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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3화 — 흉터가 없는 사람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3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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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이 지나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팔을 크게 베였다.

싸움이 아니었다.

나무를 자르다 손이 미끄러졌다.

날이 팔 안쪽을 깊게 그었다.

피가 바로 흘렀다.

나는 순간 상처보다 네라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혼날 것 같았다.

실제로 혼났다.

“뭐 하다가.”

“미끄러졌어.”

“왜 맨날 당신만 미끄러져.”

“맨날은 아니야.”

“입 다물어.”

네라는 천을 가져와 상처를 눌렀다.

아팠다.

나는 욕을 했다.

네라가 더 세게 눌렀다.

“욕할 힘 있으면 안 죽어.”

사무가 옆에서 웃었다.

“엄마 맨날 그 말 해.”

“너도 다쳐봐.”

“싫어.”

“그게 정상이지.”

며칠 동안 팔을 쓰기 어려웠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상처가 닫혔다.

빠르게.

처음에는 나도 네라도 말하지 않았다.

붉은 선이 남았다.

며칠 뒤 더 옅어졌다.

한 달쯤 지나자 거의 안 보였다.

네라가 내 팔을 잡고 오래 봤다.

“여기였지?”

“응.”

“정말?”

“왜.”

“아니.”

그녀는 손을 뗐다.

사무는 자기 팔의 오래된 흉터를 보여줬다.

“이건 아직 있어.”

“사람마다 다르지.”

“왜 아버지만 다 다른데.”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과거 흉터를 찾기 시작했다.

어릴 때 무릎을 다쳤던 자리.

칼에 베인 손가락.

사냥하다 긁힌 곳.

기억은 있는데 흔적은 거의 없었다.

기억이 틀린 것일까.

네라에게 물었다.

“나 예전에 여기 다치지 않았어?”

“어디.”

“무릎.”

“여러 번.”

“흉터 있었어?”

“당신 무릎 흉터를 내가 왜 기억해.”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불안했다.

나는 작은 상처가 날 때마다 나아가는 속도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었다.

나중에는 일부러 그랬다.

손가락 끝을 조금 베어본 적도 있었다.

네라가 알아챘다.

“이거 뭐야.”

“일하다.”

“거짓말.”

그녀는 내 손을 뒤집어봤다.

“일부러 했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라 얼굴이 굳었다.

“뭐 확인하려고?”

“그냥.”

“당신 죽는지?”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화가 났다.

“그 정도 아니야.”

“그 정도가 뭔데.”

“작은 상처잖아.”

“다음에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네라가 손을 놓지 않았다.

“더 크게 해볼 거야?”

“아니.”

“거짓말.”

“안 해.”

“약속.”

나는 숨을 내쉬었다.

“약속.”

그 뒤로 일부러 다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오랫동안은.

하지만 호기심은 남았다.

내가 정말 죽지 않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죽을 만큼 다쳐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 자체가 무서웠다.

나는 살고 싶었다.

네라가 있었고,

사무와 이라가 있었고,

부모가 아직 살아 있었다.

불멸인지 알아내려고 목숨을 거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미뤘다.

건강한 사람.

잘 낫는 사람.

늦게 늙는 사람.

그 정도 표현 뒤에 숨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와 걸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었다.

내 팔의 상처를 봤다.

“다 나았냐.”

“응.”

“빠르네.”

“그런가.”

아버지가 내 얼굴을 봤다.

“너 요즘 사람들 얼굴만 본다며.”

“누가 그래.”

“네라.”

나는 인상을 썼다.

“다 말하고 다니네.”

아버지가 웃었다.

“왜 보는 데.”

한참 있다 말했다.

“다 늙잖아.”

아버지는 자기 손을 봤다.

“그렇지.”

“나는 왜 안 늙지.”

그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생각한 적 있는 얼굴이었다.

“조금 늦는 거겠지.”

“아주 많이 늦으면?”

“그럼 오래 살겠네.”

“그게 다야?”

아버지는 나를 봤다.

“뭐가 더 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다.

“안 죽는 사람은 없어.”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나는 믿고 싶었다.

안 죽는 사람은 없다.

그 문장을 나는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여러 번 떠올렸다.

팔의 상처가 사라진 일을 본 사람은 가족만이 아니었다.

상처가 났을 때 도와준 이웃이 있었다.

그가 몇 주 뒤 내 팔을 보고 물었다.

“어디였지?”

나는 가리켰다.

그는 가까이 봤다.

“없네.”

“거의.”

“깊었는데.”

“잘 나았나 봐.”

그가 손가락으로 피부를 눌렀다.

나는 팔을 뺐다.

“왜.”

“그냥.”

그가 웃었다.

그날 저녁 네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봤어.”

“뭘.”

“당신 팔.”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라.”

나는 짜증이 났다.

“내가 일부러 나은 것도 아니잖아.”

“아는데.”

“그럼.”

네라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걸 화내면서, 계속 이상한 일을 해.”

“내가 뭘 했는데.”

“다쳐도 금방 낫고, 병 걸려도 일어나고, 얼굴도 그대로고.”

“그게 내가 한 일이야?”

말이 세게 나갔다.

네라가 조용해졌다.

나는 바로 후회했다.

“미안.”

네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 내내 어색했다.

밤에 내가 먼저 말했다.

“나도 무서워.”

네라가 나를 봤다.

“뭐가.”

“모르는 게.”

그녀는 한참 있다 내 손을 잡았다.

“그럼 같이 모르자.”

그 말이 좋았다.

답은 아니었지만.

며칠 뒤 나는 고향 근처에서 치료를 잘한다고 알려진 사람을 찾아갔다.

특별한 의사라는 개념은 아니었다.

상처를 많이 본 노인이었다.

그에게 팔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 몸을 봤다.

눈.

이빨.

손톱.

예전 상처.

“아픈 데 없어?”

“없어.”

“잠은?”

“잘 자.”

“먹는 건?”

“많이 먹어.”

노인이 웃었다.

“그럼 건강한 거지.”

“너무 빨리 낫는 건?”

“좋은 거 아냐?”

“왜 그런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알아야 해.”

나는 답답했다.

현대의 사람이라면 검사라도 했을 것이다.

피.

유전자.

영상.

그 시대의 나는 몸 안을 볼 방법이 없었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것.

죽으면 죽은 것.

그 사이 설명은 적었다.

노인은 말했다.

“죽기 싫으면 위험한 짓 하지 마.”

네라와 똑같은 말이었다.

나는 아무 답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게 처음으로 깨달은 한계였다.

아무리 오래 생각해도,

도구가 없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노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사고가 있었다.

발을 헛디뎌 손바닥이 찢어졌다.

별것 아닌 상처였다.

나는 오히려 유심히 봤다.

피가 멎는 시간.

통증이 줄어드는 시간.

다음 날 상처 가장자리.

네라와 한 약속이 생각나 중간에 그만뒀다.

일부러 더 건드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눈은 갔다.

며칠 뒤 거의 닫혔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좋아야 하는데.

몸이 잘 낫는 것뿐인데.

그럴수록 설명할 수 없는 쪽으로 갔다.

그날 사무가 내 손을 보고 말했다.

“또 다쳤어?”

“조금.”

“엄마 알아?”

“말하지 마.”

사무가 웃었다.

“뭐 줄 건데.”

“뭐?”

“입막음.”

나는 아이 때 아버지 물건을 훔치던 사무를 떠올렸다.

성인이 되어도 사람은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없어.”

“그럼 말할 거야.”

나는 사무에게 말린 고기 한 조각을 줬다.

그는 만족했다.

네라는 그날 저녁 이미 알고 있었다.

“사무한테 먹을 거 줬지.”

나는 사무를 노려봤다.

그가 웃었다.

“엄마가 물어봤어.”

가족 앞에서는 비밀을 지키기 어려웠다.

그게 당시에는 귀찮았고,

나중에는 그리워졌다.

그 뒤로 나는 내 몸을 관찰하는 일을 기록 비슷하게 남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문장으로 길게 적을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

표식.

돌.

매듭.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작은 흔적.

몇 날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는지.

상처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지.

병 뒤에 힘이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그 기록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습관은 남았다.

측정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그 믿음이 필요하다.

모르는 것을 숫자와 표식으로 바꾸면 덜 무서워진다.

문제는 숫자가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빠르게 회복했다.

그 사실만 더 분명해졌다.

왜인지는 여전히 몰랐다.

어느 날 네라가 내가 남긴 표식을 발견했다.

“이게 뭐야.”

“아무것도.”

“또 아무것도.”

나는 설명했다.

네라가 오래 듣더니 말했다.

“그래서 알았어?”

“뭘.”

“왜 그런지.”

“아니.”

“그럼 그만해.”

“계속 보면 알 수도 있지.”

네라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세상 모든 게 오래 보면 답 나오는 줄 알아.”

그 말에 화가 났다.

“그럼 그냥 모르고 살아?”

“사람 다 그러고 살아.”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아직 모르고 사는 법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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