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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4화 — 큰 고객

14,610일 · 54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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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oxen의 첫 번째 ‘큰 고객’은 대기업이 아니었다.

직원 백여 명 규모의 복합재료 회사였다.

항공우주와 산업용 부품을 개발했다.

문제는 계산량.

설계팀이 커질수록 자체 클러스터가 밀렸다.

새 장비 구매는 계획 중이었지만 납기와 설치까지 몇 달.

그 사이 외부 계산자원이 필요했다.

첫 미팅.

고객 기술책임자가 말했다.

“3개월만 쓰고 싶습니다.”

대니얼은 순간 아쉬웠다.

장기계약이 아니다.

영업담당은 달랐다.

“좋습니다.”

“좋다고요?”

회의 뒤 대니얼이 물었다.

“3개월인데.”

“3개월 동안 잘하면 늘어날 수도 있고.”

“장비 오면 끝나잖아요.”

“그래도 매출입니다.”

이선이 말했다.

“현재 고객이 미래 영구고객이어야 할 이유 없어.”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객의 목적은 자기 인프라가 올 때까지의 공백을 메우는 것.

Helioxen이 그 공백을 해결하면 된다.

문제는 규모였다.

기존 전체 고객의 절반에 가까운 계산량.

받으면 매출은 크게 늘어난다.

잘못 받으면 기존 고객들이 밀린다.

운영팀이 계산했다.

현재 용량으로는 부족.

장비 추가.

전력.

저장공간.

지원인력.

대니얼의 눈빛이 빛났다.

“확장하죠.”

이선이 말했다.

“계약부터.”

대니얼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고객은 조건이 까다로웠다.

완료시간 보장.

고객별 데이터격리.

주간 리포트.

작업실패 시 크레딧.

대니얼은 오히려 좋았다.

서비스가 진짜 사업이 되는 느낌.

가격협상.

고객은 낮추려 했다.

Helioxen은 지난 몇 달 실제원가를 들고 있었다.

협상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했다.

최종 합의.

3개월.

최소 사용량.

추가사용 별도.

서비스 수준 보장.

서명.

대니얼은 계약서를 봤다.

A1 판매 0.

서비스 대형계약 1.

같은 기술에서 갈라진 두 결과.

계약 직후 바로 장비를 주문하지 않았다.

운영팀이 말했다.

“먼저 현재 자원에서 얼마나 흡수 가능한지 봅니다.”

“계약 시작까지 3주.”

“그래서요.”

작업분석.

기존 고객 사용패턴.

야간 피크.

낮시간 유휴.

대형 고객의 작업은 꼭 야간에만 돌 필요가 없었다.

일부를 낮으로 이동.

예약형 작업.

급하지 않은 대형 계산.

스케줄러 개선만으로 예상 추가장비 수가 줄었다.

대니얼은 놀랐다.

“장비 두 랙 줄어듭니까?”

“네.”

“그럼 처음 계산은 왜 이렇게 컸죠?”

“모든 작업이 동시에 온다고 가정했으니까요.”

최악 대비.

너무 보수적이었다.

이번에는 과잉설비가 위험.

대니얼은 미래의 우주인프라를 떠올렸다.

부족하면 실패한다.

너무 많이 만들면 자본을 낭비한다.

수요의 시간패턴을 이해하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인프라 설계였다.

그래도 장비는 늘려야 했다.

대니얼은 구매결정을 운영책임자에게 넘겼다.

예산한도 안.

자기가 직접 모델을 고르지 않았다.

배송.

설치.

테스트.

계약 시작 이틀 전.

준비 완료.

첫날.

고객 작업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왔다.

대기열 상승.

운영팀 긴장.

대니얼은 화면을 봤다.

“용량 괜찮습니까?”

“현재는.”

두 시간 뒤.

더 증가.

운영담당이 말했다.

“우선순위 조정합니다.”

기존 소형고객을 밀면 안 된다.

대형고객 계약이 시작되기 전, 고객은 Helioxen의 운영복구 계획까지 요구했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멈추면요?”

고객 기술책임자가 물었다.

대니얼이 말했다.

“비상전원 있습니다.”

“건물 화재.”

“백업.”

“도시 전력문제.”

“발전기.”

“시설 전체 접근불가.”

질문이 계속됐다.

대니얼은 몇 개에서 막혔다.

현재 Helioxen의 백업은 데이터 중심이었다.

다른 물리적 장소에서 서비스를 완전히 돌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복구시간 목표가 있습니까?”

대니얼은 운영책임자를 봤다.

현재는 명확하지 않았다.

고객이 말했다.

“우린 3개월 쓰더라도 중요한 설계일정을 맡깁니다.”

맞았다.

임시고객이라고 중요도가 낮은 건 아니다.

그날 Helioxen은 처음으로 재해복구 계획을 제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를 다른 지역에서 즉시 복제하는 건 너무 비쌌다.

우선순위.

고객 데이터.

구성정보.

작업큐.

핵심 서비스.

복구순서를 정했다.

일부 예비장비는 다른 장소에 뒀다.

정말 작은 규모.

그래도 한 건물에 전부 있는 것보다 낫다.

대니얼은 비용표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에는 안 쓰는 장비잖아요.”

운영책임자가 웃었다.

“대표님이 이제 이런 말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대니얼도 웃었다.

맞았다.

예비자원은 평소에 놀아야 한다.

그게 존재이유다.

고객은 복구계획을 검토하고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대니얼은 놀랐다.

성능이 아니라 ‘망했을 때 어떻게 돌아오는가’가 계약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Reliability includes recovery.

39화에서 쓴 문장이 진짜 돈이 되는 순간.

서비스가 커질수록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 후 돌아오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그날 밤 대니얼은 Continuity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직 PROJECT 2046 안에서만 존재하는 거대한 개념.

문명을 완전히 안전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실패 후 돌아오는 능력.

회사 서버에서 배우는 이 원칙이 언젠가는 문명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생각이 너무 멀리 갔다.

대니얼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고객 작업부터 잘 돌려야 했다.

계약상 보장시간을 모두 지켜야 한다.

스케줄러가 작업을 분산했다.

A1 두 대도 핵심 계산에 투입.

밤 열한 시.

모든 작업 정상.

다음날 아침.

첫 대형고객 보고.

약속시간 준수율 100퍼센트.

기존 고객 SLA 위반 0.

대니얼이 말했다.

“됐네요.”

운영팀 직원이 웃었다.

“첫날입니다.”

“알아요.”

일주일.

정상.

둘째 주.

한 번의 지연.

원인.

고객이 예상보다 큰 작업을 긴급으로 올렸다.

약속범위 밖.

협의 후 다음 슬롯.

문제 없음.

3주차.

고객 기술책임자가 말했다.

“우리 장비 들어와도 일부는 계속 쓰고 싶습니다.”

대니얼이 눈을 들었다.

“왜요?”

“피크 때.”

자체장비는 평균수요에 맞추고.

갑자기 계산이 몰릴 때 Helioxen 사용.

대니얼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모델이 생겼다.

영구 대체가 아니라 탄력용량.

자체 인프라 + 외부 서비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은 둘을 섞고 싶어 했다.

“장기계약 논의할까요?”

이번에는 고객 쪽에서 먼저 말했다.

대니얼은 웃었다.

“좋습니다.”

첫 큰 고객이 3개월 임시수요로 들어와 장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Helioxen의 월 매출 그래프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선이 그래프를 보며 말했다.

“드디어 사업 같네.”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늘려야죠.”

“그 말 바로 나오냐.”

“수요가 있잖아요.”

“이번엔 인정.”

이선도 웃었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자신있게 확장할 수 있었다.

고객이 돈을 내고 있었다.

반복해서.

미래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수요가 말했다.

더 필요하다.

그 신호는 A1의 7.2배보다 훨씬 강했다.

대형고객이 들어온 뒤 영업팀은 비슷한 회사들을 공격적으로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대니얼은 처음엔 찬성했다.

“같은 업종이면 복제 가능하겠네요.”

영업책임자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선은 숫자를 봤다.

“지원 가능하냐?”

운영팀이 계산했다.

지금 인력으로는 신규 대형고객 두 곳 정도.

그 이상은 채용이 먼저.

대니얼이 말했다.

“채용하면 되죠.”

인사담당이 물었다.

“몇 달 안에 몇 명?”

숫자가 나왔다.

대니얼은 얼굴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많았다.

“자동화 더 하면?”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원.

영업.

보안.

고객 온보딩.

모두 사람.

대니얼은 또 한 번 물리적 인프라보다 조직이 먼저 병목이 되는 걸 봤다.

결국 영업속도를 일부러 제한했다.

우선 다섯 곳만.

운영이 따라오면 확대.

이 결정은 매출기회를 일부 포기하는 일이었다.

대니얼은 불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받아들였다.

A1에서 배운 게 있었다.

시장수요가 있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약속을 지킬 조직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 달 뒤, 제한했던 영업대상 다섯 곳 중 두 곳이 계약했다.

운영팀은 버틸 수 있었다.

고객 만족도도 유지.

대니얼은 그 결과를 보고 생각했다.

성장속도를 늦추는 결정이 오히려 장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문장은 예전의 자신이라면 싫어했을 것이다.

지금도 썩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도 맞는 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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