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6화 — 실전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훈련이 끝난 지 19일째.
오전 7시 42분.
North Harbor 외곽 우회도로에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밤사이 내린 진눈깨비가 얼어붙었다.
통근버스 한 대.
승용차 여러 대.
화물차 두 대.
첫 신고는 단순 교통사고였다.
5분 뒤 신고가 늘었다.
차량 수십 대.
부상자 다수.
구급대가 지역 의료네트워크에 다중환자 사고 단계를 올렸다.
Helioxen 사무실의 의료 파일럿 화면에도 경보가 떴다.
대니얼은 그때 회사로 출근 중이었다.
전화.
운영담당.
“실제 사고입니다.”
“규모?”
“아직 불명. 네트워크에서 파일럿 활성화 요청했습니다.”
대니얼은 차를 세우지 않았다.
“경영팀 프로토콜대로.”
“대표님은?”
“갑니다.”
운영담당이 잠깐 조용했다.
“어디로요?”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예전 같으면 네트워크 통제실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60화 이후 규칙이 있었다.
자기가 필요하지 않은 현장에 가지 않는다.
“저한테 역할 있습니까?”
운영담당이 말했다.
“현재는 없습니다.”
대니얼은 손에 힘을 줬다.
“그럼 회사로 갑니다.”
전화를 끊었다.
이게 더 어려웠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사고는 커져 있었다.
확인된 부상자 31명.
현장 의료분류 진행 중.
중증환자 수는 계속 바뀌었다.
의료 파일럿은 실전에서 강제명령 권한이 없었다.
추천만 한다.
최종결정은 지역 디스패처와 의료진.
Helioxen 의료팀은 별도 상황실에서 시스템과 데이터만 봤다.
대니얼은 뒤쪽에 앉았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첫 환자 입력.
성인.
중증외상.
수술가능 병원 필요.
시스템 추천: North Harbor Central.
예상 이송 17분.
수술실 1.
ICU 3.
혈액 상태 양호.
디스패처 승인.
두 번째.
중증외상.
같은 병원은 추천 2순위로 내려갔다.
다른 병원.
승인.
세 번째.
흉부 손상 의심.
시스템 추천 병원 B.
현장 의료지휘가 변경했다.
병원 D.
이유: `thoracic surgeon confirmed on site`.
시스템에는 해당 정보가 없었다.
override 기록.
대니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훈련에서 본 장면.
이번에는 진짜 사람이 타고 있었다.
11분.
현장 부상자 38명으로 증가.
병원 A 응급실 수용능력 급락.
이유가 안 보였다.
대니얼이 물었다.
“왜?”
의료팀 개발자가 말했다.
“병원 입력.”
화면.
`ED surge capacity 9 → 4`
미나의 이름이 상황연락자 목록에 떠 있었다.
그녀는 병원 A 응급실 쪽에 있었다.
대니얼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전화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회사 대표가 개인적으로 연락하면 안 된다.
상황채널만 본다.
메모: `walk-in surge`.
사고현장에서 자가이동한 경증환자가 예상보다 빨리 병원 A로 몰렸다.
훈련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 문제.
이번에는 모델에 반영돼 있었다.
A 추천이 자동으로 줄었다.
중증환자 둘이 B와 D로 분산.
대니얼은 처음으로 시스템이 실전에서 과거 훈련의 교훈을 쓰는 걸 봤다.
20분.
도로문제.
현장 구급대가 입력했다.
`East connector blocked`.
시스템 경로 변경.
예상 이송시간 업데이트.
한 구급차가 이미 기존 경로로 출발한 뒤였다.
디스패처가 무전으로 우회.
도착 예상 6분 증가.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6분.
숫자가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의료팀은 침착했다.
대체 병원으로 바꾸면 더 늦다.
현재 목적지 유지.
30분.
중증환자 9명.
중등도 17.
경증 다수.
시스템은 병원별 과부하 경고를 냈다.
Central.
수술실 임계.
B.
CT 대기 상승.
D.
ICU 여유 적음.
미나가 있는 A는 자가내원 환자 때문에 응급실이 복잡했지만, 중증외상 경로는 여전히 일부 가능.
의료지휘가 환자 하나를 A로 보냈다.
시스템 추천은 C였다.
이유: `shorter transit`.
override 이유: `A trauma team pre-alerted`.
사람이 바꿨다.
대니얼은 변경 로그를 봤다.
좋았다.
불안하면서도 좋았다.
모델이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
그리고 그걸 사람에게 숨기지 않는 구조.
47분.
첫 번째 큰 오류가 났다.
병원 C CT 상태.
시스템: available.
실제: 장애.
병원 연락관이 전화로 정정했다.
데이터 연계가 갱신되지 않았다.
시스템은 직전 4분 동안 C를 두 번 추천했다.
한 건은 아직 현장.
즉시 변경.
다른 한 건은 이미 이송 중.
의료진은 환자 상태와 거리 비교 후 목적지 유지, 필요 영상은 다른 방식으로 우선대응하기로 했다.
대니얼의 손이 주먹처럼 굳었다.
훈련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상태지연.
고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스템연계 자체가 끊기면 유효시간 경고도 데이터가 마지막으로 정상이라고 믿는다.
“연계 heartbeat.”
개발자가 이미 말했다.
“추가하겠습니다.”
“지금은 건드리지 마세요.”
대니얼이 말했다.
자기 입에서 나온 말에 스스로 놀랐다.
실전 중 코드 변경 금지.
현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개선은 사후.
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 12분.
현장 추가 중증환자 없음.
병원 분산 안정.
구급차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장 붐빈 병원도 계획상 임계치 아래.
물론 시스템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의료지휘.
구급대.
병원팀.
교통통제.
수많은 사람이 움직였다.
시스템은 그중 한 도구였다.
오전 10시 18분.
파일럿 상황단계 종료.
Helioxen 상황실은 한동안 조용했다.
누군가 박수치지 않았다.
그럴 일이 아니었다.
실제 사람들이 다쳤다.
의료팀은 바로 로그를 저장했다.
대니얼이 말했다.
“환자 결과는?”
네트워크 책임자가 전화로 답했다.
“아직 모릅니다. 지금은 그걸 평가할 때가 아닙니다.”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운영지표와 환자결과를 섞지 않는다.
시스템은 이송흐름을 개선했을 수 있다.
누가 살았는지를 시스템 공으로 만들면 안 된다.
몇 시간 뒤 미나에게서 프로젝트 공식채널로 짧은 메시지가 왔다.
A 응급실 기준, 분산 추천 도움 됐습니다.
다만 현장 데이터보다 가족·자가내원 흐름이 훨씬 빨랐습니다. 리뷰 때 공유하겠습니다.
대니얼은 답했다.
확인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게 전부.
개인적인 문장은 넣지 않았다.
퇴근 무렵, 사고 부상자 중 다수가 안정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중증환자 일부는 수술.
상태는 각기 달랐다.
대니얼은 안도했다.
그러나 ‘우리가 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의료파일럿 운영보고서 첫 줄에 직접 썼다.
The system supported coordination. It did not make clinical decisions.
두 번째 줄.
Human overrides prevented multiple bad recommendations.
세 번째.
Data latency remains a safety risk.
성공보고서라기보다 제한사항 목록 같았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실전은 시스템이 잘한 걸 증명한 게 아니라, 무엇을 아직 믿으면 안 되는지를 훨씬 선명하게 보여줬다.
실전상황 중 가장 불편했던 순간은 시스템이 멈춘 때가 아니라, 아무 경고도 없는데 대니얼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병원 B의 예상대기시간이 갑자기 좋아졌다.
환자는 늘고 있는데.
대니얼이 개발자에게 물었다.
“왜 줄었습니까?”
“병원 입력상 수술실 하나 추가 오픈.”
“확인됐습니까?”
“시스템에는 들어왔습니다.”
대니얼은 바로 전화하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상황채널을 통해 병원 연락관이 이미 확인 중이었다.
2분 뒤.
실제 추가 수술실이 열린 게 맞았다.
대니얼은 안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기 습관을 봤다.
이상하면 바로 직접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운영체계에는 이미 담당자가 있었다.
자기 개입 없이도 검증됐다.
실전 중에는 이게 더 중요했다.
사람마다 역할을 지키는 것.
대표가 불안하다고 지휘라인을 건너뛰면 오히려 혼란을 만든다.
그날 대니얼은 처음으로 재난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역할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상황이 끝난 뒤 운영담당이 말했다.
“대표님 오늘 의외로 조용하셨네요.”
대니얼이 웃었다.
“칭찬입니까?”
“네.”
“요즘 그게 칭찬이군요.”
회사와 의료현장 모두, Daniel이 덜 말할수록 잘 돌아가는 순간이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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