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5화 —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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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전화가 멈추지 않았다.
대형 투자은행 하나가 더 이상 독립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소식이 퍼졌다.
이름보다 중요한 건 반응이었다.
일요일 저녁부터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움직였다.
현금.
담보.
거래상대방.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물려 있는가.
이선은 사무실 소파에서 두 시간 잤다.
대니얼은 아예 자지 않았다.
월요일 새벽.
둘은 말없이 화면을 켰다.
시장이 열리자 가격들이 뛰었다.
아래로.
위로.
다시 아래로.
정상적인 숫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니얼과 이선의 포지션은 급격히 수익으로 전환됐다.
몇 달의 손실이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계좌 숫자가 커졌다.
대니얼은 아무 감흥이 없었다.
전화가 울렸다.
투자자.
“대니얼, 지금 얼마나 났습니까?”
“장중이라 확정 못 합니다.”
“대략.”
숫자를 말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짧은 웃음이 들렸다.
“당신이 맞았군요.”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 거리를 봤다.
출근하는 사람들.
커피를 든 사람.
택시.
신문가판대.
대부분은 아직 자기 일상을 살고 있었다.
이선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좋아할 필요 없어.”
“네.”
“그렇다고 죄책감 때문에 바보짓도 하지 마.”
대니얼이 그를 봤다.
“알아요.”
“진짜?”
“아마.”
오후에는 공장에서 연락이 왔다.
고객 하나가 주문을 연기했다.
다른 고객은 지급을 늦췄다.
사장이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심한데.”
대니얼은 공장으로 갔다.
현장에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표정이 달랐다.
누군가는 배우자의 직장을 걱정했다.
누군가는 주택대출을 걱정했다.
누군가는 자녀 학비를 걱정했다.
한 작업자가 대니얼에게 물었다.
“이런 거 얼마나 갑니까?”
대니얼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는 미래를 안다.
그런데 정답을 말할 수 없다.
더 정확히는, 지금 세계의 정답은 모른다.
“쉽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그 말밖에 못 했다.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겠죠.”
대니얼은 그날 저녁 공장 사장과 회의를 했다.
“해고는 최대한 늦춥시다.”
사장이 그를 봤다.
“돈은?”
그 주말, 대니얼은 공장 작업자 가족들과 작은 바비큐 자리에 참석했다.
원래는 갈 생각이 없었다. 사장이 억지로 불렀다.
“일 얘기 안 할 거면 오세요.”
그 조건이 오히려 어려웠다.
처음 한 시간 동안 대니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은 야구, 학교, 차, 주택대출, 휴가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물었다.
“댄은 쉬는 날 뭐 해요?”
대니얼이 멈췄다.
쉬는 날.
PROJECT 2046에는 없는 항목이었다.
“요즘은… 자료 봅니다.”
바비큐 자리에서 만난 아이 중 하나가 며칠 뒤 공장에 왔다.
학교 과제로 부모 직장을 소개하는 날이었다.
작업자는 아이에게 귀마개를 씌우고 기계를 보여줬다.
대니얼은 멀리서 그 모습을 봤다.
아이의 눈에는 공장이 신기한 장소였다.
소리.
불꽃.
움직이는 금속.
대니얼에게는 생산능력.
현금흐름.
숙련인력.
병목.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의미였다.
아이가 대니얼에게 물었다.
“여기 사장님이에요?”
“아니.”
“그럼 뭐 해요?”
대니얼은 대답을 고민했다.
투자자.
컨설턴트.
미래 문명을 준비하는 회귀자.
“여기가 안 없어지게 조금 도와요.”
아이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왜요?”
“필요하니까.”
“뭐에?”
대니얼은 웃었다.
“많은 데.”
아이는 곧 관심을 잃고 다른 기계로 달려갔다.
대니얼은 그 질문이 오래 남았다.
왜 공장이 필요하지?
행성방어 때문에.
그 이전에는?
사람들이 일하고 물건을 만들고 살아가기 때문에.
PROJECT 2046의 모든 기술은 결국 현재 사람들의 삶 위에 세워져야 했다.
현재를 파괴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다.
그날 저녁 그는 공장 투자계획에서 무리한 비용절감 항목 하나를 지웠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다.
대신 사람 몇 명이 남았다.
이전의 Daniel이었다면 숫자로만 봤을 변화였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건 일이잖아요.”
“그러네요.”
다른 사람이 물었다.
“여행 좋아해요?”
대니얼은 첫 삶을 떠올렸다.
출장은 많았다. 여행은 거의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니얼을 이상하게 봤다.
그때 한 아이가 공을 던졌다.
대니얼이 반사적으로 받았다.
“같이 해요!”
“제가요?”
“네!”
결국 한 시간 동안 아이들과 공을 던졌다.
다음날 어깨가 아팠다.
그런데 기억에는 이상하게 남았다.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거창한 문명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오후도 계속되어야 했다.
바비큐가 끝난 뒤 대니얼은 설거지를 돕다가 작업자 한 명과 둘만 남았다.
남자가 말했다.
“댄도 가족 만들 생각 있어요?”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모르겠습니다.”
“왜요?”
“일이 많아서.”
“다들 일 많아요.”
단순한 대답.
대니얼은 웃었다.
남자는 자기 아이들을 가리켰다.
“저 애들 때문에 더 일하는 거죠.”
대니얼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은 인류를 구하려고 가족을 미루고 있었다.
공장 바비큐 이후 대니얼은 한 달에 한 번 ‘아무 회의 없는 저녁’을 달력에 넣었다.
이선이 그걸 보고 비웃었다.
“쉬는 것도 일정에 넣냐?”
“안 넣으면 안 쉬니까요.”
“중증이네.”
첫 달은 실패했다.
급한 거래가 생겼다.
둘째 달도 실패했다.
공장 문제가 터졌다.
셋째 달, 대니얼은 정말 일찍 퇴근했다.
집에서 로라와 오래된 영화를 봤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중간에 졸았다.
그런데 다음날 이상하게 머리가 맑았다.
일을 덜 했는데 판단이 빨랐다.
대니얼은 마지못해 인정했다.
휴식도 생산성의 일부였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투자손실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몰랐다.
이 사람은 가족 때문에 현재를 버티고 있었다.
둘 중 누가 더 합리적인가.
그 질문은 한동안 남았다.
“제가 더 넣겠습니다.”
이선이 바로 끼어들었다.
“조건 보고.”
대니얼이 그를 노려봤다.
이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감정으로 돈 넣지 말자고 했지.”
사장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대니얼은 한숨을 쉬었다.
“맞습니다.”
그들은 숫자를 다시 봤다.
현재 주문.
바비큐 다음날 대니얼은 아이가 던져준 공을 차 트렁크에서 발견했다.
돌려주려고 했는데 깜빡한 모양이었다.
그는 공을 손에 들고 한동안 서 있었다.
쓸모없는 물건.
PROJECT 2046에는 전혀 필요 없는 물건.
그런데 버리지 않았다.
다음 주 공장에 가져갔다.
아이가 달려와 공을 받아갔다.
“다음에 또 해요!”
대니얼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다가 말했다.
“시간 되면.”
아이 얼굴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는 곧 말을 바꿨다.
“아니. 다음에 하죠.”
그 약속은 달력에 넣지 않았다.
일부러.
모든 중요한 일을 프로젝트로 만들지 않는 연습도 필요했다.
현금.
급여.
몇 달 버틸 수 있는가.
무조건 고용유지는 불가능했다.
대신 훈련시간 조정.
근무시간 분산.
설비유지 프로젝트.
몇 가지 대안을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몇 명은 결국 떠나야 했다.
대니얼은 그날 처음으로 자기가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걸 현재에서 배웠다.
2046년에는 수십억 명을 살리지 못했다.
2008년에는 작은 공장 몇십 명도 전부 지킬 수 없었다.
규모만 다를 뿐 같은 종류의 고통이었다.
밤.
사무실로 돌아오자 계좌는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었다.
대니얼은 화면을 끄고 한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돈은 늘었다.
세상은 가난해지고 있었다.
그 역설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아직 몰랐다.
◆그날 이후 대니얼은 공장 일정표에 가족행사 날짜도 가끔 보게 됐다. 생산계획 밖에도 사람의 일정이 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니얼은 휴대전화 달력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음 바비큐 날짜를 굳이 넣지 않았다.
기억하고 가는 것도 가능해야 했다.
대니얼은 그날의 결론을 다음 결정의 기준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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