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화 — 강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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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우리 집은 강에서 아주 멀지 않았다.
‘우리 집’이라고 쓰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였는지 지금은 장면 몇 개만 남아 있다.
낮은 벽.
갈대.
진흙.
햇빛에 마른 표면.
비가 많이 오면 냄새가 달라졌다.
현대의 사람은 고대의 집을 상상하면 늘 갈색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천에도 색이 있었고,
돌에도,
사람들이 몸에 바르는 것에도,
식물에도,
하늘에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는 갈색보다 녹색과 흰색이 많다.
강가 식물의 녹색.
말린 갈대의 누런빛.
밝은 흙벽.
그리고 햇빛.
어머니는 아침에 가장 먼저 물을 확인했다.
그다음 곡물.
불.
가축.
어릴 때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는 줄 알았다.
아버지는 밖에 나가는 날이 많았다.
사냥.
다른 정착지와의 교환.
강 상태 확인.
지금 생각하면 공동체 안에서 특별히 높은 사람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멀리서 걸어오면 알아봤다.
걸음걸이 때문이었다.
그는 오른발을 조금 바깥쪽으로 뻗었다.
이상하게도 얼굴보다 그걸 더 오래 기억한다.
아버지는 내가 강 가까이 가는 것을 싫어했다.
나는 강을 좋아했다.
물고기.
진흙.
작은 벌레.
떠내려오는 나뭇조각.
어린아이에게 물은 끝없이 놀 수 있는 장소였다.
그해 물이 평소보다 빨리 올랐다.
처음에는 어른들도 좋아했다.
밭이 젖었다.
사람들이 곡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물이 집 가까이 와서 신났다.
어느 날 낮은 곳에 있던 집 하나가 무너졌다.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젖은 벽이 조금씩 기울다가 한쪽이 내려앉았다.
그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전날 이미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웃으며 무너진 집을 보러 갔다.
어른들은 쫓아냈다.
다음 집에서는 사람이 죽었다.
[기록]
내가 아주 오래 뒤에 남긴 초기 기록에는 ‘큰물이 있던 계절에 처음 죽은 사람을 가까이서 봤다’는 문장이 있다.
기억 속에서 나는 진흙 사이로 나온 발을 본다.
얼굴은 없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시신을 꺼낼 때 아이들을 보내려고 했다.
우리는 몰래 돌아왔다.
아버지가 나를 발견했다.
그날 나는 크게 맞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시신을 본 게 왜 잘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겁을 먹었던 것 같다.
물이 더 올랐다.
사람들은 집보다 곡물을 먼저 옮겼다.
나는 그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집이 무너지면 어디서 자나.
나중에 알았다.
집은 다시 만들 수 있었다.
먹을 씨앗이 없으면 다음 계절이 없었다.
아버지는 내게 작은 바구니 하나를 들게 했다.
“이건 네가 가져.”
나는 중요한 일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열 걸음도 못 가 미끄러졌다.
곡물이 진흙에 쏟아졌다.
나는 얼어붙었다.
아버지가 달려왔다.
혼날 줄 알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곡물을 주웠다.
나도 따라 주웠다.
“버려?”
내가 물었다.
“씻어.”
짧은 대답이었다.
우리는 한 알씩 주웠다.
그날 사람들은 높은 땅에서 함께 잤다.
가축 냄새.
젖은 옷.
연기.
아기 우는 소리.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
어른들은 거의 자지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하늘보다 땅이 더 밝았다.
물이 넓게 퍼져 있었다.
내 집이 어느 쪽인지 찾지 못했다.
“집 없어?”
내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물을 오래 봤다.
“가보면 알지.”
며칠 뒤 물이 빠졌다.
집은 남아 있었다.
한쪽 벽이 무너졌다.
어머니는 집을 보고 웃었다.
아버지도 웃었다.
나는 왜 웃는지 몰랐다.
그날 오후 사람들은 바로 벽을 다시 만들었다.
진흙을 개고,
갈대를 엮고,
젖은 물건을 햇볕에 펼쳤다.
죽은 사람도 있었고,
가축을 잃은 집도 있었고,
곡물을 거의 다 잃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저녁이면 음식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먹었다.
잠들었다.
다음 날 다시 일어났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사는 일이었다.
오래 뒤에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직 하지 않겠다.
그때의 나는 한 번의 홍수밖에 몰랐다.
그리고 다시 지은 집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홍수가 지나간 뒤 몇 주 동안 마을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마른 장작.
먹을 수 있는 곡물.
깨끗한 물.
사람들은 무너진 집의 벽에서 아직 쓸 수 있는 갈대를 골라냈다.
나는 아이였고, 아이답게 재난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물이 내려갔으니까.
어른들에게 재난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다른 집으로 갔다.
무너진 벽을 세우고,
죽은 가축을 치우고,
물에 젖은 저장구덩이를 파냈다.
어머니는 곡물을 얇게 펼쳐 말렸다.
상한 것은 따로 버렸다.
나는 왜 버리느냐고 물었다.
“먹으면 아파.”
“씻으면?”
“안 돼.”
홍수 때 아버지는 진흙 묻은 곡물을 씻어 먹었다.
이번에는 버렸다.
나는 어른들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결정을 하는 게 이상했다.
어머니는 내가 계속 묻자 한 알을 손에 올려 보여줬다.
검은 점이 있었다.
냄새도 달랐다.
“이건 죽은 거야.”
그녀가 말했다.
곡물이 죽는다는 표현이 어린 나에게는 이상했다.
사람만 죽는 줄 알았다.
그해 몇 집은 떠났다.
먹을 게 없어서 친척이 있는 다른 곳으로 간다고 했다.
아이 하나가 울면서 자기 집 벽을 붙잡았다.
그 모습이 기억난다.
집은 이미 절반 무너져 있었다.
어른이 아이 손을 떼어냈다.
그들은 짐을 등에 지고 길을 따라 사라졌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다시 와?”
“모르지.”
“왜 몰라?”
아버지는 무너진 벽에 진흙을 바르며 말했다.
“길 가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그때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는 알아야 하는 것과 모르는 것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다.
어른은 대부분 알고,
아이는 모르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됐다.
어른은 모르는 걸 숨기는 데 조금 더 능숙할 뿐이다.
며칠 뒤 나는 어머니와 함께 강가로 갔다.
물이 평소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내가 만들었던 진흙 장난감은 당연히 없었다.
나는 한참 찾았다.
어머니가 물었다.
“뭐 해?”
“내 거.”
“뭔데?”
나는 설명했다.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 진흙 한 덩이를 집었다.
“다시 만들어.”
나는 싫다고 했다.
“그거랑 다르잖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다른 걸 만들어.”
나는 화가 나서 진흙을 던졌다.
어머니는 혼내지 않았다.
그날 저녁 다시 강가에 갔다.
혼자.
새로 작은 동물을 만들었다.
이전 것과 달랐다.
모양도 더 못생겼다.
그래도 집에 가져왔다.
며칠 뒤 깨졌다.
나는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홍수 뒤 첫 수확은 기대보다 적었다.
어른들이 모여 곡물을 나누는 모습을 나는 멀리서 봤다.
누가 얼마를 가져갈지로 말이 높아졌다.
아이 없는 집과 아이 많은 집.
가축을 잃은 집.
씨앗을 많이 남겨야 하는 집.
모두 자기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없이 듣는 시간이 길었다.
나는 그 모습이 이상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모든 걸 정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공동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노인이 화를 냈다.
자기 몫이 적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반박했다.
둘이 일어섰다.
나는 싸움이 날 줄 알았다.
어머니가 내 어깨를 잡았다.
“가만있어.”
결국 두 사람은 앉았다.
완벽히 만족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곡물은 나뉘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
나는 물었다.
“누가 맞았어?”
“뭐가.”
“아까 싸운 사람.”
아버지는 한참 생각했다.
“둘 다 조금.”
“그럼 누가 틀렸어?”
“둘 다 조금.”
나는 그 대답이 싫었다.
세상에는 맞는 사람과 틀린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권력을 잡고도 오랫동안 같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냥 아이였다.
아버지가 명확하게 대답해주지 않아 화가 났다.
다음 날 나는 다른 아이와 곡물 한 줌을 두고 싸웠다.
내가 먼저 봤다고 했다.
그 아이는 자기가 먼저 손댔다고 했다.
서로 밀쳤다.
결국 곡물을 바닥에 쏟았다.
어머니가 와서 우리 둘 다 혼냈다.
나는 억울했다.
“내 거였어.”
어머니가 물었다.
“지금은?”
바닥에 흩어진 곡물을 봤다.
아무도 못 먹게 됐다.
그 장면도 남아 있다.
사소한 일.
그런 사소한 일들이 나중에 훨씬 큰 문제를 이해할 때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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