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7화 — 설치하는 날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납품일 아침, 대니얼은 공구상자까지 차에 실었다.
이선이 보고 물었다.
“네가 설치기사냐?”
“혹시 모르니까요.”
“뭘 할 줄 안다고.”
“기계공학 석사입니다.”
“서버 설치하고 무슨 상관인데.”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객 사무실은 평소보다 분주했다.
기존 계산서버를 완전히 치우는 것이 아니었다.
Helioxen 시스템을 옆에 붙이고, 일부 작업부터 넘긴다.
고객 측 엔지니어 둘이 대니얼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대표가 직접 오셨네요.”
“첫 고객이라서요.”
“우리가 실험대상입니까?”
농담 같지만 진심이 조금 섞여 있었다.
대니얼이 말했다.
“싫으시면 지금이라도 안 하셔도 됩니다.”
고객 사장이 옆에서 말했다.
“그건 안 되지. 이미 돈 냈어.”
웃음.
긴장이 조금 풀렸다.
설치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네트워크 설정.
사용자 계정.
기존 파일 공유.
작업 스케줄러.
문서에는 두 시간이 적혀 있었다.
세 시간째에도 끝나지 않았다.
고객 엔지니어가 말했다.
“이래서 새 시스템 싫어합니다.”
대니얼은 변명하지 않았다.
“어디서 막혔습니까?”
Helioxen 직원이 대답했다.
“기존 인증서버 연동.”
“우리 테스트엔 없었죠?”
“네.”
대니얼은 고객 쪽을 봤다.
“이 구조는 미리 못 받았습니까?”
고객 엔지니어가 말했다.
“보안 때문에 전체구성은 안 줬습니다.”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고객은 보안을 지켰다.
Helioxen은 받은 정보로 테스트했다.
현장에서 처음 만난 인터페이스가 시간을 먹었다.
대니얼이 말했다.
“우회합시다.”
두 팀이 같이 앉았다.
고객 엔지니어 한 명은 기존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Helioxen 개발자는 새 시스템을 잘 알았다.
한 시간 뒤 연결됐다.
대니얼은 옆에서 거의 할 일이 없었다.
그 사실이 점점 익숙해졌다.
첫 작업을 올렸다.
고객 직원들이 화면을 둘러봤다.
진행률이 올라갔다.
기존에는 한참 걸리던 첫 단계가 빠르게 넘어갔다.
한 엔지니어가 시계를 봤다.
“진짜 빠르긴 하네.”
대니얼은 기뻤다.
그때 다른 사람이 물었다.
“이거 멈추면 어떻게 합니까?”
대니얼이 말했다.
“자동 재시작과—”
Helioxen 지원담당이 말을 이어받았다.
“우선 여기 상태창 확인하시고, 이 코드면 자체 재시작 됩니다. 이 세 코드는 저희한테 전화주세요.”
그는 한 장짜리 문서를 건넸다.
고객 직원이 놀랐다.
“매뉴얼은 두꺼운데 이건 좋네요.”
대니얼이 지원담당을 봤다.
자기는 그 문서를 처음 봤다.
“언제 만들었습니까?”
“어제요.”
“왜 저한테—”
말하다 멈췄다.
승인이 필요 없는 일이다.
“좋네요.”
지원담당이 웃었다.
“감사합니다.”
오후에 첫 실제 모델 계산이 끝났다.
예상보다 조금 느렸다.
2.18배가 아니라 1.94배.
대니얼의 얼굴이 아주 살짝 굳었다.
고객 사장은 반대로 활짝 웃었다.
“이틀 반짜리가 하루 조금 넘게 된 거잖아.”
“목표보다는—”
“우리 목표는 두 배였어.”
대니얼은 기억했다.
맞다.
자기 목표가 아니라 고객 목표.
사장이 말했다.
“다음 달 한 대 더 넣을 수 있나?”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계약하시겠다고요?”
첫 설치 뒤 고객 직원 교육도 대니얼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기술팀은 기능을 설명했다.
고객은 자기 업무를 물었다.
“야간작업 걸고 퇴근해도 됩니까?”
“네.”
“아침에 실패해 있으면?”
“알림 갑니다.”
“휴대전화로?”
개발자가 멈칫했다.
현재 시스템은 이메일이었다.
고객 엔지니어가 말했다.
“밤새 메일 보라는 얘기네요.”
대니얼은 메모했다.
“알림방식 개선하죠.”
“대표님.”
팀장이 말했다.
“다음 버전.”
“네.”
대니얼은 웃었다.
교육 중 더 큰 문제가 나왔다.
고객 직원은 작업을 제출한 뒤 상태창을 계속 새로고침했다.
Helioxen 직원이 물었다.
“왜 계속 보세요?”
“진짜 도는지 확인하려고.”
“상태가 Running인데요.”
“새 시스템은 못 믿으니까.”
대니얼은 그 말을 이해했다.
성능이 아니라 신뢰.
사람은 처음 보는 시스템에 중요한 일을 바로 맡기지 않는다.
그날 고객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 아니라 중간 규모의 일부터 Helioxen으로 옮겼다.
일주일 뒤.
문제가 없자 더 큰 작업.
또 일주일.
핵심 고객 프로젝트 하나.
신뢰도 점진적으로 올라갔다.
대니얼은 매출보다 이 이동속도를 더 관심 있게 봤다.
기술을 도입하는 건 설치일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이 새로운 도구에 일을 맡기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무시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현장에 자리 잡지 못한다.
첫 청구서를 발행한 날, 회계담당자가 대니얼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금액은 금융위기 때 하루 변동액보다 훨씬 작았다.
대니얼은 청구서를 이상할 정도로 오래 봤다.
이선이 말했다.
“감동했냐?”
“조금.”
“돈은 더 적은데.”
“이건 우리가 만든 걸 팔아서 번 돈이잖아요.”
이선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투자자에서 장사꾼 됐네.”
“산업가라고 해주세요.”
“아직 피자회사 수준이야.”
둘이 웃었다.
“지금 이게 계약인데?”
“추가요.”
“이대로 한 달 버티면.”
대니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첫 재구매 가능성.
그게 벤치마크보다 더 좋은 숫자였다.
점심도 거르고 일한 뒤 저녁이 되자 고객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말했다.
“하나 궁금한데요.”
“뭡니까?”
“왜 이 사업 합니까?”
대니얼은 익숙한 질문이라 긴장했다.
“계산을 빠르게 하려고요.”
“그건 제품이고.”
엔지니어가 말했다.
“대표님은 이상하게 급해 보여서.”
또.
대니얼은 잠시 웃었다.
“느린 걸 싫어합니다.”
“다들 싫어하죠.”
“저는 조금 더 싫어합니다.”
상대는 그 정도로 만족했다.
대니얼은 창밖을 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가 또 갔다.
하지만 이번 하루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어떤 회사의 계산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 회사는 같은 기간에 설계를 한 번 더 시험할 수 있다.
그 작은 시간이 또 다른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자기 일이 PROJECT 2046과 현재 고객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점을 봤다.
이게 맞았다.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현재 사람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미래도 앞당기는 것.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에서 이선이 물었다.
“기분?”
“좋습니다.”
“얼마나?”
“많이.”
“세계 구한 표정인데.”
대니얼이 웃었다.
“서버 한 대 설치했습니다.”
“네 표정은 행성 하나 밀었어.”
대니얼의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이선은 눈치채지 못했다.
“축하해.”
“고맙습니다.”
그날 Helioxen의 첫 매출이 장부에 기록됐다.
숫자는 작았다.
대니얼은 오래 봤다.
금융시장에서 번 돈과 달랐다.
이번 돈은 자기가 만든 무언가에 누군가가 값을 지불한 돈이었다.
그 차이가 이상할 정도로 기뻤다.
첫 청구서가 실제 입금된 날, 회계담당자가 말했다.
“들어왔습니다.”
대니얼이 화면을 봤다.
숫자는 작았다.
그래도 일부러 프린트했다.
이선이 물었다.
“왜 종이로?”
“첫 매출이라서요.”
“액자도 하게?”
“그 정도까진.”
다음날 정말로 이선이 싼 액자를 하나 사왔다.
사무실 벽에 붙였다.
직원들이 웃었다.
대니얼은 처음엔 민망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익숙해졌다.
금융위기에서 번 수익증명서는 벽에 없었다.
첫 고객이 보낸 돈만 있었다.
회사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누군가 나중에 물었다.
“이거 왜 아직도 걸어놔요?”
대니얼은 대답했다.
“돈의 종류가 달라서요.”
그 말은 직원들에게는 철학처럼 들렸지만, Daniel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구분이었다.
첫 입금내역은 액자 옆에 복사본으로 남았다. 숫자는 작았지만, 모두가 그 돈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