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9화 — 살아남은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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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가공 공장은 겨울을 넘겼다.
은행 신용한도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생산은 조금 나아졌다.
납기 지연이 줄고, 현금이 돌아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더 중요한 변화는 다른 곳에서 왔다.
경쟁업체 하나가 문을 닫았다.
그 회사의 고객 일부가 새 공급처를 찾았다.
사장이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문이 늘었어.”
“좋은 일 아닌가요?”
“사람이 없어.”
대니얼은 웃을 수 없었다.
위기였다.
한 회사의 실패가 다른 회사에는 기회가 됐다.
금융시장과 똑같았다.
문제는 숙련공이었다.
돈만 있다고 바로 늘릴 수 없었다.
대니얼은 폐업한 경쟁업체의 장비보다 사람 목록부터 봤다.
사장이 말했다.
“기계부터 사야지.”
“사람이 먼저 아닙니까?”
“장비 없으면 사람도 일 못 해.”
둘이 동시에 맞았다.
이선이 중간에서 말했다.
“둘 다 사면 되잖아.”
대니얼과 사장이 그를 봤다.
“돈은?”
대니얼이 물었다.
이선이 대답했다.
“그래서 현금 만들었잖아.”
몇 달 전 일부 포지션 이익을 확정했던 이유.
대니얼은 처음으로 그 결정의 실제 가치를 봤다.
폐업업체의 장비 몇 대와 숙련공 일부를 받아왔다.
조건은 이전보다 나았다.
실직한 사람을 헐값에 쓰는 구조는 피했다.
사장은 불평했다.
“요즘 상황에 저 정도 급여까지?”
대니얼이 말했다.
“사람 다시 구하고 가르치는 시간이 더 비쌉니다.”
토머스가 옆에서 피식 웃었다.
“이제 좀 공장 말 하네.”
대니얼은 새로 들어온 작업자들이 기계를 점검하는 걸 봤다.
첫 삶의 마지막 몇 년.
전 세계는 숙련인력이 부족했다.
기계를 살 수는 있었다.
사람의 경험은 주문할 수 없었다.
그 기억 때문에 그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돈을 쓰자고 했다.
사장이 또 싫어했다.
“지금 주문 밀렸는데 교육?”
“그래서요.”
“일할 사람을 빼서 가르치자고?”
“지금 안 하면 다음에 또 부족합니다.”
둘은 한참 싸웠다.
결국 절충했다.
주당 몇 시간.
작게 시작.
몇 달 뒤 효과가 나왔다.
대니얼은 깨달았다.
산업은 시설이 아니라 기억의 집합이었다.
사람이 가진 기억.
작업순서.
소리만 듣고도 아는 이상.
도면에 적히지 않은 팁.
그런 것들이 사라지면 공장 건물만 남는다.
새로 들어온 숙련공 중 한 명은 이전 회사에서 십칠 년을 일한 사람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누가 가르칠 것인가.
숙련공을 강사로 빼면 생산량이 줄었다.
신입은 교육받는 동안 일을 덜 한다.
사장이 말했다.
“결국 돈 문제야.”
대니얼은 계산했다.
단기적으로는 맞았다.
교육시간을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숙련공 한 명이 떠났을 때 손실을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졌다.
대체인력 채용.
훈련.
불량.
납기지연.
고객 신뢰.
대니얼은 표를 보여줬다.
사장이 한숨을 쉬었다.
“장기적으로는 네 말이 맞아.”
“그럼 합시다.”
“근데 이번 달 현금은 누가 채워?”
대니얼이 멈췄다.
또 현재와 미래의 충돌.
결국 교육은 단계적으로 늘렸다.
일부 비용은 대니얼의 투자금에서 지원했다.
모든 장기투자는 단기현금을 먹는다.
그 당연한 사실을 산업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교육 프로그램의 첫 수료자는 젊은 작업자 두 명이었다.
거창한 자격증은 없었다.
기존 숙련공과 함께 특정 세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정도.
사장은 별 감흥이 없었다.
“둘 늘었네.”
대니얼은 달랐다.
한 사람만 알고 있던 일이 이제 세 사람이 알게 됐다.
단일 장애점이 줄었다.
그는 그 표현을 썼다가 작업자에게 욕을 먹었다.
“우릴 장애점이라고 부르지 마요.”
대니얼이 당황했다.
“그런 뜻이 아니고—”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대니얼도 결국 웃었다.
“알겠습니다. 표현 바꾸죠.”
그날 교육자료 제목을 고쳤다.
Critical Skill Continuity
기계적인 용어에서 사람 중심의 용어로 조금 옮겨갔다.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언어가 사고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미래를 만든다는 건 계속 현재의 자원을 가져다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현재를 망가뜨리지 않는 속도가 필요했다.
대니얼이 물었다.
“제일 아까운 게 뭡니까?”
작업지식 기록을 시작한 첫 달, 대니얼은 촬영된 영상을 직접 봤다.
한 숙련공이 공구를 잡는 법을 설명했다.
말은 단순했다.
“여기서 소리 들어봐요.”
영상 속 기계음.
대니얼은 아무 차이도 못 들었다.
숙련공은 말했다.
“정상이면 이 소리.”
다른 영상.
또 비슷했다.
대니얼이 현장에서 다시 들었다.
그래도 모르겠다.
작업자가 웃었다.
“이건 시간 좀 걸려요.”
“얼마나요?”
“몇 년?”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몇 년.
자기는 모든 걸 앞당기려고 하는데, 어떤 지식은 사람 몸에 쌓이는 시간 자체가 필요했다.
그걸 없앨 수는 없다.
대신 더 빨리 배우게 도울 수는 있다.
좋은 기록.
시뮬레이션.
훈련.
센서.
대니얼의 머릿속에 기술 아이디어가 연결됐다.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숙련을 증폭시키는 기술.
그날 PROJECT 2046의 Automation 옆에 한 줄이 생겼다.
augment before replace
사람을 대체하기 전에 사람의 능력을 키운다.
훗날 Helioxen의 로봇철학이 될 씨앗이었다.
“뭐가요?”
“회사 문 닫으면서 없어지는 것 중에.”
남자는 잠깐 생각했다.
“사람.”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은?”
“작업법.”
“매뉴얼 있잖아요.”
남자가 웃었다.
“매뉴얼에 다 있으면 내가 십칠 년 왜 했겠어요.”
그는 특정 가공에서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공구가 닳을 때 표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했다.
대니얼은 일부를 녹음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남자는 처음엔 웃었다.
작업지식 기록 프로젝트는 예상 밖의 반발도 샀다.
한 숙련공이 말했다.
“우리 노하우 빼가려는 거 아닙니까?”
대니얼은 바로 부정하려다 멈췄다.
그렇게 보일 수 있었다.
“소유권은 회사와 작업자 기준으로 명확히 하겠습니다.”
“말로만?”
“계약으로요.”
이선이 법률자문을 붙였다.
기록된 지식의 사용범위.
외부공개 여부.
보상.
대니얼은 처음에는 번거롭다고 느꼈다.
곧 생각을 바꿨다.
지식을 남기는 것과 지식을 빼앗는 것은 다르다.
좋은 목적이 절차를 생략할 이유는 아니었다.
“이걸 누가 들어요?”
“다음 사람이요.”
그날부터 작은 작업지식 기록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거창한 AI도 아니고 자동화도 아니었다.
숙련공이 알고 있는 걸 영상과 문서로 남기는 일.
대니얼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문명을 보존한다는 것도 결국 비슷할 수 있다.
시설만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것.
2046년의 Continuity라는 단어가 아주 멀리서 현재와 연결됐다.
PROJECT 2046의 Manufacturing 항목에 새로운 단어가 추가됐다.
workforce
이선이 그걸 보더니 말했다.
“점점 세상 구하는 문서 같네.”
대니얼의 펜이 멈췄다.
“뭐라고요?”
“농담이야.”
이선은 웃으며 지나갔다.
대니얼만 웃지 못했다.
몇 초 뒤 그는 일부러 웃었다.
아직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사람에게 설명해야 할 날이 올 것 같았다.
작업자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엔 사람한테 시스템 용어 쓰지 마요.” 대니얼은 그 조언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니얼은 기록된 영상 파일을 서버에 저장하면서 폴더 구조를 직접 만들었다.
기계별.
공정별.
작업자별이 아니라 기술별.
누가 퇴사해도 지식이 따라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구조였다.
작업자가 옆에서 물었다.
“이거 나중에 누가 다 봐요?”
대니얼이 답했다.
“필요한 사람이요.”
“십 년 뒤에도?”
대니얼은 잠깐 멈췄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사실은 사십 년 뒤에도 남아 있기를 바랐다.
사람은 늙고 떠난다.
지식은 이어져야 한다.
그 단순한 생각이 대니얼에게는 유난히 무거웠다.
그는 그 파일을 닫지 않고 잠시 더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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