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화 — 길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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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이 오면 개가 먼저 알아챘다.
그다음은 아이들.
어른들은 마지막이었다.
그날도 먼지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여섯 명.
가축 두 마리.
짐.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몸에 천을 두른 사람들.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들을 따라갔다.
아버지는 멀리서 보고만 있었다.
경계하는 눈이었다.
외지인들은 물을 먼저 찾았다.
그다음 앉을 곳.
어른들은 물건을 살펴봤다.
가죽.
도구.
단단한 검은 돌.
작은 장식.
나는 외지인 가운데 수염이 짧은 남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말이 달랐다.
완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가 어떤 물건을 들어 보였다.
검고 반들반들한 돌.
이름을 말했다.
나는 따라 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입 모양이 달랐다.
나는 입을 보고 다시 했다.
이번에는 비슷했는지 그가 웃었다.
다른 사람도 웃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나는 말을 빨리 배웠다.
이것은 나중에 굉장히 유용해졌다.
하지만 그때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저녁에 외지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불 주위에 앉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짓이 많았다.
한 사람이 땅에 선을 그었다.
우리 강.
다른 물길.
언덕.
그리고 아주 넓은 것을 그렸다.
나는 물었다.
“강?”
그가 고개를 저었다.
손을 좌우로 크게 벌렸다.
끝이 없다는 뜻 같았다.
그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얼굴을 찌푸렸다.
짠 물.
바다.
나는 그때 처음 바다를 제대로 상상했던 것 같다.
상상은 형편없었다.
그냥 엄청 큰 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떠나는 날 나는 한참 따라갔다.
어머니가 뒤에서 불렀다.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가 와서 내 어깨를 잡았다.
“어디 가?”
“저기.”
“저기가 어딘데?”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길 위의 사람들이 점점 작아졌다.
“멀리 가면 돌아오기 어렵다.”
아버지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왔잖아.”
“저 사람들 집이 어딘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 말에 나는 조용해졌다.
당시의 나는 집이 없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집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태어난 곳.
저녁이면 돌아오는 곳.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가 있고,
같은 냄새가 나는 곳.
며칠 뒤 외지인들이 쓰던 단어 몇 개를 따라 하자 네라가 웃었다.
그때의 네라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아직 그녀가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을 사람 중 하나가 될 줄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보다 오래 남은 것은 그녀가 준 작은 물건 하나뿐이었다.
그 물건 이야기는 아직 조금 뒤다.
외지인들이 머무는 동안 마을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어른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그들의 물건을 구경했다.
나는 특히 언어에 매달렸다.
수염 짧은 남자가 물을 마실 때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외웠다.
다음 날 내가 먼저 물을 가리키며 그 단어를 말했다.
남자가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신이 났다.
그 뒤에는 음식.
불.
손.
길.
가축.
보이는 것을 하나씩 가리켰다.
그는 귀찮아하면서도 알려줬다.
어느 순간 내가 틀린 발음을 하자 다른 외지인이 크게 웃었다.
나는 화가 났다.
수염 남자가 천천히 다시 말했다.
입술과 혀 움직임을 따라 했다.
비슷해졌다.
그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새로 배운 말을 중얼거렸다.
네라가 옆집 아이들과 있다가 들었다.
“뭐 해?”
“다른 말.”
“왜?”
“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려고.”
“내일 가잖아.”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일 떠난다고 오늘 배우면 안 되나.
“다음에 또 올 수도 있잖아.”
네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안 올 수도 있고.”
나는 그 가능성이 싫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것.
그때는 아주 작은 불편함이었다.
외지인 중 한 여자가 목에 검은 돌 장식을 하고 있었다.
네라는 그걸 오래 봤다.
여자가 눈치채고 장식을 풀어 보여줬다.
네라는 손대지 않고 가까이서만 봤다.
나는 물었다.
“갖고 싶어?”
“아니.”
“계속 보잖아.”
“예쁘니까.”
“그럼 갖고 싶은 거지.”
네라가 나를 봤다.
“예쁜 걸 다 가져야 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네라답고, 나에게는 어려웠다.
나는 새로운 것을 보면 갖고 싶어 했다.
새 도구.
새 돌.
새 말.
새 길.
네라는 꼭 그렇지 않았다.
그 차이를 그때는 몰랐다.
외지인들이 떠난 날 나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길을 봤다.
수염 남자가 마지막에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들이 쓰던 말로 짧게 인사했다.
그가 알아들었는지 웃었다.
그 웃음이 좋았다.
네라가 뒤에서 말했다.
“틀렸어.”
“뭐가.”
“아까 그 말.”
“네가 어떻게 알아.”
“저 사람이 웃었잖아.”
“잘해서 웃은 거야.”
“아닐걸.”
우리는 그걸로 한참 다퉜다.
◆외지인 중 한 명은 발에 큰 상처가 있었다.
아마 오래 걸어서 생긴 것이었다.
어머니와 다른 여인들이 상처를 씻어줬다.
나는 옆에서 구경했다.
남자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가 우리 말을 거의 못했기 때문에 아픔을 표현하는 소리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우리와 같았다.
그날 나는 언어가 달라도 아픈 소리는 비슷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물과 먹을 것을 얻었고,
대신 작은 물건과 소식을 남겼다.
어른들은 소식도 물건처럼 가치 있게 여겼다.
어느 쪽 길에 물이 있는지.
어디에서 싸움이 났는지.
어느 지역에 곡물이 부족한지.
어디에서는 특정 돌이 많이 나온다는 것.
나는 ‘소식’을 사고판다는 개념이 재미있었다.
보이지 않는데 가치가 있었다.
외지인들이 떠난 뒤 아버지는 그들이 말한 길 하나를 피했다.
“왜?”
“싸움 났대.”
“진짜인지 어떻게 알아.”
“모르지.”
“그런데 왜 안 가?”
아버지가 말했다.
“틀렸으면 조금 돌아가면 되고, 맞으면 안 죽잖아.”
나는 그 말을 기억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도 때로는 행동을 바꾼다.
나중에 전쟁터와 시장, 왕궁에서 수없이 보게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아버지가 겁이 많다고 생각했다.
네라에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 겁 많아.”
네라가 대답했다.
“그래서 아직 살아 있나 보지.”
나는 또 말문이 막혔다.
외지인들이 남긴 것 중 내가 가장 오래 기억한 것은 물건보다 냄새였다.
가죽에 밴 먼지 냄새.
낯선 기름.
우리 마을에서는 자주 맡지 못하던 향.
그들이 앉았던 자리에는 떠난 뒤에도 며칠 동안 냄새가 남았다.
나는 일부러 그 자리를 지났다.
네라는 말했다.
“아직도 봐?”
“뭘.”
“저 사람들 간 길.”
“그냥.”
“따라가고 싶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라는 돌멩이를 강에 던졌다.
“가고 싶으면 나중에 가.”
“너는?”
“난 여기 있을 건데.”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멀리 가는 상상 속에는 늘 돌아오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네라는 처음부터 자기 자리를 정해둔 사람처럼 말했다.
“왜 여기?”
내가 물었다.
네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사람’보다 ‘장소’를 먼저 생각했다.
네라는 반대였다.
그 차이는 나중에도 계속됐다.
내가 세계를 넓히고 싶어 할 때,
네라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먼저 봤다.
며칠 뒤 나는 외지인들이 그려놓고 간 선을 흙바닥에 다시 그렸다.
강.
언덕.
넓은 물.
기억나는 만큼.
네라가 옆에서 봤다.
“그게 바다야?”
“아마.”
“본 적도 없으면서.”
“저 사람들이 그랬어.”
“저 사람들이 거짓말하면?”
나는 생각했다.
“그럼 가서 확인하면 되지.”
네라는 웃었다.
“결국 가고 싶은 거네.”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먼 곳은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누군가 다녀왔다면 길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생각이 내 안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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