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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15화 — 일정이 없는 오후

14,610일 · 115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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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토요일 오후 비어요?

Daniel은 화면을 한동안 봤다.

업무 얘기 없음.

Response Grid 회의도 없음.

그는 캘린더를 열었다.

RD-2 정비 리뷰.

오전.

오후에는 두 개의 ‘보호시간’.

장기전략.

원래라면 일.

Daniel은 몇 초 생각했다.

그리고 답했다.

네. 저도 비워둘 수 있어요.

‘비워둘 수 있다.’

보내고 나서 표현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Mina가 답했다.

그럼 그냥 만나죠. 일정표 없이.

Daniel은 웃었다.

토요일.

둘은 작은 해안공원 근처에서 만났다.

Mina가 물었다.

“뭐 할까요?”

Daniel은 자동으로 대답하려 했다.

산책.

커피.

저녁.

시간.

순서.

멈췄다.

“모르겠습니다.”

Mina가 웃었다.

“좋네요.”

“뭐가.”

“계획 없는 답.”

둘은 그냥 걸었다.

Daniel은 처음 20분 동안 이상하게 불안했다.

휴대전화 확인.

업무.

Mina가 말했다.

“봐도 돼요.”

“뭘요?”

“전화.”

“안 봅니다.”

“참는 표정인데.”

Daniel이 웃었다.

“Level 3 아니면 안 옵니다.”

“회사 전체가요?”

“거의.”

“대표 안 불러도 돌아가요?”

Daniel이 잠깐 생각했다.

“요즘은.”

“기분 어때요?”

“좋고.”

잠시.

“조금 서운하고.”

Mina가 웃었다.

“솔직하네요.”

산책 중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Daniel은 하늘을 봤다.

연.

구름.

그 위 훨씬 높은 곳.

RD-2가 며칠 전 24.6킬로미터까지 갔다.

그보다 훨씬 멀리.

NEXUS가 언젠가 온다.

Mina가 말했다.

“또 갔죠?”

“어디.”

“미래.”

Daniel은 웃었다.

“표정 그렇게 뻔합니까?”

“이제 좀 알아요.”

둘은 벤치에 앉았다.

Mina가 물었다.

“로켓 잘 됐다면서요.”

Daniel이 그녀를 봤다.

“뉴스 봤습니까?”

“병원 사람들도 봤어요.”

“한 번 날았습니다.”

“또 그 말.”

“뭐가.”

“성공했다고 안 하고.”

Daniel은 잠깐 생각했다.

“한 번이라서.”

Mina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도 한 케이스로 결론 못 내죠.”

“그래서 두 번째까지.”

“그다음은 세 번째?”

“아마.”

“끝 없겠네.”

Daniel이 웃었다.

“네.”

잠시 침묵.

편했다.

전에는 침묵이 생기면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이제는 덜했다.

점심.

둘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Daniel이 리뷰를 검색하려 하자 Mina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게 했다.

“그냥 들어왔잖아요.”

“맛없으면.”

“한 끼 실패.”

Daniel은 웃었다.

“실패기록 남깁니까?”

“대표님 회사는 남길 것 같은데.”

음식은 평범했다.

나쁘지 않았다.

대화는 일 얘기에서 멀어졌다.

Mina는 레지던시 진로 고민을 말했다.

응급의학.

재난의학.

시스템 연구.

모두 하고 싶다.

Daniel이 물었다.

“하나 골라야 하지 않습니까?”

“왜요?”

“시간.”

Mina가 그를 봤다.

“대표님답네요.”

“틀렸습니까?”

“아니요.”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근데 지금 하나 고르면 나중에 바꿀 수 있잖아요.”

Daniel에게는 여전히 낯선 사고.

자기 길은 바꾸면 안 된다.

2046.

고정점.

Mina는 현재의 선택을 영구계약처럼 보지 않는다.

“실패하면?”

Daniel이 물었다.

“다른 거 하죠.”

너무 간단.

Daniel이 웃었다.

“그게 됩니까?”

“보통 사람은 그래요.”

“저도 보통 사람입니다.”

Mina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봤다.

Daniel이 먼저 웃었다.

“알겠습니다.”

오후에는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Mina는 책을 골랐다.

Daniel은 과학·공학 코너로 갔다.

Mina가 찾아와 말했다.

“오늘도 일?”

“책입니다.”

“제목 봐요.”

우주추진.

Daniel이 책을 내려놨다.

소설 한 권을 집었다.

표지를 봤다.

“이건 뭔데요?”

“몰라요.”

“그럼 왜.”

“오늘은 모르는 걸로.”

Mina가 웃었다.

Daniel도.

그는 결국 그 소설을 샀다.

읽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샀다.

저녁 전 Mina가 말했다.

“오늘 어땠어요?”

Daniel이 대답했다.

“좋았습니다.”

“뭐가 제일?”

Daniel은 생각했다.

아무 성과 없음.

계약 없음.

로켓 없음.

데이터 없음.

“잘 모르겠어요.”

Mina가 웃었다.

“그게 제일 좋은 답일 수도.”

둘은 헤어졌다.

Daniel은 차에 타서 캘린더를 열었다.

오후 일정.

비어 있음.

예전 같으면 낭비처럼 보였을 공간.

이번엔 아니었다.

그는 그 시간을 채우지 않았다.

그냥 지나간 오후로 뒀다.

집에 와서 산 소설을 책상 위에 올렸다.

PROJECT 2046 옆.

둘은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Daniel은 그대로 뒀다.

서점에서 산 소설은 예상보다 Daniel을 오래 붙잡았다.

그날 밤 열 페이지.

다음날 다섯.

출장 비슷한 이동 중 조금.

예전 같으면 기술보고서를 봤을 시간.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다.

이 시간에 RD-2 자료 하나를 더 볼 수 있다.

재료 데이터.

시장.

Nightglass.

Daniel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Mina가 말한 것.

오늘 하루도 인생.

이걸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또 프로젝트가 된다.

그래서 그냥 읽었다.

며칠 뒤 이선이 Daniel 책상에서 소설을 발견했다.

“너 이런 것도 읽냐?”

“요즘.”

“무슨 일 있어?”

“없습니다.”

“더 무섭네.”

Daniel이 웃었다.

이선은 책 표지를 보고 말했다.

“재밌어?”

“생각보다.”

“그럼 됐지.”

Daniel은 그 단순한 평가가 마음에 들었다.

유용한가.

미래에 도움 되는가.

생산성이 있는가.

그런 질문 없음.

재밌으면 된다.

토요일 오후 Mina와 걸으면서 Daniel은 휴대전화 진동을 두 번 느꼈다.

회사 메시지.

보지 않았다.

세 번째.

Level 3이 아니었다.

Mina가 물었다.

“진짜 안 보네요.”

“규칙.”

“본인이 만든?”

“팀이 만든 걸 제가 따릅니다.”

“그게 더 신기하네요.”

Daniel이 웃었다.

산책 중 작은 아이가 연을 놓쳤다.

줄이 나뭇가지에 걸렸다.

Daniel이 반사적으로 구조를 봤다.

높이.

가지.

바람.

어떻게 빼지.

Mina가 그냥 관리직원에게 말했다.

몇 분 뒤 긴 막대.

연 회수.

Daniel이 말했다.

“제가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왜요?”

“더 빨리.”

Mina가 웃었다.

“모든 문제 직접 해결 안 하기로 했다면서요.”

정곡.

Daniel도 웃었다.

회사 밖에서도 같은 습관.

자기가 해결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미 역할과 사람이 있다.

연 하나도.

회사도.

병원도.

오후가 끝날 무렵 Mina가 물었다.

“다음엔 제가 일정 정할까요?”

Daniel이 말했다.

“오늘 일정 없었다면서요.”

“그래도 대충은 있었죠.”

“그럼 다음엔 제가.”

Mina가 의심스러운 얼굴.

“분 단위?”

“아닙니다.”

“30분 단위?”

Daniel이 웃었다.

“장소만.”

“합격.”

이번에는 ‘임시’가 없었다.

Daniel은 그게 괜히 기분 좋았다.

둘은 아직 무엇이라고 부를 관계가 아니었다.

친구.

프로젝트 동료.

조금 더 자주 만나는 사람.

Daniel은 이름 붙이지 않았다.

이전 같으면 미래역할을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그냥 현재의 Mina Han을 보려고 했다.

그게 훨씬 어려우면서도,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었다.

그날 Daniel이 산 소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계획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책이었다.

Daniel은 몇 장 읽다가 책을 덮고 웃었다.

Mina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주인공이 계속 계획을 망치네요.

답은 금방 왔다.

그래서 소설이죠.

Daniel:

비효율적입니다.

Mina:

그래서 사람 같고요.

Daniel은 그 문장을 보고 한동안 웃었다.

사람은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병원에서도.

자기 자신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미래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실제 사람과 같이 미래를 만드는 조건일 수도 있다.

그는 책갈피를 끼웠다.

다 읽어야 한다는 목표도 만들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책을 더 자주 열게 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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