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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0화 — 첫 번째 문이 닫혔다

14,610일 · 20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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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 되기 전부터 금융시장은 이미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시장이 열려 있었다.

거래도 됐다.

은행도 영업했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문들이 하나씩 닫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이선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한 군데가 환매를 막았어.”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규모?”

이선이 말했다.

크지 않았다.

세상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의미는 있었다.

투자자들이 원하면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품이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자산을 팔 수 없어서.

가격을 믿을 수 없어서.

혹은 둘 다.

“우리 거래상대방 확인하자.”

대니얼이 말했다.

이선은 이미 목록을 출력해왔다.

“하고 있었어.”

둘은 하루 종일 노출을 줄였다.

수익성이 좋은 포지션도 일부 정리했다.

대니얼은 아쉬웠다.

그러나 반대하지 않았다.

저녁이 됐을 때 한 투자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큰 제안이었다.

운용자산을 단숨에 몇 배로 늘릴 수 있는 금액.

대니얼과 이선은 밤늦게까지 조건을 봤다.

돈은 좋았다.

조건이 나빴다.

짧은 성과평가.

높은 레버리지 허용.

투자자 측의 잦은 개입권.

이선이 물었다.

“어때?”

대니얼이 말했다.

“싫습니다.”

“이번엔 말 부드럽게 해.”

“노력하죠.”

다음날 그들은 제안을 거절했다.

예전 같으면 대니얼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큰돈.

시간을 몇 년 앞당길 수 있는 자본.

하지만 이제 알았다.

잘못된 자본은 시간을 주는 게 아니라 빼앗는다.

다른 사람의 마감에 끌려다니게 만든다.

오후에는 공장에 갔다.

새로 들어온 작업자들이 라인을 돌리고 있었다.

주문은 늘었지만 웃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역의 다른 공장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청업체 하나가 폐업했다.

운송업체도 대금을 늦게 받았다.

위기는 금융기사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이상하다.”

“뭐가요?”

“일은 있는데 다들 돈이 없대.”

대니얼은 그 말을 기억했다.

일은 있는데 돈이 없다.

신용이 멈추면 경제가 어떻게 굳는지 가장 간단하게 표현한 문장이었다.

그날 밤 사무실로 돌아오니 이선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왜요?”

대니얼이 물었다.

“생각 중.”

“뭘.”

“우리가 맞으면.”

이선이 돌아봤다.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아지는 거잖아.”

“네.”

“그럼 우리가 돈 버는 게 끝이 아니네.”

대니얼은 잠깐 멈췄다.

이선은 자기 생각보다 빨리 그 지점에 왔다.

“네.”

“현금 많이 필요하겠다.”

“네.”

“투자할 곳도 많아지고.”

“네.”

이선이 웃었다.

“너 원래 이거까지 생각했지?”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또 비밀.”

“아직은요.”

이선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책상에 서류를 올렸다.

새로운 투자자 두 명.

이번에는 조건이 깨끗했다.

장기자금.

낮은 개입.

명확한 손실한도.

포지션을 줄이던 새벽, 이선이 갑자기 말했다.

“우리도 직원 뽑아야 해.”

“왜요?”

“둘이 못 버텨.”

대니얼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아직 비용이—”

이선이 웃었다.

“공장 교육에는 돈 쓰면서 우리 사람은 안 뽑게?”

대니얼은 할 말이 없었다.

운용규모가 커지면서 회계, 리스크 보고,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법률업무가 늘었다.

둘은 실제 분석보다 행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첫 채용공고를 만들었다.

대니얼은 처음에 지나치게 많은 조건을 넣었다.

이선이 반을 지웠다.

“이런 사람 있으면 우리 회사 안 와.”

“왜요?”

“이미 자기 회사 차렸지.”

둘은 웃었다.

첫 직원을 뽑는 일도 투자를 받는 일만큼 신중했다.

대니얼은 면접 마지막에 항상 물었다.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말할 수 있습니까?”

지원자 대부분은 그렇다고 했다.

이선은 면접이 끝날 때마다 말했다.

“그 질문에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냐?”

“그럼 어떻게 봅니까?”

“네가 틀린 말을 실제로 해봐.”

다음 면접부터 이선은 일부러 대니얼의 잘못된 가정을 던졌다.

몇 명은 맞장구쳤다.

한 지원자는 바로 반박했다.

둘은 그 사람을 다시 불렀다.

작은 조직이 처음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첫 직원이 실제로 출근한 날, 사무실이 갑자기 좁아졌다.

책상 하나를 더 놓자 통로가 막혔다.

이선이 말했다.

“대기업 다 됐네.”

대니얼이 웃었다.

신입 직원은 첫날부터 둘의 이상한 업무분담을 눈치챘다.

“최종 결정은 누가 합니까?”

대니얼과 이선이 동시에 서로를 가리켰다.

직원이 당황했다.

이선이 말했다.

“거래방향은 같이.”

대니얼이 덧붙였다.

“리스크 중단은 둘 중 누구든.”

“의견 다르면요?”

“안 합니다.”

“거래를요?”

“네.”

직원이 눈을 크게 떴다.

대니얼은 설명했다.

“기회를 놓치는 비용보다 의사결정 구조가 깨지는 비용이 더 클 수 있어서요.”

말하고 나니 꽤 거창했다.

사실 몇 달 동안 싸우다 만든 현실적 규칙이었다.

작은 팀은 그렇게 세 명이 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신입이 첫 보고서의 오타를 잡았다.

이선이 말했다.

“벌써 밥값 하네.”

대니얼도 웃었다.

조직은 아주 천천히, 자기 둘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 있었다.

그날 밤 둘은 새 투자자 자금을 받을지 마지막으로 검토했다.

이선은 투자자마다 예상 행동까지 적었다.

대니얼이 물었다.

“이건 뭡니까?”

“환매 가능성.”

“계약상 락업 있는데요.”

“계약 말고 사람.”

“사람?”

“위기 오면 생각 바뀐다.”

이선은 투자자별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사람은 사업자금이 필요할 수 있고.

한 사람은 가족 자산 대부분이 시장에 묶여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여유자금이어서 오래 버틸 가능성이 높았다.

대니얼은 처음엔 이상하게 봤다.

곧 이해했다.

자본도 성격이 있었다.

같은 백만 달러라도 누가 맡겼느냐에 따라 시간 horizon이 달랐다.

“우리가 장기전 하면 장기자금이 필요하네요.”

“당연하지.”

“그걸 이제 배웁니다.”

“그래서 네가 금융 전문가가 아닌 거고.”

대니얼이 웃었다.

“인정합니다.”

이선은 놀란 척했다.

새 자금이 들어온 뒤에도 둘은 바로 포지션을 늘리지 않았다.

대니얼이 먼저 말했다.

“일주일은 그대로 갑시다.”

이선이 놀랐다.

“누구세요?”

“왜요?”

“댄 머서가 현금 들고 가만히 있다고?”

“조용히 하죠.”

하지만 실제 이유는 분명했다.

규모가 커지면 기존 전략의 체감 위험이 달라졌다.

같은 1퍼센트 손실도 금액이 달랐다.

거래상대방에게 보이는 존재감도 달라졌다.

자본이 커지면 단순히 똑같은 전략을 확대할 수 없었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스케일 자체가 기술이라는 걸 배웠다.

공장도.

금융도.

언젠가 우주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 망하려나.”

대니얼의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가 돌아왔다.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이선은 이유를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선이 말했다.

“이건 받을 수 있어.”

대니얼이 서류를 봤다.

운용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

아직 거대한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번째 문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개인투자자.

작은 파트너십.

그리고 이제 남의 자본을 책임지고 움직이는 운용조직.

그 순간 시장 알림이 울렸다.

또 다른 신용상품 거래 중단.

대니얼과 이선이 동시에 화면을 봤다.

하나.

둘.

문들이 닫히고 있었다.

대니얼은 낮게 말했다.

“현금 비중 더 올리죠.”

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대니얼은 잠깐 첫 삶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억이 아니라 현재 숫자를 봤다.

“우리가 틀려도 버틸 만큼.”

이선이 웃었다.

“이제 그 답은 마음에 드네.”

사무실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포지션을 다시 줄이기 시작했다.

바깥세상은 아직 평범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첫 번째 문은 이미 닫혔다.

그리고 다음 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째 책상이 들어온 날, 대니얼은 사무실이 좁아진 게 처음으로 반가웠다.

그날 새벽 셋이 나란히 모니터를 보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대니얼은 처음으로 그 어색함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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