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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화 — 어머니의 마지막 계절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7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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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마지막 몇 해 동안 자주 누워 있었다.

무슨 병이었는지는 모른다.

지금의 지식으로 진단명을 붙이려 한 적이 있다.

그만뒀다.

기억이 너무 적었다.

오래된 사람의 증상 몇 개에 현대의 병명을 붙이는 건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새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밥을 적게 먹었다.

기침이 늘었다.

몸이 말랐다.

나는 자주 찾아갔다.

아버지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늙은 모습을 보는 건 이상했다.

어린 내 기억 속에서는 둘 다 거대했다.

이제 내가 아버지를 부축하고,

어머니를 일으켰다.

어느 날 어머니가 내 얼굴을 만졌다.

손이 예전과 달랐다.

얇았다.

뼈가 느껴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다.

[모름]

이 부분이 가장 싫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너는 그대로구나.’

‘건강해서 다행이다.’

‘왜 너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른다.

확실한 건 그녀가 내 뺨을 만졌다는 것.

그리고 웃었다는 것.

며칠 뒤 어머니는 죽었다.

아침이었다.

큰 소리는 없었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을 쉬지 않았다.

나는 손을 잡았다.

조금 따뜻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다시 숨을 쉴 것 같았다.

안 쉬었다.

손이 천천히 차가워졌다.

사람들이 장례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네라가 와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제야 놓았다.

장례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이라는 물었다.

“할머니 어디 갔어?”

이라도 이미 죽음을 이해할 나이였다.

그래도 물었다.

사람은 알고 있어도 묻는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무가 대신 설명했다.

그날 밤 네라가 말했다.

“울어.”

“울고 있어.”

“안 우는데.”

나는 얼굴을 만졌다.

눈물이 없었다.

이상했다.

슬펐다.

숨이 막혔다.

그런데 울지는 않았다.

며칠 뒤 어머니 집에 혼자 갔다.

벽에 그녀가 쓰던 바구니가 걸려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울었다.

사람보다 물건이 늦게 사라지는 것이 때로는 잔인하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조금 더 살았다.

정확히 얼마나 더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몇 계절.

아마 몇 해.

그는 어머니가 죽은 뒤 더 말이 없어졌다.

집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봤다.

아이들이 뛰면 소리쳤다.

“거기서 뛰지 마.”

아이들은 듣지 않았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어느 오후 아버지 옆에 앉았다.

그가 내 팔을 잡았다.

힘이 약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거칠었다.

“너.”

“왜.”

“몇 살이냐.”

나는 웃지 않았다.

“아버지가 더 잘 알잖아.”

“알지.”

그가 내 얼굴을 봤다.

“그래서 묻는 거야.”

나는 시선을 피했다.

“네가 어릴 때 나처럼 늙을 줄 알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주름 생기고. 힘 빠지고.”

그는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왜 너는 그대로냐.”

그 질문을 아버지에게 듣는 건 달랐다.

이 사람은 내가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 성장 전체를 본 사람이었다.

나는 말했다.

“몰라.”

아버지가 물었다.

“거짓말 아니지?”

“정말 몰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뭐가.”

“네 잘못은 아니네.”

그 말이 가슴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며칠 뒤부터 거의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사실도 싫다.

나는 아버지를 어머니 곁에 묻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확실하게 생각했다.

내게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어머니 장례 뒤 나는 그녀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도왔다.

크게 남은 것은 없었다.

옷.

바구니.

작은 도구.

곡물 조금.

사람이 평생 살고 남긴 것이 그렇게 적다는 게 놀라웠다.

이라가 바구니 하나를 가져갔다.

“이거 할머니 거였지?”

“응.”

“써도 돼?”

나는 순간 ‘안 된다’고 할 뻔했다.

그 물건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도 매일 쓴 바구니였다.

안 쓰고 모셔두는 게 더 이상했다.

“가져가.”

이라가 웃었다.

며칠 뒤 그 바구니에 곡물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물건이 다시 생활 속으로 들어갔다.

그걸 보고 조금 편해졌다.

사람은 사라져도 물건은 다른 손으로 간다.

그 손도 언젠가 사라진다.

당시에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 물건을 거의 갖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안 가져?”

“뭘.”

“엄마 거.”

아버지는 집을 둘러봤다.

“다 엄마 거였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집 안에 밴 냄새.

벽의 얼룩.

정리 방식.

모든 곳에 어머니가 있었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몇 계절 뒤 아버지까지 죽고 나서야 그 말을 이해했다.

집은 같은데 사람이 없었다.

그때부터 집이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생겼다.

아버지 장례 때는 어머니 때보다 사람이 적었다.

몇 해 사이에 아버지 친구들도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남은 사람들은 더 늙어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젊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게 더 힘들었다.

아버지를 묻고 흙을 덮었다.

사무가 같이 흙을 날랐다.

내 옆에 서 있는 사무가 아버지 장례 때의 나보다 더 늙어 보였다.

순서가 완전히 어긋난 느낌.

장례가 끝난 뒤 아버지 집을 정리했다.

지팡이가 벽에 있었다.

사무가 만든 것.

나는 그것을 들었다.

사무가 말했다.

“가져갈래?”

“아니.”

“왜.”

“네가 만든 거잖아.”

사무가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거지.”

우리는 지팡이를 한동안 보고 있었다.

결국 사무가 가져갔다.

몇 년 뒤 그가 실제로 그 지팡이를 짚게 된다.

그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나는 아버지의 작은 칼 하나만 가져왔다.

어릴 때 몰래 만지다 손을 베었던 것과 같은 칼인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추정]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기억은 물건도 이어붙인다.

그래도 나는 오랫동안 그 칼을 아버지 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버지가 죽은 뒤 나는 며칠 동안 그의 집에서 잤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비워두기 싫었다.

밤이 되면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바람.

나무.

가축.

나는 자꾸 아버지가 기침하는 소리를 기다렸다.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깐 착각했다.

그가 밖에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지팡이가 없다는 걸 봤다.

사무가 가져갔으니까.

집이 갑자기 낯설었다.

어릴 때 그렇게 컸던 공간이 작아 보였다.

내 몸이 커져서만은 아니었다.

사람이 없으면 공간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네라가 찾아왔다.

“집에 안 와?”

“조금 더 있을게.”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가 쓰던 자리 옆에 앉았다.

“당신 아버지 닮았어.”

“뭐가.”

“고집.”

나는 웃었다.

“얼굴은?”

네라가 한참 봤다.

“조금.”

그 말이 좋았다.

내 얼굴도 누군가에게서 이어진 것이라는 사실.

완전히 혼자 만들어진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 같았다.

부모가 죽은 뒤 그 증거도 기억에만 남았다.

부모가 모두 사라진 뒤 나는 처음으로 내 출생 이야기를 확인할 사람이 없다는 걸 느꼈다.

네라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알았지만 태어난 날은 몰랐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릴 때 어땠어?”

내가 네라에게 물었다.

“성가셨어.”

“진지하게.”

“지금이랑 비슷해.”

“얼굴 말고.”

네라는 생각했다.

“잘 뛰었고. 말 많았고. 남의 물건 만졌고.”

“그건 다 지금도 하잖아.”

“그러니까 비슷하지.”

나는 웃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비었다.

부모가 죽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 둘을 잃는 것뿐 아니라,

내 시작을 기억하는 증인을 잃는 일이었다.

이후로 나는 내 출생에 대해 점점 덜 확신하게 됐다.

언제가 진짜 시작이었는지.

무슨 이름이었는지.

누가 처음 나를 안았는지.

내 삶의 첫 페이지부터 조금씩 흐려졌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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