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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9화 — 대기열 43

14,610일 · 59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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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대니얼의 비서 역할을 하던 운영담당이 종이 한 장을 책상에 놓았다.

“이게 뭡니까?”

“대표님 대기열.”

대니얼이 웃었다.

“무슨 서버도 아니고.”

종이를 봤다.

웃음이 사라졌다.

43건.

“이게 다 제 겁니까?”

“현재 기준.”

대니얼은 항목을 읽었다.

대형고객 계약 예외.

연구예산 추가.

데이터센터 확장옵션.

유럽 고객 데이터정책.

보험.

채용.

옵션.

특허.

투자제안.

제휴.

서비스 가격예외.

A1 연구장비.

공장 추가투자.

투자회사와 Helioxen 간 자금계약.

43.

“왜 이렇게 쌓였죠?”

“회사 커졌으니까요.”

“권한 나눴잖아요.”

“나눴습니다.”

“그런데.”

운영담당이 조용히 말했다.

“예외가 많아졌습니다.”

맞았다.

규칙은 정했다.

회사가 커지자 규칙 밖 상황도 늘었다.

그리고 예외는 대부분 대표에게 올라왔다.

대니얼은 자신 있게 말했다.

“오늘 다 처리하죠.”

운영담당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요?”

“지난번 17건도 하루에 했잖습니까.”

“그때 직원 서른 명이었습니다.”

“지금 마흔몇 명이고.”

“대표님.”

“네.”

“43건 중에 다섯 개는 한 시간씩 봐도 부족합니다.”

대니얼은 목록을 다시 봤다.

맞았다.

유럽 데이터정책.

새 데이터센터 장기계약.

연구예산 확대.

큰 결정.

빨리 체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선순위.”

그가 말했다.

운영담당이 이미 색을 칠해왔다.

빨강.

오늘.

주황.

이번 주.

회색.

기다릴 수 있음.

대니얼은 빨강부터 봤다.

첫 번째.

대형고객 신규계약.

고객이 비표준 보안조건을 요구.

보안책임자는 가능하다고 봄.

법무는 일부 문구 수정 필요.

영업은 오늘 답을 원함.

대니얼은 40분을 썼다.

두 번째.

연구팀 새 서버 구매.

예산상한 초과.

기술적 필요는 있음.

30분.

세 번째.

유럽 고객 데이터 보관.

현지 요구조건 검토.

한 시간.

점심.

거름.

이선이 샌드위치를 책상에 놓았다.

“먹어.”

“이것만.”

“오늘 몇 개 했냐?”

“여섯.”

“남은 거?”

“37.”

이선이 웃었다.

“빠르네.”

대니얼은 웃지 않았다.

오후.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열.

저녁 일곱 시.

처리 13.

남음 30.

그 사이 새 안건 4.

남음 34.

대니얼이 화면을 노려봤다.

“왜 늘죠?”

운영담당이 웃지 않았다.

“회사가 일하고 있으니까요.”

대니얼은 그 말이 싫었다.

자기가 아무리 빨라도 조직 전체가 생성하는 결정속도를 못 따라간다.

밤 열한 시.

처리 19.

새로운 안건 포함 대기 31.

대니얼은 한 문서를 읽다가 멈췄다.

같은 문장을 세 번째.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는 의자를 밀었다.

“내일.”

다음날 아침.

대기 35.

“왜 늘었어요?”

“밤사이에 유럽 쪽이.”

대니얼은 허탈하게 웃었다.

서버 큐가 떠올랐다.

작업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처리속도가 느리면 대기열은 무한히 늘어난다.

자기가 바로 그 상태였다.

“처리량 측정합시다.”

운영담당이 눈을 깜빡였다.

“대표님 처리량이요?”

대기열 문제는 실제 기회를 하나 놓치게 했다.

파트너십 제안.

산업용 설계소프트웨어 회사가 Helioxen 계산서비스를 자기 제품과 연동하고 싶어 했다.

기술팀은 관심.

영업도 찬성.

계약구조가 조금 특이해 Daniel 검토로 올라왔다.

메일은 대기열 21번.

대니얼이 확인했을 때는 열흘이 지났다.

상대 회사는 다른 파트너와 먼저 파일럿을 시작했다.

완전히 놓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선권을 잃었다.

대니얼은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답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상대는 화내지 않았다.

“이해합니다.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이 더 아팠다.

“다시 검토할 기회가 있을까요?”

“현재 파일럿 끝나고요.”

통화 종료.

대니얼은 메일 날짜를 한참 봤다.

열흘.

자기가 직접 보겠다고 잡아둔 안건.

그 결과 실제 시장기회가 늦어졌다.

`Awaiting Mercer`.

단순한 내부 불편이 아니었다.

매출과 파트너십을 잃을 수 있는 비용.

이선이 말했다.

“이제 체감돼?”

“네.”

“네가 꼼꼼해서 생긴 손실이야.”

대니얼은 짜증이 났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좋은 의도.

나쁜 결과.

A1과 또 닮았다.

그날 대기열 분석에 새 열이 추가됐다.

Cost of waiting

단순히 며칠 기다렸는지가 아니다.

매출.

채용.

고객.

연구.

늦음의 실제 비용을 추정.

일부 안건은 생각보다 비쌌다.

대니얼은 그걸 보고 결재우선순위를 다시 바꿨다.

그런데 근본해결은 아니었다.

자기가 더 똑똑하게 큐를 정리하는 것.

결국 큐는 자기에게 온다.

이선은 그 점을 계속 보고 있었다.

Daniel은 아직 ‘자기 처리량을 최적화’하려 했다.

다음 단계는 서버 자체를 분산하는 것인데도.

“네.”

일주일 데이터를 뽑았다.

대니얼이 안정적으로 판단 가능한 고난도 의사결정.

하루 5~8개.

회사에서 Daniel에게 올라오는 새 예외.

평균 9~12개.

수학적으로 끝났다.

열심히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대니얼은 이상하게도 바로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43건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조금 더 빨리 보면.

회의를 줄이면.

잠을 한 시간 줄이면.

운영담당이 말했다.

“대표님.”

“네.”

“이거 서버였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대니얼이 멈췄다.

“뭐라고요?”

“입력 10인데 처리 6인 서버.”

“분산하죠.”

“그럼 사람도.”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너무 명확했다.

그날 긴급회의.

경영 책임자들.

영업.

기술.

운영.

재무.

보안.

연구.

대니얼은 말했다.

“제게 올라오는 안건 절반 이하로 줄입시다.”

이선이 물었다.

“어떻게?”

“각 기능의 예외범위를 넓힙니다.”

재무가 말했다.

“금액한도.”

보안.

“위험등급.”

법무.

“표준계약 이탈범위.”

하나씩 정했다.

대니얼은 여전히 큰 결정을 남겼다.

그런데 회의 끝에도 대기열 예상치는 20건 가까이였다.

이선이 말했다.

“부족해.”

“더 넘기면 회사 전체 방향이—”

“댄.”

“네.”

“내일 얘기하자.”

이선은 이상하게 말을 아꼈다.

대니얼은 불길했다.

그날 밤 대기열은 29.

다음날 아침 32.

화면 상단에 작은 문구가 있었다.

Awaiting Mercer

대니얼은 한동안 그 글자를 봤다.

서버 작업큐처럼.

자기가 회사 안에서 계산자원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대기열 43건이 찍힌 날 오후, 대니얼은 자기 캘린더도 열었다.

회의.

검토.

승인.

고객.

연구.

투자회사.

공장.

하루가 30분 단위로 잘려 있었다.

빈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장기전략 회의는 세 번이나 미뤄져 있었다.

당장 급한 일이 계속 들어와서.

대니얼이 말했다.

“이건 반대네요.”

운영담당이 물었다.

“뭐가요?”

“중요한 게 급한 것한테 밀립니다.”

43건의 대기열은 단순히 처리지연만 만든 게 아니었다.

Daniel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없애고 있었다.

3년 시설전략.

핵심인재.

장기 연구.

파트너십.

PROJECT 2046과 연결되는 큰 방향.

모두 ‘오늘 안 해도 되는 일’.

그래서 계속 밀렸다.

대니얼은 캘린더에 처음으로 보호시간을 만들었다.

주당 반나절.

승인회의 금지.

메일 최소화.

장기문제만.

이선이 말했다.

“드디어 생각할 시간도 일정에 넣네.”

“안 넣으면 없어집니다.”

첫 보호시간.

대니얼은 30분 동안 메일부터 보고 싶었다.

참았다.

대신 3년 컴퓨팅 전략을 펼쳤다.

서비스.

데이터센터.

연구.

소프트웨어.

가속기.

어디까지 직접 하고, 어디부터 파트너를 쓸지.

몇 달 만에 처음 큰 그림을 제대로 봤다.

그때 이상한 점이 보였다.

회사는 계산서비스에 너무 빠르게 자원을 몰고 있었다.

성공해서.

매출이 나와서.

반대로 장기 연구는 작아졌다.

A1 실패 뒤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될 위험.

대니얼은 웃었다.

한쪽 실패를 고치다 반대쪽으로 과하게 갈 수도 있다.

그날 연구예산 최소선을 다시 확인했다.

유지.

대신 제품화 게이트는 그대로.

장기와 현재를 둘 다 살려야 한다.

43건의 대기열이 아니었다면 이 균형을 볼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Daniel은 깨달았다.

병목이 되면 다른 사람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도 가장 중요한 일을 못 한다.

그게 가장 큰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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