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7화 —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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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결국 대니얼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거절하기 어려웠다.
운용 성과가 너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기사가 하나 나갔다.
제목은 자극적이었다.
‘주택 붕괴에 베팅한 젊은 투자자들’
이름도 들어갔다.
대니얼 머서.
이선 브룩스.
로라가 신문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너 맞니?”
대니얼은 제목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네.”
“정말 사람들 집값 떨어지는 데 돈 걸었어?”
질문은 단순했다.
대답은 아니었다.
“신용시장이 위험하다고 보고 반대 포지션을 잡은 거예요.”
“그게 그 말 아니야?”
“조금 달라요.”
“일반 사람은 그렇게 안 느낄 것 같은데.”
정확했다.
토머스는 기사 전체를 읽었다.
“거짓말은?”
“없어요.”
“왜곡은?”
“조금.”
“그럼 네가 설명해.”
대니얼은 인터뷰를 받기로 했다.
이선이 반대했다.
“괜히 말 꼬투리 잡혀.”
“아예 침묵하면 저 제목이 전부가 됩니다.”
“그것도 맞네.”
인터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기자가 물었다.
“주택시장 붕괴로 얼마나 벌었습니까?”
“정확한 개인 수익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많이 벌었습니까?”
“수익이 난 건 맞습니다.”
“사람들이 집을 잃는 동안요.”
대니얼이 잠깐 멈췄다.
“네.”
기자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대니얼은 변명하지 않았다.
“다만 저희가 위기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공개된 위험을 보고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그게 면죄부라고 생각합니까?”
“아니요.”
“그럼 죄책감이 있습니까?”
대니얼은 답을 고르지 않았다.
“불편함은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포지션을 유지했죠.”
“네.”
“왜요?”
대니얼의 진짜 답.
_돈이 필요해서._
_인류를 구할 시간이 필요해서._
그 대신 말했다.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 위기에서 돈을 번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괜찮습니까?”
대니얼은 생각했다.
인터뷰 이후 한 대학 동기가 연락했다.
“너 진짜 냉혈한이라고 욕먹더라.”
대니얼이 웃었다.
“봤어.”
“괜찮아?”
“그럭저럭.”
“너 원래 남 눈치 많이 안 보잖아.”
“그건 아닌데.”
“그럼?”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욕먹는 이유가 맞는 부분도 있어서.”
친구가 조용해졌다.
“너 위기 덕분에 돈 벌었잖아.”
“응.”
“근데 그걸로 공장 살린다며.”
“조금.”
“그럼 뭐가 문제야.”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좋은 결과가 과정의 불편함을 지워주는 건 아니다.
자기는 위기를 이용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둘 다 사실이었다.
“문제는 아닌데.”
대니얼이 말했다.
“기억은 해야 할 것 같아.”
“뭘.”
“돈이 어디서 왔는지.”
그 말은 이후 Helioxen의 투자철학에도 남는다.
자본의 출처와 대가를 잊지 않는다.
악명이 퍼지면서 대니얼은 처음으로 보안도 고민했다.
사무실에 이상한 전화가 늘었다.
투자비법을 알려달라는 사람.
협박에 가까운 욕설.
거액을 맡기겠다는 정체불명 인물.
이선이 말했다.
“전화번호 바꾸자.”
“이 정도까지 해야 합니까?”
“유명세가 공짜인 줄 알았어?”
대니얼은 연락처를 정리했다.
부모 주소가 공개되지 않게 신경 썼다.
공장 직원에게 언론 질문 대응도 요청했다.
돈과 영향력이 늘어나면 사생활의 취약점도 늘어난다.
2046년만 보던 Daniel에게 ‘현재의 안전’이라는 새로운 관리항목이 생겼다.
기억.
2046년.
아무도 그를 기억할 사람이 없어진 세계.
그때는 명성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
“상관없습니다.”
언론 노출이 늘면서 부모는 처음으로 대니얼에게 집 주소를 바꾸자고 했다.
대니얼은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집 앞에 찾아왔다.
투자금을 맡기고 싶다는 사람이었다.
악의는 없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로라가 문을 열지 않고 대니얼에게 전화했다.
대니얼은 바로 달려왔다.
남자는 결국 돌아갔다.
그날 저녁 대니얼은 아무 말 없이 부모와 식탁에 앉았다.
“미안해요.”
토머스가 말했다.
“유명해지라고 한 적은 없다.”
“저도 원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책임은 네 거지.”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 연락처와 주소를 분리하고 기본적인 보안조치를 했다.
영향력은 보호해야 할 대상도 늘렸다.
2046년까지 멀리 볼수록, 지금 자기 주변부터 지켜야 했다.
기자가 눈썹을 올렸다.
“왜요?”
“제가 다음에 뭘 하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인터뷰가 나간 뒤 반응은 갈렸다.
오만하다.
솔직하다.
냉혈하다.
현실적이다.
보안조치를 시작하면서 대니얼은 불편한 사실 하나를 알았다.
자기 일정이 너무 공개돼 있었다.
공장.
사무실.
학교.
부모 집.
누구나 조금만 찾아보면 동선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선이 말했다.
“차라리 유명해질 거면 비서라도 뽑아.”
“그 정도 아닙니다.”
“이미 집까지 찾아왔잖아.”
대니얼은 반박하지 못했다.
결국 연락창구를 분리했다.
개인전화.
회사전화.
투자자용 이메일.
언론 문의.
처음에는 과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정리하고 나니 업무도 빨라졌다.
모든 연락이 자기한테 직접 오는 구조가 이미 병목이 되고 있었다.
이선이 말했다.
“보안보다 더 큰 문제는 네가 전화교환원이라는 거야.”
대니얼이 웃었다.
“그 정도입니까?”
“하루에 몇 통 받는데?”
숫자를 세어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그날 첫 행정직 채용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Daniel은 기술자와 투자자만 있으면 회사가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일정.
문서.
연락.
계약.
그런 보이지 않는 일이 조직의 속도를 좌우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관리해야 할 것은 기술보다 인터페이스였다.
대니얼은 댓글을 읽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대신 distressed company 목록을 읽었다.
이선이 말했다.
“유명해진 소감?”
“귀찮습니다.”
“좋아. 그럼 더 유명해지기 전에 회사나 사자.”
대니얼이 웃었다.
악명이든 명성이든.
둘 다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효과는 있었다.
다음날, 이전에는 만나주지 않던 기술회사의 창업자가 먼저 연락해왔다.
돈은 평판을 만들고.
평판은 문을 열었다.
좋든 싫든.
◆회사 연락창구가 정리되자 대니얼의 하루에서 한 시간이 돌아왔다. 그는 그 한 시간을 또 일에 쓰려다 이선에게 혼났다.
보안과 연락체계를 정리한 뒤 대니얼은 부모에게도 기본원칙을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일정 말하지 않기.
투자문의는 회사로 넘기기.
언론에는 직접 답하지 않기.
로라는 듣다가 말했다.
“우리까지 회사 직원 같네.”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그 말이 싫었다.
자기 일 때문에 가족이 절차 속에 들어가는 것.
“불편하면 말해주세요.”
로라가 웃었다.
“걱정하지 마. 대신 가끔 아들로도 와.”
대니얼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에는 회사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토머스가 야구 얘기를 했고, 로라는 이웃집 이야기를 했다.
대니얼은 그냥 들었다.
자기 주변 모든 사람을 PROJECT 2046의 이해관계자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가족은 프로젝트 팀이 아니었다.
대니얼은 그날의 결론을 다음 결정의 기준으로 남겼다.
보안조치를 마친 뒤 대니얼은 사무실 출입기록도 정리했다.
누가 언제 들어오는지 확인하려는 목적보다, 자기가 몇 시까지 남아 있는지를 처음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새벽 두 시.
세 시.
연속된 기록.
이선이 표를 보고 말했다.
“이것도 위험지표에 넣자.”
“뭘요?”
“대표 수면시간.”
대니얼은 웃었지만 완전히 농담으로 넘기진 못했다.
자기 몸도 단일 장애점이었다.
며칠 뒤 로라는 새 회사 전화번호가 적힌 카드를 냉장고에 붙였다.
“이제 이상한 사람 오면 여기로 전화하라고 하면 되지?”
“네.”
토머스가 말했다.
“회사 커지면 냉장고도 커져야겠네.”
셋이 웃었다.
대니얼은 그 작은 카드가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일과 가족 사이에 경계선 하나가 실제로 생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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