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1화 — 설계는 약속이고, 공정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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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nrich Vogel은 Daniel의 도면을 4분 보고 빨간 펜으로 세 군데를 그었다.
“이건 못 만듭니다.”
Daniel이 눈썹을 올렸다.
“왜요?”
“정확히는.”
Vogel이 도면을 돌렸다.
“만들 수는 있습니다.”
빨간 선 하나.
“한 개.”
두 번째.
“비싸게.”
세 번째.
“운 좋으면.”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Daniel은 도면을 다시 봤다.
Helioxen이 새로 설계한 계산서버용 냉각 매니폴드.
여러 랙에 냉각수를 분배하고, 센서와 밸브를 통합하는 모듈.
설계팀은 몇 주 동안 최적화했다.
압력손실.
유량.
열교환.
공간.
무게.
시뮬레이션 결과는 좋았다.
문제는 생산이었다.
초기 견적을 받은 세 업체 중 두 곳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고, 한 곳은 납기를 4개월 이상 제시했다.
그래서 Daniel은 제조전문가를 찾기 시작했다.
추천 끝에 만난 사람이 Heinrich Vogel.
독일 출신.
미국에서 십여 년 넘게 생산기술과 공정개선을 해온 사람.
큰 회사 임원도 아니었다.
스스로를 ‘process engineer’라고만 소개했다.
첫 인상은 무뚝뚝했다.
두 번째 인상도 그랬다.
“못 만든다는 게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Daniel이 말했다.
“네.”
Vogel은 다시 첫 번째 빨간 선을 가리켰다.
“이 공차.”
Daniel은 숫자를 봤다.
열해석상 유량분배를 맞추기 위해 잡은 치수.
“필요합니다.”
“왜요?”
Daniel이 설명했다.
압력.
유량.
편차.
Vogel이 계산자료를 봤다.
“여기.”
그는 특정 민감도 결과를 가리켰다.
“이 치수 오차가 두 배여도 성능차이는 0.8퍼센트.”
Daniel이 멈췄다.
“그래도 누적되면.”
“누적 공차 분석 했습니까?”
설계팀이 조용해졌다.
Daniel이 말했다.
“했습니다.”
Vogel이 자료를 받았다.
몇 분.
“최악조건만.”
“안전하게 잡은 겁니다.”
“공장은 최악조건만 만들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Vogel이 의자를 당겼다.
“공차는 한계가 아니라 분포입니다.”
치수가 완벽한 중앙에 몰리지 않는다.
기계.
공구.
온도.
작업자.
재료.
측정.
각각 조금씩 흔들린다.
설계는 허용범위를 정한다.
공정은 실제 분포를 만든다.
“당신들은 모든 부품이 최악방향으로 동시에 틀릴 가능성을 크게 잡았습니다.”
Vogel이 말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정밀한 가공을 요구했고.”
Daniel은 자료를 다시 봤다.
“그럼 통계적 공차?”
“그것부터.”
Vogel은 두 번째 빨간 선을 가리켰다.
밸브 결합부.
가공 후 용접.
“용접하고 이 치수 그대로 유지할 겁니까?”
Daniel이 말했다.
“지그로 잡으면.”
“얼마짜리 지그?”
Daniel은 답하지 못했다.
세 번째.
검사 위치.
“여기 측정 어떻게 합니까?”
설계팀 한 명이 말했다.
“3차원 측정기로.”
“조립 후에?”
침묵.
접근이 어려웠다.
Vogel이 도면을 접었다.
“설계할 수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Daniel은 그 문장을 들었다.
정확했다.
조금 기분 나쁠 정도로.
“그럼 어떻게 바꾸시겠습니까?”
Vogel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먼저 공장 봅시다.”
“왜요?”
“누가 만들지 모르는데 공정부터 어떻게 정합니까?”
Daniel은 잠깐 웃었다.
또 현재.
또 실제 능력.
그들은 예전에 Daniel이 투자했던 정밀가공 공장으로 갔다.
몇 년 전보다 좋아졌다.
설비 일부 교체.
작업자 교육.
디지털 작업기록.
그래도 세계 최첨단 공장은 아니었다.
Vogel은 사장과 인사한 뒤 말이 줄었다.
현장을 걸었다.
소리를 들었다.
기계를 만지지는 않았다.
작업자에게 물었다.
“이 장비 하루에 몇 번 셋업 바꿉니까?”
“보통 세 번.”
“실제는?”
“바쁘면 다섯.”
다른 곳.
“이 측정기는 누가 제일 잘 씁니까?”
작업자들이 한 사람을 가리켰다.
Vogel이 그 사람에게 물었다.
“누가 없을 때 합니까?”
대답이 잠깐 늦었다.
Daniel이 바로 알아챘다.
단일 장애점.
다음.
공구교체.
세척.
디버링.
검사.
Vogel은 설비보다 사이를 봤다.
Daniel이 처음 공장에 와서 배운 것과 비슷했다.
다만 훨씬 깊었다.
한 시간 뒤 Vogel이 말했다.
“여기서 만들 수 있습니다.”
Daniel의 표정이 밝아졌다.
“도면 그대로?”
“아니요.”
“그럼.”
“제품을 공장에 맞추고.”
Daniel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공장도 제품에 맞춥니다.”
“둘 다?”
“당연하죠.”
Vogel은 새 종이를 펼쳤다.
첫 번째.
공차 완화.
두 번째.
가공과 용접 순서 변경.
세 번째.
두 부품 통합 대신 분리.
네 번째.
측정 가능 위치로 기준면 이동.
다섯 번째.
소모공구 표준화.
여섯 번째.
최종 검사보다 공정 중 검사 확대.
Daniel이 말했다.
“부품 수가 늘어납니다.”
“조립은 조금 늘죠.”
“신뢰성은?”
“한 부품 불량으로 전체 폐기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압력손실.”
“계산해봅시다.”
Daniel은 바로 Elena 팀에 시뮬레이션을 요청하려 했다.
멈췄다.
연구팀 승인라인.
설계팀이 자체 계산할 수 있다.
“설계팀에서 검증하세요.”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Vogel이 Daniel을 잠깐 봤다.
“대표가 모든 계산도 합니까?”
“예전에는 더 많이 했습니다.”
“나쁜 습관.”
Daniel이 웃었다.
“많이 듣습니다.”
Vogel은 웃지 않았다.
“그럼 고치세요.”
첫 시뮬레이션.
성능차이.
1.4퍼센트.
제조견적.
기존 대비 37퍼센트 낮아졌다.
예상 납기.
절반 가까이.
Daniel은 결과를 봤다.
“이렇게 차이 납니까?”
Vogel이 말했다.
“당신은 부품을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공장 쪽을 가리켰다.
“우리는 만드는 방법을 설계한 겁니다.”
Daniel은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제품 설계.
공정 설계.
두 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하나는 무엇을 만들지 약속한다.
다른 하나는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날 Helioxen의 제조 검토 문서 첫 페이지에 새 문장이 들어갔다.
Design is a promise. Process is reality.
Vogel은 그 문장을 보고 말했다.
“조금 거창합니다.”
Daniel이 웃었다.
“마음에 안 듭니까?”
“뜻은 맞습니다.”
“그럼 됐네요.”
Vogel은 임시자문 계약에 서명했다.
3개월.
공정성 검증.
첫 양산파일럿.
Daniel은 계약서를 보며 물었다.
“정규합류는 생각 없습니까?”
“아직.”
“왜?”
“당신 회사가 제조를 진짜로 하려는지 모르니까.”
“도면 보셨잖아요.”
“도면은 누구나 그립니다.”
Vogel이 말했다.
“불량 난 날에도 공장에 남아있으면 그때 봅시다.”
Daniel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불량 난 날.
제조업의 진짜 면접은 그때 시작될 것 같았다.
공장 실사 뒤 Vogel은 Daniel에게 예상 밖의 질문을 했다.
“당신은 공장을 왜 원합니까?”
“제조능력.”
“그건 답이 아닙니다.”
Daniel이 웃었다.
“다들 요즘 제 답을 잘라먹네요.”
Vogel은 웃지 않았다.
“직접 소유하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만들 수 있으면 되는 겁니까?”
Daniel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첫 삶의 마지막 몇 년.
국가들이 생산시설을 확보하려고 경쟁했다.
발사체 공장.
원자로.
반도체.
복합재.
어떤 시설은 소유권보다 접근권이 중요했다.
어떤 건 직접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됐다.
“둘 다 경우에 따라.”
“좋습니다.”
Vogel이 말했다.
“그럼 구분부터 하세요.”
그는 종이에 세 줄을 그었다.
Must know how to make.
Must be able to make.
Must own.
Daniel은 그 차이를 봤다.
첫 번째는 지식.
두 번째는 접근 가능한 생산능력.
세 번째는 소유.
같은 게 아니다.
“이 매니폴드는?”
Vogel이 물었다.
Daniel이 말했다.
“만드는 법은 알아야 합니다.”
“직접 만들 수 있어야?”
“초기에는.”
“소유는?”
Daniel은 생각했다.
“필수 아닙니다.”
Vogel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공장부터 사지 마세요.”
또 Daniel의 습관을 정확히 찔렀다.
필요한 능력이 보이면 회사나 자산부터 소유하려 한다.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
그러나 소유는 관리책임까지 산다.
건물.
사람.
고객.
부채.
유지보수.
Daniel은 H-001 고객처럼 생각해봤다.
고객은 계산이 필요하지 서버를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Helioxen도 제조가 필요하지 모든 공장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
“그럼 공정지식은 내부에.”
“네.”
“생산은 파트너도.”
“네.”
“핵심은 우리가 직접 검증할 수 있고.”
Vogel이 처음으로 Daniel을 조금 긍정적으로 봤다.
“그 방향이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둘은 공장 회의실을 나왔다.
작업자가 Vogel에게 물었다.
“독일에서도 이런 공장 많이 보셨어요?”
“더 좋은 곳도, 더 나쁜 곳도.”
“뭐가 제일 다릅니까?”
Vogel이 잠깐 생각했다.
“좋은 공장은 기계가 아니라 문제를 숨기지 않습니다.”
Daniel이 그 말을 들었다.
“무슨 뜻입니까?”
“불량이 나오면 작업자를 혼내는 공장에서는 불량이 보고되지 않습니다.”
Vogel은 생산보드를 가리켰다.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건지, 말하면 손해라서 조용한 건지 구분해야 합니다.”
Daniel은 A1의 실패공개와 Negative Results Registry를 떠올렸다.
연구와 제조.
또 같은 철학.
실패를 숨기면 속도가 빨라 보인다.
실제로는 다음 단계에서 더 크게 터진다.
그날 Daniel은 Vogel에게 정규합류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3개월 동안 뭘 보실 겁니까?”
Vogel이 대답했다.
“당신이 불량 보고를 어떻게 받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아주.”
“기술보다?”
“기술은 고칠 수 있습니다.”
Vogel이 말했다.
“나쁜 문화는 훨씬 오래 걸립니다.”
Daniel은 그 말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2046년까지 필요한 건 공장 수백 개가 아니다.
문제를 빨리 드러내는 문화가 수백 곳에 퍼지는 것.
그런 관점은 미래기억에도 선명하게 없었다.
Vogel은 현재 세계가 새로 주는 답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