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화 — 아들이 나보다 늙어 보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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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는 나보다 키가 컸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 모른다.
아이였을 때는 손을 잡고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란히 걸었다.
이제는 그가 내 앞에서 자기 아이를 안고 있었다.
사무에게 아이가 둘 있었다.
큰아이는 벌써 일을 도울 정도였다.
둘째는 뛰어다녔다.
나는 손자들과 노는 걸 좋아했다.
네라는 말했다.
“당신이 더 신났네.”
“애들이 빠르잖아.”
“당신이 애 같아.”
어느 날 사무 집에 거래하러 온 외지인이 있었다.
그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형제요?”
사무가 웃었다.
“또.”
나는 인상을 썼다.
외지인이 무슨 뜻인지 몰라 사무가 설명했다.
“아버지요.”
외지인이 놀랐다.
“정말?”
“예.”
그는 내 얼굴을 오래 봤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사무도 웃지 않았다.
외지인이 떠난 뒤 사무가 물었다.
“아버지.”
“왜.”
“나 몇 살로 보여.”
“갑자기?”
“그냥.”
나는 사무를 봤다.
얼굴이 넓어졌다.
눈가 선.
관자놀이의 옅은 흰빛.
“너답게 보여.”
사무가 인상을 썼다.
“그게 몇 살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아버지는?”
“뭐가.”
“몇 살로 보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가 웃었다.
“나도 알아.”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
“아버지는 안 쓰니까 쉽지.”
그 말에 화가 났다.
“내가 일부러 이러는 줄 알아?”
“그럼 왜 나한테 화내.”
우리는 서로 봤다.
사무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미안.”
나는 더 화낼 수 없었다.
사무가 말했다.
“나도 생각해본 적 있어.”
“뭘.”
“나도 아버지처럼 될까.”
나는 숨을 멈췄다.
“언제.”
“어릴 때.”
그는 자기 손을 봤다.
“아프면 빨리 나았고, 친구들보다 힘도 오래 갔으니까.”
실제로 사무와 이라는 건강한 편이었다.
둘 다 또래보다 조금 젊어 보였다.
병도 잘 넘겼다.
나는 그것을 보며 잠깐 희망했던 적이 있다.
아이들도 나와 같을까.
말하지 않았다.
사무가 말했다.
“근데 나는 늙네.”
“응.”
“조금 느리게?”
“그럴 수도.”
“좋은 건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무가 자기 아이들을 봤다.
“아버지처럼 안 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그 말이 아팠다.
“왜.”
“저 애들이 나보다 먼저 늙는 거 보기 싫어서.”
나는 손자들을 봤다.
처음으로 그 미래가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사무.
손자.
그다음 아이.
계속.
내가 그대로라면.
사무가 물었다.
“나 아버지보다 먼저 죽겠지?”
나는 즉시 부정하지 못했다.
그게 답이었다.
사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사무.”
“괜찮아.”
또 그 말.
나는 화를 내고 싶었다.
대신 사무 어깨를 잡았다.
그는 내 아들이었다.
그런데 손 아래 느껴지는 몸은 이미 내 또래를 지나고 있었다.
◆사무는 점점 자기 집안의 중심이 됐다.
사람들이 사무에게 일을 물었다.
그의 아이들도 컸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무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무에게 도움을 받는 척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무가 말했다.
“이건 내가 할게.”
“내가 더 빨라.”
“알아.”
“그런데 왜.”
“사람들 보잖아.”
나는 주변을 봤다.
정말 보고 있었다.
사무가 작게 말했다.
“아버지가 내 일까지 다 하면 나는 뭐가 돼.”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나는 물러섰다.
사무가 일을 했다.
느렸다.
내가 했으면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
입이 근질거렸다.
참았다.
끝난 뒤 사무가 말했다.
“봤지.”
“뭘.”
“나도 할 수 있어.”
“알아.”
“모르는 얼굴인데.”
나는 화를 냈다.
사무가 웃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능력이 가족에게도 그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계속 젊고 강하면,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내 도움을 받는 아이로 남을 수 있었다.
사무가 나보다 늙어 보여도,
내 눈에는 여전히 아들이었다.
그게 사랑인지 오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며칠 뒤 사무가 자기 아들에게 활을 가르쳤다.
나는 멀리서 봤다.
아버지가 나에게.
내가 사무에게.
사무가 자기 아이에게.
기술은 흘러갔다.
나는 그 흐름에서 비켜서 있었다.
사무의 화살이 표적에 박혔다.
그는 자기 아들에게 말했다.
“다시.”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사무와 나는 함께 벽을 고친 적이 있었다.
사무가 높은 곳에 올라갔다.
나는 아래에서 재료를 건넸다.
예전 같으면 반대였을 것이다.
내가 올라가고 사무가 따라다녔을 것이다.
사무가 말했다.
“거기 말고 저쪽.”
“이쪽이 더 좋아.”
“내 집이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는 남의 집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
“내가 더 많이 해봤으니까.”
“그래서.”
그 한마디가 테멘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내 약점을 찔렀다.
경험이 많으면 결정할 권리도 많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사무는 자기 집에서 그걸 거부했다.
나는 못마땅했지만 물러났다.
결국 사무 방식으로 고쳤다.
비가 왔다.
새지 않았다.
사무가 내게 말했다.
“봤지.”
“뭘.”
“나도 알아.”
나는 웃었다.
“한 번 맞았다고.”
“아버지는 한 번 맞으면 평생 자랑하면서.”
우리는 또 싸웠다.
네라가 와서 둘 다 쫓아냈다.
그날 저녁 사무의 큰아이가 내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
“왜.”
“아버지랑 왜 맨날 싸워.”
“사무가 말을 안 들어.”
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가 말을 안 듣는대.”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세대가 바뀌어도 비슷한 말이 반복됐다.
그게 웃기고,
조금 서글펐다.
사무는 또래보다 오래 건강했다.
이 사실은 나만 알아챈 게 아니었다.
그 친구들이 말했다.
“너도 집안 닮아서 안 늙나 보다.”
사무는 웃으며 넘겼다.
집에 돌아와서는 내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도 이상하대.”
나는 긴장했다.
“뭐라고.”
“그냥 젊어 보인다고.”
그 정도였다.
사무에게는 분명 세월이 있었다.
다만 조금 느렸다.
이라도 비슷했다.
나는 둘을 볼 때마다 계산했다.
나와 같은가.
아닌가.
어느 시점부터 답은 분명했다.
아니었다.
둘은 늙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사무가 말했다.
“실망했어?”
나는 놀랐다.
“뭐가.”
“내가 아버지처럼 안 돼서.”
“그런 생각 안 했어.”
사무가 웃었다.
“거짓말.”
가족은 내 거짓말을 너무 잘 알았다.
나는 결국 말했다.
“조금.”
사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금 다행이야.”
“왜.”
“아까 말했잖아.”
그는 자기 아이들을 가리켰다.
“저 애들보다 오래 살고 싶진 않아.”
나는 그 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잘 이해했다.
그날 밤 사무와 술을 조금 마셨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늙는 게 싫지.”
“응.”
“나는 별로 안 싫어.”
“왜.”
“살았으니까.”
단순한 말이었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무는 계속했다.
“아이도 봤고, 일도 했고, 엄마 아버지도 있고.”
“아직 더 살 수 있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벌써 다 산 것처럼 말해.”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는 항상 더 있네.”
“뭐가.”
“다음.”
나는 그 말을 기억했다.
나에게는 항상 다음 계절,
다음 도시,
다음 삶이 있을 것 같은 감각이 있었다.
사무에게는 지금 삶 자체가 하나였다.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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