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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61화 — 병상 243개

14,610일 · 61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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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구 네트워크의 첫 메일에는 숫자가 하나 있었다.

243

대니얼은 그 숫자를 한참 봤다.

`가용 병상 243개.`

지역 내 다섯 병원이 재난상황에서 동시에 쓸 수 있다고 보고한 수치였다.

요청사항은 단순해 보였다.

대형 사고나 폭풍, 화재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전체 시스템이 가장 빨리 버틸 수 있는가.

현재 방식은 전화.

무전.

상황판.

각 병원의 병상 수를 모아 구급차를 분산한다.

문제는 정보가 늦었다.

병상 20개가 있다고 보고한 병원이 30분 뒤에도 20개가 있는 건 아니다.

한쪽 응급실은 비고, 다른 쪽은 복도까지 환자가 찬다.

지역 의료연구 네트워크는 이 흐름을 계산으로 개선하고 싶어 했다.

Helioxen 경영팀은 파일럿을 제안했다.

대니얼은 마지막에 승인만 했다.

그게 60화에서 만든 새 방식이었다.

그런데 첫 실무회의에는 직접 갔다.

이선이 말했다.

“결국 가네.”

“재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중요합니다.”

“또 2046년?”

대니얼의 손이 잠깐 멈췄다.

“장기 인프라라는 뜻입니다.”

이선은 더 묻지 않았다.

회의 장소는 North Harbor Medical Research Network의 작은 교육센터였다.

가상의 지역 의료연구 협력체.

병원 다섯 곳.

구급대.

공중보건팀.

대학 연구자.

응급의료 담당자들이 같이 참여했다.

대니얼은 회의실 앞 화면을 봤다.

병원별 숫자.

응급실 병상.

중환자실.

수술실.

구급차.

대니얼의 머릿속에서 이미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요.

용량.

거리.

환자 중증도.

이송시간.

최적화.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 243이라는 숫자부터 버리세요.”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회의실 반대편.

짙은 청색 스크럽 위에 재킷을 걸친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대니얼은 얼굴보다 이름표를 먼저 봤다.

Mina Han, MD Candidate / Emergency Medicine Research Track

잠깐 기억이 돌아왔다.

응급실.

공장 작업자.

“환자가 아니라 공정 보러 오셨습니까?”

그리고 교육장에서 다시 만난 사람.

미나도 대니얼을 알아봤다.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공장 투자자.”

대니얼이 말했다.

“의사 아니라고 혼났던 사람입니다.”

회의실 몇 사람이 웃었다.

미나가 자리로 돌아오며 말했다.

“기억하시네요.”

“사과한 건 잘 기억합니다.”

“많이 하시나 봐요.”

“요즘 늘고 있습니다.”

짧은 대화.

그게 끝이었다.

프로젝트 책임자가 말했다.

“한 박사 말대로 243은 단순 병상 합계입니다.”

대니얼이 화면을 봤다.

“왜 버려야 합니까?”

미나가 먼저 대답했다.

“병상 있다고 환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인력?”

“그것도.”

그녀는 화면 앞으로 나왔다.

한 병원.

응급실 병상 18.

실제 즉시 사용 가능 7.

“왜 차이가 나죠?”

대니얼이 물었다.

“간호사 수.”

다른 병원.

병상 23.

실제 중증외상 수용 가능 4.

“수술실?”

“외상팀. 영상. 혈액. 마취. ICU.”

또 다른 병원.

병상은 남아 있지만 CT가 한 대 점검 중.

한 곳은 병상은 있는데 산소공급 포인트가 부족.

한 곳은 소아환자는 받을 수 있지만 중증화상은 어렵다.

미나가 말했다.

“침대 개수 세는 건 쉽죠.”

대니얼의 시선이 숫자표에서 멀어졌다.

“침대가 자원단위가 아니군요.”

“침대도 자원이에요.”

미나가 대답했다.

“다만 혼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거죠.”

대니얼은 웃었다.

공장의 기계와 같았다.

기계 하나 있다고 생산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

공구.

검사.

자재.

공정.

병원도 같다.

병상.

사람.

장비.

약.

혈액.

동선.

“그러면 실제 단위는 뭡니까?”

대니얼이 물었다.

미나가 잠깐 생각했다.

“환자를 끝까지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처리.”

미나가 눈썹을 올렸다.

대니얼은 바로 고쳤다.

“진료할 수 있는 능력.”

“그게 낫네요.”

회의실에서 또 작은 웃음.

대니얼은 노트에 적었다.

Bed ≠ capacity

그리고 그 아래.

Capability = bed + staff + equipment + supplies + pathway

회의가 진행될수록 변수는 늘었다.

구급차 위치.

도로.

교대시간.

혈액재고.

수술팀.

영상검사 대기.

환자 전원.

대니얼은 점점 신이 났다.

복잡하다.

그래서 계산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다 받을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병원 IT담당이 웃었다.

“무슨 데이터를요?”

“병상, 인력, 장비상태, 재고—”

“시스템이 다 다릅니다.”

첫 번째 병원.

전자시스템.

두 번째.

다른 시스템.

구급대.

별도.

혈액.

전화.

일부 병상은 수기로 갱신.

미나가 말했다.

“병원은 서버랙이 아니에요.”

대니얼이 그녀를 봤다.

“서버랙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병원보다?”

“그건 오늘부터 비교 안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미나도 웃었다.

첫 모델 범위가 결정됐다.

모든 걸 한 번에 하지 않는다.

재난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다섯 가지.

1. 응급실 즉시수용 가능량

2. 중환자 수용

3. 수술가능 여부

4. CT/영상 가용성

5. 구급차 이송시간

미나가 말했다.

“혈액도.”

네트워크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6. 핵심 혈액재고.

대니얼은 더 넣고 싶었다.

인공호흡기.

약품.

전문의.

병원 전력.

산소.

참았다.

40화 전의 자신이었다면 전부 넣었을 것이다.

“파일럿은 여섯 개로.”

대니얼이 말했다.

미나가 그를 봤다.

“생각보다 적네요.”

“요즘 배웠습니다.”

“뭘요?”

“처음부터 다 하려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의료도 똑같아요.”

회의가 끝난 뒤 대니얼은 자료를 정리했다.

미나가 지나가다가 화면을 봤다.

“벌써 모델 짜세요?”

“구조만.”

“환자는 변수로 뭐라고 쓰실 건데요?”

대니얼이 잠깐 생각했다.

“중증도.”

“누가 정하죠?”

“의료진.”

“모델이 바꾸면 안 됩니다.”

“왜요?”

미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건 계산문제가 아니니까요.”

“이송은 계산할 수 있죠.”

“네.”

“병원 분산도.”

“어느 정도.”

“그럼 경계가 어디입니까?”

미나는 잠깐 생각했다.

“모델은 ‘이 환자를 여기로 보내면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는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덧붙였다.

“‘이 환자가 다른 환자보다 살 가치가 높다’는 건 말하면 안 돼요.”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최적화 모델을 잘못 만들면 그 경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생존확률.

필요자원.

소요시간.

수학은 얼마든지 사람을 숫자로 줄일 수 있다.

2046년.

누구를 셸터에 넣을 것인가.

누구를 달로 보낼 것인가.

훨씬 더 잔인한 선택이 언젠가 올 수도 있다.

대니얼은 그 생각을 밀어냈다.

지금은 2010년.

지역 의료 파일럿.

“좋습니다.”

그가 말했다.

“임상 우선순위는 모델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은 괜찮네요.”

“시작만?”

“아직 만든 게 없잖아요.”

대니얼이 웃었다.

정확했다.

회의실 벽에는 여전히 `243`이 떠 있었다.

처음 왔을 때는 용량처럼 보였다.

이제는 숫자 하나가 얼마나 많은 현실을 숨기는지 보였다.

그날 PROJECT 2046에 새 문장을 적었다.

Capacity is not inventory. It is a functioning chain.

공장에서도.

서버에서도.

병원에서도.

같은 원칙이 계속 돌아왔다.

회의 중간에 병원 한 곳의 실제 예시가 나왔다.

화면에는 `ICU beds available: 6`.

대니얼이 물었다.

“그러면 중환자 여섯 명까지 바로 받을 수 있습니까?”

병원 연락관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낮이면 두 명 정도.”

“왜요?”

“간호 인력.”

“그럼 밤에는?”

“교대 따라 달라집니다.”

“주말은?”

“또 다르고요.”

대니얼은 숫자 옆에 시간축을 붙였다.

병상 6.

실제 즉시수용 2.

몇 시간 뒤 4.

다음 교대 3.

같은 시설이 시간에 따라 다른 능력을 가진다.

공장 설비와도 달랐다.

기계는 사람이 없으면 멈춘다.

병상도 마찬가지였다.

미나가 말했다.

“의료에서 ‘있다’는 말은 꽤 위험해요.”

“왜?”

“침대가 있고, 의사가 있고, 간호사가 있고, 필요한 장비가 있어야 실제로 가능한 거니까.”

대니얼은 화면에서 `available`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대신 썼다.

operationally available

IT담당이 웃었다.

“필드명이 길어지겠네요.”

“길어도 뜻이 맞는 게 낫습니다.”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동의.”

회의 끝 무렵에는 병상 하나를 늘리는 것보다 정보 하나를 정확히 정의하는 일이 더 먼저라는 결론이 났다.

대니얼은 조금 허탈했다.

컴퓨팅 회사가 첫 의료프로젝트에서 한 일.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단어 뜻부터 맞추는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조급하지 않았다.

잘못 정의한 숫자를 천 배 빨리 계산해봐야 천 배 빨리 틀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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