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7화 — 연구하는 회사

14,610일 · 57 / 287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계산서비스가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기 시작하자 대니얼은 가장 먼저 연구예산을 따로 떼려고 했다.

이선은 예상했다.

“얼마?”

대니얼이 숫자를 말했다.

이선이 바로 말했다.

“많아.”

“매출의 일정 비율입니다.”

“지금 회사 크기에서 많아.”

“연구 안 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운영현금 없으면 다음 달이 없어.”

대니얼은 얼굴을 찌푸렸다.

둘은 재무담당과 다시 계산했다.

급여.

데이터센터.

장비.

고객지원.

비상현금.

세금.

그다음 연구.

대니얼은 연구를 더 위에 놓고 싶었다.

재무담당은 반대했다.

“연구가 중단되면 불편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급여가 중단되면 회사가 끝납니다.”

너무 당연해서 반박할 수 없었다.

최종안.

매출의 고정비율이 아니라, 기본 운영현금 기준을 넘는 부분의 일정 비율.

그리고 연간 최소 연구예산.

경기가 나빠져도 완전히 0이 되지 않게.

대니얼은 그 구조를 좋아했다.

연구를 사치로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사 생존보다 위에 두지도 않는다.

Helioxen에 처음으로 별도 연구조직이 생겼다.

이름은 단순했다.

Advanced Compute Research Group.

직원 다섯 명.

A1 출신 세 명.

새로 뽑은 연구원 둘.

제품팀과 보고라인도 분리했다.

대니얼이 물었다.

“왜 완전히 분리합니까?”

팀장이 말했다.

“제품 일정이 연구를 먹으니까요.”

“연구도 제품에 도움 줘야죠.”

“도움은 줍니다. 그런데 매주 고객 버그부터 고치면 연구 못 합니다.”

대니얼은 A1을 떠올렸다.

반대의 문제.

A1 때는 연구를 억지로 제품으로 끌었다.

이번에는 연구에 숨쉴 공간을 준다.

“좋습니다.”

다만 조건을 붙였다.

분기마다 연구결과 공유.

실패 포함.

다른 팀이 재사용할 수 있는 도구 공개.

연구원이 물었다.

“매출 연결 없는 연구도 됩니까?”

대니얼은 잠깐 망설였다.

첫 삶의 자신은 바로 됐다고 했을 것이다.

현재 회사 대표는 다르게 생각해야 했다.

“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만 왜 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업성?”

“아뇨. 가설.”

좋은 연구는 바로 팔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막연한 미래감으로 돈을 쓰면 A1이 된다.

차이를 만드는 건 검증 가능한 질문.

첫 연구주제는 의외로 화려하지 않았다.

작업시간 예측.

현재 스케줄러는 경험적이었다.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틀리면 전체 큐가 흔들린다.

연구팀은 과거 작업로그를 모았다.

입력 크기.

코드 종류.

메모리.

실행시간.

A1 여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다.

초기 모델은 단순했다.

통계.

회귀.

분류.

대니얼은 그 모습을 보며 첫 삶의 AI 시스템을 떠올렸다.

아직 너무 멀었다.

그래도 같은 방향의 씨앗은 있었다.

“기계학습도 써볼 수 있습니까?”

연구원이 말했다.

“데이터 더 쌓이면요.”

대니얼이 웃었다.

이번에는 ‘지금 당장’이라고 하지 않았다.

“쌓죠.”

몇 달 동안 서비스가 돌아가면 데이터도 늘어난다.

실제 고객 작업.

실제 실패.

실제 소요시간.

A1의 벤치마크보다 훨씬 가치 있는 데이터.

연구팀을 분리한 뒤 첫 갈등은 ‘논문을 공개할 것인가’였다.

연구원 한 명이 작업시간 예측모델 결과를 학회에 내고 싶어 했다.

제품팀은 반대했다.

“경쟁사가 볼 수 있습니다.”

대니얼은 처음엔 제품팀 쪽이었다.

Helioxen이 돈을 들여 만든 결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

연구원이 말했다.

“외부 검증을 받아야 모델도 좋아집니다.”

“코드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잖아요.”

“코드는 아니고 방법과 결과.”

이선이 물었다.

“뭐 얻는데?”

“인재.”

연구원이 말했다.

“연구하는 회사로 알려지면 좋은 사람이 옵니다.”

대니얼이 멈췄다.

지식의 공개와 경쟁력.

Laura가 어릴 때부터 말하던 교육과 공유의 가치도 떠올랐다.

모든 걸 닫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결국 기준을 만들었다.

고객 데이터.

비공개.

운영기밀.

비공개.

일반화 가능한 연구결과.

검토 후 공개 가능.

핵심 독점 구현.

선택적으로 비공개.

첫 논문 초안이 만들어졌다.

대니얼은 직접 기술내용을 거의 고치지 않았다.

대신 질문했다.

“실패한 결과도 넣습니까?”

“네.”

“좋습니다.”

연구팀은 예측이 잘 안 됐던 워크로드도 공개했다.

대니얼이 그걸 좋아했다.

성공만 공개하면 연구가 아니라 마케팅이 된다.

몇 달 뒤 학회 발표가 채택됐다.

큰 학회는 아니었다.

그래도 지원자가 늘었다.

한 박사과정 학생이 면접에서 말했다.

“논문 보고 지원했습니다.”

대니얼은 그때 공개의 가치를 실감했다.

기술을 나눈다고 항상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때로는 신뢰와 인재가 돌아온다.

이 원칙은 훗날 Elena Park와 만나면서 훨씬 더 크게 발전할 것이다.

지금은 작은 연구팀의 첫 문화였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사업과 연구가 서로 먹여 살리는 구조를 봤다.

서비스가 돈을 번다.

서비스가 데이터를 만든다.

연구가 스케줄러를 개선한다.

개선된 서비스가 더 많은 고객을 만든다.

선순환.

이선이 말했다.

“이건 네가 좋아할 만하네.”

“맞습니다.”

“그래서 걱정되네.”

“왜요?”

“또 너무 크게 키울까 봐.”

대니얼은 웃었다.

“게이트 있습니다.”

“대표도 게이트 통과해?”

“네.”

“진짜?”

“요즘은.”

연구팀의 첫 분기 리뷰.

성능.

예측오차 32퍼센트.

별로였다.

대니얼은 실망했다.

연구팀은 오히려 말했다.

“기준이 생겼습니다.”

다음 달.

24퍼센트.

그 다음.

18.

스케줄러에 시험적용.

긴 작업이 짧은 작업을 막는 경우가 줄었다.

고객 평균대기시간 11퍼센트 감소.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실제.

대니얼은 연구리뷰 첫 장에서 ‘논문’이나 ‘특허’보다 이 숫자를 먼저 봤다.

11퍼센트.

예전이라면 작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비스 고객 수십 곳에 반복되는 11퍼센트.

합치면 크다.

그날 연구팀 벽에 문장이 하나 붙었다.

Research earns the right to be patient by learning honestly.

누가 썼는지는 몰랐다.

대니얼은 마음에 들었다.

연구는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대신 솔직하게 배우고 있어야 한다.

A1 이후 Helioxen이 처음으로 얻은 독립 연구문화였다.

연구팀의 첫 공개발표가 끝난 뒤, 경쟁회사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논문 흥미롭게 봤습니다.”

상대는 정보를 더 달라고 했다.

대니얼은 바로 경계했다.

연구책임자는 오히려 통화를 잡았다.

“왜요?”

대니얼이 물었다.

“우리도 물어볼 게 있으니까요.”

“경쟁사인데.”

“연구문제는 겹칠 수 있습니다.”

대니얼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참석했다.

통화는 예상과 달랐다.

상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작업시간 예측.

대기열.

실패한 작업의 재실행.

서로 제품세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일반적인 문제와 평가방식을 논의했다.

대니얼은 놀랐다.

경쟁한다고 모든 정보를 막을 필요는 없었다.

공통 문제의 기준을 같이 만들면 시장 전체가 커질 수도 있다.

연구책임자가 나중에 말했다.

“외부에서 틀렸다고 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니얼이 웃었다.

“저도 회사 안에서 그 역할 많이 받습니다.”

“대표님은 받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잖아요.”

“요즘은 노력합니다.”

대니얼은 공개연구와 비공개제품 사이 경계를 더 명확히 했다.

오픈 벤치마크.

공통 데이터형식.

재현가능한 평가방법.

이런 건 공개해도 된다.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높인다.

반대로 고객 데이터와 구현 세부는 보호.

연구팀은 작은 외부 벤치마크 세트를 공개했다.

몇 달 뒤 다른 팀들이 결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Helioxen이 항상 1등은 아니었다.

어떤 워크로드에서는 다른 접근이 더 좋았다.

대니얼은 처음엔 불편했다.

연구책임자가 말했다.

“그래서 벤치마크 공개한 겁니다.”

“우리가 지는 것도 공개하려고?”

“그래야 이긴 것도 믿죠.”

정확했다.

진실한 비교는 회사 체면보다 오래간다.

훗날 Elena가 합류할 때, 이런 연구문화가 그녀가 Helioxen을 선택할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