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2화 — 너무 일찍 이긴 사람

14,610일 · 22 / 287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수익률이 높아지자 사람들이 대니얼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그게 싫었다.

처음에는 투자자였다.

그다음에는 친구의 친구.

그리고 어느 날, 경제 전문 기자가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인터뷰요?”

대니얼이 물었다.

이선은 수화기를 손으로 가린 채 웃었다.

“네가 주택시장 위험을 일찍 봤다는 얘기가 돌았대.”

“싫다고 해요.”

“왜?”

“말할 게 없습니다.”

“돈 벌었잖아.”

“그걸 말하라고요?”

이선이 어깨를 으쓱했다.

“기자는 좋아하지.”

대니얼은 고개를 저었다.

인터뷰는 거절했다.

그러나 기사는 나왔다.

이름은 짧게 언급됐다.

‘젊은 투자자 그룹 중 일부가 주택신용 악화를 예상해 방어적 포지션으로 높은 성과를 냈다.’

그 정도였다.

문제는 인터넷이었다.

댓글.

블로그.

누군가는 대니얼 같은 사람들을 천재라고 했다.

누군가는 남의 불행에 베팅하는 기생충이라고 했다.

대니얼은 두 번째 쪽을 더 오래 읽었다.

이선이 모니터를 닫아버렸다.

“그만 봐.”

“왜요?”

“댓글 읽고 투자결정 할 거야?”

“아뇨.”

“그럼 그만.”

대니얼이 다시 열었다.

이선이 한숨을 쉬었다.

“너 진짜 이상한 데서 말 안 듣는다.”

대니얼은 한 댓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군가는 집을 잃는데 저 사람들은 돈을 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공장에 들렀다.

작업자 한 명이 사물함을 비우고 있었다.

“그만두세요?”

대니얼이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내가 일 잃어서요. 다른 주에 있는 가족 쪽으로 가려고.”

“여기는 일 있는데.”

“우리 집 전체로 보면 없어요.”

그 말이 더 아팠다.

대니얼은 돈을 주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럴 관계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인사했다.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자가 웃었다.

“사장님도요.”

“저 사장 아닙니다.”

“맨날 와 있으니까 다들 그렇게 불러요.”

남자는 상자를 들고 나갔다.

대니얼은 빈 사물함을 봤다.

이 위기를 이용해야 했다.

그래야 미래를 바꿀 자본을 만든다.

이 선택 자체는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용한다는 사실을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이선에게 말했다.

“마케팅에 위기 얘기 쓰지 맙시다.”

“뭐?”

“‘우리가 폭락을 맞혔다’ 같은 거.”

인터뷰 기사 이후 부모에게도 전화가 몇 번 왔다.

친척. 옛 지인.

“대니가 정말 그 투자자 맞냐.”

로라는 처음엔 대충 넘겼다. 셋째 전화부터 짜증이 났다.

“네가 유명해지는 건 좋은데.”

“좋은 건가요?”

“모르겠다.”

그녀는 신문을 접었다.

“적어도 네가 뭘 하는지는 내가 알고 있어야 남한테 설명을 하지.”

대니얼이 멈칫했다.

대니얼은 기사 이후 첫 공개행사에도 나가게 됐다.

작은 경제포럼이었다.

주최 측은 ‘위기를 일찍 본 젊은 투자자’라는 소개문을 붙였다.

대니얼은 시작 전 그 문장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왜요?”

행사 담당자가 물었다.

“제가 위기를 본 게 아니라 위험을 본 겁니다.”

“차이가 큽니까?”

“지금은요.”

패널에는 낙관론자도 있었다.

한 사람은 시장이 과도하게 공포에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니얼은 그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실제로 일부 가격은 과도하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진행자가 물었다.

“그럼 머서 씨는 경제 전체가 붕괴한다고 봅니까?”

대니얼은 잠시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강한 표현을 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청중이 조금 술렁였다.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느 기관이 무너질지, 정책이 어떻게 대응할지, 어느 정도까지 번질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투자로는 큰 포지션을 잡으셨죠.”

“그래서 포지션보다 현금을 더 많이 봅니다.”

패널 한 명이 비웃듯 말했다.

“결국 틀릴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말이군요.”

“당연합니다.”

대니얼의 대답이 빨랐다.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투자자는 오래 못 갑니다.”

행사 뒤 젊은 엔지니어 한 명이 다가왔다.

경제 질문이 아니었다.

“아까 미래기술 회사들에도 투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일부만요.”

“계산 인프라 쪽 관심 있으십니까?”

대니얼의 시선이 달라졌다.

명함을 받았다.

바로 투자하진 않았다.

다만 그날 처음으로 자신이 금융기사 때문에 얻은 악명이 기술인재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평판은 원치 않아도 자산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떤 평판을 쌓을지는 선택해야 했다.

“제가 설명을 안 했나요?”

“투자한다. 회사 만든다. 미래 준비한다. 그 정도.”

로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미래가 대체 뭔데?”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또 비밀. 또 침묵.

로라가 한숨을 쉬었다.

“말 못 하는 게 있다는 건 알아.”

대니얼이 놀랐다.

“알아요?”

“네가 요즘 계속 그러잖아.”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 말고. 말할 수 있는 건 제대로 말해.”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부모에게는 적어도 현재 사업계획과 위험은 숨기지 않기로 했다.

회귀는 말할 수 없다. 소행성도 증거가 없다. 하지만 투자손실 가능성, 공장 투자, 회사 창업. 그건 현재의 일이었다.

모든 비밀을 한 덩어리로 묶어 숨기는 습관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기사 한 줄 때문에 다른 변화도 생겼다.

기술회사 창업자 몇 명이 먼저 이메일을 보내왔다.

대니얼은 대부분 만나지 않았다. ‘미래기술’이라는 말만 가득하고 제품이나 고객이 없는 제안도 많았다.

이선이 말했다.

“네가 이런 사람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요?”

“너도 미래 얘기 좋아하잖아.”

“그래서 더 조심해야죠.”

한 창업자는 열정적이었다. 기술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고객에게 왜 필요한지 설명하지 못했다.

대니얼은 투자하지 않았다.

며칠 뒤 자기가 그 창업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ROJECT 2046은 완벽한 미래 이야기였다.

현재 고객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미래만 말하는 창업자가 되면 안 됐다.

공개행사 이후 대니얼에게 첫 강연요청도 왔다.

그는 거절하려 했다.

이선이 물었다.

“왜?”

“시간 아깝습니다.”

“한 시간인데.”

대니얼은 자동으로 계산했다.

준비 두 시간.

이동 한 시간.

질의응답.

총 네 시간.

이선이 말했다.

“그 네 시간에 뭘 할 건데?”

대니얼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사람도 만나고, 인재도 찾고, 평판도 쌓는 게 일 아니야?”

그 말에 결국 갔다.

강연에서 대니얼은 투자비법 대신 실패한 거래 이야기를 했다.

청중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끝나고 학생 몇 명이 남아 질문했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수익보다 어떻게 틀렸는지가 더 재밌었습니다.”

대니얼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자기 실수를 공개하는 일이 신뢰를 만들 수 있다.

이것도 조직이 커졌을 때 필요할 문화였다.

Helioxen은 반드시 지금 돈을 내는 고객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이선이 대니얼을 봤다.

“고객 모집엔 잘 먹힐 텐데.”

“그래서 싫습니다.”

“이유는?”

“사람이 죽는 이야기로 광고하고 싶지 않아요.”

이선은 잠시 조용했다.

“좋아.”

“쉽게 동의하네요.”

“나도 싫었거든.”

“그럼 왜 말 안 했어요?”

“네가 먼저 말하나 보려고.”

행사 뒤 받은 명함 중 절반은 버렸다.

나머지는 분야별로 나눴다.

컴퓨팅.

제조.

소재.

금융.

그중 세 장에만 별표를 했다.

이선이 물었다.

“뭐가 달라?”

“지금 당장 뭘 하고 있는 사람들이요.”

미래를 말하는 사람보다 현재 손을 더럽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대니얼이 피식 웃었다.

며칠 뒤 시장이 강하게 반등했다.

대니얼과 이선의 방어포지션은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언론은 ‘최악은 지나갔다’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니얼의 사무실 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기자가 아니었다.

투자자였다.

“포지션 줄여주세요.”

대니얼이 말했다.

“근거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설명 말고 줄여요.”

“현재 전략은—”

“내 돈입니다.”

대니얼이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남의 돈.

남의 시간.

그날 처음으로 대니얼은 높은 수익보다 더 어려운 걸 배웠다.

사람은 손실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

그리고 미래를 알고 있는 자신조차 그 불확실성을 없애줄 수 없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