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8화 — 내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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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6개월 마지막 날.
A1 선주문.
0.
유료 구매계약.
0.
유상 리스.
0.
평가연장.
2.
기술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
여러 곳.
대니얼은 숫자를 화면에 띄웠다.
전 직원 회의.
A1 팀뿐 아니라 Helioxen 전체.
이선도 참석했다.
대니얼이 말했다.
“제품개발을 중단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했다.
누군가는 이미 예상했다.
그래도 실제로 듣는 건 달랐다.
대니얼은 준비한 발표자료를 넘겼다.
“하드웨어 연구는 계속합니다. A1을 독립 판매제품으로 만드는 작업만 중단합니다.”
팀원이 물었다.
“실패입니까?”
대니얼은 바로 대답했다.
“네.”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편했다.
그는 계속했다.
“제가 틀렸습니다.”
이번에는 더 조용해졌다.
“가속연산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화면에 고객 인터뷰.
선주문 0.
전환비용.
소프트웨어.
지원.
보안.
예산.
“틀린 건 시점과 제품 형태였습니다.”
이선이 대니얼을 보고 있었다.
“고객은 더 빠른 계산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새 하드웨어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싶어 하진 않았습니다.”
대니얼은 잠시 멈췄다.
“그 말을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화면에 예전 인터뷰 문장들이 나왔다.
서비스로 해주면 안 됩니까?
우리 코드 누가 옮깁니까?
사람 한 명 더 뽑는 게 싸요.
“제가 무시했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들었다.
대니얼은 말을 이어갔다.
“미래에 이런 기술이 중요해질 거라는 확신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고객이 왜 안 사는지를 ‘아직 이해 못 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물었다.
“대표님은 미래에 중요할 거라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합니까?”
대니얼의 심장이 한 번 뛰었다.
위험한 질문.
그는 준비된 범위에서 답했다.
“컴퓨팅 추세와 병렬화 방향을 보고 판단한 겁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것과 시장시점을 아는 건 다릅니다.”
대니얼은 화이트보드에 썼다.
Right technology
Wrong product
Wrong time
“제가 그걸 섞었습니다.”
팀장은 물었다.
“인원은요?”
가장 현실적인 질문.
대니얼이 말했다.
“해고 없습니다.”
몇몇 얼굴이 풀렸다.
“제품팀은 세 갈래로 이동합니다.”
첫째.
기존 H-001 계열 소프트웨어.
둘째.
계산서비스 프로토타입.
셋째.
A1 연구.
“하드웨어 생산은?”
“추가 생산 안 합니다.”
“남은 보드는?”
“연구와 서비스 시험.”
재무담당이 물었다.
“개발비는요?”
대니얼은 숫자를 말했다.
“일부는 자산으로 남지만, 제품화 비용 상당부분은 손실 처리합니다.”
이선이 끼어들지 않았다.
이건 대니얼이 직접 말해야 했다.
회의 끝.
대니얼은 질문을 받았다.
한 직원이 물었다.
“그럼 왜 6개월이나 했습니까?”
대니얼은 생각했다.
후회?
아니.
전부는 아니다.
“배운 게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로 실패를 성공이라고 바꾸진 않겠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사람들은 흩어졌다.
A1 팀 연구원 한 명이 남았다.
“대표님.”
“네.”
“저는 계속 이 기술 하고 싶습니다.”
전 직원 회의가 끝난 뒤 대니얼은 A1 팀과만 한 번 더 남았다.
“화난 사람 있습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대니얼이 말했다.
“진짜로.”
연구원 하나가 말했다.
“조금요.”
“왜?”
“6개월 동안 했는데 제품이 없어지니까.”
다른 사람은 말했다.
“저는 오히려 안도됩니다.”
첫 연구원이 그를 봤다.
“왜?”
“계속 팔릴 거라고 말해야 하는 게 더 부담이었어요.”
대니얼의 시선이 돌아갔다.
“누가 팔린다고 말하라고 했습니까?”
“직접 그런 건 아닌데요.”
직원이 머뭇거렸다.
“대표님이 너무 확신하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또 자기 말의 무게.
Daniel은 제품뿐 아니라 팀의 현실인식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앞으로는 반대자료를 더 일찍 올려주세요.”
직원이 웃었다.
“올렸습니다.”
대니얼이 굳었다.
“어디에?”
“주간보고.”
A1 구매의향이 낮다는 내용.
지원비용 증가.
고객별 전환 난이도.
대니얼은 다 읽었다.
읽었는데도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는 제가 읽었다고 끝내지 않겠습니다.”
“어떻게요?”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큰 투자결정에는 반대책임자를 한 명 정하죠.”
“반대책임자?”
“찬성논리 말고 중단논리를 끝까지 맡는 사람.”
이선이 나중에 듣고 좋아했다.
“악마의 변호인?”
“비슷합니다.”
“네가 말 안 들으면?”
대니얼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걸 기록해야죠.”
A1 실패는 제품검토 절차까지 바꿨다.
미래에 중요하다고 Daniel이 강하게 주장하는 프로젝트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반대검증을 붙인다.
자기 기억에 대한 제도적 브레이크.
그걸 만들기 시작한 첫 사건이었다.
“하세요.”
“제품 없이도요?”
“연구로.”
“예산 나옵니까?”
대니얼이 웃었다.
“작아집니다.”
연구원도 웃었다.
“그래도.”
“대신 한 가지.”
“뭡니까?”
“팔려고 과장하지 않습니다.”
“원래도 안 했잖아요.”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돈이 더 부족했다면?
회사가 더 절박했다면?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규칙이 필요한 이유였다.
오후.
이선이 대니얼 방에 들어왔다.
“어때?”
“기분 나쁩니다.”
“잘했어.”
“그 말 진심입니까?”
“응.”
“몇 달 전부터 그만두라며.”
“중단한 게 잘한 게 아니라.”
이선이 의자에 앉았다.
“네가 네 입으로 틀렸다고 한 거.”
대니얼은 화면을 봤다.
손실 숫자.
생각보다 컸다.
“돈 많이 날렸습니다.”
“감당 가능.”
“시간도.”
“그건 못 돌려받지.”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시간.
가장 아픈 단어.
이선이 말했다.
“근데 그 시간으로 앞으로 20년 실수 하나 줄이면 싼 거야.”
대니얼은 그 말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한 번의 실패.
미래기억을 현재시장보다 우선한 실패.
이걸 지금 배운다면.
나중에 훨씬 더 큰 산업에서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럼 너무 쉽게 위로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장부에 손실은 그대로 두잖아.”
이선이 웃었다.
“감정만 좀 할인해주는 거지.”
대니얼도 웃었다.
그날 A1 제품 페이지는 내려갔다.
아직 공개 판매 전이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웹페이지 하나가 사라졌다.
그런데 대니얼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미래에 맞는 기술도.
현재에 틀린 제품이면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 2046년까지 필요할 것이다.
중단발표 다음날, 직원 한 명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은 예상하지 못했다.
“A1 때문에요?”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그는 A1 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스타트업이면 제품 하나 망할 수도 있는 건 압니다.”
“그런데?”
“다음에도 대표님 확신 하나로 이렇게 갈까 봐요.”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돈보다 더 아픈 평가였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네.”
엔지니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중간에 데이터 안 좋았던 것도 다 봤잖아요.”
“봤습니다.”
“그런데 계속 갔고.”
대니얼은 변명할 수 있었다.
시장학습.
장기기술.
플랫폼 경험.
전부 사실.
하지만 직원이 묻는 건 그게 아니었다.
다음에도 Daniel이 자기 확신을 조직 위에 놓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남겠습니까?”
대니얼이 물었다.
상대가 놀랐다.
“저 때문에 제도 바꾸실 겁니까?”
“좋은 제도면요.”
엔지니어는 잠깐 생각했다.
“제품 중단기준을 대표님이 혼자 못 바꾸게 하세요.”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강한 요구.
“누가 결정합니까?”
“기술, 영업, 재무 셋 다 동의해야 연장.”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자기에게는 특별한 정보가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
어떤 기술은 시장이 늦게 알아볼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를 제한해야 할 수도 있었다.
미래기억을 조직이 검증할 수 없으니까.
“검토하겠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그 말은 안 한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대니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잠깐 숨을 쉬고 말했다.
“도입하겠습니다. 다만 전략연구는 별도 기준.”
“그건 합리적입니다.”
A1 이후 첫 ‘제품 게이트’ 제도가 생겼다.
제품 연장.
양산.
추가 인력.
모두 기술·영업·재무의 공동서명.
대표가 강하게 원해도 세 기능 중 하나가 반대하면 재검토.
엔지니어는 남기로 했다.
대니얼은 그날 깨달았다.
좋은 사람을 붙잡는 방법이 꼭 돈이나 비전은 아니다.
대표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뢰도 조직의 자산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