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5화 — 병원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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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작업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니얼은 안전점검 결과를 가지고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이선은 가지 말라고 했다.
“의사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의사인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더더욱.”
대니얼은 결국 갔다.
정확히는 보고하러 간 게 아니라, 병원 쪽에서 작업장 응급대응 교육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접수창구에서 설명하자 누군가를 불러줬다.
잠시 뒤 미나 한이 나왔다.
이번에는 흰 가운이 아니라 짙은색 스크럽.
그녀가 대니얼을 알아봤다.
“공정 조사하러 또 오셨어요?”
“아닙니다.”
“그럼?”
대니얼이 안전개선 목록을 내밀었다.
미나는 받지 않았다.
“저한테 왜 보여주세요?”
“작업장 응급대응 교육자료를 받고 싶어서요.”
미나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회사에서요?”
“투자한 공장입니다.”
“그날 사고 때문에?”
“네.”
“다친 분은 잘 회복 중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직접 연락하셨어요?”
“네.”
미나는 그제야 목록을 받았다.
가드 교체.
치구검사.
안전교육.
응급키트.
연락체계.
“이건 산업안전 쪽에서 더 잘 볼 텐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병원까지.”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사고가 난 다음부터는 제가 모르는 영역이어서요.”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대니얼이 계속 말했다.
“사고 전은 공장 문제인데, 사고 후는 의료 문제잖아요.”
“그 둘 사이도 있어요.”
“뭐가요?”
“현장에서 뭘 했는지.”
미나는 목록 한쪽에 메모했다.
출혈 통제.
절단부위 보존.
화학물질 노출 시 정보전달.
환자 이송.
“구급차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 회사 많아요.”
대니얼이 물었다.
“교육하면 효과 큽니까?”
“제대로 하면요.”
“몇 시간?”
미나가 그를 쳐다봤다.
“또 시간부터 물으시네요.”
대니얼이 멈췄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지난번에도 복귀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먼저 물었죠.”
“그게 중요해서.”
“환자한테는요?”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미나가 의자를 당겨 앉았다.
“공장에서 사고 나면 회사는 생산복귀를 생각하고, 환자는 손이 예전처럼 움직일지를 생각해요.”
“둘 다 중요합니다.”
“맞아요.”
“그럼 왜 하나만 말합니까?”
이번에는 미나가 잠깐 멈췄다.
대니얼은 자기가 공격적으로 들렸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미나가 한숨 비슷한 숨을 내쉬었다.
“아니에요. 맞는 말이에요.”
그녀는 종이에 두 줄을 그었다.
회사가 필요한 것
환자가 필요한 것
“응급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되려면 둘 다 봐야죠.”
대니얼은 그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이 자료 받을 수 있습니까?”
“교육부서 연결해드릴게요.”
“직접 해주실 수는—”
“저 실습 중입니다.”
대니얼이 처음으로 그녀의 신분증을 제대로 봤다.
의과대학 임상실습.
“의사 아니셨습니까?”
미나가 눈썹을 올렸다.
“제가 의사라고 했어요?”
“아뇨.”
며칠 뒤 대니얼은 병원에서 연결해준 작업장 응급대응 교육에 참석했다.
공장 사장과 안전담당자, 작업자 몇 명도 같이 갔다.
미나는 강사가 아니었다.
뒤쪽에서 실습을 돕고 있었다.
교육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출혈.
절단.
화상.
화학물질.
구급대가 오기 전 해야 할 일.
대니얼은 시간을 쟀다.
훈련자가 보호장갑을 끼고, 지혈하고, 연락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미나가 옆에서 말했다.
“또 시간 재요?”
대니얼이 손목시계를 내렸다.
“개선하려면 알아야 하니까.”
“무조건 빠른 게 목표예요?”
“응급이면 빠른 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미나는 훈련 중인 작업자를 가리켰다.
“근데 저 사람 지금 너무 빨리 하려고 순서 하나 빼먹었죠.”
대니얼이 봤다.
보호장갑.
생략했다.
“피부터 막으려고.”
“그러다 구조자가 다치면 환자 두 명 됩니다.”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빠르게.
정확하게.
순서를 지키며.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었다.
제대로 훈련하면 함께 갈 수 있었다.
미나가 말했다.
“시간 줄이고 싶으면 절차를 빼지 말고 익숙하게 만들어야죠.”
대니얼의 시선이 돌아갔다.
너무 익숙한 문장 같았다.
자기가 몇 년 동안 배우고 있는 내용.
“그 말 좋네요.”
“뭐가요?”
“절차를 빼는 게 아니라 익숙하게 한다.”
미나가 웃었다.
“의료에선 당연한 얘긴데.”
“공학에서도 그래야 하는데 자주 잊습니다.”
“그럼 덜 잊으세요.”
대니얼은 웃었다.
교육 뒤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안전담당자가 말했다.
“저 학생 아세요?”
“두 번 봤습니다.”
“말 세던데.”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을 합니다.”
“대표님 그런 사람 좋아하잖아요?”
이선이 뒤에서 끼어들었다.
“자기한테 반대하는 사람 수집 중이야.”
“그런 취미 없습니다.”
“회사 보면 있던데.”
차 안이 웃음으로 조금 가벼워졌다.
대니얼은 창밖을 봤다.
미나와의 만남은 짧았다.
연락처를 따로 받지도 않았다.
굳이 받을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 사업의 일부가 아니었다.
다만 기억에 남았다.
‘사람을 먼저 보라’고 말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정확했다.
시스템이 결국 사람에게 닿는 순간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Daniel은 미래를 시스템으로 봤다.
그 시스템이 실패하면 죽는 건 언제나 개별 사람이었다.
그 간격을 메워줄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누가 그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몰랐다.
“그럼 왜 마음대로.”
대니얼은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미나가 웃었다.
“사과는 빨리 하시네요.”
“요즘 연습 중입니다.”
“뭘요?”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거.”
미나가 잠깐 그를 봤다.
“좋은 연습이네요.”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교육담당 연락처를 받았다.
대니얼은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공장에선 다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좋고요.”
“그건 압니다.”
“아는 거랑 하는 건 다르죠.”
또 맞는 말.
대니얼은 병원을 나왔다.
차에 타기 전 휴대전화가 울렸다.
Helioxen 팀장이었다.
“대표님, 고객 시스템 야간작업에서 또 오류 났습니다.”
대니얼의 머리가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로그 보내주세요. 제가—”
말이 멈췄다.
며칠 전 권한을 넘겼다.
“팀에서 원인 보고 있죠?”
“네.”
“필요하면 부르세요.”
“대표님 안 오십니까?”
대니얼은 잠깐 병원 건물을 봤다.
“지금은요.”
전화를 끊었다.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바로 차를 돌리지 않았다.
미나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는 것과 하는 건 다르다.
자기가 없어도 회사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제 실제로 해야 했다.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토머스에게 전화했다.
“오늘 저녁 집에 있어요?”
“왜.”
“밥 먹으려고요.”
토머스가 잠깐 조용했다.
“너 어디 아프냐?”
대니얼이 웃었다.
“아뇨.”
“그럼 와.”
그날 밤 Helioxen의 오류는 팀이 해결했다.
대니얼은 저녁을 먹고 난 뒤에야 보고를 확인했다.
자기 방식과 달랐다.
그래도 고쳐졌다.
그 사실이 점점 덜 불편해지고 있었다.
며칠 뒤 병원 교육부서에서 자료가 왔다.
대니얼은 공장 안전담당자에게 그대로 넘겼다.
예전 같으면 직접 수정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한마디만 붙였다.
현장에서 맞게 바꿔주세요.
안전담당자가 자체 교육안을 만들어왔다.
대니얼이 만든 것보다 단순했고, 작업자들이 훨씬 잘 이해했다.
그는 또 하나의 정답을 내려놓았다.
교육이 끝난 뒤 미나는 대니얼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자기 일로 돌아갔다.
대니얼도 자기 일로 돌아갔다.
서로의 삶에 억지로 연결선을 만들 이유는 없었다.
다만 나중에 응급대응 체계를 다시 볼 때, 그날 들은 문장은 정확히 기억날 것 같았다.
절차를 빼지 말고 익숙하게 만든다.
그 원칙 하나면 충분했다.
미나의 이름은 그날 PROJECT 2046 어디에도 적지 않았다. 그냥 사람 이름으로만 기억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