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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0화 — Helioxen

14,610일 · 30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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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ioxen의 첫 사무실은 초라했다.

정확히는 사무실과 창고의 중간이었다.

작은 서버랙.

중고 작업대.

컴퓨터 몇 대.

정리되지 않은 케이블.

벽에는 이전 회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선이 둘러보며 말했다.

“세계정복하기엔 좀 좁네.”

대니얼이 상자를 내려놓았다.

“누가 세계정복한대요.”

“네 표정.”

“그 표정 얘기 그만하죠.”

“싫어.”

인수한 서버 통합업체의 엔지니어 여섯 명이 남았다.

둘은 떠났다.

한 명은 대니얼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한 명은 더 안정적인 회사로 갔다.

대니얼은 붙잡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과 첫 회의를 했다.

그는 거대한 비전을 말하지 않았다.

2046년도.

행성방어도.

달도.

AI도.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말했다.

“우리는 더 많은 계산을 더 싸게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 겁니다.”

한 엔지니어가 물었다.

“서버 파는 회사 아닙니까?”

“지금은 그렇습니다.”

“나중에는?”

대니얼이 잠깐 웃었다.

“서버를 사는 이유를 파는 회사가 되죠.”

표정들이 애매했다.

설명을 바꿨다.

“연구팀이 계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이번에는 이해했다.

“그래서 병렬시스템?”

“네.”

“소프트웨어도?”

“해야 합니다.”

“우리 인원으로?”

“그래서 사람 더 뽑습니다.”

다른 엔지니어가 말했다.

“돈 많습니까?”

대니얼이 대답했다.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회의가 끝난 뒤 대니얼은 작업장에 혼자 남았다.

서버 팬 소리.

2046년의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장난감 같은 계산능력.

하지만 그는 이 소리를 좋아했다.

첫 삶의 마지막 날에는 모든 게 거대했다.

거대한 발사체.

거대한 궤도시설.

거대한 예산.

그리고 모두 너무 늦었다.

지금은 반대였다.

작다.

느리다.

초라하다.

그러나 일찍 시작했다.

그 차이가 전부였다.

저녁에 이선이 피자를 들고 왔다.

“창업기념.”

“샴페인은요?”

“돈 아껴야지.”

“이천만 달러 있는 사람한테 피자?”

“네가 서버 더 산다며.”

둘은 작업대에 앉아 피자를 먹었다.

이선이 물었다.

“진짜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대니얼은 한 조각을 내려놓았다.

예전 같으면 말을 피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만 말했다.

“오래 갈 겁니다.”

“얼마나?”

대니얼은 벽에 붙은 일정표를 봤다.

2008.

2015.

첫 사무실 벽에는 일부러 거대한 비전문구를 붙이지 않았다.

대신 세 줄만 있었다.

Make computation cheaper.

Make engineering faster.

Don't lie about what works.

세 번째는 이선이 넣었다.

“왜 이게 제일 중요합니까?”

한 엔지니어가 물었다.

이선이 대니얼을 가리켰다.

“대표가 미래 얘기 좋아해서.”

사람들이 웃었다.

대니얼도 웃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미래 때문에 현재 제품을 과장하지 않는다.

Daniel은 이 원칙을 진심으로 지키고 싶었다.

첫 직원회의가 끝난 뒤 한 엔지니어가 남았다.

“대표님.”

대니얼은 그 호칭이 어색했다.

“네.”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물어보세요.”

“왜 이렇게 급합니까?”

또 그 질문.

대니얼은 웃지 못했다.

엔지니어는 계속 말했다.

“보통 회사는 첫 제품부터 이렇게 일정 빡빡하게 안 잡습니다.”

“너무 빡빡합니까?”

“네.”

“얼마나 늦추면 됩니까?”

엔지니어는 예상 못 한 표정이었다.

“한 달 정도?”

대니얼의 머릿속에서 즉시 숫자가 움직였다.

한 달.

30일.

D-Day에서 사라지는 30일.

그러나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유는요?”

“테스트 자동화가 아직 없습니다. 지금 일정대로면 사람이 매번 확인해야 해서 오히려 느립니다.”

대니얼이 멈췄다.

한 달을 늦추면 이후에는 반복검증이 빨라진다.

지금 느려져서 미래가 빨라지는 선택.

“좋습니다.”

“진짜요?”

“대신 자동화 계획 같이 주세요.”

엔지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간 뒤 이선이 문에 기대어 말했다.

“요즘 많이 컸네.”

“제가요?”

“응. 예전 같으면 안 된다고 했어.”

대니얼은 서버 팬 소리를 들었다.

“배우는 중입니다.”

그날 일정표에서 첫 납기일이 한 달 뒤로 밀렸다.

Daniel은 그 빨간 수정선을 오래 봤다.

이상하게도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필요한 지연과 불필요한 지연을 구분하는 것.

그것도 시간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2020.

2025.

2030.

2035.

2040.

2046은 적지 않았다.

아직.

첫 납기를 한 달 미룬 결정 뒤, 대니얼은 팀 전체와 일정표를 다시 만들었다.

이번에는 자기가 날짜를 먼저 쓰지 않았다.

각 담당자가 필요한 시간을 말했다.

검증.

자동화.

고객 테스트.

부품조달.

대니얼은 합계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자기가 원한 날짜보다 두 달 늦었다.

“너무 깁니다.”

한 엔지니어가 말했다.

“줄이려면 뭘 빼야 합니다.”

“병렬로 못 합니까?”

“일부는요.”

다른 직원이 말했다.

“외부 테스트 장비를 빌리면 2주 줄일 수 있습니다.”

대니얼의 표정이 달라졌다.

“비용은?”

숫자가 나왔다.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시간을 살 수 있었다.

이번에는 돈을 썼다.

Daniel이 좋아하는 방식의 단축이었다.

절차를 생략하는 게 아니라, 병목에 자원을 넣어 실제 시간을 줄이는 것.

회의 끝에 일정은 원안보다 한 달 늦고, 팀 추정보다 한 달 빨라졌다.

누구도 완전히 원하는 날짜를 얻지 못했다.

그게 오히려 현실적인 계획이었다.

“제가 없어도 돌아갈 때까지.”

이선이 웃었다.

“스물여섯인데 벌써 은퇴 얘기냐?”

“비슷합니다.”

“미친놈.”

익숙한 말이었다.

대니얼도 웃었다.

밤이 깊었다.

모두 퇴근한 뒤 그는 혼자 남아 PROJECT 2046을 열었다.

Capital.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첫 주 금요일, 대니얼은 직원들에게 피자를 샀다.

이선이 말했다.

“드디어 창업자답네.”

“왜 피자가 창업자답습니까?”

“싼 야근 음식.”

대니얼이 얼굴을 찌푸렸다.

“야근 강요 안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직원 몇 명이 동시에 그를 봤다.

대니얼은 자기 일정표를 떠올렸다.

첫 납기.

테스트.

자동화.

이미 충분히 빡빡했다.

“정정하죠.”

그가 말했다.

“야근이 필요하면 일정부터 다시 봅니다.”

한 직원이 웃었다.

“그 말 녹음해도 됩니까?”

“하세요.”

진짜로 휴대전화를 들자 모두 웃었다.

그날 밤 대니얼은 마지막까지 남지 않았다.

팀원 몇 명보다 먼저 나왔다.

문 앞에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불안했다.

내가 없는데 괜찮나.

이선이 옆에서 말했다.

“가.”

“문제 생기면?”

“전화하겠지.”

“제가 보는 게—”

“가.”

대니얼은 결국 집으로 갔다.

다음날 서버는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부재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그게 이상하게 서운하면서도 안심됐다.

회사가 대표 없이도 하루를 버텼다.

아주 작은 성공이었다.

Manufacturing.

작은 공장 하나.

Compute.

오늘 처음 현실이 됐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체크 표시를 두 개 나란히 넣었다.

Capital — underway

Compute — started

그리고 오랜만에 D-Day를 확인했다.

숫자는 처음보다 많이 줄어 있었다.

잠시 숨이 막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화면을 바로 닫지 않았다.

숫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업장 안의 작은 서버랙을 봤다.

첫날 적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_Don't waste one._

대니얼은 전원을 켰다.

팬이 돌기 시작했다.

조용한 진동이 방 안을 채웠다.

아직 세상을 구할 기술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 기술이 태어날 장소가 생겼다.

그 주말 대니얼은 처음으로 Helioxen이라는 이름이 문에 붙은 사진을 부모에게 보여줬다. 로라는 ‘드디어 네가 뭘 하는지 조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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