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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5화 — 서른 명

14,610일 · 55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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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oxen 직원이 서른 명을 넘긴 날, 대니얼은 처음으로 이름을 바로 못 떠올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젊은 직원.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좋은 아침.”

이름.

생각 안 남.

대니얼은 웃으며 지나갔다.

사무실 문이 닫히자 바로 인사팀 담당자에게 물었다.

“방금 누구였죠?”

“마이클슨이요. 운영자동화.”

“언제 들어왔습니까?”

“두 달 됐는데요.”

두 달.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직원 서른.

첫 열 명은 다 알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

왜 뽑았는지.

가족 얘기까지 조금.

이제 모르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실이 싫었다.

그날 오후 전 직원 점심을 만들었다.

이선이 물었다.

“왜 갑자기?”

“사람 좀 보려고.”

“서른 명을 점심 한 번에 다 외우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시작.”

점심자리에서 대니얼은 사람들을 돌아다녔다.

이름.

팀.

현재 문제.

무엇이 답답한지.

생각보다 많은 얘기가 나왔다.

지원팀.

“야간근무 인수인계가 아직 엉성합니다.”

영업.

“기술문서가 너무 늦습니다.”

연구.

“운영 이슈 때문에 장비를 자주 뺏깁니다.”

재무.

“대표님 승인 건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대니얼의 숟가락이 멈췄다.

“얼마나?”

담당자가 웃었다.

“메일 보시면 압니다.”

대니얼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선이 빼앗았다.

“밥 먹어.”

“확인만.”

“그래서 다들 대표 승인 늦다잖아.”

“지금 확인하면 빨라지잖아요.”

이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냐?”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점심 뒤 받은 목록.

`Awaiting Daniel`

17건.

대니얼은 놀랐다.

“왜 이렇게 많습니까?”

비서 역할을 맡은 운영담당자가 말했다.

“지난주부터요.”

항목.

대형고객 할인.

신규 전력계약.

연구장비 구매.

채용 예외.

서비스 약관.

보안자문 추가.

파트너십.

투자회사와 Helioxen 사이 계약.

대니얼이 말했다.

“이 중 절반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데.”

“그래서 요청드렸습니다. 권한기준 업데이트.”

그 요청도 목록 안에 있었다.

14번.

대니얼이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자기가 병목을 풀기 위한 권한변경조차 자기 승인 대기.

이선이 문밖에서 보고 웃었다.

“예술이다.”

“조용히 하세요.”

대니얼은 그날 17건을 다 처리하려 했다.

밤 열한 시.

아직 네 건.

눈이 따가웠다.

판단속도도 떨어졌다.

한 보안계약을 읽다가 같은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멈췄다.

이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게 더 위험하다.

그는 노트북을 닫았다.

다음날 아침.

남은 네 건 중 하나를 보니 어젯밤이면 잘못 승인했을 선택지가 보였다.

대니얼은 한참 화면을 봤다.

일을 많이 보는 게 품질을 높이는 게 아니다.

피곤한 자신이 모든 걸 보면 품질이 내려갈 수도 있다.

그날 권한표를 다시 바꿨다.

할인.

범위 안이면 영업책임자.

직원 이름을 외우려던 점심 이후, 대니얼은 팀장들과 1대1 면담을 잡았다.

처음 질문.

“제가 뭘 그만해야 합니까?”

사람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 위험한 질문처럼 느껴졌다.

대니얼이 말했다.

“진짜로.”

첫 팀장.

“회의 중간에 해결책 먼저 말씀하시는 거요.”

“왜?”

“그 뒤로 다른 의견이 잘 안 나옵니다.”

두 번째.

“모든 기술문서에 댓글 다는 거.”

“품질 때문에.”

“대표님 댓글 기다리느라 문서가 안 닫힙니다.”

세 번째.

“밤에 메일 보내는 거.”

대니얼이 놀랐다.

“답하라고 한 적 없는데.”

“대표님이 보내면 사람들은 답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또 의도와 결과.

네 번째.

“좋은 아이디어 나오면 바로 새 프로젝트로 만드는 거.”

대니얼은 웃었다.

“그건 인정합니다.”

면담이 끝나고 목록을 봤다.

자기는 사람들에게 일을 많이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업자의 행동 자체가 조직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었다.

대니얼이 밤에 한 문장 보내면 다음날 다섯 명이 그걸 준비할 수도 있다.

자기 한 시간짜리 호기심이 조직의 20시간이 된다.

그날부터 밤 메일은 예약발송.

아이디어는 바로 프로젝트가 아니라 `Idea Parking Lot`.

문서댓글은 담당자 요청 있을 때만.

회의에서는 마지막에 말한다.

첫 주.

어려웠다.

특히 회의에서 틀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으면 참기 힘들었다.

한 회의에서 영업팀이 새 가격제를 논의했다.

대니얼은 처음부터 문제를 봤다.

말하고 싶었다.

참았다.

십 분 뒤 재무담당이 똑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팀이 스스로 고쳤다.

대니얼은 묘하게 허탈했다.

자기가 필요 없었다.

또.

그런데 그 불필요함이 회사에는 좋은 일이었다.

면담 한 달 뒤 다시 물었다.

“나아졌습니까?”

첫 팀장이 말했다.

“조금.”

“조금?”

“대표님이 마지막에 말하는 건 잘 하시는데 표정으로 먼저 말합니다.”

회의실에 웃음.

대니얼은 얼굴을 만졌다.

“그건 어떻게 고칩니까?”

이선이 말했다.

“가면 써.”

대니얼도 웃었다.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다.

그래도 자기가 가진 무게를 인식하는 것.

그게 시작이었다.

직원 서른 명을 넘긴 회사에서 대니얼은 처음으로 ‘말하지 않는 리더십’을 배우기 시작했다.

채용 예외.

팀별 한도.

계약.

표준양식 안이면 법무·재무 공동.

보안.

정책범위 안이면 보안책임자.

Daniel에게 올라오는 건 한도 초과와 전략변경.

기준을 바꾸자 대기건수는 17에서 6.

이틀 뒤 3.

대니얼은 안도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Daniel 승인 대신 Daniel의 예상 반응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회의에서 한 직원이 말했다.

“대표님은 아마 이 방향 좋아하실 겁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대표님이 전에 비슷한 건 싫어하셨는데.”

대니얼은 듣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제가 없는 회의에서도 제 취향으로 결정합니까?”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팀장이 말했다.

“가끔요.”

“왜?”

“결국 나중에 보시잖아요.”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권한을 서류로 넘겨도 문화가 남아 있었다.

창업자 취향.

숨은 승인.

사람들이 실제 고객이나 데이터를 보기보다 대표 머릿속을 예측한다.

그건 더 위험했다.

대니얼이 말했다.

“다음부터 ‘대표님이 좋아할 것 같다’는 근거 금지.”

사람들이 웃었다.

“진짜입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썼다.

Customer

Data

Safety

Economics

“이 네 개로 설명하세요.”

“대표님 철학은요?”

누군가 농담했다.

“필요 없습니다.”

말하고 보니 조금 아팠다.

하지만 맞았다.

회사는 창업자 취향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어야 했다.

직원 서른 명.

대니얼은 이제 이름을 다 외우는 것보다 그들이 자기 허락 없이 제대로 판단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었다.

그래도 다음날 마이클슨을 다시 만났을 때는 먼저 이름을 불렀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클슨.”

직원이 놀랐다.

대니얼은 속으로 안도했다.

구조가 중요해도 사람 이름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직원 서른 명을 넘긴 뒤 대니얼은 조직도를 처음 제대로 그렸다.

처음 조직도는 웃길 정도로 단순했다.

Daniel.

그 아래 거의 모든 것.

기술.

운영.

영업.

연구.

재무.

공장투자.

이선이 보고 웃었다.

“이건 조직도가 아니라 네 촉수잖아.”

대니얼도 웃었다.

새 조직도에는 책임자를 명확히 넣었다.

그리고 선을 줄였다.

모든 팀이 Daniel에게 직접 올라오지 않게.

처음에는 불안했다.

정보가 늦어질 것 같았다.

중간에서 왜곡될 것 같았다.

그래서 보고체계를 따로 만들었다.

결정은 분산.

핵심지표는 공유.

대니얼이 직접 보지 않아도 문제가 빨리 올라오게.

운영책임자가 말했다.

“대표님은 예외만 보세요.”

“평범한 건 안 보고?”

“평범한 게 잘 돌아가는 게 성공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Daniel은 오랫동안 문제만 봤다.

문제가 없는 상태를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문제 없이 반복되는 하루’ 자체가 누군가의 성과였다.

그날부터 월간회의에는 사고나 실패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반복된 운영도 기록했다.

SLA 준수.

보안사고 0.

급행작업 성공.

직원휴가 정상사용.

교육완료.

대니얼은 마지막 항목에서 멈췄다.

“휴가도 지표입니까?”

인사담당이 말했다.

“안 쓰면 나중에 문제 됩니다.”

대니얼은 웃었다.

“회사 지표 많이 늘었네요.”

“대표님이 회사를 늘렸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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