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6화 — 닫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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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
이번에는 대니얼이 먼저 말했다.
이선이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절반.”
“생각보다 많네.”
“더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니얼은 시장 화면을 봤다.
“현금이 필요해요.”
이선이 웃었다.
“드디어.”
둘은 수익이 크게 난 포지션 일부를 닫았다.
쉽지 않았다.
대니얼의 기억은 계속 속삭였다.
_더 큰 하락이 남았다._
조금 더 버티면 더 벌 수 있다.
조금 더.
한 달.
몇 달.
그러나 그는 이번에 다른 질문을 했다.
그 돈으로 지금 무엇을 살 수 있는가.
공장.
설비.
사람.
컴퓨팅 인프라.
위기로 가격이 떨어진 회사들의 지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시간.
포지션을 줄이자 계좌 수익잠재력은 줄었다.
현금은 크게 늘었다.
이선이 말했다.
“세금도 잊지 마.”
대니얼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그 얘기를 꼭 해야 합니까?”
“세상 구하다 탈세로 잡혀가면 웃기잖아.”
대니얼이 그를 봤다.
이선은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뭐?”
“아무것도.”
둘은 세금과 법률비용, 운용사 자본, 개인자산을 나눴다.
대니얼은 숫자를 적으면서 조금 놀랐다.
몇 년 전 $28,413.
지금은 개인 순자산이 수백만 달러를 넘어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운용자산은 그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부자가 됐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선택해야 할 게 늘었다.
오후에 distressed asset 목록을 봤다.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
서버 통합업체.
정밀센서 회사.
산업제어 회사.
가공업체.
수십 개.
대니얼의 심장이 빨라졌다.
첫 삶에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던 회사들.
어떤 곳은 사라졌고.
어떤 곳은 다른 회사에 흡수됐고.
어떤 곳은 훗날 엄청난 기술의 씨앗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억만으로 고를 수 없었다.
현재 회사의 기술.
사람.
부채.
고객.
전부 다시 봐야 했다.
이선이 물었다.
“제일 사고 싶은 거?”
대니얼은 서버 통합업체를 가리켰다.
“이쪽.”
이익을 확정한 날, 대니얼은 자기 자산배분도 처음으로 크게 바꿨다.
투자계좌.
현금.
산업지분.
운용사 지분.
세금준비금.
각 비중을 따로 표시했다.
예전에는 전체 숫자만 봤다.
순자산.
지금은 의미가 없었다.
현금은 선택권.
산업지분은 장기능력.
운용사 지분은 자본접근권.
각각 시간이 다른 자산이었다.
이선이 말했다.
“이제 좀 부자 같네.”
“왜요?”
“돈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표정.”
대니얼이 웃었다.
“그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아니, 부자는 원래 숫자 하나로 설명 안 돼.”
그 말도 맞았다.
훗날 Daniel의 자산이 수천억 달러를 넘더라도 그중 실제로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일부일 것이다.
순자산과 실행가능 자본은 다르다.
그 차이를 아주 작은 규모에서 먼저 배웠다.
그날 이후 대니얼은 모든 매입 후보에 두 개의 점수를 붙였다.
현재 생존가능성.
장기 전략가치.
둘 다 높으면 가장 좋았다.
장기 가치만 높고 현재가 약하면 Daniel의 돈을 끝없이 먹을 수 있었다.
현재만 좋고 장기 연결이 없으면 PROJECT 2046과 무관한 좋은 투자일 뿐이었다.
이선은 말했다.
“가끔은 그냥 좋은 투자도 해.”
“왜요?”
“돈 벌려고.”
대니얼이 웃었다.
맞았다.
모든 투자에 우주선 의미를 붙일 필요는 없었다.
돈을 버는 사업이 장기 연구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이것도 훗날 Helioxen 사업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원칙이 된다.
“왜?”
“컴퓨팅.”
“그건 답 아니야.”
대니얼이 웃었다.
“이젠 저한테도 그러네요.”
“너한테 배웠지.”
이선은 자료를 넘겼다.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동안 대니얼은 후보회사를 직접 방문하기 시작했다.
자료만 보면 비슷한 회사들이 현장에서는 전혀 달랐다.
한 회사는 매출이 좋았지만 핵심 개발자가 떠나려 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는 기술은 평범했지만 팀이 단단했다.
세 번째는 특허가 많았지만 실제 제품은 없었다.
대니얼은 숫자보다 사람을 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어느 날 한 창업자가 말했다.
“투자자들은 다 우리 기술만 물어봅니다.”
“그럼 저는 다른 걸 물어보죠.”
“뭘요?”
“당신 없어도 회사 돌아갑니까?”
창업자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니얼은 그 침묵을 이해했다.
자기 자신도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Daniel이 없으면 Helioxen이 멈추는 회사.
그건 성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단일 장애점이었다.
아직 회사도 제대로 만들기 전인데, 미래의 실패모드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기술은 평범해.”
“사람은요?”
“엔지니어 몇 명 괜찮아 보여.”
“부채?”
“견딜 만하고.”
“고객?”
“너무 한쪽에 몰려 있어.”
대니얼은 다시 자료를 봤다.
처음부터 완벽한 회사를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사야 하는가.
첫 매입 후보 회의를 마치고 대니얼은 혼자 남아 목록을 다시 봤다.
회사 이름 옆에는 수치가 빼곡했다.
매출.
현금.
부채.
기술.
사람.
그런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었다.
왜 이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가.
그는 한 회사씩 답을 써봤다.
없어져도 되는 회사도 있었다.
다른 곳이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어떤 회사는 없어지면 특정 고객이 몇 달 고생하겠지만 시장이 대체할 수 있었다.
반대로 아주 작은 업체 하나는 특정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숫자는 작았다.
전략적 중요성은 컸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시장가치와 시스템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봤다.
이선에게 말했다.
“싸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중요한 것도 아니네요.”
“그걸 이제 알았냐.”
“회사는 주식 티커가 아니니까요.”
이선이 웃었다.
대니얼은 후보목록에 새 항목을 만들었다.
System criticality
그 기준은 나중에 공급망을 설계할 때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또 하나.
Replaceability
특정 회사 하나가 사라져도 대체 가능하면 위험이 낮다.
대체 불가능한 능력은 먼저 복제하거나 분산해야 한다.
2046년의 실패를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원칙이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속 작은 회사들을 보면서야 현실의 언어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매출?
기술?
인재?
시간?
그는 한 줄을 적었다.
Buy capability, not stories.
이선이 읽고 말했다.
“드디어 투자자다운 문장.”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럼?”
“산업가가 되는 연습 같아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둘 다 잠깐 조용해졌다.
금융은 목적이 아니었다.
이제 다음 문으로 가야 했다.
◆후보목록은 줄었지만 기준은 훨씬 선명해졌다. 대니얼은 선택지가 줄어든 게 오히려 편했다.
후보회사를 줄이는 과정에서 대니얼은 한 곳을 완전히 포기했다.
기술은 좋았다.
하지만 창업자가 모든 의사결정을 쥐고 있었고, 핵심 개발자들은 고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대니얼은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불편했다.
이선이 말했다.
“왜 빼?”
“창업자 하나가 병목입니다.”
“고치면 되잖아.”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대니얼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문장은 미래의 자기에게도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이 Helioxen의 병목이 되는 날, 누군가는 똑같이 말할 것이다.
그때 들을 수 있을까.
대니얼은 후보목록에서 회사를 지우며, 자기 조직에는 최소한 자신을 멈출 사람을 남겨두기로 했다.
대니얼은 그날의 결론을 다음 결정의 기준으로 남겼다.
후보목록을 줄이는 작업은 예상보다 감정적이었다.
대니얼은 미래에 필요할 것 같은 회사를 지우는 순간마다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선이 말했다.
“안 사는 것도 선택이야.”
“압니다.”
“아니, 넌 아직 포기라고 생각해.”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맞았다.
모든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
집중도 하나의 자원이었다.
그날 대니얼은 매입예산뿐 아니라 ‘관리 가능한 회사 수’에도 상한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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