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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화 — 네라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5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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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확한 이름을 나는 보장할 수 없다.

지금부터 나는 그녀를 네라라고 적겠다.

내가 기억하는 소리에 가장 가까운 이름이다.

우리 사이의 첫 장면도 확실하지 않다.

오랫동안 나는 강가에서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다.

네라가 물동이를 들고 있었고,

내가 들어줬다는 장면.

너무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의심스럽다.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첫 장면은 더 우습다.

네라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잡겠다고 손을 넣었다.

몇 번 놓쳤다.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

괜히 더 잘하는 척했다.

그러다 미끄러졌다.

무릎 정도가 아니라 거의 온몸이 젖었다.

사람들이 웃었다.

네라가 제일 크게 웃었다.

나는 물에서 일어나며 화를 냈다.

“뭘 웃어?”

네라가 내 뒤를 가리켰다.

내가 잡으려던 물고기가 얕은 웅덩이에서 팔딱거렸다.

넘어지면서 발로 밀어낸 모양이었다.

나는 물고기를 주웠다.

네라가 말했다.

“잘 잡네.”

“내가 잡은 거야.”

“그래. 아주 멋지게 넘어져서.”

나는 그때 그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또 말을 걸었다.

네라는 나보다 말이 적었다.

대신 한번 말하면 아팠다.

외지인에게 들은 먼 곳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 물었다.

“그래서 거기 가면 오늘 저녁 먹을 게 생겨?”

“그 얘기가 왜 나와?”

“지금 배고프니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어느 날 네라가 곡물자루를 들려고 했다.

내가 도와주려 했다.

“내가 들게.”

“저쪽 거 들어.”

“이게 더 무거워.”

“그래서 내가 들잖아.”

“그럼 내가 이거 들게.”

“그러면 저쪽은 누가 들어?”

나는 저쪽 자루를 들었다.

네라가 웃었다.

사람을 부리는 재능이 있었다.

네라의 집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았다.

그래서 자주 봤다.

같이 일했다.

다퉜다.

강가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가 언제 서로 좋아하게 됐는지 나는 모른다.

어느 날부터 네라가 다른 남자와 오래 이야기하면 기분이 나빴다.

왜 나쁜지 설명하지 못했다.

네라도 비슷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숨기는 데 능했다.

아버지가 어느 날 나를 불렀다.

가족 이야기.

집 이야기.

곡물 이야기.

한참 돌려 말하다가 결국 네라 이야기를 했다.

“같이 살 생각 있어?”

나는 놀랐다.

“네라가 그래?”

아버지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 봤다.

“너만 몰라.”

그날 저녁 네라를 찾아갔다.

“너 알고 있었어?”

“뭘?”

“우리.”

“무슨 우리?”

나는 말문이 막혔다.

네라가 한참 참다가 웃었다.

“너만 몰랐어.”

“다 알고 있었어?”

“응.”

“언제부터?”

“오래.”

“왜 말 안 했어?”

“재밌어서.”

나는 화를 냈다.

네라는 더 웃었다.

지금도 그날 그녀가 긴장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보다 훨씬 잘 숨겼을 뿐이다.

우리가 함께 살기로 한 뒤 며칠 동안 사람들이 집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진흙.

갈대.

나무.

돌.

나는 벽 한쪽을 비뚤게 만들었다.

네라가 뒤로 물러나 보라고 했다.

“괜찮잖아.”

“당신이 밖에서 자면 괜찮지.”

다시 만들었다.

그 집을 완성했을 때 나는 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내가 살 곳.

아이들이 태어날 곳.

언젠가 내가 늙어 앉아 있을 곳.

그렇게 생각했다.

미래를 상상하는 건 쉬웠다.

내 미래만 완전히 틀렸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네라와 함께 살기로 한 뒤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사랑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나는 물건을 아무 데나 두었다.

네라는 정해진 곳에 두었다.

나는 밖에서 돌아오면 도구를 문 옆에 던졌다.

네라는 다음 날 찾지 못할 거라고 화를 냈다.

“나중에 찾으면 되지.”

“그 ‘나중’에 맨날 내가 찾아.”

“내가 찾거든.”

“못 찾으니까 새로 만들잖아.”

사실이었다.

나는 말없이 도구를 정리했다.

네라는 요리를 잘했다고 기억하고 싶다.

실제로는 나보다 조금 나았던 정도였을 것이다.

한번은 곡물을 태웠다.

내가 웃었다.

네라는 그날 저녁 내 몫을 가장 적게 줬다.

우리는 사소한 일로 많이 싸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큰일에는 잘 싸우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먹을 것이 부족하면,

말하지 않아도 역할이 나뉘었다.

그런 날이 지나면 사소한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어느 늦은 저녁, 네라가 물었다.

“먼 데 가고 싶어?”

나는 불을 보다가 대답했다.

“응.”

“어디?”

“몰라.”

“그럼 왜 가고 싶어.”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네라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모르면 안 가도 되잖아.”

“모르니까 가야지.”

“이상해.”

“네가 이상해.”

네라는 웃었다.

“가면 돌아올 거야?”

그 질문에는 바로 답했다.

“응.”

“왜?”

“여기 집 있잖아.”

네라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럼 됐어.”

당시의 나는 그 약속의 무게를 몰랐다.

멀리 가더라도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늘 돌아올 곳이 있을 거라고.

결혼 뒤 처음 몇 해는 시간이 빠르게 갔다.

밭.

물.

가축.

집 수리.

이웃.

아이.

그것으로 하루가 찼다.

사무가 태어난 뒤에는 시간감각이 더 이상해졌다.

하루는 길었다.

밤에 아이가 울면 끝이 안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계절은 빨리 바뀌었다.

어느새 사무가 앉았다.

걸었다.

말했다.

이라가 태어났다.

또 같은 과정.

나는 매 순간 오래 기억할 줄 알았다.

지금은 대부분 없다.

사무가 처음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라가 처음 걸은 날도 정확히 모른다.

대신 사무가 넘어져 입술이 터졌을 때 피 색깔은 기억난다.

이라가 내 손가락을 잡고 잠든 감각도.

기억은 중요도를 따르지 않는다.

마음대로 남는다.

집을 만든 첫해에는 지붕이 두 번 샜다.

첫 비 때는 잠자리 바로 위로 물이 떨어졌다.

네라는 내가 지붕을 제대로 안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샌다고 했다.

“남들도 새면 우리도 새야 해?”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다음 날 지붕을 고쳤다.

두 번째 비에는 다른 쪽에서 샜다.

네라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혼자 올라가 다시 고쳤다.

그날 밤 비가 왔다.

한 방울도 안 떨어졌다.

나는 일부러 네라를 깨웠다.

“안 새.”

“자.”

“봐봐.”

“내일 봐.”

“지금 비 오잖아.”

네라가 눈도 안 뜨고 말했다.

“잘했어.”

나는 그 한마디가 좋았다.

우리 삶은 그런 작은 승리로 채워졌다.

곡물을 예상보다 잘 말린 날.

아이가 열 없이 밤을 넘긴 날.

가축이 새끼를 낳은 날.

네라가 잃어버린 바늘 비슷한 도구를 내가 찾은 날.

내가 큰일을 했다고 자랑하면 네라는 대부분 별거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 힘든 날에는 칭찬하지 않아도 옆에 있었다.

사무가 태어난 뒤 네라는 며칠 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음식을 만들었다.

형편없었다.

네라는 먹으면서 말했다.

“이거 뭐야.”

“먹는 거.”

“확실해?”

“먹고 있잖아.”

“배고프니까.”

그녀는 끝까지 다 먹었다.

그런 순간들을 지금은 더 소중하게 느낀다.

당시에는 내일도 비슷한 하루가 올 줄 알았다.

함께 살기 시작하고 얼마 뒤 나는 처음으로 다른 마을에 며칠 다녀왔다.

짧은 일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물건을 바꾸러 갔다.

네라는 괜찮다고 했다.

“갔다 와.”

“뭐 필요한 거 없어?”

“잃어버리지나 마.”

나는 일부러 늦게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다.

길은 익숙했다.

그런데 집이 멀어지자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전에는 먼 곳으로 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길이 다르게 느껴졌다.

사흘 뒤 돌아왔을 때 네라는 집 앞에 없었다.

순간 당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자고 있었다.

나는 괜히 깨웠다.

“왔어.”

네라가 눈도 안 뜨고 말했다.

“보이네.”

“안 기다렸어?”

“왜.”

“아니.”

나는 기분이 나빴다.

네라는 한쪽 눈을 떴다.

“기다렸어.”

“그런데 자?”

“사람 기다리면 안 자?”

나는 웃었다.

그날 가져온 작은 물건 중 네라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하나 골라줬다.

그녀는 받더니 선반에 올렸다.

“예쁘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그럼 다음엔 더 좋은 거 가져올게.”

네라가 물건을 선반에 놓으며 말했다.

“이번 거 안 잃어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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