 물었다.

“괜찮을까.”

“몰라.”

예전 같으면 자신 있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모르면 모른다고 했다.

아이는 며칠 동안 많이 아팠다.

그래도 예상보다 빨리 회복했다.

사무는 그걸 보며 말했다.

“봐.”

“뭘.”

“조금 있잖아.”

“뭐가.”

“아버지 거.”

나는 웃지 않았다.

아이의 회복이 내 특성과 관련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젊어서 빨리 나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무는 이미 자기 설명을 만들고 있었다.

“나도 그랬고, 이라도.”

“우연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사무가 말했다.

“그래도 난 이건 좋아.”

“왜.”

“죽지 않는 건 싫어도, 잘 낫는 건 좋잖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모든 유전 같은 특징을 불멸의 저주로만 보고 있었다.

사무에게는 그냥 좋은 체질일 수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자녀가 내 몸에서 받은 것이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조금 마음을 가볍게 했다.

사무의 아이가 회복한 뒤 나는 가족의 몸을 더 유심히 봤다.

그게 좋은 습관은 아니었다.

사무가 말했다.

“또 검사해?”

“검사 아니야.”

“눈으로 검사하잖아.”

나는 손자의 손을 놓았다.

“그냥 궁금해서.”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가 우리를 사람보다 자료처럼 보는 것 같을 때 있어.”

그 말이 아팠다.

“그런 뜻 아니야.”

“알아.”

“근데.”

“그래도 그래.”

나는 사과했다.

그날부터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몸 이야기를 안 했다.

대신 사무가 자기 경험을 말해주면 들었다.

“나는 상처 이 정도 걸려.”

“이라도 비슷한 것 같아.”

그런 식으로.

가족의 특징을 알고 싶다는 욕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내 질문에 답해줄 의무는 없다는 걸 배웠다.

이것도 늦게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사랑은 소유권이 아니고,

혈연은 연구 허가가 아니다.

그날 밤 나는 네라에게 자녀의 몸 이야기를 했다.

“사무랑 이라 조금 다르지?”

네라는 대답했다.

“누구랑.”

“다른 사람들.”

“모르겠는데.”

“상처도 빨리 낫고.”

“당신만큼은 아니잖아.”

“그래도.”

네라는 내 말을 듣다가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뭐가.”

“사람을 세고 비교하는 거.”

나는 반박했다.

“우리 아이들이잖아.”

“그래서 더 사람이지.”

그녀는 내가 가족을 ‘현상’처럼 보는 걸 싫어했다.

나는 말했다.

“왜 그런지 알아야 하잖아.”

“알아서 뭐 하게.”

“혹시 위험하면.”

“지금 위험해?”

“아니.”

“그럼 지금은 그냥 둬.”

네라는 내 손을 잡았다.

“사무가 늙는 거 봤잖아.”

“응.”

“이라도.”

“응.”

“그럼 됐지.”

“뭐가.”

“당신처럼은 아니라는 거.”

네라는 그 사실에 안도하는 것 같았다.

나는 복잡했다.

아이들이 나처럼 되지 않는다는 게 슬프면서도,

나처럼 될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물었다.

“당신은 한 번도 바란 적 없어?”

“뭘.”

“애들도 나처럼.”

네라는 바로 말했다.

“없어.”

나는 놀랐다.

“왜.”

“당신 하나로 충분해.”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뒤에는 진심이 있었다.

그 뒤 나는 사무와 이라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아이들한테 내 얘기 너무 하지 마.”

사무가 말했다.

“무슨 얘기.”

“몸.”

이라가 바로 알아들었다.

“안 늙는 거?”

“응.”

사무는 웃었다.

“이미 다 아는데.”

“그래도.”

“왜.”

나는 설명하려다 멈췄다.

아이들이 자기 몸을 나와 비교하며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처럼 되는지.

덜 늙는지.

빨리 낫는지.

그런 걸 세면서.

사무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이라는 더 단순했다.

“원래 안 했어.”

나는 조금 민망했다.

나만 가족의 몸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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