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8화 — 아무도 영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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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의료 네트워크도 관심을 받았다.
기사 하나가 Helioxen 시스템을 언급했다.
제목은 대니얼이 싫어하는 종류였다.
‘AI형 시스템이 대형 사고 환자 분산’
대니얼은 기사를 읽자마자 홍보담당을 불렀다.
“AI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정정요청.”
“요청은 했습니다.”
“그리고 환자 분산도 시스템이 한 게 아니고.”
“네.”
홍보담당은 이미 공식문안을 준비했다.
파일럿 시스템은 병원 자원상황과 이송정보를 통합해 의료진과 디스패처에게 추천을 제공했습니다. 임상분류와 최종 이송결정은 현장 의료진 및 응급의료 지휘체계가 수행했습니다.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이선이 옆에서 말했다.
“좋은 홍보 놓치네.”
대니얼이 그를 봤다.
이선이 웃었다.
“농담.”
이번에는 정말 농담이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시스템을 크게 포장하자고 했다.
“재난의료 플랫폼.”
“AI 응급배치.”
“생명을 구하는 최적화.”
대니얼은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증명하지 못했다.
운영흐름 개선.
추천.
정보통합.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몇 명을 살렸다”는 문장은 말할 수 없다.
환자결과에는 너무 많은 요소가 있다.
대니얼은 첫 삶의 62퍼센트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말을 너무 빨리 붙였다.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의료 네트워크도 같은 입장이었다.
미나는 특히 강했다.
“환자 한 명 결과를 시스템 공으로 광고하면 저는 프로젝트에서 빠질 겁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대니얼이 말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해도 홍보팀은—”
“회사 원칙으로 넣겠습니다.”
홍보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 프로젝트 외부표현 기준.
1. 임상결정 주체 명시
2. 생존효과 추정 금지
3. 운영지표와 환자결과 분리
4. 제한사항 공개
5. 시스템 단독성과처럼 표현 금지
미나가 문서를 보고 말했다.
“이 정도면.”
대니얼이 웃었다.
“합격?”
“임시.”
“평생 임시겠네요.”
“의료에서 영구합격은 별로 없어요.”
그 말도 마음에 들었다.
검토과정에서는 실제 사고의 환자결과도 익명화된 통계로 들어왔다.
중증환자 여러 명.
수술.
ICU.
일부 장기치료.
대니얼은 화면을 조용히 봤다.
시스템 추천이 맞았던 사람.
의료진 override로 병원이 바뀐 사람.
하지만 결과를 비교해 누가 옳았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반사실.
다른 병원 갔으면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연구팀이 말했다.
“통계적으로 더 많은 사건이 필요합니다.”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건에서 영웅을 만들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정직했다.
대신 명확한 운영결과는 있었다.
병원 간 부하편차 감소.
정보공유 속도 개선.
추천 override 이유 기록.
상태지연 문제 발견.
자가내원 흐름 반영 필요.
이게 성과였다.
미나가 말했다.
“사실 재난은 잘되면 티가 안 나요.”
“왜요?”
“혼란이 덜 생기는 거니까.”
대니얼은 생각했다.
서버 운영과 같다.
잘되면 아무도 모른다.
전원이 안 끊기고.
데이터가 안 섞이고.
작업이 제때 끝난다.
영웅적 순간이 없다.
그래서 좋은 시스템일 수 있다.
그날 오후 프로젝트팀은 다음 목표를 정했다.
더 화려한 예측이 아니었다.
데이터 상태 유효성.
가족·자가내원 정보흐름.
override 기록 단순화.
병원별 실제 처리속도.
현실의 구멍을 메운다.
대니얼은 이런 일이 점점 좋아졌다.
예전에는 거대한 돌파구를 좋아했다.
이제는 작은 구멍을 막아 전체를 버티게 만드는 일도 같은 정도로 중요해 보였다.
퇴근 무렵, 미나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확인하다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당직이에요?”
대니얼이 물었다.
“밤은 아니고 늦게까지.”
“계속 이렇게 일합니까?”
“대표님이 물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대니얼이 웃었다.
“요즘 줄였습니다.”
“몇 시간 자요?”
대니얼이 대답하지 않았다.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의료진도 못 자잖아요.”
“그래서 그게 좋은 건 아니죠.”
또 반박하기 어려운 말.
미나는 가방을 들었다.
“다음 회의 때 봐요.”
“네.”
그녀는 먼저 나갔다.
대니얼은 잠깐 뒤에서 보다가 화면으로 돌아왔다.
어떤 특별한 음악도.
감정적 깨달음도 없었다.
그저 프로젝트 동료.
자기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가 오히려 좋았다.
사람을 미래의 역할로 미리 규정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그대로 본다.
대니얼은 아직 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해질지 몰랐다.
언론대응 기준을 만든 뒤 프로젝트팀은 가족 안내 페이지도 시험했다.
병원별 정보.
환자 이름을 공개하는 게 아니다.
대신:
- 현재 사고 대응 중인지
- 어디로 문의해야 하는지
- 일반 방문이 가능한지
- 자가내원을 자제해야 하는지
- 가족대기구역이 어디인지
간단한 정보.
미나는 말했다.
“이게 응급실 부하 많이 줄일 수 있어요.”
대니얼이 물었다.
“수치 있습니까?”
“지역마다 다르죠.”
“그럼 어떻게—”
말하다 멈췄다.
또 숫자부터 찾는다.
미나가 웃었다.
“그냥 해봐도 되는 것도 있어요.”
“검증은 해야죠.”
“네. 근데 가족한테 어디 전화할지 알려주는 건 실험적 치료가 아니잖아요.”
맞았다.
모든 개선에 완벽한 사전증거가 필요한 건 아니다.
위험이 낮고 되돌릴 수 있는 변화.
작게 시작하고 측정한다.
페이지를 만들었다.
다음 훈련에서 사용.
전화문의가 이전 훈련보다 줄었다.
가족 역할 참가자들이 병원입구에 몰리는 정도도 감소.
완벽한 비교는 아니었다.
그래도 방향은 좋아 보였다.
대니얼은 기뻤다.
컴퓨팅 자원을 한 대도 늘리지 않고 시스템 부하를 줄였다.
정보만으로.
그날 미나가 말했다.
“재난 때 사람들은 정보 없으면 최악을 상상해요.”
대니얼은 2046년의 마지막 방송을 떠올렸다.
가족과 함께 있으십시오.
창문에서 떨어지십시오.
끊긴 방송.
읽지 못한 메시지 세 개.
그 기억이 갑자기 너무 가까웠다.
그는 손에 쥔 휴대전화를 봤다.
마침 로라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저녁 먹을 거니?
예전 같으면 나중에 답했을 것이다.
회의 중.
바쁘다.
그런데 1화의 읽지 않은 메시지 세 개가 떠올랐다.
대니얼은 바로 답했다.
네. 8시 전에는 갈게요.
미나가 옆에서 봤다.
“좋은 소식?”
“엄마.”
“답 빨리 하네요.”
대니얼은 잠깐 웃었다.
“요즘은.”
그날 회의는 7시 20분에 끝났다.
대니얼은 남아서 데이터 보고서를 보고 싶었다.
노트북을 닫았다.
8시 전.
집에 도착했다.
로라는 별일 없었다.
토머스도.
셋이 평범하게 저녁을 먹었다.
대니얼은 그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전화 화면을 뒤집어 놓고 식사했다.
읽지 않은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 것.
거대한 문명계획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
그런데 2046년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 아무것도가 가장 아팠다.
가족안내 페이지에는 예상 못 한 효과도 있었다.
병원 직원들이 같은 문구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전화받는 사람마다 설명이 달랐던 이전과 달리, 어디로 문의해야 하는지,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모르는지 같은 기준으로 말할 수 있었다.
미나가 말했다.
“정보가 같으면 불안도 조금 줄어요.”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난에서 정보는 단순 공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인프라였다.
틀린 정보는 잘못된 이동을 만들고, 늦은 정보는 불필요한 혼란을 만든다.
정확한 정보가 빨리 흐르는 것.
그것도 병상이나 구급차처럼 실제 자원에 가까웠다.
그날 가족안내 페이지의 문구 하나도 바뀌었다.
`현재 안전합니다`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확인할 수 없는 안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신:
현재 확인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니얼은 그 문장이 더 차갑지만 더 정직하다고 생각했다.
재난에서 신뢰는 좋은 말을 많이 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나누는 데서 생긴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