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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3화 — 선주문 0

14,610일 · 43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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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의 두 번째 시제품은 더 빨랐다.

그리고 더 비쌌다.

첫 버전에서 발견된 전원문제.

열.

메모리 오류.

보드 레이아웃.

하나씩 고치다 보니 부품비가 올라갔다.

대니얼은 원가표를 보고 말했다.

“양산하면 내려갑니다.”

이선이 물었다.

“몇 대 양산할 건데?”

“처음엔 소량.”

“그럼 안 내려가.”

“규모 커지면.”

“주문이 있어야 규모가 커지지.”

원점.

대니얼은 답답했다.

시제품을 더 싸게 만들려면 양산이 필요하다.

양산하려면 고객이 필요하다.

고객은 더 싸고 안정적이어야 산다.

전형적인 닭과 달걀.

그는 자기 돈으로 초기 양산을 하자는 결론을 냈다.

“몇 대?”

이선이 물었다.

“20대.”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팀장이 말했다.

“너무 많습니다.”

“열 대?”

“다섯 대도 많아요.”

대니얼이 눈을 좁혔다.

“수요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선주문 0.”

이선이 바로 말했다.

“관심 있다고 한 곳은요?”

“관심이 주문은 아니야.”

대니얼은 짜증이 났다.

“아무것도 안 만들면 아무도 못 삽니다.”

“시제품 있잖아.”

“고객 현장평가하려면 여러 대 필요합니다.”

“그건 맞아.”

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평가용 몇 대.”

“양산 경험도 쌓아야 합니다.”

팀장이 말했다.

“그러면 5대.”

대니얼은 10대를 원했다.

협상 끝에 6대.

그 순간 Daniel은 자기 조직에서조차 원하는 수량을 못 얻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좋은 징후였다.

A1 여섯 대가 생산됐다.

두 대는 내부연구.

한 대는 첫 고객 평가.

한 대는 대학 연구실.

한 대는 제조업체.

한 대는 예비.

첫 현장평가.

첫 고객의 엔지니어는 보드를 보고 말했다.

“이걸 어디에 꽂죠?”

랙 구조부터 바꿔야 했다.

전력공급.

냉각.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변환.

Helioxen 직원 두 명이 사흘 동안 상주했다.

설치는 성공했다.

첫 작업.

전체 시간 1.34배 개선.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왜 이것밖에 안 나옵니까?”

연구원이 말했다.

“이 고객 작업은 가속 가능한 구간이 적습니다.”

“다른 모델.”

두 번째.

1.51배.

세 번째.

오류.

네 번째.

1.08배.

고객 사장이 말했다.

“우리 기존 시스템 두 번째 주문한 게 더 체감 좋네.”

대니얼은 대답하지 못했다.

A1은 특정 연산에서 7배.

실제 고객 업무에서 8~50퍼센트.

그 사이가 제품의 전부였다.

“가격은?”

사장이 물었다.

대니얼이 평가용 조건을 설명했다.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 돈이면 지금 시스템 한 대 더.”

“향후 소프트웨어 개선하면—”

“그때 다시 보자.”

평가 종료.

구매 없음.

두 번째 연구실은 결과가 더 좋았다.

특정 계산에서 전체 2.4배.

연구원들이 흥분했다.

대니얼도 기뻤다.

그러나 구매담당자는 말했다.

“내년도 예산에 검토.”

“올해는요?”

“이미 장비예산 끝났습니다.”

세 번째 제조업체.

보안 문제로 외부 컴파일러 설치 승인에 한 달.

한 달 뒤 드라이버 충돌.

다시 2주.

성능평가 전에 담당부서가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바꿨다.

평가 중단.

대니얼은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읽었다.

각 실패는 합리적이었다.

누구도 기술을 이해 못 해서 거절한 게 아니었다.

고객은 자기 예산.

업무.

보안.

사람.

일정을 보고 있었다.

대니얼만 10년 뒤를 보고 있었다.

이선이 말했다.

“선주문?”

“0.”

“평가 후 구매?”

“0.”

“그럼.”

대니얼은 고개를 들었다.

여섯 대를 생산하는 과정도 작은 양산이라 부르기엔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첫 보드와 두 번째 보드가 미묘하게 달랐다.

부품 공급업체가 한 커패시터를 바꿨다.

성능에는 영향 없다고 했다.

실제로 대부분은 없었다.

한 대에서만 부팅불량.

원인을 찾는 데 이틀.

또 다른 보드는 냉각판 접촉이 조금 달라 온도가 높았다.

연구실 시제품에서는 손으로 고치면 끝이었다.

여섯 대를 똑같이 만들어야 하자 세상이 달라졌다.

대니얼이 말했다.

“공정표준부터 만들죠.”

팀장이 웃었다.

“이제 제조업 배우시네요.”

“공장에서도 배웠습니다.”

“보드 여섯 장에서 다시 배우는 중이고.”

맞았다.

설계가 같다고 제품이 같아지는 건 아니었다.

부품 로트.

조립.

검사.

펌웨어.

모든 차이를 관리해야 했다.

대니얼은 정밀가공 공장에 있던 작업표와 검사기록을 떠올렸다.

그때는 단순해 보였던 것들이 이제 이해됐다.

A1 팀은 각 보드에 일련번호를 붙였다.

시험결과.

온도.

전력.

오류.

모두 추적.

여섯 대밖에 없는데 문서가 산처럼 늘었다.

이선이 말했다.

“20대 만들자고 했지?”

대니얼이 대답하지 않았다.

“20대였으면 지금 울었겠다.”

“안 웁니다.”

“돈은 울었겠지.”

대니얼도 웃었다.

6대로 줄인 결정은 명백히 옳았다.

자기가 원한 20대였다면 재고뿐 아니라 품질문제도 네 배 가까이 늘었을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 대니얼은 다음 제품부터 ‘첫 생산수량’에 별도 기준을 만들었다.

수요가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최소수량.

양산 전에 생산과정 자체를 시험한다.

미래의 거대한 제조망을 생각하면 너무 작은 교훈이었다.

그래서 더 값쌌다.

작을 때 틀리는 게 낫다.

그 교훈을 A1은 계속 비싼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팀 늘립니다.”

이선이 눈을 감았다.

“댄.”

“하드웨어는 됩니다.”

“그래.”

“병목이 소프트웨어니까.”

“그래.”

“그러면 병목을 풀면 됩니다.”

“그게 얼마나 걸려?”

“1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이선이 천천히 말했다.

“1년 동안 이 제품 때문에 몇 명 쓸 건데.”

대니얼이 숫자를 말했다.

“회사 전체 몇 명인데?”

대니얼은 또 숫자를 말했다.

너무 큰 비율.

이선이 말했다.

“네가 이 제품을 맞게 만들려고 회사를 바꾸고 있어.”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우리 회사 방향하고 맞습니다.”

“미래 방향은.”

“현재도 필요합니다.”

“누가?”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연구기관.”

“돈 내는 곳 몇 군데?”

“늘어날 겁니다.”

“또 미래.”

대니얼이 짜증을 냈다.

“그럼 언제 해야 합니까?”

“고객문제가 커질 때.”

“그때는 늦습니다.”

“왜 늦어?”

“경험이 없으니까.”

“연구 계속하면 되잖아.”

“제품을 해야 실제 문제를 압니다.”

그 말에는 이선도 반박하지 못했다.

제품을 만들어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문제는 학습비용이었다.

이선이 물었다.

“그럼 학습비용이라고 인정할래?”

“무슨 뜻입니까?”

“이걸 당장 큰 사업이라고 부르지 말고.”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지점.

A1이 제품이 아니라 비싼 실험이라고 인정하는 것.

그는 결국 말했다.

“6개월만 더.”

“예산?”

“추가 상한 정합니다.”

“인원?”

“늘리지 않습니다.”

“그다음 선주문 0이면?”

대니얼이 잠깐 늦었다.

“중단 검토.”

이선이 바로 잡았다.

“중단.”

대니얼은 그를 봤다.

“중단 검토가 아니라 중단.”

침묵.

“좋습니다.”

대니얼이 말했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그날 A1의 내부 문서 상태가 바뀌었다.

Product Development

에서

Pilot / Market Validation

으로.

단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대니얼은 패배한 기분이었다.

실제로는 처음으로 현실에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여섯 대 중 한 대를 대학에 설치하러 갔을 때는 예상 밖의 문제가 있었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운영환경을 쓰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컴파일러.

누군가는 최신 버전.

연구실마다 라이브러리도 달랐다.

Helioxen이 준비한 ‘지원환경’은 실험실 현실과 달랐다.

연구원이 말했다.

“표준환경으로 맞추면 됩니다.”

대학 쪽 박사과정 학생이 웃었다.

“그 표준이 우리 연구실에는 없습니다.”

대니얼은 또 현실의 층을 봤다.

제품을 쓰려는 조직이 작다고 단순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각자 자유롭게 쌓인 환경 때문에 더 복잡했다.

그날 설치는 성공했지만 계획보다 이틀 늦었다.

대니얼은 보고서에 기술문제라고 쓰려다 지웠다.

Environment mismatch.

더 정확했다.

A1이 시장에서 만나는 적은 경쟁제품만이 아니었다.

지난 수년 동안 고객이 이미 만들어놓은 모든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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