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0화 — 가장 비싼 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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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은 대니얼을 서버실로 불렀다.
“여기서 해야 합니까?”
“응.”
차가운 공기.
팬 소리.
랙 사이.
H-001 계열 서버와 A1 보드가 돌아가고 있었다.
대니얼이 말했다.
“무슨 문제죠?”
이선은 한 랙을 가리켰다.
“저거 처리량 얼마?”
대니얼이 대답했다.
“워크로드 따라 다릅니다.”
“큐 길어지면?”
“노드 늘리거나 분산.”
“한 노드에 모든 작업 보내면?”
“병목.”
“고장나면?”
“장애.”
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니얼은 점점 표정이 나빠졌다.
“무슨 말하려는지 압니다.”
“아니. 직접 말할게.”
이선은 서버 팬 소리를 뚫고 말했다.
“네가 지금 회사의 가장 비싼 서버야.”
대니얼이 잠깐 그를 봤다.
“칭찬입니까?”
“아니.”
이선은 웃지 않았다.
“병목이라고.”
예상했던 문장인데도 아팠다.
대니얼은 랙을 봤다.
“권한 계속 넘기고 있습니다.”
“결정은 넘겨.”
“그런데?”
“맥락은 안 넘겨.”
대니얼의 시선이 돌아왔다.
이선이 말했다.
“다들 네가 왜 그 결정을 중요하게 보는지 모르니까 애매한 건 전부 너한테 올려.”
“전략은 공유합니다.”
“PROJECT 2046까지?”
심장이 멎는 듯했다.
이선은 비밀을 모른다.
그냥 비유처럼 말했다.
“네 머릿속에 30년짜리 로드맵 있는 건 아는데, 직원들은 오늘 회사 계획만 알아.”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했다.
자기의 가장 중요한 맥락은 공유할 수 없다.
2046.
소행성.
회귀.
그렇다면 모든 판단을 완전히 분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이선이 말했다.
“또 ‘나만 아는 게 있어서’ 표정.”
대니얼이 굳었다.
“무슨 뜻입니까?”
“넌 가끔 진짜로 남들이 모르는 뭔가를 아는 사람처럼 행동해.”
침묵.
“그래도 회사는 네 머리를 읽을 수 없어.”
이선은 랙을 가리켰다.
“저 서버도 작업형식 안 맞으면 못 받아.”
“그래서?”
“네가 판단원칙을 인터페이스로 만들어.”
대니얼이 천천히 물었다.
“어떻게.”
“회사가 뭘 위해 존재하는지.”
“말했잖아요. 계산을—”
“그거 말고.”
이선이 잘랐다.
“무슨 결정을 중요하게 보고, 뭘 절대 하지 않고, 뭘 위해 돈 쓰고, 어떤 실패는 받아들이는지.”
대니얼은 조용해졌다.
규칙.
원칙.
게이트.
조금씩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이 생긴 뒤였다.
전체 의사결정체계는 아직 자기 경험과 직감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선이 말했다.
“너 대신 큰 결정할 사람 만들어.”
“기능 책임자들 있잖아요.”
“기능 말고 회사 전체 보는 사람.”
대니얼은 얼굴을 찌푸렸다.
“CEO를 또 뽑으라고요?”
“아니. 네가 CEO 해.”
“그럼.”
“경영팀.”
지금도 책임자 회의는 있었다.
하지만 최종 통합은 거의 대니얼.
이선은 그걸 바꾸자고 했다.
운영.
기술.
재무.
영업.
보안.
각 책임자가 자기 영역만이 아니라 회사 전체 의사결정에 참여.
큰 예외도 Daniel 한 명에게 오지 않는다.
경영팀에서 먼저 결론.
Daniel은 정말 전략적이거나 되돌리기 어려운 것만.
대니얼은 불편했다.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선이 서버랙을 두드렸다.
“지금 빠르냐?”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네가 아프면?”
대니얼은 바로 말했다.
“안 아프게 관리합니다.”
이선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그게 돼?”
“최대한.”
“차 사고 나면?”
“…”
“독감.”
“…”
“잠을 못 자서 판단 틀리면?”
이미 있었다.
이선은 말했다.
“회사에서 single point of failure 싫어한다며.”
대니얼은 눈을 감았다.
자기 자신.
가장 큰 단일 장애점.
PROJECT 2046도 마찬가지다.
소행성에 대해 아는 사람.
오직 자기.
그 사실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까지 자기에게 묶을 이유는 없다.
“좋습니다.”
대니얼이 말했다.
“뭐가.”
“경영팀.”
이선이 눈썹을 올렸다.
“이렇게 쉽게?”
“수학이 끝났잖아요.”
처리량보다 입력이 많다.
서버라면 고민도 안 한다.
사람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그 주부터 새로운 운영방식이 시작됐다.
월요일.
회사 전체 리스크와 자원.
수요일.
기술·제품 게이트.
금요일.
자본배분.
각 회의에 Daniel은 참석했다.
하지만 안건의 결론을 혼자 내리지 않았다.
첫 테스트는 대형고객 할인요청.
영업은 찬성.
재무는 반대.
운영은 조건부.
대니얼은 듣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중간에 답을 냈다.
이번에는 끝까지 기다렸다.
결론.
할인 대신 최소사용량 상향.
고객도 수용 가능.
대니얼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
“좋습니다.”
두 번째.
연구서버 추가구매.
연구는 찬성.
재무는 시기조정.
운영은 기존 유휴자원 활용 제안.
결론.
구매 3개월 유예.
그동안 활용률 측정.
대니얼은 사고 싶었다.
말하지 않았다.
세 번째.
유럽 고객 정책.
보안과 법무가 공동안.
대니얼 승인 불필요.
회의 종료.
대니얼은 시계를 봤다.
경영팀 체계가 시작된 첫 달, 대니얼은 일부러 한 회의를 빠졌다.
서비스 가격회의.
예전에는 절대 안 했을 선택.
회의 끝나고 결과만 받았다.
새 요금제.
장기고객 할인.
급행 한도.
대형고객 최소사용량.
대니얼은 문서를 읽었다.
자기가 있었다면 다르게 정했을 부분이 두 군데 보였다.
손이 펜으로 갔다.
멈췄다.
잘못인가?
아니.
다르다.
`Different is not wrong.`
34화에서 적은 문장이 돌아왔다.
그는 수정하지 않았다.
한 달 뒤 결과.
신규계약 증가.
마진도 기준 안.
대니얼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팀 결정도 충분히 좋았다.
그 경험이 중요했다.
경영팀이 Daniel의 복사본일 필요는 없다.
자기와 다른 판단을 하고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며칠 뒤 대니얼은 처음으로 사흘짜리 출장을 갔다.
고객미팅과 대학연구팀 방문.
예전 같으면 사무실에서 계속 전화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Level 3 외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첫날.
전화 없음.
둘째 날.
없음.
셋째 날.
없음.
돌아오자 회사는 멀쩡했다.
오히려 `Awaiting Mercer`는 4건에서 2건으로 줄어 있었다.
대니얼이 운영담당에게 물었다.
“제가 없는데 왜 줄었죠?”
“경영팀에서 처리했습니다.”
“둘은요?”
“진짜 대표님 결정.”
대니얼이 문서를 열었다.
하나는 큰 지분투자.
하나는 장기 연구방향.
맞았다.
이건 자기 일이었다.
처음으로 대기열이 ‘적어서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 ‘필요한 것만 남은 상태’처럼 보였다.
그날 이선과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선이 물었다.
“기분?”
“좋습니다.”
“진짜?”
“조금 무섭기도 하고.”
“왜?”
“회사에서 제가 덜 필요해지니까.”
이선이 웃었다.
“그게 성공이야.”
대니얼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언젠가는 제가 없어도 돌아가야겠죠.”
“당연하지.”
이선은 너무 쉽게 말했다.
대니얼에게는 그 문장이 다른 의미였다.
언젠가 2046년.
자기가 살아있을지 모른다.
행성방어는 한 사람에게 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배우는 이 감정적 어려움.
통제권을 내려놓는 불안.
그걸 지금 연습하는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이선이 물었다.
“그런데.”
“네.”
“2046년까진 왜 그렇게 일하려고 하냐?”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이선은 그냥 숫자를 던진 것이다.
회사 장기계획에서 대니얼이 자주 쓰는 연도.
“그때 뭐 있냐?”
대니얼은 짧게 웃었다.
“제가 정한 장기마감입니다.”
“그리고 끝나면?”
또 그 질문.
대니얼은 잠깐 창밖을 봤다.
“모르겠습니다.”
이선이 말했다.
“그 답은 아직 그대로네.”
“네.”
이번에는 부끄럽지 않았다.
모르는 건 모른다.
언젠가 답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Helioxen이 자기 없이 하루, 사흘, 언젠가는 훨씬 더 오래 움직이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게 다음 목표였다.
예전 같으면 자신이 며칠 동안 쥐고 있었을 안건들이 두 시간 만에 정리됐다.
물론 모든 결정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논리는 있었다.
데이터도.
책임자도.
일주일 뒤.
`Awaiting Mercer`
32건에서 11.
다음 주.
7.
세 번째 주.
4.
대니얼은 대기열을 보고 이상한 공허함을 느꼈다.
비서가 물었다.
“기분 안 좋으십니까?”
“아뇨.”
“표정이.”
대니얼이 웃었다.
“할 일이 줄어서 이상합니다.”
“대표님 할 일 많습니다.”
“뭐가요?”
그녀가 새 폴더를 건넸다.
장기전략.
3년 시설.
인재.
연구포트폴리오.
파트너십.
대니얼이 웃었다.
“이건 더 어렵네요.”
“그래서 대표님 거 아닙니까?”
맞았다.
작은 결정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큰 문제를 볼 시간이 생겼다.
그날 Advanced Compute Research Group 리뷰에 참석했다.
연구팀은 작업시간 예측오차를 12퍼센트까지 줄였다.
새 스케줄러 적용 후 서비스 평균대기시간이 추가로 9퍼센트 감소.
매출도 늘었다.
직원 수.
마흔여섯.
월 서비스 작업.
백 건을 훨씬 넘었다.
대형고객 장기계약 전환.
Helioxen 기술사업은 처음으로 연구비를 포함하고도 월 흑자에 가까워졌다.
A1 실패 10화 뒤.
회사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선이 말했다.
“성공했네.”
대니얼이 고개를 저었다.
“시작한 거죠.”
“또 그 말.”
둘이 웃었다.
그날 오후 새로운 문의가 하나 들어왔다.
연구기관도 제조업체도 아니었다.
지역 의료연구 네트워크.
대규모 재난대응 시 병상·의료물자·이송 흐름을 시뮬레이션하고 싶다는 요청.
현재 계산으로는 시나리오 하나 돌리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고 했다.
대니얼은 제안서를 읽었다.
의료.
물류.
재난.
몇 년 전 응급실에서 만난 이름이 아주 잠깐 떠올랐다.
Mina Han.
그는 바로 연락처를 찾지 않았다.
이건 사업 문의였다.
그녀와는 관계없는 일일 수 있다.
대신 경영팀에 제안서를 넘겼다.
“검토해주세요.”
예전 같으면 자기가 먼저 답했을 것이다.
두 시간 뒤.
운영.
가능.
영업.
유료 파일럿 제안.
연구.
흥미로운 스케줄링 문제.
재무.
작게 시작하면 가능.
대니얼은 마지막에 한 줄만 썼다.
Proceed.
보냈다.
팬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Helioxen은 움직였다.
이번에는 아무도 Daniel이 다음 지시를 내리기만 기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처음으로 두렵기보다 좋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