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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8화 — 더 빠른 것

14,610일 · 38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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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객이 한 대를 더 주문할 가능성이 생기자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대니얼은 욕심을 얻었다.

회의 첫 마디부터 말했다.

“가속기 연구를 앞당깁시다.”

팀장이 눈을 감았다.

“올 줄 알았습니다.”

“지금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잖아요.”

“한 고객입니다.”

“두 번째도 찾으면 됩니다.”

이선이 끼어들었다.

“왜 지금 해야 하는데?”

대니얼은 화이트보드에 썼다.

병렬연산.

그래픽 연산장치.

특정 수치계산.

“범용 서버만으로는 한계가 옵니다.”

“언제?”

“곧.”

“고객이 달라고 했어?”

“아직은.”

이선이 웃었다.

“그럼 다음 아크네.”

“무슨 말입니까?”

“네가 미래에 필요한 거 지금 만들다가 망하는 거.”

대니얼은 얼굴을 찌푸렸다.

“안 망합니다.”

“그 말 녹음해둘까?”

팀 직원들이 웃었다.

대니얼도 웃었지만 생각은 바꾸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바로 제품으로 만들지 않았다.

작은 연구프로젝트.

예산상한.

두 명.

6개월.

팀장이 말했다.

“대표님이 직접 관여 안 하시면요.”

“왜 그 조건이 붙습니까?”

“이미 지금 제품 이슈도 다 보시잖아요.”

대니얼은 반박하려다 참았다.

“좋습니다.”

연구팀은 시작됐다.

문제는 대니얼이 약속을 오래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첫 주.

연구원이 그래픽 연산장치에서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

대니얼이 바로 회의에 들어왔다.

“어떤 연산입니까?”

설명.

대니얼은 첫 삶의 기억과 비교했다.

“이 방식보다 데이터배치를—”

연구원이 말했다.

“그건 해봤습니다.”

“결과는?”

“느렸습니다.”

“왜?”

“현재 하드웨어에서는 메모리 전송이 더 문제라서요.”

대니얼이 멈췄다.

미래에는 맞는 접근.

현재는 틀린 접근.

“데이터 볼 수 있습니까?”

그날부터 다시 깊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둘째 주.

코드리뷰.

셋째 주.

장비구매.

넷째 주.

연구원이 팀장에게 불만을 말했다.

“대표님이 매일 방향 바꿉니다.”

대니얼은 그걸 이선에게서 들었다.

“매일은 아닙니다.”

“일주일에 세 번.”

“데이터가 바뀌니까.”

“연구원 입장에서는 상사가 바뀌는 거야.”

대니얼은 기분이 상했다.

“제가 더 좋은 방향을 아는데 그냥 둡니까?”

이선이 말했다.

“네가 더 좋은지 어떻게 알아?”

“경험이—”

말이 멈췄다.

어떤 경험인지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한 번 틀렸다.

대니얼은 연구원을 불렀다.

“제가 너무 많이 개입합니까?”

연구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답이었다.

“솔직하게.”

“네.”

대니얼은 조금 상처받았다.

“얼마나?”

“아이디어를 주시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로 안 들립니다.”

연구팀은 한 달 뒤 대니얼이 좋아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특정 계산구간.

기존 대비 4.7배.

대니얼의 눈이 밝아졌다.

“전체 작업은?”

연구원이 잠깐 머뭇거렸다.

“1.18배.”

대니얼이 표정을 굳혔다.

“왜 4.7배인데 전체는 18퍼센트밖에 안 빨라집니까?”

연구원이 작업흐름을 띄웠다.

전처리.

데이터 변환.

주 계산.

후처리.

결과 저장.

가속한 건 가운데 한 구간뿐이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럼 다른 구간도 옮기면.”

“가능한 것부터 하고 있습니다.”

“전처리도—”

“병렬화 효율 낮습니다.”

“후처리는?”

“고객 코드가 대부분 직렬입니다.”

대니얼은 화면을 노려봤다.

미래의 기억에서는 ‘가속기’가 엄청난 연산량을 만들었다.

현재 제품의 실제 업무에서는 빠른 부품 하나가 전체를 지배하지 않았다.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네.”

“벤치마크로는 4.7배라고 발표할 수 있습니다.”

대니얼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 말은 유혹적이었다.

마케팅에는 완벽하다.

‘최대 4.7배.’

거짓말도 아니다.

대니얼은 몇 초 동안 생각했다.

“하지 맙시다.”

“왜요?”

“고객이 4.7배 빨라지는 게 아니니까.”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Helioxen의 세 번째 벽 문구가 다시 의미를 가졌다.

Don't lie about what works.

이선이 보고 말했다.

“잘했네.”

“당연한 겁니다.”

“돈 필요할 때도 그 말 할 수 있으면 인정.”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돈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그때도 과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 없었다.

그래서 규칙으로 남겨둬야 했다.

사람의 의지는 흔들린다.

문서와 문화가 필요한 이유였다.

그런데 4.7배라는 숫자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좁은 구간에서라도 가능했다.

하드웨어를 더 맞춤화하면?

소프트웨어까지 같이 설계하면?

병목을 하나씩 없애면?

대니얼은 연구노트에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기 시작했다.

팀장이 지나가다 말했다.

“대표님.”

“네.”

“연구입니다.”

대니얼이 웃었다.

“알아요.”

“제품 아닙니다.”

“안다고요.”

팀장은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 불신이 나중에 옳았다는 걸 모두 알게 된다.

“왜요?”

“대표님이 말하면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대니얼이 조용해졌다.

자기가 질문한다고 생각했다.

팀은 지시로 받아들였다.

그 차이는 직급에서 생겼다.

“그럼 앞으로 제 의견에 라벨 붙이죠.”

연구원이 눈을 깜빡였다.

“라벨이요?”

대니얼은 화이트보드에 세 가지를 썼다.

QUESTION

SUGGESTION

DECISION

“제가 말할 때 구분하겠습니다.”

연구원이 웃음을 참았다.

“진짜 하시게요?”

“해봐야죠.”

다음 회의.

대니얼이 말했다.

“질문입니다. 데이터배치 다른 방식은?”

연구원이 바로 대답했다.

“해봤고 안 좋았습니다.”

“좋습니다.”

다음.

“제안입니다. 이 라이브러리 비교해봅시다.”

“우선순위 낮춰도 됩니까?”

대니얼은 본능적으로 ‘왜’라고 묻고 싶었다.

참았다.

“네.”

회의가 훨씬 빨리 끝났다.

이선이 말했다.

“유치원 같네.”

“효과 있잖아요.”

“그러게.”

대니얼은 그날 깨달았다.

권한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말의 무게도 관리해야 했다.

창업자의 아이디어는 직원에게 업무가 된다.

그걸 모르면 질문조차 병목이 될 수 있다.

며칠 뒤 연구팀은 대니얼이 예상 못 한 접근으로 속도를 더 높였다.

그는 결과를 보고 기뻤다.

그리고 아주 조금 불편했다.

자기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 감정을 알아차린 순간 더 불편했다.

“문제 있습니까?”

연구원이 물었다.

“아뇨.”

대니얼이 웃었다.

“제가 생각 못 한 방식이라 좋습니다.”

이번에는 진심이었다.

아마도.

가속연구 결과를 두고 내부 토론이 열렸다.

한쪽은 좁은 계산이라도 4.7배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했다.

다른 쪽은 전체작업 18퍼센트 개선이면 고객이 돈을 내지 않을 거라고 봤다.

대니얼은 처음엔 전자 쪽이었다.

“지금 병목이 작아도 나중엔 커질 수 있습니다.”

제품팀이 말했다.

“그때 제품으로 만들면 됩니다.”

“먼저 하면 선점할 수 있죠.”

“먼저 팔 고객이 없습니다.”

말이 막혔다.

기술적으로 옳은 방향.

사업적으로 너무 이른 시점.

둘은 동시에 참일 수 있었다.

대니얼은 연구는 계속하되, 제품예산은 별도로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 뒤 기분은 좋지 않았다.

미래를 한 발 늦춘 것 같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오히려 편해했다.

당장 고객 일정에 쫓기지 않고 실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니얼은 그 반응을 보며 깨달았다.

모든 연구를 바로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도 연구를 빠르게 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때로는 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대니얼은 연구노트 상단에 굵게 적었다. `Fast component ≠ fast system.` 스스로에게 하는 경고였다.

연구팀은 다음 주부터 주간보고 첫 줄에 전체 작업시간을 적었다.

최고 벤치마크가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기다린 시간.

대니얼도 그 숫자를 먼저 보려고 노력했다.

그 원칙은 다음 제품회의 첫 줄에도 그대로 복사됐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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