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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1화 — 첫 번째 유료 작업

14,610일 · 51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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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판매 페이지가 내려간 지 사흘 뒤.

Helioxen은 처음으로 계산서비스에 돈을 받았다.

고객은 재료 시뮬레이션을 하는 작은 연구회사였다.

직원 열두 명.

자체 계산장비는 오래됐고, 새 장비를 살 예산은 부족했다.

대신 계산량은 계속 늘고 있었다.

첫 작업은 거창하지 않았다.

합금 후보 수십 개의 열적 거동을 비교하는 계산.

고객이 보낸 파일을 Helioxen 직원이 확인했다.

환경을 맞췄다.

범용 노드에서 전처리.

A1에서 핵심 연산.

다시 범용 노드.

결과 저장.

총 소요시간.

세 시간 사십 분.

고객의 기존 장비에서는 열한 시간이 넘게 걸리던 작업이었다.

지원담당이 전화를 걸었다.

“결과 올라갔습니다.”

고객 쪽 연구원이 말했다.

“벌써요?”

대니얼은 옆에서 그 한마디를 들었다.

그게 좋았다.

‘7배’.

‘최대성능’.

‘가속기’.

그런 단어 하나 없이도 상대가 가치를 느꼈다.

잠시 뒤 이메일.

결과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케이스도 같은 방식으로 가능한가요?

대니얼이 물었다.

“몇 개 남았습니까?”

“스물여덟.”

지원담당이 말했다.

“현재 큐 기준으로 내일까지는 가능합니다.”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내일까지.

첫 삶의 자신이라면 당연하게 여겼을 속도.

현재 고객에게는 그 하루가 연구주기 하나를 바꾼다.

“견적 보내죠.”

영업담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격은 싸지 않았다.

전력.

사람.

장비.

지원.

A1 실패 뒤 계산한 실제 비용을 반영했다.

몇 분 뒤 고객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각보다 비싸네요.”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영업담당은 침착했다.

“장비 구매 없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시는 구조입니다.”

“조금 낮출 수 없습니까?”

협상이 시작됐다.

대니얼은 끼어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초기고객 확보를 위해 바로 깎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영업담당이 자체 범위 안에서 결정했다.

최종 가격.

조금 할인.

대신 최소 작업량.

고객이 동의했다.

첫 유료 반복계약.

입금 예정일.

대니얼은 화면을 보고 웃었다.

이선이 말했다.

“또 감동했냐?”

“네.”

“이번엔 얼마인데?”

대니얼이 숫자를 말했다.

이선이 피식 웃었다.

“A1 개발비 생각하면 소수점이네.”

“그래도 고객이 먼저 다음 작업 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중요하지.”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돈은 기술을 설득해서 받은 게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받은 돈이었다.

그 차이가 컸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첫 고객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두 번째 시험고객이 들어왔다.

대학 연구실.

세 번째 문의.

소형 유체해석 회사.

네 번째.

배터리 소재 스타트업.

영업담당이 말했다.

“생각보다 반응 빠릅니다.”

대니얼은 기뻤다.

그리고 바로 걱정했다.

“큐 얼마나 남습니까?”

운영담당이 화면을 띄웠다.

작업대기열.

현재 네 고객.

작업 우선순위.

예상 완료시간.

A1 보드 두 대.

범용 노드 여러 대.

“아직 괜찮습니다.”

“피크는?”

“밤에 몰립니다.”

“왜?”

“고객들이 퇴근 전에 작업 올려요.”

대니얼은 웃었다.

당연했다.

연구자들은 퇴근 전 계산을 걸고 다음날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 모든 고객이 비슷한 시간에 몰린다.

“야간용량 늘립시다.”

운영담당이 말했다.

“장비부터 사지 말고 스케줄러부터 보죠.”

대니얼이 멈췄다.

좋은 반박.

“어떤 부분?”

“긴 작업 하나가 앞에 걸리면 짧은 작업이 다 기다립니다.”

현재 큐는 단순했다.

먼저 들어온 작업부터.

공정한 것 같지만 비효율적이었다.

대니얼은 화이트보드로 갔다.

작업시간 예측.

우선순위.

고객 마감.

자원유형.

“짧은 작업을 일부 먼저—”

운영담당이 말했다.

“고객한테 약속만 명확하면 가능합니다.”

“어떤 약속?”

“급행 요금.”

첫 번째 반복계약을 받은 다음 주, 고객 쪽 연구원이 직접 Helioxen 사무실을 찾았다.

대니얼은 당연히 서비스 만족도를 물으려 했다.

상대가 먼저 말했다.

“기술은 좋습니다.”

대니얼은 웃었다.

“그런데요?”

“결과 파일 찾기가 불편해요.”

대니얼의 웃음이 사라졌다.

“파일?”

“메일 링크 받고, 로그인하고, 프로젝트 고르고, 날짜 찾아야 합니다.”

지원담당이 말했다.

“보안 때문에 단계가 조금 많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합니다. 근데 하루에 여섯 번 하면 귀찮아요.”

대니얼은 직접 해봤다.

정말 귀찮았다.

자기 팀은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라 경로를 외웠다.

고객은 아니었다.

“어떻게 바꾸면 좋겠습니까?”

연구원이 놀랐다.

“저한테 묻는 겁니까?”

“쓰는 분이니까요.”

그는 간단하게 말했다.

프로젝트를 열면 최근 작업부터.

실패한 건 이유가 바로 보이게.

완료된 건 한 번에 내려받게.

대니얼은 개발팀을 불렀다.

“얼마나 걸립니까?”

예전 버릇.

개발자가 웃었다.

“대표님, 우선순위부터 물어보셔야죠.”

대니얼도 웃었다.

“좋습니다. 우선순위는?”

지원팀이 대답했다.

“높습니다. 같은 질문 자주 받습니다.”

“그럼.”

작은 개선.

며칠 뒤 반영.

고객이 메일을 보냈다.

훨씬 낫습니다.

대니얼은 그 메일을 A1의 최고 벤치마크보다 오래 봤다.

서비스가 커지는 과정은 이런 것들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기술 하나보다 작은 불편 수십 개를 없애는 일.

그런데 작은 개선이 반복될수록 고객은 떠나기 어려워졌다.

편해서.

익숙해서.

신뢰해서.

대니얼은 처음으로 ‘락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웠다.

고객을 묶어두는 게 목표가 아니다.

떠날 이유를 줄이는 것.

그게 더 정확했다.

그 주말에는 첫 고객과 계약갱신 이야기도 나왔다.

원래는 한 달 시험.

고객이 먼저 3개월을 제안했다.

대니얼은 가격을 유지했다.

이선이 물었다.

“올려도 되는데.”

“왜요?”

“가치 증명했잖아.”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다음 고객부터 조정하죠.”

“왜 첫 고객은?”

“우리도 많이 배웠으니까.”

이선이 웃었다.

“감성경영.”

“학습비용 정산입니다.”

둘은 웃었다.

고객도 Helioxen의 초기 시행착오를 견뎠다.

그 관계 자체가 자산이었다.

대니얼은 서비스업이 제품판매와 다른 점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제품은 넘기면 끝날 수 있다.

서비스는 다음날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매일.

반복해서.

그게 더 어렵고, 그래서 더 강했다.

영업담당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거 돈 되겠는데.”

이선이 웃었다.

대니얼은 바로 가격부터 계산하려 했다.

멈췄다.

“고객부터 물어보죠.”

사람들이 그를 봤다.

이선이 박수를 두 번 쳤다.

“많이 컸다.”

“그만하세요.”

첫 고객에게 물었다.

“급한 작업에 더 내실 의향 있습니까?”

답.

“있습니다.”

두 번째.

“연구비 예산 안이면.”

세 번째.

“급한 건 정말 급하면.”

완벽한 수요는 아니었다.

그래도 있었다.

Helioxen은 처음으로 서비스 등급을 나눴다.

일반.

우선.

긴급.

긴급은 비쌌다.

대신 일정한 시간 안에 결과를 보장한다.

대니얼은 그 문구를 보고 물었다.

“보장 가능합니까?”

운영담당이 말했다.

“용량 제한 걸면요.”

“몇 건?”

숫자를 정했다.

대니얼은 놀랐다.

돈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일부러 주문을 제한한다.

“왜 더 안 받습니까?”

“못 지키니까요.”

단순한 답.

A1에서 배우지 못했던 걸 서비스는 매일 가르쳤다.

팔 수 있다고 다 팔면 안 된다.

약속할 수 있는 만큼만 판다.

그날 밤 첫 고객의 두 번째 작업이 큐에 올라갔다.

이번에는 유료.

대니얼은 진행률을 보지 않았다.

운영팀이 처리했다.

다음날 아침.

완료.

고객 확인.

문제 없음.

두 번째 유료작업.

세 번째.

네 번째.

작은 숫자들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투자수익처럼 한 번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매일 조금씩 쌓였다.

대니얼은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회사는 한 번 맞혀서 커지는 게 아니라.

같은 가치를 반복해서 전달하면서 커질 수도 있었다.

그날 PROJECT 2046의 Compute 항목 아래 새 문장이 들어갔다.

Repeatable beats spectacular.

대니얼은 한참 보고 웃었다.

A1은 화려했다.

서비스는 반복됐다.

처음으로 그는 두 번째 쪽이 더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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