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0화 — 사람을 최적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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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네트워크 이사회는 파일럿 확대를 승인했다.
다섯 병원.
지역 구급대.
공중보건 연락망.
초기 1년.
조건이 붙었다.
시스템은 의사결정 보조.
임상 우선순위 자동결정 금지.
최종 이송권한은 현장 지휘체계.
모든 추천에 이유와 데이터 신선도 표시.
override 허용 및 기록.
정기 훈련.
실제 사고 후 외부검토.
대니얼은 계약서를 읽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이선이 물었다.
“제한 많은데?”
“그래서 좋습니다.”
“예전 같으면 기능 부족하다고 했을 텐데.”
“요즘 많이 배우잖아요.”
의료 시스템에는 이름이 필요했다.
마케팅팀이 여러 후보를 냈다.
Lifeline.
MedFlow.
RescueGrid.
대니얼은 전부 조금 과장처럼 느꼈다.
미나가 말했다.
“그냥 지역대응망이라고 하면 안 돼요?”
“상품명이 필요합니다.”
“왜?”
“다른 지역에 팔 수도 있으니까.”
미나가 웃었다.
“역시 회사 대표.”
최종적으로 너무 거창하지 않은 이름을 골랐다.
Response Grid.
설명 그대로.
지역 의료대응 정보를 하나의 운영화면에 모으는 시스템.
첫 배치일.
각 병원 상황실에 화면이 설치됐다.
구급대 디스패처.
응급실 연락관.
공중보건팀.
대니얼은 중앙 교육장에 있었다.
이번에는 직접 교육하지 않았다.
Helioxen 운영팀과 의료 네트워크가 같이 했다.
미나는 임상시나리오를 맡았다.
대니얼은 뒤에서 봤다.
시스템 추천.
사람 승인.
override.
데이터 stale 경고.
훈련에서 발견한 문제가 하나씩 기능으로 들어가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다.
그래도 실제로 쓸 수 있었다.
교육 중 한 간호사가 물었다.
“왜 시스템이 환자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안 정합니까?”
Helioxen 강사가 대답하려다 미나를 봤다.
미나가 말했다.
“그건 임상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AI 같은 걸 쓰면 더 정확할 수도 있지 않아요?”
2010년의 질문치고는 조금 앞섰다.
미나가 대니얼을 봤다.
대니얼이 대답했다.
“언젠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겁니다.”
잠깐 멈췄다.
“그래도 이 시스템의 목적은 사람을 최적화하는 게 아닙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자원을 최적화합니다.”
병상.
수술실.
혈액.
이송.
정보.
“의료진이 내린 임상판단을 더 잘 실행할 수 있게.”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니얼은 그 문장을 말하고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최적화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최적화한다.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늘린다.
이 원칙은 의료에만 쓰이지 않을 것이다.
첫 배치 후 한 달.
큰 사고는 없었다.
대신 작은 일들이 있었다.
병원 한 곳 CT 장애.
Response Grid 상태 반영.
다른 병원으로 일부 이송.
혈액 재고가 낮아진 병원.
미리 공유.
구급차 두 대 정비.
가용량 자동 수정.
별것 없어 보였다.
그래서 좋았다.
재난이 없어도 데이터와 절차가 익숙해졌다.
한 달 뒤 모의훈련.
첫 훈련보다 오류가 줄었다.
상태지연.
개선.
override 기록.
간단.
병원부하 편차.
더 낮음.
네트워크 책임자가 말했다.
“이제 시스템보다 절차가 바뀐 게 더 큰 것 같습니다.”
대니얼이 물었다.
“무슨 뜻?”
“예전에는 병원들이 자기 상황만 보고했습니다.”
그가 화면을 가리켰다.
“이제 다른 병원이 뭘 필요로 하는지도 봅니다.”
공유화면이 협업방식 자체를 바꿨다.
대니얼은 그 점이 가장 좋았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같은 상황을 보게 만들었다.
그 결과 협력이 쉬워졌다.
Mina는 프로젝트 공식 임상자문 역할을 맡게 됐다.
Helioxen 직원은 아니었다.
의료 네트워크 소속.
대니얼은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독립적인 사람이 필요했다.
회사 이해관계와 다른 관점.
미나가 계약조건을 확인하며 말했다.
“제가 시스템 싫다고 말해도 되는 거죠?”
“그게 역할입니다.”
“대표님한테도?”
“특히.”
미나가 웃었다.
“좋네요.”
대니얼이 말했다.
“저도 요즘 그런 사람 많이 모읍니다.”
“취미라면서요?”
대니얼이 그녀를 봤다.
“누가 그 얘기 했습니까?”
“공장 안전담당.”
“제 평판이 왜 이렇게 넓죠.”
둘이 웃었다.
프로젝트 리뷰 마지막.
Helioxen 연구팀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지금 모델은 대부분 규칙과 통계.
데이터가 쌓이면 병원 수요와 작업시간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기계학습.
대니얼의 시선이 달라졌다.
A1 때라면 바로 개발을 지시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물었다.
“현재 규칙보다 얼마나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까?”
연구팀이 말했다.
“모릅니다.”
“데이터는?”
“아직 적습니다.”
“임상결정을 건드립니까?”
“아니요. 자원수요 예측만.”
미나가 말했다.
“그 정도면 연구는 해볼 수 있겠네요.”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로만.”
연구책임자가 웃었다.
“제품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대니얼은 이번에는 정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현재 Helioxen 연구팀은 운영예측에는 강해지고 있었지만, 더 복잡한 과학·기계학습 연구를 이끌 전문가는 부족했다.
연구책임자가 말했다.
“사람을 한 명 찾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
“과학 계산하고 머신러닝 둘 다 보는 사람.”
대니얼은 관심을 보였다.
“후보 있습니까?”
“한 명.”
화면에 이름이 떴다.
Elena Park.
젊은 계산과학 연구자.
오픈 사이언스 성향.
모델 검증과 과학 데이터 분석을 같이 하는 사람.
대니얼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미래기억에도 특별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현재 세계가 데려오는 사람.
“만납시다.”
연구책임자가 말했다.
“대표님이요?”
대니얼은 잠깐 멈췄다.
60화의 병목.
“아뇨.”
그리고 고쳤다.
“연구팀이 먼저 만나세요. 서로 맞으면 그다음 제가.”
이선이 옆에서 웃었다.
“진짜 사람 됐네.”
“그 말 너무 자주 합니다.”
회의가 끝났다.
Response Grid 화면에는 평온한 지역지도가 떠 있었다.
병원 다섯 곳.
구급차.
자원상태.
아무 재난도 없었다.
대니얼은 그 평온한 화면을 좋아했다.
좋은 재난시스템의 최고의 하루는 아무 일도 없는 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을 때 준비한다.
그게 이번 10화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었다.
Response Grid 정식배치 한 달 후, 네트워크는 작은 지표판을 공개했다.
추천 사용횟수.
override 비율.
데이터 stale 경고.
병원별 상태갱신 지연.
훈련결과.
환자 생존률 같은 숫자는 없었다.
일부 언론은 아쉬워했다.
“효과를 어떻게 증명합니까?”
프로젝트 책임자가 말했다.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부터 증명합니다.”
대니얼은 그 태도가 좋았다.
과장하지 않는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한다.
Response Grid는 첫 달에 실제 대형재난을 만나지 않았다.
대신 작은 운영사건에서 반복 사용됐다.
병원 CT 점검.
ICU 일시 포화.
구급차 정비.
혈액재고 낮음.
매일 조금씩 데이터가 흐르고, 사람들이 화면에 익숙해졌다.
재난 때만 켜는 시스템이 아니라 평소에도 쓰는 시스템.
미나가 말했다.
“이게 더 좋아요.”
“왜?”
“재난 때 처음 쓰는 도구는 거의 못 써요.”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시가 훈련.
일상이 준비.
또 같은 원칙.
네트워크는 Helioxen에 두 번째 지역 도입 가능성을 문의했다.
아직 계약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데모를 보고 싶다고 했다.
영업팀이 흥분했다.
대니얼은 이번에는 바로 확대하지 않았다.
“현재 지역 운영 3개월 더 보고.”
이선이 놀랐다.
“왜?”
“지원체계가 아직 하나뿐입니다.”
“복제하면 되지.”
“그 복제가 쉬운지 확인해야죠.”
이선이 웃었다.
“내가 할 말을 네가 하네.”
“배웠습니다.”
Response Grid 팀은 배포 패키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병원 데이터사전.
권한체계.
교육.
훈련 시나리오.
보안.
override 정책.
소프트웨어만 복사해서는 안 된다.
운영방식까지 복제해야 한다.
대니얼은 이걸 ‘deployment kit’라고 불렀다.
미나는 한 항목을 추가했다.
Clinical governance
“이건 뭡니까?”
“누가 임상정책 결정하는지.”
“지역마다 다릅니까?”
“당연하죠.”
“그럼 표준화가—”
“안 됩니다.”
미나가 잘랐다.
대니얼이 웃었다.
“요즘 그 말 자주 듣네요.”
“좋은 거예요.”
기술은 표준화.
임상 거버넌스는 지역 책임.
둘의 경계를 패키지에 명시했다.
그 결과 제품은 조금 덜 ‘완성형’처럼 보였다.
대신 다른 지역이 자기 제도 안에서 쓸 수 있었다.
대니얼은 이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완성된 답을 수출하지 않는다.
현지가 자기 답을 만들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훗날 국제 행성방어에도 필요한 방식일지 모른다.
모든 나라가 같은 제도와 우선순위를 가질 수는 없다.
그래도 공통 인터페이스는 만들 수 있다.
그날 프로젝트 종료가 아니라 1단계 전환회의가 열렸다.
미나는 의료 네트워크의 공식 임상자문으로 계속 참여.
Helioxen 소속은 아니다.
대니얼이 계약서를 보며 말했다.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미나가 웃었다.
“대표님한테 반대하라고 돈 받는 자리?”
“네.”
“좋네요.”
“왜 그렇게 좋아합니까?”
“재밌잖아요.”
둘이 웃었다.
회의 후 대니얼은 연구책임자가 보낸 Elena Park 자료를 다시 열었다.
논문.
계산과학.
통계모델.
오픈 데이터.
특히 마음에 든 건 한 문장이었다.
A model that cannot show where it fails is not ready to advise anyone.
대니얼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Response Grid에서 막 배운 내용과 같았다.
“면접 잡혔습니까?”
연구책임자에게 물었다.
“다음 주.”
“저는?”
“2차에.”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라면 첫 면접부터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은 연구팀이 먼저 판단한다.
그 변화도 60화 이전과 달랐다.
Response Grid 화면은 평온했다.
그 위에는 `No active regional incident`.
대니얼은 그 문구를 봤다.
좋았다.
아무 일도 없는 날.
그날도 시스템은 상태를 확인하고, 사람들은 훈련하고, 데이터는 쌓인다.
미래를 준비한다고 현재를 멈출 필요는 없다.
현재를 잘 운영하는 것 자체가 준비가 될 수 있다.
대니얼은 이 생각을 PROJECT 2046에 적었다.
Preparedness should live inside ordinary life.
그리고 이번에는 바로 창을 닫았다.
오늘은 병원 시스템 프로젝트의 첫 단계가 끝난 날이었다.
그 정도만 생각하기로 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