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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8화 — 내가 틀렸다

14,610일 · 48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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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6개월 마지막 날.

A1 선주문.

0.

유료 구매계약.

0.

유상 리스.

0.

평가연장.

2.

기술적으로 관심을 보인 곳.

여러 곳.

대니얼은 숫자를 화면에 띄웠다.

전 직원 회의.

A1 팀뿐 아니라 Helioxen 전체.

이선도 참석했다.

대니얼이 말했다.

“제품개발을 중단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했다.

누군가는 이미 예상했다.

그래도 실제로 듣는 건 달랐다.

대니얼은 준비한 발표자료를 넘겼다.

“하드웨어 연구는 계속합니다. A1을 독립 판매제품으로 만드는 작업만 중단합니다.”

팀원이 물었다.

“실패입니까?”

대니얼은 바로 대답했다.

“네.”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편했다.

그는 계속했다.

“제가 틀렸습니다.”

이번에는 더 조용해졌다.

“가속연산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화면에 고객 인터뷰.

선주문 0.

전환비용.

소프트웨어.

지원.

보안.

예산.

“틀린 건 시점과 제품 형태였습니다.”

이선이 대니얼을 보고 있었다.

“고객은 더 빠른 계산을 원했습니다. 그런데 새 하드웨어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싶어 하진 않았습니다.”

대니얼은 잠시 멈췄다.

“그 말을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화면에 예전 인터뷰 문장들이 나왔다.

서비스로 해주면 안 됩니까?

우리 코드 누가 옮깁니까?

사람 한 명 더 뽑는 게 싸요.

“제가 무시했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들었다.

대니얼은 말을 이어갔다.

“미래에 이런 기술이 중요해질 거라는 확신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고객이 왜 안 사는지를 ‘아직 이해 못 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물었다.

“대표님은 미래에 중요할 거라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합니까?”

대니얼의 심장이 한 번 뛰었다.

위험한 질문.

그는 준비된 범위에서 답했다.

“컴퓨팅 추세와 병렬화 방향을 보고 판단한 겁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것과 시장시점을 아는 건 다릅니다.”

대니얼은 화이트보드에 썼다.

Right technology

Wrong product

Wrong time

“제가 그걸 섞었습니다.”

팀장은 물었다.

“인원은요?”

가장 현실적인 질문.

대니얼이 말했다.

“해고 없습니다.”

몇몇 얼굴이 풀렸다.

“제품팀은 세 갈래로 이동합니다.”

첫째.

기존 H-001 계열 소프트웨어.

둘째.

계산서비스 프로토타입.

셋째.

A1 연구.

“하드웨어 생산은?”

“추가 생산 안 합니다.”

“남은 보드는?”

“연구와 서비스 시험.”

재무담당이 물었다.

“개발비는요?”

대니얼은 숫자를 말했다.

“일부는 자산으로 남지만, 제품화 비용 상당부분은 손실 처리합니다.”

이선이 끼어들지 않았다.

이건 대니얼이 직접 말해야 했다.

회의 끝.

대니얼은 질문을 받았다.

한 직원이 물었다.

“그럼 왜 6개월이나 했습니까?”

대니얼은 생각했다.

후회?

아니.

전부는 아니다.

“배운 게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로 실패를 성공이라고 바꾸진 않겠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사람들은 흩어졌다.

A1 팀 연구원 한 명이 남았다.

“대표님.”

“네.”

“저는 계속 이 기술 하고 싶습니다.”

전 직원 회의가 끝난 뒤 대니얼은 A1 팀과만 한 번 더 남았다.

“화난 사람 있습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대니얼이 말했다.

“진짜로.”

연구원 하나가 말했다.

“조금요.”

“왜?”

“6개월 동안 했는데 제품이 없어지니까.”

다른 사람은 말했다.

“저는 오히려 안도됩니다.”

첫 연구원이 그를 봤다.

“왜?”

“계속 팔릴 거라고 말해야 하는 게 더 부담이었어요.”

대니얼의 시선이 돌아갔다.

“누가 팔린다고 말하라고 했습니까?”

“직접 그런 건 아닌데요.”

직원이 머뭇거렸다.

“대표님이 너무 확신하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또 자기 말의 무게.

Daniel은 제품뿐 아니라 팀의 현실인식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앞으로는 반대자료를 더 일찍 올려주세요.”

직원이 웃었다.

“올렸습니다.”

대니얼이 굳었다.

“어디에?”

“주간보고.”

A1 구매의향이 낮다는 내용.

지원비용 증가.

고객별 전환 난이도.

대니얼은 다 읽었다.

읽었는데도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는 제가 읽었다고 끝내지 않겠습니다.”

“어떻게요?”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큰 투자결정에는 반대책임자를 한 명 정하죠.”

“반대책임자?”

“찬성논리 말고 중단논리를 끝까지 맡는 사람.”

이선이 나중에 듣고 좋아했다.

“악마의 변호인?”

“비슷합니다.”

“네가 말 안 들으면?”

대니얼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걸 기록해야죠.”

A1 실패는 제품검토 절차까지 바꿨다.

미래에 중요하다고 Daniel이 강하게 주장하는 프로젝트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반대검증을 붙인다.

자기 기억에 대한 제도적 브레이크.

그걸 만들기 시작한 첫 사건이었다.

“하세요.”

“제품 없이도요?”

“연구로.”

“예산 나옵니까?”

대니얼이 웃었다.

“작아집니다.”

연구원도 웃었다.

“그래도.”

“대신 한 가지.”

“뭡니까?”

“팔려고 과장하지 않습니다.”

“원래도 안 했잖아요.”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돈이 더 부족했다면?

회사가 더 절박했다면?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규칙이 필요한 이유였다.

오후.

이선이 대니얼 방에 들어왔다.

“어때?”

“기분 나쁩니다.”

“잘했어.”

“그 말 진심입니까?”

“응.”

“몇 달 전부터 그만두라며.”

“중단한 게 잘한 게 아니라.”

이선이 의자에 앉았다.

“네가 네 입으로 틀렸다고 한 거.”

대니얼은 화면을 봤다.

손실 숫자.

생각보다 컸다.

“돈 많이 날렸습니다.”

“감당 가능.”

“시간도.”

“그건 못 돌려받지.”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시간.

가장 아픈 단어.

이선이 말했다.

“근데 그 시간으로 앞으로 20년 실수 하나 줄이면 싼 거야.”

대니얼은 그 말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한 번의 실패.

미래기억을 현재시장보다 우선한 실패.

이걸 지금 배운다면.

나중에 훨씬 더 큰 산업에서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럼 너무 쉽게 위로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장부에 손실은 그대로 두잖아.”

이선이 웃었다.

“감정만 좀 할인해주는 거지.”

대니얼도 웃었다.

그날 A1 제품 페이지는 내려갔다.

아직 공개 판매 전이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웹페이지 하나가 사라졌다.

그런데 대니얼에게는 꽤 큰 일이었다.

미래에 맞는 기술도.

현재에 틀린 제품이면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 2046년까지 필요할 것이다.

중단발표 다음날, 직원 한 명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은 예상하지 못했다.

“A1 때문에요?”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그는 A1 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스타트업이면 제품 하나 망할 수도 있는 건 압니다.”

“그런데?”

“다음에도 대표님 확신 하나로 이렇게 갈까 봐요.”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돈보다 더 아픈 평가였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네.”

엔지니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중간에 데이터 안 좋았던 것도 다 봤잖아요.”

“봤습니다.”

“그런데 계속 갔고.”

대니얼은 변명할 수 있었다.

시장학습.

장기기술.

플랫폼 경험.

전부 사실.

하지만 직원이 묻는 건 그게 아니었다.

다음에도 Daniel이 자기 확신을 조직 위에 놓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남겠습니까?”

대니얼이 물었다.

상대가 놀랐다.

“저 때문에 제도 바꾸실 겁니까?”

“좋은 제도면요.”

엔지니어는 잠깐 생각했다.

“제품 중단기준을 대표님이 혼자 못 바꾸게 하세요.”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강한 요구.

“누가 결정합니까?”

“기술, 영업, 재무 셋 다 동의해야 연장.”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자기에게는 특별한 정보가 있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

어떤 기술은 시장이 늦게 알아볼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기를 제한해야 할 수도 있었다.

미래기억을 조직이 검증할 수 없으니까.

“검토하겠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그 말은 안 한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대니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잠깐 숨을 쉬고 말했다.

“도입하겠습니다. 다만 전략연구는 별도 기준.”

“그건 합리적입니다.”

A1 이후 첫 ‘제품 게이트’ 제도가 생겼다.

제품 연장.

양산.

추가 인력.

모두 기술·영업·재무의 공동서명.

대표가 강하게 원해도 세 기능 중 하나가 반대하면 재검토.

엔지니어는 남기로 했다.

대니얼은 그날 깨달았다.

좋은 사람을 붙잡는 방법이 꼭 돈이나 비전은 아니다.

대표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뢰도 조직의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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