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3화 — 날기 전에 멈추는 사람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첫 비행체 조립이 시작되자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버와 공장도 중요했다.
하지만 로켓은 눈에 보였다.
탱크.
엔진.
착륙다리.
배관.
전장.
직원들이 MC-1 쪽을 지나가다 자꾸 멈춰봤다.
Daniel도.
Reyes가 말했다.
“구경 그만.”
“제 회사입니다.”
“그래서 더.”
첫 비행체는 궤도용 로켓이 아니었다.
작은 무인 수직이착륙 실증기.
내부 이름 `RD-1`.
Recovery Demonstrator 1.
목표도 제한적.
짧게 상승.
자세제어.
하강.
착륙.
Daniel은 더 높이 가고 싶었다.
Reyes는 낮게 잡았다.
“첫 비행은 데이터.”
“더 높이 가도 데이터 많습니다.”
“실패에너지부터 커집니다.”
Daniel은 입을 다물었다.
시험장.
도심에서 멀리.
규제기관 허가.
비행구역.
지상안전.
모든 게 느렸다.
Daniel이 가장 답답해한 건 비행허가였다.
“기술적으로 준비됐습니다.”
Reyes가 말했다.
“그게 허가 준비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서.
안전분석.
비상절차.
추적.
기상.
소방.
Daniel이 말했다.
“서류가 로켓보다 많네요.”
Reyes가 말했다.
“사고 나면 왜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Daniel은 그런 방식으로 배우고 싶지 않았다.
비행 예정일 6일 전.
통합시험.
문제.
착륙다리 한쪽 잠금센서가 간헐적으로 풀림으로 표시됐다.
실제 기계잠금은 정상.
센서 오류 가능성.
Daniel이 말했다.
“이중센서 있잖아요.”
한쪽 정상.
한쪽 불안정.
비행규칙상 불일치면 중단.
“교체.”
부품 납기 4일.
가능.
이틀 전.
새 센서 설치.
정상.
비행 전날.
기상예보.
바람이 기준 가까이.
Daniel은 물었다.
“기준 안이면 갑니까?”
Reyes가 말했다.
“예보는 기준 안.”
“그럼.”
“당일 봅니다.”
Daniel은 밤잠을 설쳤다.
D-Day 때문이 아니라 비행 하루.
이 감각도 오랜만이었다.
2046년의 발사 전날과 너무 달랐다.
그때는 실패하면 끝.
지금은 실패해도 다음 시험이 있다.
그 차이를 계속 자신에게 상기했다.
비행 당일.
오전.
바람.
허용범위.
팀은 준비.
Daniel은 관제실 뒤쪽.
Reyes는 운영 총괄.
비행안전 책임자가 별도.
카운트다운 20분 전.
비행안전 책임자가 말했다.
“Hold.”
Daniel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왜?”
Reyes가 대답하지 않았다.
Daniel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비행안전 책임자가 자기 채널에서 말했다.
“추적 레이더 간헐 손실.”
지상 추적장비 문제.
로켓은 멀쩡하다.
Daniel이 속으로 욕했다.
레이더.
지상장비.
비행체 밖의 문제.
15분.
점검.
케이블 접점.
재기동.
정상.
카운트다운 재개.
T-8분.
다시 Hold.
이번에는 바람.
순간 돌풍이 기준 초과.
Daniel은 창밖을 봤다.
하늘은 맑았다.
“이 정도로?”
그가 작게 말했다.
Reyes가 들었다.
“기준입니다.”
“순간이잖아요.”
“5분 안정 조건.”
Daniel은 시계를 봤다.
시간.
또.
5분.
10분.
바람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강해졌다.
비행창 종료까지 22분.
Daniel은 계산했다.
가능.
기준을 조금 조정하면.
비행체 여유도 있다.
제어 시뮬레이션도.
그때 비행안전 책임자가 말했다.
“Recommend scrub.”
Daniel의 몸이 굳었다.
Reyes가 즉시 답했다.
“Scrub.”
끝.
Daniel은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안 나왔다.
팀 화면에 `FLIGHT SCRUBBED`.
직원들 표정이 무거워졌다.
비행체는 그대로 서 있었다.
완벽히 멀쩡한 로켓.
날지 못했다.
Daniel이 Reyes에게 말했다.
“한 번도 안 날았는데.”
“맞습니다.”
“기준 여유 있었어요.”
“비행안전이 중단했습니다.”
“모델상—”
Reyes가 Daniel을 봤다.
“대표님.”
톤이 달라졌다.
“우리가 합의한 게 뭡니까?”
Daniel의 입이 닫혔다.
시험중단권.
대표도 못 뒤집는다.
Daniel은 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끝입니다.”
“네.”
말은 했지만 얼굴이 아니었다.
Reyes는 더 말하지 않았다.
팀은 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했다.
비행체를 회수.
데이터 저장.
비행 0초.
Daniel은 그날이 실패라고 느꼈다.
저녁 회의.
비행안전 책임자가 먼저 말했다.
“중단 기준 정상 적용.”
Reyes.
“운영팀도 정상.”
기술팀.
“비행체 이상 없음.”
Daniel은 듣다가 말했다.
“그러면 오늘 성과가 뭡니까?”
Reyes가 답했다.
“멈출 수 있었다는 것.”
Daniel이 그를 봤다.
“그게 성과?”
“네.”
“비행 안 했는데.”
“대표가 압박할 수 있는 첫 실제 상황에서 중단권이 작동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Reyes는 계속 말했다.
“정책문서에 써놓는 건 쉽습니다.”
“…”
“돈 쓰고, 팀 와 있고, 차량 준비됐고, 날씨만 애매할 때도 멈출 수 있어야 진짜 권한입니다.”
Daniel은 아무 대답도 못 했다.
자기가 바로 그 압박이었다.
“저 때문에?”
Reyes가 돌려 말하지 않았다.
“일부는요.”
Daniel은 의자에 기대었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더 중요했다.
그날 비행기록 첫 줄.
Flight: not attempted
Safety process: passed
Daniel은 그 문장을 오래 봤다.
비행체는 날지 못했다.
안전시스템은 처음으로 실제 작동했다.
다음 비행은 8일 뒤.
Daniel은 더 이상 일정 단축을 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첫 비행 취소 뒤 팀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엔지니어 한 명은 가족까지 시험장에 불렀다.
다른 사람은 며칠 동안 잠을 줄이며 준비했다.
외부 방문자도 있었다.
그래서 ‘날씨 때문에 취소’라는 말이 더 허무하게 느껴졌다.
Daniel은 팀 전체에게 말하려 했다.
“다음에 하면 됩니다.”
Reyes가 말렸다.
“지금은 그냥 실망하게 두세요.”
Daniel이 물었다.
“왜?”
“사람이 실망 안 하는 척까지 해야 합니까?”
Daniel은 멈췄다.
안전한 결정이 맞다고 해서 감정까지 좋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날 팀은 일찍 철수했다.
일부는 술집에 갔다.
일부는 집.
Daniel은 관제실에 조금 더 남았다.
비행안전 책임자가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Daniel이 말했다.
“오늘 결정 어려웠습니까?”
상대가 잠깐 생각했다.
“바람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대표님이 여기 있는 게 조금.”
Daniel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압박했습니까?”
“말은 안 하셨습니다.”
그게 더 아팠다.
표정.
몸짓.
시계 보는 행동.
최종결정권자 존재 자체가 압박.
38화 연구팀.
55화 회사.
또.
“다음부터 저는 관제실 밖에 있을까요?”
비행안전 책임자가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결정 전에 질문하지 마시면 됩니다.”
Daniel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
실행 가능.
다음 비행부터 안전 책임자가 go/no-go 결정할 때까지 Daniel은 질문 금지.
운영정보는 화면으로 본다.
말하지 않는다.
이 규칙은 작아 보였다.
효과는 컸다.
두 번째 비행일.
레이더 hold.
Daniel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 hold.
말하지 않았다.
안전팀이 독립적으로 판단.
Daniel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자기 책임 일부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93화의 scrub 리뷰에서는 비행하지 못한 비용도 계산했다.
시험장.
인력.
추진제 준비.
이동.
방문자.
실제 돈.
이선이 물었다.
“이 비용 보고 중단 기준 완화할 건 아니지?”
Daniel이 말했다.
“아뇨.”
“왜?”
“중단 비용을 모르면 안전한 척하기 쉽지만, 알아도 유지해야 진짜 기준이니까요.”
Reyes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취소.
예비일.
중복장비.
휴식.
검사.
모두 비용.
그걸 숨기지 않는다.
그래야 사업모델에도 반영할 수 있다.
Daniel은 재사용 발사체 경제성 모델에 처음으로 `scrub reserve`를 넣었다.
모든 비행이 예정대로 된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날씨.
장비.
사람.
중단.
현실적인 운영률.
수익성은 조금 나빠졌다.
Daniel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숫자가 더 진짜였다.
미래의 값싼 발사는 안전비용을 없애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반복과 표준화로 그 비용을 감당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 방향이 맞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