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9화 — 이천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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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느 순간부터 빨리 커졌다.
대니얼 개인 순자산.
운용사 지분.
성과보수.
자기자본 수익.
공장과 기술기업의 지분가치.
전부 합치자 대략 이천만 달러를 넘겼다.
몇 년 전 $28,413.
대니얼은 숫자를 세 번 확인했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솔직히 기뻤다.
다만 그 감정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PROJECT 2046을 열었다.
Compute.
Energy.
Automation.
Manufacturing.
Space.
Planetary Defense.
Continuity.
그 아래 필요한 산업의 규모를 거칠게 추정했다.
숫자가 끝없이 커졌다.
십억.
수백억.
수천억.
어떤 단계에서는 조 단위가 필요할 수도 있었다.
대니얼이 의자에 기대었다.
“택도 없네.”
이선이 들어오며 말했다.
“뭐가?”
“제 돈.”
“갑자기 겸손하네.”
“이천만 달러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이선이 멈췄다.
“스물여섯짜리가 할 말은 아닌데.”
“큰 산업 하나도 못 바꿔요.”
“그래서?”
대니얼은 화면을 닫았다.
“돈을 더 벌어야죠.”
이선이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리고.”
대니얼이 말했다.
“돈 말고 다른 것도 만들어야 합니다.”
“뭔데.”
“기업.”
“우리가 이미 샀잖아.”
“아뇨.”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회사.”
이선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투자회사 말고?”
“네.”
“뭐 하는 회사?”
대니얼은 대답을 준비해왔다.
이번에는 ‘AI, 로켓, 원자로’를 전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선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컴퓨팅과 제조부터.”
“둘을 왜 같이?”
“설계가 빨라져도 못 만들면 소용없고, 만들 수 있어도 계산이 느리면 개발이 늦으니까요.”
이선이 몇 초 생각했다.
“그 다음은?”
대니얼이 웃었다.
“그건 나중에.”
“또 비밀.”
“아직은.”
이선은 책상에 앉았다.
“내가 한 가지는 알아.”
“뭡니까?”
“너 금융 오래 할 놈은 아니야.”
“왜요?”
“돈 벌 때보다 공장 들어갈 때 표정이 더 좋아.”
대니얼은 부정하지 못했다.
둘은 새 회사의 구조를 논의했다.
처음부터 거대 그룹을 만드는 건 아니었다.
투자회사는 투자회사대로 둔다.
기술기업은 별도로.
Helioxen이라는 이름을 정한 뒤에도 대니얼은 바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선이 물었다.
“왜?”
“동명회사 있는지 봐야죠.”
“그런 것도 보네.”
“당연합니다.”
“난 네가 우주 어딘가에서 받은 이름인 줄.”
대니얼이 웃었다.
“그 정도로 거창하지 않습니다.”
이름 검색.
법인등록 가능성.
도메인.
기본 상표 충돌.
이선이 말했다.
“회사 이름 정하는 것도 일이네.”
“나중에 바꾸는 게 더 일이죠.”
그 말은 작은 기업에는 당연한 행정이었지만, Daniel에게는 또 하나의 교훈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이름보다 충돌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이름.
기술뿐 아니라 브랜드와 법률도 기반이었다.
법인설립 서류에는 사업목적을 적어야 했다.
대니얼은 처음 초안을 너무 많이 썼다.
컴퓨팅.
소프트웨어.
제조.
연구개발.
센서.
로봇.
이선이 보고 말했다.
“잡화점이냐?”
“나중에 다 할 겁니다.”
“나중에 추가하면 돼.”
대니얼은 항목을 줄였다.
현재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만 남겼다.
이 사소한 행정에서도 같은 교훈이었다.
미래 가능성을 전부 현재 문서에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
회사는 살아 있는 조직이다.
필요할 때 확장하면 된다.
완벽한 시작보다 확장 가능한 시작.
Helioxen의 첫 법인은 그렇게 생각보다 단순하게 태어났다.
외부투자자 돈과 산업자본을 섞지 않는다.
이선이 그 부분을 강하게 요구했다.
“남의 돈으로 네 꿈꾸지 마.”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돈으로 합니다.”
“부족하면?”
“다른 투자자를 찾고.”
“그래도?”
“매출을 만들죠.”
이선이 웃었다.
회사 이름을 정한 뒤 가장 오래 걸린 건 첫 채용공고였다.
대니얼은 처음 초안을 이렇게 썼다.
exceptional engineers
high tolerance for ambiguity
long-term mission orientation
이선이 읽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 모집 같아.”
대니얼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어떻게 씁니까?”
“무슨 일 하는지 써.”
결국 바뀌었다.
고성능 계산시스템 설계
병렬처리 소프트웨어
산업고객 지원
작은 팀에서 제품과 연구를 함께 할 사람
훨씬 평범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Daniel은 거대한 사명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지금 채용하는 사람이 실제로 할 일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사십 년짜리 목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직원을 그 목적의 신봉자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드디어 회사 얘기다운 말 한다.”
대니얼은 새 종이에 회사가 해야 할 첫 세 가지를 적었다.
High-performance computing
Industrial software
Advanced manufacturing support
아직 우주는 없었다.
행성방어도.
그건 너무 멀었다.
먼 미래를 직접 쓰는 대신, 다음 계단만 만든다.
“이름은?”
이선이 물었다.
대니얼이 펜을 멈췄다.
회사 이름.
법인설립을 준비하면서 대니얼은 지분구조도 고민했다.
자기 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전부 자기 소유로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선이 물었다.
“직원 옵션은?”
“벌써요?”
“좋은 사람 오래 잡고 싶다며.”
대니얼은 생각했다.
현금으로 높은 급여를 주기엔 아직 작았다.
그렇다고 미래가치만 약속하는 것도 위험했다.
둘은 아주 작은 옵션풀을 만들기로 했다.
대니얼은 처음에는 아까웠다.
자기 지분이 줄어든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100퍼센트 가진 작은 회사보다 일부를 나눠 더 큰 회사를 만드는 게 낫다.
그 논리는 자본과 비슷했다.
통제권을 조금 나눠 능력을 더 얻는다.
다만 그는 의결권 구조는 단순하게 유지했다.
복잡한 금융공학으로 지배력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이선이 웃었다.
“벌써 재벌 걱정하냐?”
“나중에 커졌을 때 고치기 더 어렵잖아요.”
“너는 진짜 나중을 너무 좋아해.”
“직업병입니다.”
회사도 기술처럼 처음 구조가 나중의 병목이 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다.
“아직.”
“세상 구할 계획은 있는데 이름은 없어?”
대니얼의 눈빛이 멈췄다.
이선이 웃었다.
“왜 또 그래?”
“아무것도.”
대니얼은 빈칸을 바라봤다.
회사 이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었다.
그래도 이름은 필요했다.
며칠 동안 후보를 적었다 지웠다.
그리고 하나가 남았다.
Helioxen.
아직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
대니얼에게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의미는 앞으로 만들면 됐다.
◆지분표의 숫자는 작았지만 대니얼은 오래 바라봤다. 소유를 나누는 첫 연습이었다.
첫 채용면접에서는 예상 밖의 질문도 받았다.
“대표님은 이 회사 몇 년 하실 생각입니까?”
대니얼이 되물었다.
“왜요?”
“투자회사 하시다가 또 다른 데로 가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대니얼은 곧바로 ‘평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래 할 겁니다.”
“얼마나요?”
대니얼은 2046년을 떠올렸다.
그리고 답을 바꿨다.
“제가 없어도 돌아갈 때까지요.”
면접자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이선은 나중에 웃었다.
“스물여섯이 후계구조부터 말하냐.”
대니얼도 웃었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회사는 자기 의지의 연장선이 아니라, 자기 없이도 살아남는 조직이 되어야 했다.
그 생각이 너무 이른 시점부터 자리 잡은 건 오히려 다행이었다.
대니얼은 그날의 결론을 다음 결정의 기준으로 남겼다.
옵션풀을 만든 날 대니얼은 숫자를 보며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자기 몫이 줄어드는 건 분명했다.
이선이 물었다.
“아깝지?”
“조금.”
“정상.”
대니얼은 웃었다.
그는 곧 계산을 멈췄다.
지분율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가 실제로 커질 가능성이었다.
소유보다 능력을 선택하는 첫 작은 연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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