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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3화 — 이라의 집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23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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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사무와 달랐다.

말이 적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화가 나면 침묵했고,

기분이 좋으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다.

바구니.

천 조각.

작은 장식.

네라를 닮았다.

이라는 다른 정착지 출신 남자와 살고 있었다.

집은 우리 마을 가장자리였다.

그녀의 남편은 나를 어려워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장인어른이 자신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사실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자주 가지 않았다.

이라가 먼저 찾아왔다.

“아버지.”

그날 그녀는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왜.”

“이거 고쳐줘.”

바구니는 멀쩡했다.

나는 그녀를 봤다.

“이거 안 망가졌는데.”

“그러네.”

이라는 앉았다.

나는 웃었다.

“무슨 일 있어?”

그녀가 네라를 봤다.

네라는 일부러 밖으로 나갔다.

이라가 한참 손을 만지작거렸다.

“사무 오빠가 말했어.”

“뭘.”

“자기가 아버지보다 먼저 죽을 거라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걸 왜 너한테.”

“나도 그렇겠지?”

이라도 중년이었다.

그녀는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사람들은 네라보다 내가 동안인 것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라와 사무도 또래보다 조금 젊어 보였다.

그 정도는 특별한 일로 보이지 않았다.

이라가 물었다.

“아버지, 나도 아버지처럼 될 가능성 있어?”

“모르겠다.”

이번에는 바로 그렇게 말했다.

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싫어.”

나는 의외였다.

“왜?”

“아이들.”

그녀는 바깥을 봤다.

“내 아이가 먼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이라가 나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어때?”

“뭐가.”

“우리보다 오래 살면.”

나는 답을 찾았다.

없었다.

이라가 말했다.

“미안.”

“왜.”

“그냥.”

나는 바구니를 들었다.

“정말 고칠 데 없어?”

이라는 웃었다.

“없어.”

“그럼 가져가.”

“아버지가 써.”

“왜.”

“아버지는 자꾸 잃어버리잖아.”

그 말에 네라가 떠올랐다.

목의 푸른 펜던트를 만졌다.

이라는 그걸 보고 말했다.

“그건 안 잃어버렸네.”

“이건 안 잃어.”

“엄마가 준 거라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라는 알고 있었다.

이라의 집은 늘 조용했다.

사무 집은 아이와 사람 소리가 많았다.

이라 집은 바구니와 천과 도구가 가지런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네라를 닮았지만, 늙어갈수록 더 닮아갔다.

특히 손.

무언가를 잡는 방식.

작은 매듭을 풀 때 손가락을 쓰는 방식.

나는 가끔 이라 손을 보다가 네라 손을 떠올렸다.

이라가 말했다.

“또 사람 늙는 거 보는 눈.”

“아니야.”

“엄마가 맨날 말했잖아.”

나는 웃었다.

“다들 나한테 똑같은 말만 해.”

“아버지가 계속 똑같아서 그렇지.”

이라가 바구니를 엮었다.

나는 그녀가 만든 모양을 봤다.

“이거 엄마 방식이랑 비슷하네.”

“엄마한테 배웠으니까.”

“그렇지.”

“내 딸도 알아.”

이라가 말했다.

“그 아이 딸도 배울 수도 있고.”

나는 손을 멈췄다.

“그다음도?”

이라가 웃었다.

“왜. 갑자기 무서워?”

조금.

정말 그랬다.

기술과 습관이 사람을 넘어가는 모습.

내 피보다 더 오래 남을 수도 있는 것.

나는 그걸 처음 선명하게 봤다.

이라는 말했다.

“아버지가 우리 후손 찾지 말라고 한 약속 기억하지?”

“아직 안 했잖아.”

그녀는 나를 봤다.

“곧 할 거야.”

나는 어이없어 웃었다.

이라도 웃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 부탁을 이미 들은 것처럼 자주 생각하게 됐다.

이라의 남편은 나를 어려워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하지는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나에게 술 비슷한 것을 건넨 날을 기억한다.

“마셔요.”

나는 받았다.

둘이 밖에 앉았다.

말이 별로 없었다.

그가 먼저 말했다.

“이라가 당신 닮았어요.”

“뭐가.”

“고집.”

나는 웃었다.

“네라 닮았어.”

“그것도.”

한동안 조용했다.

그가 말했다.

“처음에는 당신 무서웠어요.”

“알아.”

“티 났어요?”

“많이.”

그는 웃었다.

“지금도 조금.”

“그건 왜 말해.”

“이라가 솔직하게 말하라 해서.”

네라 딸다운 요구였다.

그는 내 얼굴을 봤다.

“당신이 계속 젊은 것도 무섭지만.”

“응.”

“더 무서운 건 이라가 당신 때문에 언젠가 떠날까 봐였어요.”

나는 놀랐다.

“왜.”

“당신이 부르면 갈 것 같아서.”

나는 이라를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 자식이니까 필요하면 내 쪽으로 올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말했다.

“이라한테는 여기 집이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조금 아팠다.

이라의 집은 내 집이 아니었다.

그게 정상인데.

나는 자꾸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집을 내 쪽으로 묶으려 했다.

그날 이후 이라 집에 갈 때 먼저 묻는 습관이 생겼다.

가도 되냐고.

이라가 처음에는 웃었다.

“이제 예의 차려?”

“네 남편이 무서워서.”

그녀가 더 크게 웃었다.

가족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걸 배우는 데 오래 걸렸다.

이라의 남편과 대화한 뒤 나는 실제로 한동안 이라 집에 덜 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라가 화를 냈다.

“왜 안 와.”

“너희 집이니까.”

“그래서?”

“괜히 방해될까 봐.”

이라는 나를 한심하게 봤다.

“적당히가 없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사람과 거리를 두면 아예 멀어지고,

가까워지면 너무 깊이 들어갔다.

이라는 말했다.

“오고 싶으면 와. 대신 다 정하려고 하지 마.”

“내가 언제.”

이라가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지난번 지붕.”

“그건 위험해서.”

“가축 우리.”

“그건 좁아서.”

“아이 혼낼 때.”

“그건 버릇이—”

이라는 손을 들었다.

“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라가 웃었다.

“아버지는 도와주는 거랑 주인 되는 거 구분 못 해.”

그 말은 나중에 나라를 다스릴 때 훨씬 크게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는 딸 집에서 처음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

내가 물었다.

이라는 말했다.

“물어봐.”

“뭘.”

“도와줄까.”

단순했다.

그 뒤로 노력했다.

항상 성공하진 않았다.

어느 날 이라가 무거운 걸 들고 있길래 물었다.

“도와줄까.”

이라가 잠깐 놀랐다.

“응.”

나는 들어줬다.

그게 끝이었다.

이상하게 뿌듯했다.

권한을 얻는 것보다 허락을 얻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이라에게는 사무와 다른 종류의 독립성이 있었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대신 필요 없는 도움은 아주 정확히 거절했다.

어느 날 내가 가니 지붕 한쪽이 상해 있었다.

“고쳐줄게.”

이라가 말했다.

“내일 남편이 할 거야.”

“지금 하면 되잖아.”

“안 돼.”

“왜.”

“오늘 다른 일 있어.”

“나는 시간 있는데.”

이라가 나를 봤다.

“아버지 시간 많은 거랑 우리 계획은 상관없어.”

그 말은 아팠다.

내게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그렇게 직접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알아.”

“그런데 왜 싫어.”

“도움은 받는 사람도 준비돼야 하잖아.”

나는 그날 돌아갔다.

다음 날 이라가 먼저 찾아왔다.

“오늘 와.”

“왜.”

“지붕.”

나는 웃었다.

“이제 준비됐어?”

이라는 눈을 흘겼다.

우리는 같이 고쳤다.

남편도.

아이들도 작은 일을 도왔다.

일이 끝난 뒤 음식을 같이 먹었다.

그때 나는 이라 가족의 집이 정말 그들 집이라는 걸 조금 더 이해했다.

내 딸이 사는 곳이지만,

내가 중심은 아니었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외로웠다.

나중에는 안심이 됐다.

내가 떠나도 이라는 자기 세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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