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2화 —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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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기 프로젝트의 내부 이름은 A1이 됐다.
대니얼은 이름을 길게 짓지 않았다.
첫 보드.
첫 드라이버.
첫 실패.
그 정도면 충분했다.
프로젝트 팀은 네 명.
하드웨어 둘.
소프트웨어 둘.
대니얼은 공식적으로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매일 들여다봤다.
첫 주에는 아키텍처.
둘째 주에는 메모리.
셋째 주에는 냉각.
넷째 주에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연구원이 말했다.
“대표님.”
“네.”
“질문입니까, 제안입니까, 결정입니까?”
31~40화에서 만든 라벨이 돌아왔다.
대니얼이 웃었다.
“제안.”
“그럼 안 해도 됩니까?”
“네.”
연구원은 진짜로 안 했다.
대니얼은 하루 종일 그게 신경 쓰였다.
다음날 결과를 봤다.
자기 제안보다 나았다.
“좋네요.”
연구원이 말했다.
“대표님 방식은 다음 세대 하드웨어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문장이 문제였다.
다음 세대에는 좋다.
대니얼은 그 말을 칭찬처럼 받아들였다.
그 다음부터 미래지향적인 선택에 더 끌렸다.
현재 보드에서 성능이 조금 줄더라도 확장성이 큰 설계.
현재 고객이 쓰지 않아도 나중에 필요한 인터페이스.
지금은 비싼 부품이지만 몇 년 뒤 가격이 내려갈 것 같은 구성.
팀은 계속 물었다.
“왜 지금 넣습니까?”
대니얼은 계속 같은 답을 했다.
“나중에 다시 만들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합리적이었다.
실제로는 A1이 점점 ‘현재 제품’이 아니라 ‘미래 준비물’이 되어갔다.
이선은 비용표를 보고 말했다.
“예산 상한 넘었어.”
“12퍼센트입니다.”
“상한은 퍼센트가 아니고 상한이야.”
“이번 한 번만.”
이선이 웃지 않았다.
“그 말 처음 나온 거 아니다.”
대니얼은 바로 기억하지 못했다.
공장.
냉각.
채용.
몇 번이나 ‘이번만’이 있었다.
“부품 하나 때문입니다.”
“그 부품 빼면?”
“성능이 내려갑니다.”
“고객이 몇 배 원했는데?”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당장 사고 싶다는 고객은 없었다.
이선이 말했다.
“배우려고 만드는 거면 예산 넘길 이유가 더 없어.”
“이걸 제대로 만들어야 배웁니다.”
“제대로의 기준이 누구 거냐?”
대니얼은 짜증이 났다.
“기술적으로 맞는 기준입니다.”
“고객 없는 제품의 기술적 정답이 뭐야?”
말이 날카로웠다.
대니얼은 회의를 끝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선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말도 싫다.”
“왜요?”
“책임진다는 말로 다른 사람 반대를 끝내잖아.”
대니얼이 굳었다.
“그런 의도 아닙니다.”
“결과는 같아.”
이선은 문서를 내려놓았다.
“네 돈 잃는 건 네 책임 맞아. 팀이 6개월 쓰는 건 네 책임만은 아니야.”
대니얼은 그날 밤 혼자 A1 설계자료를 봤다.
이선 말이 맞았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미래는 기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2046년이 기다리지 않는다.
고객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 수 있다.
누군가는 먼저 해야 한다.
그 누군가가 자신일 뿐이다.
다음 달.
첫 A1 시제품 보드가 조립됐다.
기판.
메모리.
가속칩.
전원부.
냉각.
작은 보드 하나에 몇 달과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전원을 넣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화면도.
팬도.
개발자가 말했다.
“전원 안 올라옵니다.”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원인을 찾는 데 하루가 걸렸다.
전원 시퀀싱 문제.
수정.
다시 전원.
이번에는 팬이 돌았다.
로그 출력.
팀에서 박수가 나왔다.
대니얼도 웃었다.
첫 테스트.
간단한 행렬연산.
정상.
두 번째.
오류.
세 번째.
정상.
네 번째.
시스템 멈춤.
연구원이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대니얼은 오히려 신이 났다.
“당연하죠.”
그들은 디버깅을 시작했다.
몇 주 뒤 A1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제품을 설계하는 동안 A1 팀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 구조면 계산 말고 다른 데도 쓸 수 있겠는데요.”
“어디요?”
“이미지 처리.”
다른 연구원이 말했다.
“기계학습 쪽도.”
2009년의 ‘기계학습’이라는 단어는 대니얼에게 다른 무게가 있었다.
첫 삶에서 그는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연구개발 속도를 바꾸는 걸 봤다.
언젠가는.
확실히.
대니얼의 관심이 바로 쏠렸다.
“어떤 연산?”
행렬.
벡터.
대량 병렬.
익숙했다.
너무 익숙했다.
그는 화이트보드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쪽 라이브러리도 준비합시다.”
팀장이 바로 말했다.
“범위 늘어납니다.”
“재사용 가능합니다.”
“고객은요?”
“아직.”
“그러면 연구노트만.”
대니얼은 불만이었다.
AI용 기반을 지금 준비하면 몇 년을 벌 수 있다.
그 몇 년은 엄청나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최소한 인터페이스만.”
팀장이 대답했다.
“대표님이 ‘최소한’이라고 말하면 일이 커집니다.”
회의실에 웃음이 났다.
대니얼만 진지했다.
결국 인터페이스 설계만 남기고 구현은 미뤘다.
그날 밤 혼자 화이트보드를 다시 봤다.
AI.
시뮬레이션.
가속연산.
자기가 미래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다시 실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못 쓰는지도.
너무 일찍 말하면 미친 사람이 된다.
너무 일찍 만들면 안 팔린다.
너무 늦게 움직이면 시간을 잃는다.
정답은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느 만큼 현실로 가져올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 판단능력은 첫 삶에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미래가 현재가 된 뒤였다.
이번 삶에서 새로 배워야 했다.
다음 주 원가회의.
부품 하나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비싼 고속메모리.
성능은 분명히 좋아졌다.
팀은 저렴한 부품도 충분하다고 했다.
대니얼은 고속메모리를 원했다.
“나중에 병목 됩니다.”
연구원이 말했다.
“지금은 아닙니다.”
“곧 됩니다.”
“언제요?”
대니얼이 또 막혔다.
결국 두 버전을 시험했다.
실제 고객 워크로드 차이.
6퍼센트.
가격차이.
훨씬 큼.
팀은 싼 부품을 선택했다.
대니얼은 불만이었지만 따랐다.
한 달 뒤 다른 워크로드에서는 차이가 커졌다.
그때 연구원이 말했다.
“대표님 말도 맞았네요.”
대니얼이 기뻐하려 하자 이어졌다.
“근데 그 고객 아직 없죠.”
다시 현재.
A1 프로젝트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말 같았다.
벤치마크 수치.
CPU 대비 7.2배.
대니얼은 화면을 오래 봤다.
7.2.
좋았다.
너무 좋았다.
팀도 흥분했다.
“이거 팔 수 있겠는데요.”
누군가 말했다.
그 한마디가 대니얼에게 필요한 허락처럼 들렸다.
다시 고객에게 연락했다.
첫 번째 고객.
“7배?”
사장이 놀랐다.
“특정 연산에서요.”
“전체는?”
대니얼이 멈췄다.
아직 측정 중.
“곧 나옵니다.”
두 번째 고객.
“우리 코드 그대로 돌아갑니까?”
“변환이 필요합니다.”
“그럼 다음에.”
세 번째.
“가격은?”
대니얼이 숫자를 말했다.
침묵.
“그 돈이면 범용 서버를 더 사죠.”
네 번째.
“지원기간은?”
“최소 3년.”
“회사가 3년 뒤에도 이 보드 지원합니까?”
대니얼이 굳었다.
당연히 지원할 생각이었다.
고객에게는 ‘생각’이 계약이 아니었다.
다섯 번째.
“성능 좋네요.”
“도입하시겠습니까?”
“아뇨.”
대니얼의 미소가 사라졌다.
“왜요?”
“우리 병목은 계산이 아니라 전처리팀입니다.”
또 현재.
또 다른 병목.
열 번째 인터뷰가 끝났다.
이번에도 선주문은 0.
대니얼은 화이트보드를 봤다.
A1 기술지표는 좋아졌다.
시장지표는 변하지 않았다.
이선이 말했다.
“이제?”
대니얼은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시제품 더 개선합니다.”
“댄.”
“성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고치죠.”
이선은 한숨을 쉬었다.
“제품이 고객을 못 맞추니까 고객 환경을 우리가 다 맞추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계산 중입니다.”
“시간은?”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대니얼은 A1 보드 사진을 오래 봤다.
작동한다.
빠르다.
기술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미래는 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그 미래가 올 때까지 다른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대니얼은 아직 그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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