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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0화 — 현재 데이터

14,610일 · 80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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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a가 Helioxen에 들어온 지 반년쯤 됐을 때, 연구팀은 첫 공식 리뷰를 열었다.

회의실 벽에는 결과가 나란히 붙었다.

Compute Failure Model.

CR-1.

Negative Results Registry.

오픈 벤치마크.

공개논문.

고객 파일럿.

Daniel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들었다.

예전 같으면 중간에 열 번은 끼어들었을 것이다.

첫 발표.

작업 실패예측.

내부에서는 안정적으로 개선.

외부 워크로드에서도 초기보다 나아졌다.

완벽하지 않음.

두 번째.

CR-1.

고해상도 계산 수 50~70퍼센트 감소가 가능한 프로젝트가 일부 확인.

단, 신규영역에서는 불확실성 큼.

세 번째.

배터리 연구파일럿.

중복·저정보 실험 감소.

네 번째.

오픈 연구.

외부팀 세 곳이 벤치마크 사용.

한 곳은 Helioxen보다 더 좋은 방법 제출.

연구팀은 일부 아이디어를 재현 중.

Daniel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결과.

그리고 불편한 결과.

둘 다 있었다.

Elena가 마지막 슬라이드를 띄웠다.

제목:

Where We Were Wrong

Daniel이 피식 웃었다.

“꼭 마지막에 그걸 넣어야 합니까?”

“제일 중요합니다.”

목록.

1. 내부 데이터 성능을 일반화성능으로 착각.

2. 복잡한 모델이 단순모델보다 좋을 거라 가정.

3. 재료특성만 보고 공정조건을 과소평가.

4. 모델 상위후보만 실험하면 탐색공간이 좁아짐.

5. ‘정확도’ 하나로 운영가치를 표현할 수 없음.

Daniel은 2번을 오래 봤다.

자기 주장.

Elena가 화면을 넘겼다.

마지막 하나.

6. Daniel의 사전가정을 지나치게 강한 prior로 사용.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Daniel이 천천히 물었다.

“이건 뭡니까?”

Elena가 준비했다는 듯 말했다.

“대표님이 연구초기 방향을 제안할 때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거 아닙니까?”

“문제는 팀이 데이터보다 대표님 가정을 먼저 보는 순간이 있다는 겁니다.”

Daniel은 얼굴을 굳혔다.

“요즘 직접 지시 거의 안 합니다.”

“지시 말고.”

Elena는 연구회의 기록을 보여줬다.

Daniel이 한 질문.

‘이 변수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 뒤 팀 분석시간 증가.

다른 회의.

‘이런 비선형 관계가 있을 겁니다.’

그 뒤 관련모델 집중.

일부는 성과.

일부는 아니었다.

Elena가 말했다.

“대표님 질문 자체가 prior가 됩니다.”

Daniel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직급.

평판.

과거에 맞힌 방향들.

사람들은 Daniel의 질문을 그냥 질문으로 듣지 않는다.

38화에서도 배웠던 것.

아직 남아 있다.

“그럼 제가 연구회의에 안 들어오는 게 낫습니까?”

Daniel이 물었다.

Elena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손해죠.”

“그럼.”

“순서를 바꾸세요.”

Elena는 새 회의 규칙을 제안했다.

1. 데이터 리뷰 먼저.

2. 팀 가설 먼저.

3. 외부 반대가설.

4. 마지막에 Daniel 의견.

Daniel이 웃었다.

“대표는 항상 마지막.”

“요즘 잘하시잖아요.”

“사람들이 다 절 마지막으로 미네요.”

회의실에 웃음.

Daniel도 웃었다.

그런데 Elena는 마지막 문장을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뭡니까?”

“대표님 기억보다 데이터가 우선입니다.”

Daniel의 심장이 멎는 느낌.

회의실 누구도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기억’은 Daniel의 경험과 직관.

Elena도 그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

Daniel만 다른 의미를 들었다.

2046년.

40년.

첫 삶.

미래.

그 모든 기억보다 현재 데이터.

Daniel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Elena가 말했다.

“진짜로요?”

“네.”

“다음에 충돌하면요?”

“데이터를 봅니다.”

“대표님 경험하고 반대여도?”

Daniel은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이건 회사 연구 얘기다.

그런데 언젠가 더 큰 문제가 온다.

소행성의 위치.

궤도.

크기.

기술발전 속도.

정치.

자기 기억과 다른 현재.

그때 정말 현재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까?

미래를 직접 죽어본 기억보다?

Daniel은 한참 뒤 말했다.

“검증된 데이터라면.”

Elena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회의가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나갔다.

Daniel은 혼자 화면을 봤다.

`Where We Were Wrong`

파일을 닫지 않았다.

개인 노트를 열었다.

기억등급.

A.

B.

C.

D.

X.

처음 만들고 거의 쓰지 않았던 마지막 등급.

X — invalidated

현재까지 몇 개가 있었다.

기술주 시점.

일부 시장 타이밍.

특정 기술 도입연도.

작은 것들.

Daniel은 처음으로 X 항목을 별도 목록으로 정리했다.

왜 틀렸는가.

자기 행동 때문인가.

원래 기억이 부정확했나.

현재 세계가 달라졌나.

중요했다.

회귀가 시작된 순간부터 미래는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다.

자기가 바꾸면 바뀐다.

사람들이 다르게 움직이면 바뀐다.

미래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Elena는 과학회의에서 그걸 몸으로 느끼게 했다.

현재 데이터가 기억을 이기는 순간.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오후에는 CR-1 고객 리뷰가 있었다.

재료연구 스타트업.

후보선정시간 감소.

고비용 계산 감소.

실험수 감소.

한 연구자가 말했다.

“이젠 모델 없으면 불편합니다.”

Daniel이 물었다.

“왜?”

“답을 줘서가 아니라.”

그가 화면을 가리켰다.

“뭘 모르는지 빨리 보여줘서요.”

Daniel은 그 말을 좋아했다.

과학 연구보조 프로토타입의 첫 번째 성공.

만능 AI 아님.

자동과학자 아님.

실험을 대신하지 않는다.

연구자를 대신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을 줄인다.

실패를 먼저 본다.

불확실한 곳을 표시한다.

후보를 좁힌다.

이상한 결과를 다시 올린다.

좋은 질문을 만든다.

그 정도.

그런데 실제 연구시간은 줄었다.

고객이 돈을 냈다.

연구자들이 다시 썼다.

Daniel에게는 충분했다.

Helioxen은 CR-1을 독립제품으로 팔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계산서비스와 연구협업 안에 둔다.

더 많은 분야에서 검증.

더 많은 실패.

더 많은 현재 데이터.

그다음.

Daniel은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선이 물었다.

“제품화 안 해?”

“아직.”

“그 말이 이제 안 무섭네.”

Daniel이 웃었다.

“저도요.”

그날 밤 Advanced Compute Research Group 벽에 새 문장이 붙었다.

Elena가 쓴 글씨였다.

Data first. Memory second. Authority last.

Daniel은 가운데 단어를 오래 봤다.

Memory.

Elena에게는 경험.

Daniel에게는 전생.

아무도 그 차이를 몰랐다.

그런데 문장은 정확했다.

현재가 미래기억을 반박하면.

현재를 봐야 한다.

그걸 못 하면 2046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세계를 복제하게 될 것이다.

Daniel은 불을 끄고 연구실을 나왔다.

이번 10화 동안 Helioxen은 더 똑똑한 AI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더 중요한 걸 만들었다.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스템 안에 남기는 방법.

회의 뒤 Elena는 Daniel에게 개인적으로 물었다.

“대표님은 왜 그렇게 기억이라는 말을 자주 써요?”

Daniel의 심장이 굳었다.

“제가요?”

“오늘도 썼잖아요. Data first. Memory second.”

“경험이라는 뜻입니다.”

“알아요.”

Elena는 별 의심 없는 얼굴이었다.

“근데 보통은 intuition이라고 하지 않나요?”

Daniel이 웃었다.

“저는 기억이 강한 편이라서.”

진실.

어떤 면에서는.

Elena가 말했다.

“그게 장점이면서 위험하겠네요.”

“왜?”

“잘 기억하면 틀린 기억도 오래 들고 갈 수 있으니까.”

Daniel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lena는 이미 문을 향해 갔다.

“내일 봬요.”

“네.”

문이 닫혔다.

Daniel은 혼자 남았다.

틀린 기억도 오래 들고 간다.

회귀자의 가장 큰 위험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쉽게 말했다.

그날 Daniel은 오래된 개인노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2006.

금융위기.

스마트폰.

클라우드.

GPU.

AI.

배터리.

우주.

각 항목 옆에 현재 검증상태.

맞은 것.

시점이 달랐던 것.

자기가 개입해서 이미 달라진 것.

A1처럼 방향은 맞고 형태는 틀린 것.

그리고 아직 검증할 수 없는 것.

NEXUS.

가장 중요한 항목.

2046.09.17.

그 날짜 옆에는 여전히 A.

Daniel은 펜을 들었다.

잠깐 망설였다.

날짜 자체를 낮추지는 않았다.

자기 죽음보다 강한 기억은 없다.

대신 옆에 썼다.

Event memory: A

Current-world verification: none

두 문장을 분리했다.

이게 중요했다.

자기가 봤다는 것과 현재 세계에서 증명됐다는 것은 다르다.

Nightglass가 필요한 이유.

언젠가 데이터가 온다.

그때 기억과 다르면.

Daniel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

Elena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현재 데이터.

Daniel은 노트를 덮었다.

대답은 이미 정했다.

어려워도.

현재를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삶은 미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재연하는 일이 된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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