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3화 —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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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는 열을 냈고, 열은 돈을 먹었다.
대니얼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게 한 달입니까?”
관리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풀가동도 아닙니다.”
“계량 잘못된 거 아니고?”
“세 번 확인했습니다.”
이선이 뒤에서 웃었다.
“미래는 비싸네.”
대니얼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서버.
냉각.
전력.
공간.
장비 가격만 보면 경쟁력이 있었다.
운영비까지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첫 고객이 지적한 그대로였다.
팀은 전력효율 개선회의를 열었다.
대니얼은 처음부터 큰 그림을 꺼냈다.
“냉각을 공조만으로 하지 말고 랙 단위로—”
팀장이 잘랐다.
“그건 다음 사무실에서요.”
“왜?”
“여기 임대건물입니다.”
대니얼이 천장을 봤다.
맞았다.
배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전력설비도 한계가 있었다.
“그럼 이사하죠.”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이선이 이마를 짚었다.
“대표님.”
팀장이 정중하게 말했다.
“고객 하나 받으려고 건물부터 사면 안 됩니다.”
“사자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것도 돈입니다.”
대니얼은 반박하려다 참았다.
“대안은요?”
팀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랙 배치변경.
외기 활용.
작업 스케줄링.
특히 세 번째가 흥미로웠다.
모든 작업을 동시에 최고출력으로 돌리지 않고, 전력과 열상태를 보며 분산한다.
대니얼의 눈빛이 달라졌다.
“스케줄러에서 제어합시다.”
“가능합니다.”
“열센서 데이터도 넣고.”
“그것도.”
대니얼은 갑자기 화이트보드에 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업대기열.
노드 상태.
전력.
온도.
“여기서 예측까지—”
팀장이 말했다.
“대표님.”
대니얼이 돌아봤다.
“또 너무 갑니까?”
“조금.”
대니얼이 펜을 내려놓았다.
“좋습니다. 현재 온도 기반부터.”
사람들이 웃었다.
며칠 뒤 첫 버전이 돌아갔다.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성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피크전력이 낮아졌다.
과열정지도 줄었다.
대니얼은 신이 났다.
“이거 제품에 넣죠.”
개발자가 말했다.
“원래 제품에 넣으려고 만든 건데요.”
“그렇죠.”
“대표님이 연구 아이디어로 가져가려 해서.”
대니얼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선이 또 웃었다.
“요즘 직원들이 널 잘 다루네.”
“좋은 일입니다.”
“진짜?”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아마.”
그날 오후, 공장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투자문제가 아니었다.
사고였다.
작업자 한 명이 손을 다쳤다.
큰 사고는 아니라는 말부터 들었다.
그런데 대니얼은 전화를 받자마자 일어났다.
“어디 병원입니까?”
이선이 물었다.
“네가 왜 가?”
“제가 공정 바꾼 부분에서 난 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확인됐어?”
“아니요.”
“그럼 사장부터—”
대니얼은 이미 코트를 입고 있었다.
이선은 한숨을 쉬며 따라나왔다.
응급실은 서버실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사람 목소리.
카트 바퀴.
전화.
모니터 경보음.
공장으로 가는 길에 대니얼은 사고 전날의 안전점검 기록을 확인했다.
치구 상태는 ‘사용 가능’.
안전가드는 ‘정상’.
교육기록도 있었다.
문서상 문제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달랐다.
치구는 규격 안에 있었지만 마모가 끝에 가까웠다.
가드는 닫히긴 했지만 작업자가 손을 넣을 수 있는 짧은 틈이 있었다.
“정상이라는 게 뭡니까?”
대니얼이 물었다.
안전담당자가 말했다.
“기준 통과입니다.”
“그럼 왜 다쳤죠?”
“기준이 모든 상황을 막는 건 아니죠.”
대니얼은 그 말을 싫어했다.
그러나 맞았다.
규격 통과와 안전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사고장소에서 실제 작업을 다시 보게 했다.
다른 작업자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손이 위험구역 가까이 가는 순간이 보였다.
대니얼은 바로 말했다.
“이 작업 중단합시다.”
사장이 얼굴을 굳혔다.
“대체공정이 없어.”
“만들 때까지.”
“납기 깨져.”
“사람 손가락보다 납기가 중요합니까?”
분위기가 얼었다.
사장이 화를 내기 직전 이선이 끼어들었다.
“둘 다 진정.”
대니얼은 자기가 너무 공격적으로 말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사장이 한숨을 쉬었다.
“중단은 해. 대신 내일까지 대안 찾아.”
그들은 밤까지 현장에 남았다.
임시 치구.
보조도구.
가드 위치 변경.
작업자 의견.
대니얼은 처음엔 완전 자동화를 떠올렸다.
시간도 돈도 부족했다.
현장 작업자가 더 단순한 대안을 냈다.
손이 위험구역에 갈 필요 없게 긴 손잡이를 붙이는 방식.
비용은 거의 없었다.
대니얼이 물었다.
“왜 이걸 전에는 안 했습니까?”
작업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고 안 났으니까.”
그 말이 가장 무서웠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비효율처럼 보이는 안전조치.
사고 후에는 너무 당연해지는 조치.
Daniel은 2046년의 마지막 몇 년을 떠올렸다.
시험.
검증.
백업.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줄였던 것들.
그 결과를 이미 봤다.
그날 공장에 새 규칙이 생겼다.
사고가 난 뒤 고치는 것만 기록하지 않는다.
“다칠 뻔했다”는 사건도 기록한다.
처음에는 작업자들이 귀찮아했다.
“아무 일도 안 났는데요?”
“그게 보고할 이유입니다.”
대니얼이 말했다.
몇 주 뒤 보고가 쌓였다.
미끄러운 바닥.
느슨한 케이블.
잘 안 보이는 표시.
작은 것들.
그중 일부는 실제 사고 전에 고칠 수 있었다.
대니얼은 안전도 데이터라는 걸 배웠다.
단, 사고가 난 숫자만 세면 너무 늦는다.
일어나지 않은 사고의 징후를 모아야 했다.
그 생각은 Nightglass와도 닮아 있었다.
충돌이 일어난 뒤 분석하는 게 아니라, 충돌 전에 희미한 점을 찾는 것.
현재의 작은 공장이 미래의 행성방어에 또 하나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
대니얼은 순간 지하 통제실의 공조 냄새를 떠올렸다.
그 기억을 밀어냈다.
다친 작업자는 처치를 받고 있었다.
손가락 두 개의 깊은 열상.
골절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대니얼은 의료진에게 계속 질문했다.
“신경손상은요?”
“아직 확인 중입니다.”
“복귀까지 얼마나—”
“보호자십니까?”
여자의 목소리였다.
대니얼이 돌아봤다.
젊은 동양계 여성이 차트를 들고 있었다.
목에는 병원 신분증.
Mina Han.
대니얼은 이름을 처음 봤다.
“회사 쪽입니다.”
“그럼 환자 상태는 가족에게 먼저 설명합니다.”
“사고원인을 확인해야 해서—”
“여기는 사고조사실이 아닙니다.”
말투가 단호했다.
대니얼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공정문제면 다른 사람도 다칠 수 있습니다.”
“그건 중요하죠.”
미나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저 사람은 공정이 아니라 환자예요.”
대니얼의 입이 닫혔다.
미나는 지나갔다.
이선이 옆에서 작게 말했다.
“졌다.”
“뭘요.”
“몰라.”
대니얼은 다친 작업자를 봤다.
자기가 또 시스템부터 보고 있었다.
사람보다.
몇 시간 뒤 사고원인은 밝혀졌다.
Daniel이 바꾼 공정 때문은 아니었다.
기존 치구의 마모.
안전가드가 완전히 닫히기 전 손이 들어간 상황.
그렇다고 안도할 수는 없었다.
사고는 실제로 났다.
대니얼은 작업자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남자가 손을 든 채 웃었다.
“대표님 잘못 아닌데요.”
“제가 투자하고 개선한다고 했는데 이런 걸 못 봤잖아요.”
“그럼 앞으로 보면 되죠.”
단순한 대답.
병원을 나오는 길, 대니얼은 응급실 안쪽을 한번 돌아봤다.
미나 한은 다른 환자와 이야기 중이었다.
그녀는 대니얼을 보지 않았다.
대니얼도 오래 보지 않았다.
그저 이름만 기억했다.
Mina Han.
시스템보다 사람을 먼저 본 사람.
그날 밤 그는 공장 안전점검을 전면적으로 다시 하자고 지시했다.
사장이 말했다.
“사고 하나에 너무 크게 가는 거 아니야?”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다친 걸로 충분합니다.”
첫 삶에서는 그 말을 너무 늦게 배웠다.
대니얼은 공장 안전예산도 별도로 떼어냈다.
사장은 불황기에 현금을 묶는다고 불평했다.
대니얼은 양보하지 않았다.
“매달 남으면 돌려쓰죠. 대신 없애지는 맙시다.”
“왜 그렇게까지 해?”
대니얼은 첫 삶의 마지막 공장들을 떠올렸다.
“사고 나고 만드는 예산보다 싸니까요.”
그 말에는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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