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5화 —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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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년 9월 17일.
D-0.
오전 4시 12분.
Daniel은 지하 시설의 작은 휴게실에서 눈을 떴다.
두 시간 정도 잔 것 같았다.
처음 한 일은 휴대전화를 보는 것.
Mina.
Evelyn.
Noah.
세 메시지 모두 어젯밤 답한 상태였다.
읽음.
답장.
Daniel은 화면을 몇 초 더 봤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
오전 5시.
IIRA 최종 궤도해.
NEXUS-46.
북대서양.
충돌시각 오차는 이제 초 단위까지 줄어 있었다.
위치 오차범위도.
해안보다 바다 쪽.
그건 FARSHIELD가 만든 마지막 작은 승리였다.
지구를 비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수천만 명이 직접 충격권에서 벗어날 가능성.
Daniel은 그 사실을 실패라고만 부를 수 없었다.
화면에는 FARSHIELD 상태.
MISSION COMPLETE
성공이란 뜻이 아니다.
더 할 수 있는 편향 임무가 없다는 뜻.
남은 편향체 없음.
새 발사체가 도달할 시간 없음.
추가 충격은 의미 있는 궤도변화를 만들 수 없음.
끝.
Daniel은 승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자동으로 상태가 바뀌었다.
프로그램은 사람 감정과 관계없이 종료됐다.
오전 7시.
IIRA 공개방송.
대피.
지하.
해안에서 멀리.
전력절약.
통신 최소화.
정부별 지시.
누구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끝났다”고도.
현재 할 수 있는 것.
그것만.
오전 8시 40분.
Ethan이 관제실에 들어왔다.
넥타이 없음.
커피 두 잔.
“마지막 날에도 이거 마셔?”
Daniel이 받았다.
“당신이 가져왔잖아요.”
“습관.”
둘은 한동안 화면을 봤다.
Ethan이 말했다.
“시장 아직 열렸어.”
Daniel이 웃었다.
“미쳤네요.”
“사람들이 뭐라도 하려는 거지.”
“당신도?”
“난 여기 왔잖아.”
잠깐.
Ethan이 물었다.
“끝나면 점심.”
Daniel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몇 초 걸렸다.
어젯밤 메시지.
시장이 열리면 Daniel이 점심 산다고.
“비싼 걸로.”
Daniel이 말했다.
Ethan이 웃었다.
“기억하네.”
그 짧은 약속이 너무 평범해서 Daniel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전 9시.
Mina가 왔다.
의료복.
머리는 대충 묶여 있었다.
“쉬어야 하는데.”
Daniel이 말했다.
Mina가 웃었다.
“당신이 그 말 해?”
“이젠 할 수 있어.”
“늦었네.”
Daniel도 웃었다.
둘은 복도 끝 작은 휴게공간으로 갔다.
커피.
이번에는 아무 화면도 안 봤다.
Mina가 물었다.
“Evelyn?”
“통화했어.”
“Noah?”
“응.”
“둘 다?”
“응.”
Mina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다 읽었어?”
Daniel은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마지막 순간의 읽지 않은 메시지 세 개.
그녀는 그 기억을 모른다.
그래도 Daniel은 답했다.
“다 읽었어.”
“잘했네.”
Daniel은 갑자기 울었다.
Mina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
몇 분 뒤 Daniel이 말했다.
“여기 있어도 돼.”
Mina는 그를 봤다.
“의료센터 가야 해.”
“다른 사람도 있어.”
말이 나왔다.
이기적인 말.
Daniel은 알고 있었다.
Mina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다른 사람 중 하나야.”
Daniel은 눈을 감았다.
평생 배운 것.
사람은 Daniel의 계획 속 자산이 아니다.
아내도.
아이도.
동료도.
“알아.”
그는 손을 놓았다.
Mina가 일어났다.
“저녁에 봐.”
오늘 저녁.
가능할까.
Daniel은 대답했다.
“응.”
거짓말인지 희망인지 몰랐다.
Mina가 복도를 걸어갔다.
Daniel은 따라가지 않았다.
오전 11시 20분.
Evelyn의 궤도 ARK 노드가 독립모드로 전환됐다.
영상통화.
지연.
배경에는 작은 폐쇄환경 시설.
식물 모듈.
장비.
사람들.
“아빠.”
“상태 괜찮아?”
Evelyn이 웃었다.
“또 체크리스트.”
Daniel도 웃었다.
“미안.”
“우린 괜찮아.”
“무섭지?”
잠깐.
“무서워.”
정직.
Daniel이 말했다.
“나도.”
Evelyn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엄마?”
“의료센터.”
“Noah?”
“전력 SHELTER.”
“연락했어.”
“응.”
Daniel은 할 말이 많았다.
미안하다.
고맙다.
너를 사랑한다.
네가 태어난 날.
첫 걸음.
RD 앞의 귀마개.
연구실.
모든 것.
결국 한 문장.
“사랑한다.”
Evelyn이 말했다.
“나도.”
연결 종료.
Daniel은 한동안 화면을 꺼뜨리지 못했다.
오후 1시 03분.
Noah의 음성통화.
소음.
전력시설.
“아빠.”
“거기 들어갔어?”
“응. 지역망 독립모드 준비 중.”
“잘했어.”
“아빠.”
“응.”
“우리가 실패한 거야?”
Daniel은 숨을 들이마셨다.
어떤 답도 쉬웠다.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
아직 끝 아니다.
그런데 Noah는 아이가 아니다.
25살.
자기 일을 하는 사람.
“일부는.”
Daniel이 말했다.
“막지는 못했어.”
Noah가 조용했다.
“근데 많이 바꿨어.”
“알아.”
Daniel이 말했다.
“미안하다.”
“왜 아빠가.”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Noah가 짧게 웃었다.
“항상 그렇지 않아?”
Daniel은 입을 닫았다.
아들이 자기보다 더 단순하게 진실을 말했다.
“사랑한다.”
“나도.”
통화 종료.
오후 2시.
Nightglass 최종 추적.
Yelena가 화면에 들어왔다.
“마지막 광학 세트.”
데이터.
“비중력항은?”
“이제 의미 없습니다.”
너무 가까움.
NEXUS가 자기 방식대로 온다.
Daniel이 말했다.
“끝까지 기록해.”
Yelena가 대답했다.
“그럴 겁니다.”
“당신 덕분에 찾았습니다.”
Yelena가 잠깐 멈췄다.
“여러 사람이 찾았습니다.”
그 사람다운 답.
“그래도.”
Daniel이 말했다.
“고마워요.”
Yelena는 이상하게 봤다.
“지금 작별인사 하지 마세요.”
Daniel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오후 3시 12분.
ARK.
7개 주요 노드 중 7개 연결.
SHELTER.
지역별 편차.
일부 이미 봉쇄.
일부 과밀.
일부 전력문제.
Cole이 말했다.
“ARK 독립모드 전환.”
“식량.”
“계획범위.”
“수리부품.”
“취약.”
“사람.”
숫자.
너무 적다.
Daniel은 더 이상 ‘적다’고 말하지 않았다.
현재 있는 것.
그걸 살린다.
Whitaker는 국제 권한 위임 상태를 확인했다.
Helioxen 중앙이 끊겨도 지역노드들이 자기 권한으로 운영.
2045년 Common Root 훈련에서 만든 것.
늦었지만.
있다.
오후 3시 41분.
최종 충돌예측.
북대서양.
Daniel은 지도를 봤다.
현재 지하시설은 직접 충격권 밖.
그러나 해일도.
대기충격도.
지반파도.
2차 인프라 붕괴도 있다.
누구도 안전을 약속하지 않았다.
오후 3시 58분.
IIRA 관제실에서 불필요한 화면이 하나씩 꺼졌다.
이미 결정 끝난 시스템.
끝난 시뮬레이션.
시장.
뉴스.
남은 건: NEXUS. 생존노드. 통신. 전력. 시간.
오후 4시 02분 49초.
Daniel 휴대전화.
Mina에게 메시지를 썼다.
사랑해.
이미 어젯밤 보낸 말.
그래도 다시.
전송.
Evelyn.
사랑한다.
Noah.
사랑한다.
둘 다 전송.
NEXUS 대기권 진입.
직접 영상은 몇 초 뒤부터 의미가 없어졌다.
일부 위성이 포화.
센서 손실.
화면 중앙.
T-00:00:11
Daniel의 손이 멈췄다.
11초.
기억 속 다른 통제실.
다른 실패.
이번에는 화면 옆에 생존노드가 있었다.
ARK 7.
SHELTER 수천.
전력.
통신.
사람.
Daniel은 속으로 말했다.
이번 세계는 충돌한다고 바로 끝나지 않는다.
9.
8.
7.
누군가 울었다.
누군가는 계속 키보드를 두드렸다.
5.
Daniel은 Mina 메시지창을 봤다.
4.
읽음 표시 없음.
3.
2.
1.
IMPACT
화면이 흰색.
몇 초.
검정.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다음 아주 낮은 진동.
바닥이 천천히 움직였다.
“구조상태.”
관제실 책임자.
“정상 범위.”
“전력.”
“주계통 상실. 비상 전환.”
“ARK.”
“5개 확인. 2개 지연.”
“SHELTER.”
“지역망 61퍼센트 응답.”
또 61.
Daniel은 숫자에서 눈을 뗐다.
세계는 아직 움직였다.
이게 기억 속 마지막과 달랐다.
충돌했다고 바로 끝나지 않는다.
시스템들이 살아 있었다.
사람들도.
Daniel은 잠깐 희망을 느꼈다.
버틸 수 있다.
그때 두 번째 지반파가 도착했다.
조명이 흔들렸다.
천장 먼지.
상부 전력노드 손실.
외부 냉각망 일부 중단.
지역 화재.
통신.
여러 문제가 동시에.
“의료센터.”
Daniel이 말했다.
“연결 안 됩니다.”
“Mina 쪽 로컬망.”
“없습니다.”
Daniel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문.
안전팀이 막았다.
“구역 격리입니다.”
“내 아내가 저기 있어.”
CEO도.
IIRA도.
아무 의미 없다.
그냥 남편.
“열어.”
“상부 통로 상태 확인 전 안 됩니다.”
Daniel은 문을 쳤다.
그때 Noah 메시지.
지연전송.
지역 전력 독립모드 들어감. 여기 괜찮아.
Daniel이 즉시 답했다.
잘했어. 거기 있어. 사랑한다.
전송 대기.
Evelyn ARK 노드 3.
Green.
살아 있다.
적어도 지금.
Daniel의 눈에 눈물이 찼다.
세 번째 충격.
이번에는 훨씬 컸다.
천장 균열.
비상등 일부 꺼짐.
사람들이 구조기둥 쪽으로 이동.
Daniel은 문을 다시 봤다.
Mina.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메시지.
나도 사랑해.
시간.
지금.
Daniel은 숨이 멎었다.
살아 있다.
보낸 순간에는.
Daniel이 답했다.
나도. 기다려.
전송.
처음엔 대기.
그 다음 작은 체크.
보냈다.
Daniel은 화면을 붙잡고 있었다.
네 번째 진동.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
누군가 소리쳤다.
“천장!”
Daniel이 고개를 들었다.
Evelyn이 아기였을 때 잡지 않았던 자기 손가락.
Noah가 블록을 다시 쌓던 장면.
Mina와 아무 일정 없이 걷던 오후.
Reyes가 웃던 얼굴.
Ethan의 말.
시간 있어.
모든 게 한순간.
빛.
충격.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
알람 소리.
Daniel은 눈을 떴다.
천장.
하얀색.
낮다.
균열 없음.
창문.
아침빛.
책상.
오래된 노트북.
2006년형 휴대전화.
Daniel은 숨을 들이마셨다.
폐가 멀쩡했다.
손.
젊다.
거울.
스물네 살.
아래층에서 접시 소리.
로라의 목소리.
토머스.
Daniel은 움직이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켰다.
날짜.
2006년 9월 17일
노트북을 열었다.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썼다.
D-14,610
Daniel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입술이 움직였다.
“…아니.”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