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6화 — 전력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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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이 되자 사무실보다 먼저 서버실이 좁아졌다.
정확히는 전력이 먼저 부족해졌다.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다음 랙 두 개 들어오면 이 층에서 못 버팁니다.”
대니얼이 물었다.
“차단기 증설?”
“건물 전체 한도입니다.”
“다른 층?”
“같은 인입.”
“발전기?”
운영책임자가 웃었다.
“평상시에 발전기로 서비스 돌리실 겁니까?”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현재 건물은 처음 Helioxen이 들어올 때만 해도 충분했다.
직원 여섯.
서버랙 몇 개.
이제는 달랐다.
고객 열몇 곳.
A1 연구.
계산서비스.
백업.
모니터링.
냉각.
전기.
모든 게 커졌다.
이선이 말했다.
“이사할 때 됐네.”
대니얼의 표정이 밝아졌다.
“좋습니다.”
“왜 그렇게 신났냐.”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 수 있잖아요.”
이선이 바로 경계했다.
“‘제대로’가 얼마짜리인데?”
대니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새 시설 후보를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도심 사무실.
사람은 좋다.
전력 부족.
두 번째.
산업단지 창고.
전력 좋다.
통신이 별로.
세 번째.
기존 데이터센터 일부 임차.
전력.
냉각.
통신.
다 좋다.
비싸다.
대니얼은 처음엔 직접 시설을 만들고 싶었다.
랙.
냉각.
전력.
비상발전.
모두 자기 설계대로.
운영책임자는 반대했다.
“우린 데이터센터 회사가 아닙니다.”
“계산서비스 회사면 데이터센터가 핵심 아닙니까?”
“핵심이긴 한데 직접 소유해야 핵심인 건 아닙니다.”
이선이 말했다.
“공장도 처음부터 다 사지 않았잖아.”
대니얼은 불편했다.
남의 시설을 쓰면 통제권이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인프라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직접 만들면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2년 뒤 수요 예측도 안 됩니다.”
“커질 겁니다.”
“얼마나?”
대니얼이 숫자를 말하려다 멈췄다.
A1.
같은 실수.
미래수요를 자기 확신으로 채우지 않는다.
“범위로 보죠.”
그들은 세 가지 성장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낮음.
기준.
높음.
직접 시설을 만들면 ‘높음’에서 가장 싸다.
낮음이면 자본이 묶인다.
임차는 반대.
비싸지만 유연하다.
결론.
기존 데이터센터 임차.
대니얼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동의했다.
“계약은 얼마나?”
“1년 + 확장옵션.”
이선이 웃었다.
“드디어 미래를 안 사네.”
“옵션은 삽니다.”
“그 정도면 됐지.”
시설 실사를 갔다.
차가운 공기.
높은 팬 소리.
바닥 아래 케이블.
전력분배장치.
비상발전기.
대니얼은 신이 났다.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대표님 표정이 공장 처음 갔을 때랑 똑같습니다.”
“좋아합니다. 이런 거.”
“그러니까 직접 만들자고 할까 봐 걱정입니다.”
대니얼은 웃었다.
실사 중 한 가지 문제가 나왔다.
고객 데이터격리를 위해 물리적 통제도 일부 필요했다.
케이지.
출입권한.
카메라.
작업기록.
대니얼이 물었다.
“우리 직원 몇 명이 출입할 수 있습니까?”
“운영팀 전원?”
보안책임자가 고개를 저었다.
“필요인원만.”
“문제 생기면 사람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권한 많은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 생길 가능성도 커집니다.”
대니얼은 다시 멈췄다.
항상 같은 패턴.
새 데이터센터로 옮긴 뒤 첫 주말, 운영팀은 일부러 전원절체 시험을 했다.
상용전원 차단.
UPS.
발전기.
서비스는 계속 돌아가야 한다.
대니얼은 현장에 있었다.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이번엔 구경만 하세요.”
“문제 생기면.”
“저희가 합니다.”
시험 시작.
전원 차단.
잠깐의 정적.
UPS 유지.
발전기 시동.
전압 안정.
서비스 정상.
대니얼은 모니터를 봤다.
“쉽네요.”
운영책임자가 웃었다.
“지금은요.”
두 번째 시험.
이번에는 발전기 한 대가 늦게 올라오도록 가정.
일부 랙 부하를 자동으로 줄였다.
작업 스케줄러가 비긴급 작업을 미뤘다.
핵심 고객 작업은 유지.
대니얼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력문제가 계산 우선순위와 직접 연결됐다.
“이거 더 일반화할 수 있겠네요.”
운영책임자가 한숨을 쉬었다.
“또 연구하시려고요?”
“아뇨.”
대니얼이 웃었다.
“현재 운영에.”
전력 부족 시 어떤 작업을 늦추고, 어떤 작업을 유지할지.
서비스 규칙을 미리 만들었다.
그 순간 대니얼은 2046년의 비상전력 배분을 떠올렸다.
누구에게 먼저 전력을 줄 것인가.
관측.
발사.
병원.
통신.
식량.
그때도 기술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 문제였다.
지금 서버랙 사이에서 훨씬 작은 규모로 연습하고 있었다.
시험 종료.
고객 영향 0.
운영팀은 보고서를 남겼다.
대니얼은 그날 빈 랙보다 비상절체 기록을 더 오래 봤다.
여유는 그냥 비어 있는 자원이 아니다.
위기 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였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
그게 항상 안전한 건 아니다.
최소권한.
분산.
복구.
이런 단어들이 회사의 실제 규칙이 되고 있었다.
계약을 체결했다.
첫날 서버 이전.
대니얼은 직접 갔다.
운영팀이 랙을 하나씩 옮겼다.
기존 고객 작업은 새 시설과 기존 시설로 나눠 돌렸다.
이중화.
서비스 중단 없이 이전한다.
대니얼은 일정표를 봤다.
“밤새 끝납니까?”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이틀입니다.”
“하루면—”
“대표님.”
“알겠습니다.”
첫날 밤.
랙 절반 이동.
정상.
둘째 날.
나머지.
한 서버가 새 시설에서 부팅되지 않았다.
대니얼의 몸이 긴장했다.
운영팀은 예비 노드로 작업을 넘겼다.
고객 서비스 영향 0.
고장난 장비는 천천히 확인.
전원공급장치.
교체.
끝.
대니얼은 그 과정을 지켜보다 웃었다.
예전 같으면 고장 하나를 전체 일정 실패로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백업이 받았다.
고장은 났다.
서비스는 안 멈췄다.
이게 더 좋은 시스템이었다.
이전이 끝난 다음날 새 시설의 전력 사용량 그래프를 봤다.
여유가 있었다.
냉각도.
랙 공간도.
그 빈 공간이 예전 같으면 낭비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여유.
성장할 공간.
고장 때 옮길 공간.
대니얼은 손으로 빈 랙 하나를 두드렸다.
“좋네요.”
운영책임자가 물었다.
“비어 있는데요?”
“그래서요.”
대니얼은 웃었다.
모든 자원을 100퍼센트 쓰는 회사는 성장할 자리도, 실패를 견딜 자리도 없다.
그 사실을 이제는 조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새 데이터센터 계약에는 확장옵션도 들어 있었다.
랙을 더 쓸 수 있는 권리.
전력용량을 늘릴 수 있는 권리.
그 권리를 당장 쓰지 않아도 비용 일부를 내야 했다.
대니얼은 처음엔 아까워했다.
“안 쓰는 공간에 돈을 냅니까?”
이선이 말했다.
“필요할 때 없으면 더 비싸.”
운영책임자도 동의했다.
“특히 전력은 바로 안 나옵니다.”
대니얼은 옵션 계약을 오래 봤다.
현재 수요만 보면 과하다.
미래 수요를 확정으로 보면 부족하다.
그래서 옵션.
정확한 미래를 맞히지 않고도 선택권을 살 수 있다.
금융에서 배운 Optionality가 이번에는 실제 전력과 공간에 붙었다.
대니얼은 그 점이 재미있었다.
미래를 모를 때 모든 자산을 사는 대신, 미래에 살 권리를 산다.
프로젝트 2046에도 이런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발사장.
공장부지.
전력.
광산.
모두 처음부터 최대규모로 지을 수 없다.
대신 확장 가능한 구조.
그날 데이터센터 설계검토에서 대니얼은 처음으로 물었다.
“최대용량이 아니라, 얼마나 쉽게 커질 수 있습니까?”
운영팀 표정이 달라졌다.
예전의 Daniel이라면 가장 큰 숫자부터 물었을 것이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조금 변한 걸 느꼈다.
새 시설이 안정된 뒤 기존 사무실 서버실은 완전히 비우지 않았다.
일부 개발환경과 비상장비를 남겼다.
이선이 물었다.
“왜?”
대니얼이 대답했다.
“한 곳에 다 있으면 또 단일 장애점이잖아요.”
“비싼 취미네.”
“보험입니다.”
“그 말이면 인정.”
작은 이중화.
비용은 든다.
평소에는 쓸모없어 보인다.
그래도 대니얼은 이번에는 쉽게 승인했다.
여유와 백업을 ‘낭비’로 보는 습관이 조금씩 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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