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0화 — 첫 번째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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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뒤.
Helioxen의 첫 고객은 두 번째 시스템을 주문했다.
이번에는 협상이 짧았다.
“지난달 가동률.”
고객 사장이 숫자를 말했다.
대니얼이 대답했다.
“99.2퍼센트.”
“평균 계산시간.”
“기존 대비 53퍼센트.”
“전력비 포함?”
“36퍼센트 절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 더.”
대니얼은 계약서를 밀었다.
“이번 버전은 스케줄러 개선이 들어갑니다.”
“얼마나 빨라져?”
대니얼은 자동으로 큰 숫자를 말하려 했다.
“평균 10에서 15퍼센트 예상입니다.”
사장이 웃었다.
“요즘은 얌전하네.”
“배웠습니다.”
“누구한테?”
대니얼이 생각했다.
Ethan.
공장 작업자.
교수.
자기 직원.
고객.
응급실의 의대생.
“여러 명한테요.”
두 번째 계약이 끝난 뒤 Helioxen 직원들은 작은 축하를 했다.
피자.
또 피자였다.
대니얼이 불평했다.
“회사가 성장해도 메뉴는 왜 그대로죠?”
이선이 말했다.
“대표가 서버에 돈 다 써서.”
“이번엔 제가 좋은 거 사겠습니다.”
직원들이 박수쳤다.
그날 사무실 한쪽에는 첫 시스템 사진이 붙었다.
서버랙.
케이블.
조악한 라벨.
화려하지 않았다.
그 아래 누군가 손으로 적었다.
H-001
대니얼은 숫자를 보고 웃었다.
“이름까지 붙였습니까?”
“역사적인 첫 제품이잖아요.”
“제품명이 아니고 일련번호입니다.”
“대표님은 낭만이 없어.”
그 말에 사무실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대니얼은 사진을 오래 봤다.
H-001.
성능은 첫 삶 기준으로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존재했다.
누군가 돈을 내고 썼다.
누군가의 설계시간을 줄였다.
팀은 문제를 고쳤고.
고객은 다시 주문했다.
이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었다.
산업이었다.
오후에는 첫 번째 소규모 공개 벤치마크가 있었다.
고객 허락을 받아 일부 결과를 익명화해 발표했다.
대니얼은 과장하지 않았다.
최고수치 대신 평균.
실패율도 같이.
전력비도.
운영지원 비용도.
발표가 끝나자 한 참석자가 물었다.
“경쟁 시스템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건 아니군요.”
“아닙니다.”
“그럼 강점이 뭡니까?”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미래 확장성을 말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현재 고객을 떠올렸다.
“전체 작업시간을 줄입니다.”
“성능하고 다른가요?”
“네.”
대니얼은 설명했다.
계산속도.
대기열.
설치.
오류복구.
지원.
전력.
사용자 교육.
“고객은 프로세서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삽니다.”
회의실이 조용했다.
대니얼 자신도 말을 하고 나서야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메모했다.
질의응답 뒤 한 연구팀 관계자가 찾아왔다.
“저희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첫 고객이 아닌 두 번째 독립 고객 후보.
대니얼은 명함을 받았다.
“어떤 계산입니까?”
“유체 쪽입니다.”
대니얼의 머릿속에서 바로 요구사항이 펼쳐졌다.
메모리.
통신.
병렬화.
그는 질문을 시작했다.
이선이 멀리서 보고 웃었다.
첫 공개 벤치마크가 끝난 저녁, 팀은 H-001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대니얼은 가운데 서라는 말을 거절했다.
“시스템 옆에 팀이 서면 되죠.”
“대표님도 팀인데요.”
결국 구석에 섰다.
사진을 찍은 뒤 한 직원이 물었다.
“이 사진 나중에 유명해질까요?”
이선이 말했다.
“대표만 망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웃었다.
대니얼은 사진 속 얼굴들을 봤다.
지금은 열 명도 안 되는 팀.
2046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바로 그래서 중요했다.
거대한 조직은 처음부터 거대하지 않다.
이 사람들 중 누가 오래 남을지 모른다.
누가 떠날지.
누가 다른 회사를 만들지.
자기는 그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
사진은 그 순간만 기록할 뿐이었다.
그날 밤 Ethan이 물었다.
“이거 다 잘되면 뭐 할 거야?”
대니얼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 잘된다는 게 어디까지인데요?”
“회사.”
“더 키우죠.”
“그다음.”
“다른 기술.”
“그다음.”
대니얼이 짜증난 표정으로 봤다.
“왜 계속 물어요?”
이선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끝이 안 보여서.”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이 말했다.
“돈은 목적 아니라며.”
“네.”
“회사도 목적 아닌 것 같고.”
“네.”
“그럼 끝나면 뭐 하는데?”
대니얼의 머릿속에 2046년이 떠올랐다.
충돌.
빛.
검은 화면.
그 뒤는 없었다.
자기는 2046년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모르겠습니다.”
이선이 웃었다.
“처음으로 솔직한 답 같네.”
대니얼은 웃지 않았다.
그 질문이 이상하게 남았다.
2046년을 넘기면.
그다음에는?
생각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다음’이 없는 계획은 이상했다.
사람을 살리는 이유는 그 뒤를 살게 하기 위해서다.
정작 자신은 자기 뒤를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PROJECT 2046을 닫았다.
오늘은 답을 내지 않기로 했다.
첫 시스템이 태어났다.
첫 고객이 생겼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기 계획의 끝 바깥에 빈칸 하나가 생겼다.
그 빈칸은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와 대니얼은 PROJECT 2046을 열었다.
오랜만이었다.
Capital.
Manufacturing.
Compute.
세 줄이 있었다.
Compute 옆에 처음으로 체크를 하나 넣었다.
완료가 아니었다.
시작.
그는 상태를 이렇게 적었다.
Compute — commercially real
그리고 D-Day를 확인했다.
오랜만이었다.
숫자는 1화의 14,610보다 많이 줄어 있었다.
대니얼은 예전처럼 숨이 막히지 않았다.
줄어든 시간만 본 게 아니었다.
그 사이 생긴 것도 봤다.
투자회사.
살아남은 공장.
Helioxen.
직원.
고객.
첫 계산시스템.
다른 사람에게는 작은 기술회사 하나였다.
대니얼에게는 2046년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실물 계단이었다.
그날 늦은 오후, 연구팀이 보내온 새 제안서를 검토했다.
고객은 더 빠른 계산을 원했다.
현재 시스템으로도 가능했다.
그런데 대니얼은 제안서 뒤에 자기 메모를 붙였다.
Dedicated accelerator?
미래에는 맞는 방향이었다.
훨씬 빠른 연산.
특정 작업 최적화.
그래픽 연산을 넘어 더 공격적인 하드웨어.
기술적으로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시장이었다.
아직 누구도 그걸 요구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메모를 한참 봤다.
그리고 지우지 않았다.
다만 한 줄을 추가했다.
Research first. Product only if customer need is proven.
옆에서 이선이 말했다.
“또 뭘 꾸미냐.”
“연구입니다.”
“제품 아니고?”
“아직은.”
이선이 웃었다.
“그 ‘아직은’이 무섭다.”
대니얼도 웃었다.
정확했다.
Helioxen은 첫 번째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니얼은 벌써 다음 계단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미래를 너무 빨리 끌어오려 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직 몰랐다.
그 대가는 다음 제품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
사진을 인화한 사람은 막내 직원이었다.
H-001 앞에 선 팀.
대니얼은 구석.
이선은 피자조각을 들고 있었다.
누군가 사진 아래 날짜를 썼다.
대니얼은 그 날짜를 보고 자동으로 D-Day를 계산하려 했다.
멈췄다.
오늘은 그냥 날짜로 두고 싶었다.
직원에게 말했다.
“그대로 붙이세요.”
“D-뭐 이런 거 안 쓰고요?”
대니얼의 심장이 잠깐 멎는 줄 알았다.
“무슨 D요?”
직원이 웃었다.
“납기 D-Day요. 대표님 맨날 일정표에 D 붙이잖아요.”
“아.”
대니얼도 웃었다.
“오늘은 없습니다.”
사진은 그냥 날짜 하나만 달고 벽에 걸렸다.
그게 이상하게 좋았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대니얼은 그 표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그 사진은 첫 매출 액자 옆에 걸렸다.
돈과 사람.
Helioxen이 무엇으로 시작됐는지 보여주는 두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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