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화 —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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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말에 열병이 돌았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강 아래쪽 집에서 아이 하나가 먼저 아팠다는 말이 있었다.
외지인이 병을 가져왔다는 말도.
물이 상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면서도 이유를 만들었다.
모르는 상태가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남의 집 일이었다.
며칠 뒤 사무의 아이가 아팠다.
그날부터 병이 우리 일이 됐다.
아이의 몸은 뜨거웠다.
사무는 겁을 먹었다.
“어떻게 해?”
네라가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라는 젖은 천을 준비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다른 집에 도움을 구했다.
아픈 집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은 서로 도왔다.
동시에 서로를 피했다.
누가 병을 옮기는지 모르니 가까이 가는 것도 무서웠다.
사무의 아이는 며칠 뒤 열이 내려갔다.
우리는 안도했다.
그날 저녁 내가 기침했다.
네라가 바로 나를 봤다.
“왜.”
“기침했잖아.”
“한 번.”
밤이 되자 몸이 뜨거워졌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었다.
나는 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칠 쉬면 되겠지.
그 생각은 틀렸다.
몸 안이 타는 것 같았다.
물만 마셔도 토했다.
머리가 아팠다.
빛이 싫었다.
누워 있는데도 온몸이 아팠다.
불멸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통도 적을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 않다.
나는 아팠다.
정말 아팠다.
네라는 내 옆에서 거의 떠나지 않았다.
사무가 말했다.
“엄마도 걸리면 어떡해.”
네라가 대답했다.
“그럼 네가 봐.”
“엄마.”
“농담이야.”
농담처럼 안 들렸다.
나는 흐릿한 정신으로 그 대화를 들었다.
밤에는 헛것도 봤다.
어머니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푸른 펜던트가 목에 걸려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진 줄 알고 소리를 질렀다.
네라가 내 손에 쥐여줬다.
“여기 있어.”
나는 펜던트를 움켜쥐고 다시 잠들었다.
[기록]
훗날 정리한 초기 기록에는 아홉 번 정도 해가 뜨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정확한 숫자는 확신하지 못한다.
어느 날 눈을 떴다.
몸이 가벼웠다.
처음에는 열 때문에 이상한 줄 알았다.
손을 움직였다.
잘 움직였다.
몸을 일으켰다.
어지럽지 않았다.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너무 밝았다.
사무가 나를 보고 굳었다.
“왜 나왔어?”
“배고파.”
그가 집 안을 향해 소리쳤다.
“엄마!”
네라가 뛰어나왔다.
그녀는 내 이마부터 만졌다.
목.
팔.
“열 없어.”
“그러니까.”
“어제도 있었어.”
“지금은 없어.”
나는 웃었다.
네라는 웃지 않았다.
“눕자.”
“배고프다니까.”
“먹고 누워.”
나는 식사를 했다.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다음 날 밖으로 나갔다.
네라가 화를 냈다.
“집에 있어.”
“괜찮아.”
“괜찮다고 하지 마.”
“진짜 괜찮아.”
그녀는 나를 노려봤다.
“그게 더 무서워.”
그 말에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열이 내려도 오래 아팠다.
기침이 남았다.
힘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몇 주 동안 걸어다니지 못했다.
나는 이틀 뒤 일을 했다.
사무가 따라왔다.
“안 힘들어?”
“응.”
“하나도?”
“조금 배고파.”
사무는 웃지 않았다.
“너무 빨리 나았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네라가 내 등을 씻겨주며 물었다.
“원래 이렇게 빨리 나았어?”
“모르겠어.”
“당신은 모르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아픈 적이 별로 없었잖아.”
네라가 손을 멈췄다.
“그것도 이상해.”
나는 돌아보려 했다.
네라가 등을 밀었다.
“가만있어.”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물소리만 났다.
네라가 내 목의 푸른 장식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이거 아직 있네.”
“잃어버리지 말랬잖아.”
“그런 건 잘 듣네.”
나는 웃었다.
이번에는 네라도 조금 웃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내가 기침만 해도 쳐다봤다.
나도 내 몸을 이전처럼 믿지 못했다.
건강한 것과 정상인 것은 같은 말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병은 우리 집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마을 한쪽에서는 장례가 이어졌다.
낮에 누군가 죽으면 저녁에는 울음소리가 났다.
다음 날 또 다른 집에서.
사람들은 살아남은 집끼리 먹을 것을 나눴다.
병든 집 문 앞에 그릇을 두고 멀리 물러나는 사람도 있었다.
누가 병을 옮기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회복한 뒤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다.
네라는 반대했다.
“조금 더 쉬어.”
“괜찮아.”
“그 말 싫다니까.”
“사람 부족하잖아.”
“당신 죽으면 사람 하나 더 부족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갔다.
한 집에는 젊은 남자가 누워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병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아직 혼자 앉지 못했다.
나를 보고 물었다.
“너도 걸렸다며.”
“응.”
“언제.”
대략 말해줬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거짓말.”
“왜.”
“그럼 왜 멀쩡해.”
나는 뭐라고 답할지 몰랐다.
그는 마른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침했다.
“나는 걷지도 못해.”
나는 물을 건넸다.
그가 받지 않았다.
“뭐 먹었어?”
“똑같은 거.”
“누가 치료했어?”
“아무도.”
그가 나를 노려봤다.
“숨기는 거 있지.”
그 말이 처음에는 화가 났다.
“없어.”
“그럼 왜.”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집을 나오면서 네라의 말이 이해됐다.
내 회복은 좋은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며칠 뒤 그 남자는 조금 나아졌다.
살았다.
그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마을에는 반대의 반응도 있었다.
어떤 노인은 나를 보며 말했다.
“신이 좋아하나 보네.”
나는 즉시 싫다고 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노인이 웃었다.
“칭찬인데.”
“싫어.”
“왜.”
나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 몸에 대한 소문이 단순한 건강 이야기를 넘어가기 시작한 것은.
네라는 집에 돌아온 나를 보고 손을 씻게 했다.
물을 붓고,
옷도 따로 두었다.
“또 걸리면 어떡해.”
“한 번 걸렸는데 또 걸리겠어?”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맞았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았다.
그 사실이 전보다 더 불안했다.
그날 밤 사무가 물었다.
“아버지는 왜 안 죽었어?”
아이 때라면 대충 넘겼을 질문이었다.
사무는 이미 성인이었다.
진짜로 묻고 있었다.
“운이 좋았겠지.”
사무는 말했다.
“운이 너무 좋잖아.”
나는 웃으려 했다.
사무는 안 웃었다.
“나도 아버지 닮았으면 안 죽을까.”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냥.”
네라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사무에게 말했다.
“네 아버지도 죽어.”
나는 네라를 봤다.
네라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사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가족에게 필요한 거짓말인지,
그때는 몰랐다.
열병이 잦아든 뒤 공동체는 죽은 사람의 집을 정리해야 했다.
그 일도 힘들었다.
살아남은 친척이 있는 집은 그들이 가져갔다.
아무도 없는 집은 사람들이 물건을 나눴다.
누구도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쓰지 않으면 썩고,
먹지 않으면 상했다.
어느 집에서 작은 아이 장난감이 나왔다.
사무의 아이와 비슷한 나이였던 아이가 죽은 집이었다.
나는 그 물건을 들었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다른 아이에게 갔다.
그 아이는 좋아했다.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물건에는 주인의 죽음이 붙어 있지 않았다.
새 아이 손에 들어가면 그냥 장난감이었다.
그게 잔인하기도 했고,
다행이기도 했다.
네라는 말했다.
“왜 그렇게 봐.”
“아무것도.”
“요즘 맨날 아무것도래.”
나는 장난감을 받은 아이가 뛰어가는 걸 봤다.
“사람 없어져도 다 남네.”
네라가 말했다.
“다 안 남아.”
“뭐가 안 남아.”
“사람이 하던 것들.”
나는 그녀를 봤다.
네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물건은 남아도,
사람이 그 물건을 쓰던 방식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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