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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6화 — 데모는 성공했고 계약은 없었다

14,610일 · 46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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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두 달 동안 A1 팀은 가장 큰 잠재고객 하나에 집중했다.

항공우주 부품을 설계하는 중견 엔지니어링 회사.

계산량이 많았다.

현재 클러스터는 노후화.

설계팀은 대기시간에 불만.

A1이 맞을 것 같았다.

영업담당도 처음으로 말했다.

“이번엔 가능성 높습니다.”

대니얼은 기대했다.

첫 기술미팅.

고객의 해석팀장은 A1 벤치마크를 보고 바로 관심을 보였다.

“실제 모델로 해봅시다.”

좋았다.

고객 데이터는 보안 때문에 외부로 못 나왔다.

A1 장비를 직접 들고 가야 했다.

Helioxen 직원 네 명.

대니얼도 갔다.

이선은 가지 않았다.

“영업은 회사가 해.”

“큰 고객입니다.”

“그래서 네가 가면 할인 더 해줄 거야?”

대니얼은 무시했다.

현장 설치.

전원.

네트워크.

보안팀 검토.

드라이버.

첫날은 계산 한 번 못 돌리고 끝났다.

대니얼은 조급했다.

“내일 아침 바로 시작하죠.”

고객 보안담당이 말했다.

“아직 승인 안 났습니다.”

“뭐가 더 필요합니까?”

“드라이버 서명 검증.”

“오프라인 환경인데.”

“그래도.”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보안은 고객 입장에서 합리적이었다.

둘째 날 오후.

첫 테스트.

성공.

1.9배.

두 번째.

2.6배.

고객 엔지니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니얼도 확신이 생겼다.

“구매 논의 들어갈 수 있겠네요.”

해석팀장은 말했다.

“기술 쪽은요.”

그 말의 뒷부분이 있었다.

“구매는 IT랑 재무도 봐야 합니다.”

다음 회의.

IT팀.

“이 장비만 별도 드라이버와 라이브러리를 유지해야 합니까?”

“현재는 그렇습니다.”

“패치 누가 검증하죠?”

“Helioxen이 지원합니다.”

“우리 표준배포 체계와 다르네요.”

보안팀.

“외부 업데이트 반입절차가 매번 필요합니다.”

재무팀.

“기존 클러스터 감가상각이 2년 남았습니다.”

설계팀.

“그래도 빨라집니다.”

IT팀.

“일부 워크로드만.”

설계팀.

“시간이 돈입니다.”

재무팀.

“전환비용도 돈입니다.”

회의가 길어졌다.

대니얼은 점점 답답해졌다.

기술적으로는 명확했다.

A1이 더 빠르다.

그런데 조직 전체로 보면 문제가 늘어났다.

새 장비.

새 지원계약.

새 교육.

새 보안절차.

새 소프트웨어.

고객은 성능 하나를 사는 게 아니었다.

변화를 사야 했다.

회의 마지막.

구매담당이 물었다.

“기존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버전은 언제 나옵니까?”

대니얼이 말했다.

“성능을 그렇게 만들면 장점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운영은 쉬워집니다.”

“그럼 굳이 A1을—”

대니얼은 말을 멈췄다.

고객의 질문은 정확했다.

A1의 성능을 얻으려면 고객이 변해야 한다.

고객이 안 변하게 만들면 A1의 장점이 줄어든다.

아직 기술이 고객의 변화를 정당화할 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대니얼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가격 할인.

이선에게 미리 승인받은 범위.

구매담당은 계산했다.

그래도 대답은 같았다.

“올해는 어렵습니다.”

“내년은?”

“예산 다시 볼 때.”

“평가장비는 두고 갈 수 있습니다.”

“지원인력은요?”

대니얼은 잠깐 멈췄다.

계속 상주지원하면 손실이다.

“원격지원.”

보안팀이 고개를 저었다.

외부접속 불가.

현장지원.

사흘짜리 데모 마지막 날, 고객의 IT 책임자가 대니얼을 따로 불렀다.

“기술팀은 사고 싶어 합니다.”

대니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요?”

“제가 반대합니다.”

대니얼은 의외라기보다 짜증이 먼저 났다.

“이유를 다시 들을 수 있습니까?”

“우리 팀이 이 장비를 운영할 준비가 안 됐습니다.”

“Helioxen이 지원합니다.”

“당신 회사가 지금 몇 명이죠?”

대니얼이 숫자를 말했다.

“우리 같은 고객 다섯 곳 생기면 현장지원 가능합니까?”

대니얼이 멈췄다.

“늘리면 됩니다.”

“그 사람들 훈련은?”

또.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우리가 장애 나면?”

IT 책임자는 공격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

“저는 이 기술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준비 안 된 상태로 넣고 싶지 않은 겁니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고객의 거절이 보수성이 아니라 장기 책임에서 나오는 장면을 봤다.

기술팀은 성능을 본다.

IT는 운영을 본다.

재무는 회수기간.

보안은 공격면.

조달은 공급지속성.

각자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대니얼은 회의실을 나가며 생각했다.

조직이 느린 건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실패를 막는 사람들이 동시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성방어도 언젠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맞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되고.

지불되고.

보호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그걸 통과해야 실제 시스템이 된다.

돌아오는 길, 대니얼은 데모 자료 첫 장에 있던 ‘2.95배’를 지웠다.

대신 고객 거절 이유를 첫 장으로 옮겼다.

다음 제품회의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최고성능이 아니라 도입되지 않은 이유였다.

비용 증가.

끝이었다.

사흘짜리 데모는 기술적으로 성공했다.

계약은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

팀은 조용했다.

한 연구원이 말했다.

“성능은 좋았는데.”

대니얼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그 문장이 너무 익숙했다.

성능은 좋다.

제품은 안 팔린다.

Helioxen에 도착하자 이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왜?”

대니얼이 전부 설명했다.

이선은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 했잖아.”

“이번 고객은 계산량이 큽니다.”

“그래도.”

“기술팀은 원합니다.”

“회사는 기술팀만 있는 게 아니지.”

대니얼은 그 말이 싫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미 봤다.

보안.

IT.

재무.

조달.

A1은 한 팀의 문제는 해결했다.

대신 다른 네 팀의 문제를 만들었다.

이선이 물었다.

“시한까지 얼마나?”

“5주.”

“주문?”

“0.”

“평가?”

“기술평가는 좋습니다.”

“주문?”

“0.”

대니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반복했다.

이선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대니얼은 고객회의 메모를 다시 읽었다.

‘올해는 어렵습니다.’

‘표준체계와 다릅니다.’

‘전환비용.’

‘보안.’

‘지원.’

누구도 “기술을 이해 못 해서”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래서 안 샀다.

그 사실이 가장 아팠다.

대니얼은 A1 문서 첫 장에 적었다.

Technical success does not imply product-market fit.

영어로 쓰고 나니 너무 교과서 같았다.

그 아래 한국어 대신 자기 머릿속에 더 단순하게 번역했다.

잘 만들었다고 팔리는 건 아니다.

다섯 주.

약속한 시한까지 남은 시간.

이번에는 D-Day가 아니라 A1의 카운트다운이었다.

고객사에서 돌아온 다음날, 대니얼은 데모 성공률만 따로 보는 보고서를 없앴다.

대신 새 표를 만들었다.

기술평가.

도입장벽.

구매결정자.

운영책임자.

예산주기.

각 항목이 따로였다.

영업담당이 말했다.

“이제야 B2B 영업 같네요.”

“전에는 뭐였습니까?”

“발명품 발표회?”

대니얼이 씁쓸하게 웃었다.

맞았다.

자기는 좋은 기술을 보여주면 조직이 알아서 구매결정을 내릴 거라 생각했다.

실제 회사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해석팀이 좋아도 IT가 반대할 수 있다.

IT가 좋아도 재무가 안 된다.

재무가 돼도 보안이 막을 수 있다.

조달주기가 안 맞으면 6개월을 기다릴 수도 있다.

대니얼은 각 고객별로 ‘누가 무엇 때문에 반대하는가’를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업전략이었다.

곧 더 큰 의미가 보였다.

어떤 기술이 사회에 들어오려면, 기술적 성능 외에도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행성방어는 훨씬 심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충돌확률을 증명해도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움직여도 예산.

법.

국가간 책임.

발사허가.

핵기술.

대중.

모든 관문이 있다.

2046년의 첫 삶에서 자신들은 너무 늦게 기술과 제도를 동시에 움직였다.

A1 판매회의에서 받는 작은 거절들이 미래의 더 큰 거절을 미리 연습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자 실패가 조금 덜 억울했다.

그러나 그게 A1을 계속할 이유는 아니었다.

Daniel은 이번에는 그 둘을 구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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