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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4화 — 마을의 아이들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24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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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는 대부분 어른에게서 배운다.

아이들은 내가 잘 뛰어서 좋아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물건을 내려줘서 좋아했다.

강 건너 얕은 곳을 잘 찾아서 좋아했다.

싸움 흉내를 내면 쉽게 이길 수 있어서 더 좋아했다.

나는 일부러 졌다.

그러면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또!”

나는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했다.

한 아이가 내 배 위에 올라왔다.

“죽었어?”

“응.”

“말하는데?”

“죽어도 말할 수 있어.”

아이들이 웃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남았다.

어느 날 새로 온 가족의 아이가 나를 보고 숨었다.

어머니 뒤에 붙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며칠 뒤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아이들이 나를 봤다.

내가 다가가자 흩어졌다.

그날 저녁 사무의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

나는 이제 그 말에도 익숙했다.

“왜.”

“사람 아니야?”

나는 웃었다.

“누가 그래?”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사람 아니면 뭐야?”

아이가 생각했다.

“모르겠어.”

“그럼 사람이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다음 날 또 같이 놀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소문이 아이에게까지 내려왔다.

네라는 말했다.

“시간 지나면 잊어.”

“안 잊으면?”

“그럼 당신이 잘 살면 돼.”

“그게 무슨 뜻이야.”

“이상하게 살지 말고.”

나는 웃었다.

“내가 제일 이상한데.”

네라도 웃었다.

“그건 어쩔 수 없고.”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람처럼 대했다.

그게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당시에는 몰랐다.

마을 아이들은 내 나이를 정확히 모르는 대신 자기 방식으로 설명했다.

“사무 할아버지 아버지.”

“이라 할머니 아버지.”

“그런데 얼굴은 젊은 사람.”

아이들에게 모순은 오래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사실 몇 개를 같이 받아들였다.

어른이 되면서 그게 어려워지는 모양이었다.

한 아이는 내가 밤에 안 잔다고 믿었다.

다른 아이는 피를 마시면 젊어진다고 했다.

나는 화가 났다.

“누가 그런 소리 했어.”

아이들은 서로를 가리켰다.

아무도 시작한 사람이 없었다.

소문은 그렇게 생겼다.

한 아이가 정말로 물었다.

“피 마셔?”

“안 마셔.”

“그럼 왜 젊어.”

“몰라.”

“그럼 나도 몰라.”

아이는 뛰어갔다.

나는 웃었다.

아이들 앞에서 ‘모른다’는 답은 잘 먹혔다.

어른 앞에서는 아니었다.

어른들은 모르는 자리에 이야기를 넣었다.

축복.

저주.

신.

괴물.

나는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라는 말했다.

“그럼 그냥 당신 이름 쓰게 해.”

“이름으로는 설명 안 되잖아.”

“설명 안 해도 되지.”

그 말은 맞았지만 사람들은 설명을 원했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남을 탓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나를 따라다니는 건 싫지 않았다.

그들은 질문이 많았다.

“왜 안 늙어?”

“몰라.”

“왜 상처 빨리 나아?”

“몰라.”

“밤에도 보여?”

“아니.”

“물속에서 숨 쉬어?”

“아니.”

“불에 안 타?”

“타.”

“그럼 별거 없네.”

나는 웃었다.

아이들은 금방 흥미를 잃었다.

어른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른은 질문에 답이 없으면 더 큰 설명을 만든다.

아이 하나는 나를 시험하겠다고 돌을 던졌다.

작은 돌이었다.

나는 피했다.

“왜 피해!”

“아프니까.”

“안 죽는다며.”

“누가 그래.”

아이들은 서로를 봤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화내지 않았다.

대신 앉혀놓고 말했다.

“내가 안 죽는다고 누가 말해도 믿지 마.”

“왜.”

“나도 모르니까.”

“그럼 죽을 수도 있어?”

“응.”

아이들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럼 돌 던지면 안 되네.”

“응.”

그걸로 끝났다.

그날 밤 네라에게 이야기하자 그녀가 웃었다.

“애들 교육까지 하네.”

“누가 이상한 소리 퍼뜨리니까.”

“당신이 오래 살아서 그래.”

“내가 퍼뜨렸어?”

“그건 아니지.”

네라는 펜던트를 만졌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르는 거엔 이름 붙이는 거 좋아하잖아.”

“나는 싫어.”

“당신도 해.”

“언제.”

“당신은 모든 걸 설명하려고 하잖아.”

나는 또 할 말이 없었다.

어른들과 아이의 차이를 말했지만,

나도 어른 쪽이었다.

어른들의 소문이 심해진 날, 아이들과 같이 강가에 갔다.

나는 일부러 평범한 일을 했다.

물고기 잡기.

돌 던지기.

아이 하나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릴 때 뭐 했어?”

“너희랑 똑같은 거.”

“거짓말.”

“왜.”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할아버지였잖아.”

아이들이 웃었다.

나는 순간 대답을 못 했다.

그 아이에게는 내가 젊었던 시절을 본 사람이 없었다.

사무조차 어릴 때부터 나를 거의 같은 얼굴로 봤다.

나는 말했다.

“나도 애였어.”

“증거 있어?”

아이 질문이 정확했다.

증거.

없었다.

부모는 죽었다.

오래된 친구들도 줄었다.

사진도 그림도 없었다.

내가 정말 아이였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에만 있었다.

그 기억을 가진 사람이 사라지면?

나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았다고 소리쳤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집에 돌아와 네라에게 말했다.

“나 어릴 때 봤다는 사람 이제 얼마 안 남았지.”

네라는 잠깐 생각했다.

“응.”

“그 사람들 다 죽으면.”

“응.”

“아무도 내가 애였던 거 모르네.”

네라가 나를 봤다.

“내가 알잖아.”

“당신은 어릴 때부터는 아니잖아.”

“그래도 물고기 잡다 넘어질 때부터는 알아.”

나는 웃었다.

“그게 어디야.”

네라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당시에는 충분했다.

훗날에는 그 기억을 가진 사람마저 사라진다.

아이들 사이에는 내가 죽는지 시험하는 놀이까지 생겼다.

물론 진짜 위험한 건 아니었다.

숨 오래 참기.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높은 데서 뛰기.

“할아버지가 제일 잘하니까.”

나는 몇 번 같이 하다가 그만뒀다.

내가 이기면 이상했고,

일부러 지면 아이들이 바로 알아챘다.

“봐줬지!”

아이들은 화를 냈다.

나는 결국 심판만 했다.

그날 한 아이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왜 뭐든 잘해?”

나는 대답하려 했다.

오래 했으니까.

하지만 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오래’와 내가 말하려는 ‘오래’는 달랐다.

“많이 해봐서.”

“얼마나.”

“많이.”

아이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훗날에도 반복된다.

검술.

말.

언어.

길 찾기.

왜 그렇게 잘하느냐.

정답은 단순했다.

남들보다 오래 연습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라는 사실은 답이 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실력을 숨기는 습관을 조금씩 만들었다.

아이들과 놀 때도.

낯선 사람 앞에서도.

아이 하나가 다시 소리쳤다.

“그럼 심판은 할아버지가 해!”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건 해줄게.”

며칠 뒤 아이들 중 하나가 작은 상처를 입고 울면서 내게 왔다.

“할아버지처럼 빨리 나아?”

나는 잠시 멈췄다.

“너는 너처럼 나아.”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기다려봐.”

“얼마나 기다려.”

나는 웃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시간을 숫자로 알고 싶어 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상처를 씻고 천을 감아줬다.

“내일 보면 조금 나아 있을 거야.”

“그럼 모레는?”

“더.”

“그다음은?”

“계속.”

아이는 만족했다.

나는 그 단순한 답이 좋았다.

사람은 꼭 이유를 몰라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내 몸에만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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