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8화 — 네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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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장례가 끝난 뒤 사람들은 한동안 나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상실한 사람에게 하는 방식이었다.
며칠.
몇 주.
그러다 모두 자기 생활로 돌아갔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을 위해 산 사람의 밭이 저절로 갈리는 건 아니니까.
나도 일했다.
사무를 도왔다.
이라 집 지붕을 고쳤다.
손자들과 놀았다.
겉으로는 이전과 같았다.
네라는 달랐다.
그녀는 나를 자주 봤다.
말없이.
어느 날 결국 물었다.
“무서워?”
나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조금.”
“나는 많이.”
예상하지 못했다.
“왜 당신이.”
“당신 때문에.”
몸이 굳었다.
네라가 바로 말했다.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당신이 뭔지 몰라서 무서운 게 아니야.”
그녀는 불에 나무를 넣었다.
“당신이 계속 이러면.”
“응.”
“나는 늙겠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도.”
“응.”
“이라도.”
“응.”
“아이들도.”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네라가 나를 봤다.
“당신은?”
“나도 늙겠지.”
그녀 얼굴이 굳었다.
“그 말 하지 마.”
“왜.”
“당신도 안 믿잖아.”
화가 났다.
“그럼 내가 뭐라고 해.”
“모른다고 해.”
“계속 모른다고만 할 수는 없잖아.”
“왜 안 돼.”
네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르잖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네라가 눈물을 닦았다.
그녀가 우는 걸 보고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네라.”
“당신이 안 늙는 게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나만 늙는 게 무서워.”
그 말이 처음으로 내 안에 제대로 들어왔다.
나는 내 몸만 생각했다.
왜 안 늙는지.
왜 빨리 낫는지.
왜 흉터가 사라지는지.
네라는 자기 미래를 보고 있었다.
나와 같이 있는데 혼자 늙는 미래.
나는 손을 꽉 잡았다.
“내가 옆에 있을게.”
네라가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그 말은 할 수 있네.”
나는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라가 살아 있는 동안 떠나지 않겠다고.
네라는 바로 말했다.
“사무랑 이라도.”
“뭐.”
“나 죽었다고 바로 가면 안 돼.”
“그런 말 하지 마.”
“들어.”
“싫어.”
“당신 맨날 듣기 싫은 말 안 들으려고 하잖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네라는 말했다.
“아이들 정리할 거 정리하고.”
“무슨 정리.”
“당신 알잖아.”
나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떠날 가능성.
내가 계속 같은 얼굴로 남는다면.
“그런 날 안 올 수도 있어.”
네라가 나를 봤다.
“또 거짓말.”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는 오래 손을 잡고 있었다.
푸른 펜던트가 두 손 사이에 끼었다.
네라가 손가락으로 흠집을 만졌다.
“이거는 가져가.”
“어디를.”
“어디든.”
“당신이 왜 자꾸 내가 갈 거라고 해.”
“당신은 언젠가 가.”
네라 목소리는 아주 담담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잖아.”
나는 그 말에 상처받았다.
동시에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길 너머를 궁금해했다.
다만 이제는 돌아올 곳이 사라질 때만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라와 약속한 뒤 나는 떠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계속했다.
어디로 갈까.
강 아래.
동쪽.
외지인들이 말한 바다 쪽.
새로운 곳에서 나는 몇 살이라고 해야 할까.
가족은 있다고 해야 할까.
네라가 그걸 알아챘다.
“또 가고 있네.”
“어디.”
“머리로.”
나는 웃었다.
“그런 것도 보여?”
“당신은 멍하니 있으면 늘 먼 데 가.”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네라는 말했다.
“나 때문에 갇혔다고 생각하지 마.”
그 말에 놀랐다.
“그런 생각 안 해.”
“조금은 하잖아.”
“아니.”
“거짓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가고 싶은 건 맞아.”
“알아.”
“그런데 당신 두고 가고 싶은 건 아니야.”
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그게 다야?”
“뭐 더 있어.”
나는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네라는 내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선택하게 했다.
그 점이 좋았다.
나는 남기로 했다.
억지로 붙잡혀서가 아니라 내가 고른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네라와의 대화 뒤 우리 사이는 오히려 편해졌다.
말하지 않던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네라는 자기 몸이 아픈 날 숨기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날 말하려 했다.
“오늘도 안 늙은 것 같아.”
내가 농담하면 네라가 말했다.
“하루 만에 늙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신은.”
“나는 하루마다 늙어.”
그녀가 일부러 과장했다.
우리는 웃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가끔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네라가 시작하면 나는 싫다고 했다.
“들어.”
“싫어.”
“당신은 왜 이렇게 겁이 많아.”
“누가 겁 많아.”
“죽는 얘기만 하면 도망가잖아.”
나는 결국 들었다.
네라는 사무와 이라에게 땅과 물건을 나누는 이야기까지 했다.
나는 화가 났다.
“당신 지금 죽는 사람처럼 말해.”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이잖아.”
그녀는 현실적이었다.
나는 그런 네라가 싫을 때도 있었다.
내가 외면하고 싶은 것을 대신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네라는 말했다.
“당신은 우리 죽고 나면 어디 갈 것 같아.”
“모르겠어.”
“바다 보러 가.”
나는 웃었다.
“왜.”
“어릴 때부터 보고 싶어 했잖아.”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신은?”
“나는 안 가지.”
“왜.”
“나는 여기 좋으니까.”
또 그 말.
네라는 장소보다 사람 때문에 여기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네라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는 예전보다 자주 같이 걸었다.
멀리 가지 않았다.
강.
밭.
가끔 다른 집.
네라는 걷는 속도가 느려졌고,
나는 맞췄다.
어느 날 네라가 말했다.
“일부러 느리게 걷지 마.”
“왜.”
“불쌍한 사람 같잖아.”
“같이 가려고 하는 건데.”
“그럼 자연스럽게 해.”
나는 웃었다.
“느리게 걷는 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해.”
네라가 팔을 잡았다.
“이렇게.”
우리는 팔짱 비슷하게 하고 걸었다.
그 방식이면 속도를 맞추는 티가 덜 났다.
사소한 해결이었다.
그런 작은 방법으로 우리는 시간차를 모른 척했다.
집에 돌아오면 네라는 피곤해 누웠다.
나는 멀쩡했다.
그 차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걷는 동안은 조금 덜 보였다.
그날부터 네라가 죽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자주 상상했다.
빈 집.
혼자 먹는 저녁.
네라 물건만 남은 선반.
나는 그런 생각이 들면 다른 일을 했다.
벽을 고치고,
사무 집에 갔다.
이라 아이들과 놀았다.
밤에는 피곤해서 바로 자려고 했다.
그래도 가끔 눈을 감으면 빈 집이 먼저 떠올랐다.
네라가 알아챘다.
“또 나 죽였어?”
“뭐?”
“머릿속에서.”
나는 놀라 그녀를 봤다.
“어떻게 알아.”
“요즘 나 볼 때 장례 얼굴이야.”
나는 화를 냈다.
네라가 웃었다.
“아직 안 죽었어.”
“알아.”
“그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봐.”
나는 그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미래의 상실이 아니라 지금의 네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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