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8화 — 첫 번째 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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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의 순자산이 처음으로 백만 달러를 넘긴 날, 이선은 술집으로 끌고 갔다.
“싫습니다.”
“오늘만.”
“시장 열리기 전에 볼 게—”
“미국 시장 내일도 열린다.”
대니얼이 그를 봤다.
“가끔은요.”
“그런 말 하지 마. 무섭다.”
작은 바였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왔던 곳과 비슷했다.
이선은 맥주를 두 잔 시켰다.
“축하.”
“아직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말 금지.”
“진짜로요.”
“백만 달러 스물다섯에 만들었으면 축하해도 돼.”
대니얼은 잔을 들었다.
백만.
2046년 프로젝트 비용과 비교하면 먼지였다.
하지만 2006년의 $28,413과 비교하면 달랐다.
무엇보다 이 돈 전부가 투자계좌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장 투자.
현금.
운용사 지분.
그는 처음으로 자산이 숫자 하나가 아니라 여러 형태의 선택권이라는 걸 느꼈다.
이선이 말했다.
“뭐 사고 싶은 거 없어?”
“장비.”
“너한테.”
“서버.”
“그건 회사 거.”
“책?”
“됐다.”
이선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재미없는 놈.”
대니얼은 웃었다.
그날 조금 취했다.
많이는 아니었다.
집에 돌아오니 로라가 거실 불을 켜놓고 있었다.
“술 마셨니?”
“조금.”
“좋은 일?”
대니얼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백만 달러 넘었어요.”
로라가 몇 초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뭐가?”
“제 자산.”
“뭐?”
목소리가 커졌다.
토머스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인데?”
로라가 대니얼을 가리켰다.
“얘가 백만 달러 있대.”
토머스가 대니얼을 봤다.
“복권 했냐?”
“아뇨.”
“그럼?”
설명하는 데 십 분 넘게 걸렸다.
둘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계좌와 서류를 보여주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토머스의 첫 질문은 의외였다.
“빚은?”
“없어요.”
“세금은?”
“준비해놨어요.”
“남의 돈 손실난 건?”
“아직 괜찮습니다.”
토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
로라가 말했다.
“됐긴 뭐가 돼. 이 돈으로 뭐 할 건데?”
대니얼은 대답했다.
“회사요.”
“무슨 회사?”
“아직 하나는 아니고.”
로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대니.”
“네.”
“돈 많이 번 건 축하해.”
백만 달러를 넘긴 뒤에도 대니얼은 부모 집에서 바로 나가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친구 하나가 놀러왔다가 차고 앞에 세워진 낡은 차를 보고 말했다.
“백만장자 맞아?”
“아마.”
“차부터 바꿔.”
“잘 가는데.”
“이건 네가 아니라 차가 은퇴해야 해.”
대니얼은 웃었다.
며칠 뒤 중고차를 조금 더 안전한 차로 바꿨다.
비싼 스포츠카가 아니라 평범한 세단.
이선은 그것도 놀렸다.
“백만 달러로 산 첫 물건이 이거냐?”
“안전등급 좋습니다.”
“진짜 재미없다.”
대니얼은 운전대를 잡고 생각했다.
사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안 쓰는 게 미덕인 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쓴다.
그 기준은 개인생활에도 적용돼야 했다.
자기가 죽으면 PROJECT 2046도 끝난다.
자기 몸과 삶도 하나의 시스템 자산이었다.
그 표현이 너무 비인간적이라 곧 생각을 고쳤다.
그냥 살아야 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고마워요.”
백만 달러를 넘긴 기념으로 로라는 가족사진을 찍자고 했다.
대니얼은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거실 벽 앞.
토머스는 셔츠 단추를 하나 잘못 잠갔고, 로라는 그걸 다시 채웠다.
대니얼은 가운데 섰다.
카메라 타이머가 깜빡였다.
십 초.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몸이 굳었다.
00:00:11
통제실의 붉은 숫자가 겹쳤다.
로라가 물었다.
“왜 그래?”
대니얼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아무것도.”
카메라가 찍혔다.
플래시.
이번에는 지구충돌의 섬광이 아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사진 속 세 사람은 모두 살아 있었다.
그날 밤 대니얼은 사진을 책상 옆에 세워놨다.
PROJECT 2046 화면 바로 옆.
목표만 보면 사람을 잊기 쉬웠다.
그래서 일부러 둘을 같은 시야에 두었다.
“근데 돈이 네가 하려는 일을 정하게 두지는 마.”
대니얼은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돈은 수단.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백만 달러라는 숫자는 친구들에게도 퍼졌다.
어느 주말, 예전 동기들과 만났을 때 분위기가 달랐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술값을 전부 내라고 했다.
누군가는 진지하게 투자 상담을 부탁했다.
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
“내 돈도 맡아줄 수 있어?”
대니얼은 순간 망설였다.
친구 돈.
더 불편했다.
“지금은 싫어.”
친구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왜?”
“우리 전략 위험해.”
“근데 너는 벌었잖아.”
“그건 결과고.”
말하면서 자기 투자자들에게 했던 문장이 떠올랐다.
친구는 웃지 않았다.
“나 못 믿어?”
“반대야.”
대니얼이 말했다.
“너니까 더 받기 싫어.”
“그게 무슨 말이야.”
“손실나면 우리가 친구로 남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
친구는 한참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좀 맞네.”
둘은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대니얼은 그날 돈이 관계를 바꾸는 속도도 배웠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기가 사람을 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다.
백만 달러는 미래를 위한 도구였지만, 현재의 인간관계를 망칠 수도 있는 힘이었다.
그 힘을 어떻게 다룰지도 배워야 했다.
하지만 수단이 커지면 목적을 먹어치울 수 있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백만 달러를 넘긴 다음날, 대니얼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술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알람을 끄고 다시 잤다.
눈을 떴을 때 오전 열 시가 넘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_세 시간._
낭비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멈췄다.
오늘 시장은 아직 열려 있었다.
이선도 있었다.
세상도 멸망하지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로라가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 중이었다.
대니얼은 천천히 내려갔다.
그날 저녁 이선이 계산서를 들고 말했다.
“오늘은 네가 내.”
“왜요?”
“백만장자잖아.”
대니얼은 계산서를 봤다.
예전 같으면 그 돈으로 서버 메모리를 얼마나 살 수 있는지 계산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카드를 냈다.
“기분 어때?”
이선이 물었다.
“뭐가요?”
“쓸 때.”
대니얼은 생각했다.
“이상하게 아깝네요.”
“치료 필요하다.”
둘이 웃었다.
작은 소비 하나를 죄책감 없이 하는 일도 대니얼에게는 연습이 필요했다.
“웬일로 늦잠?”
“저도 그러게요.”
“축하한다.”
“뭘요?”
“사람 됐네.”
대니얼은 웃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동안 휴대전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삼십 분.
불안했다.
그러나 견딜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무 문제도 없었다.
이선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부자 되더니 출근이 늦네.”
“해고하실 겁니까?”
“지분 더 있으면.”
둘이 웃었다.
대니얼에게는 작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쉬어도 되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걸 몸으로 확인한 첫날이었다.
방으로 올라가 PROJECT 2046을 열었다.
Capital 옆에 숫자를 적었다.
Personal net worth: ~$1M
그리고 바로 다음 줄.
Not the goal.
잠깐 생각한 뒤 한 줄 추가.
Never let the scoreboard become the mission.
창밖에는 평범한 밤이 있었다.
대니얼은 그날만큼은 D-Day를 확인하지 않았다.
사진 뒤에는 로라가 날짜를 적었다. 2007년. 대니얼은 그 숫자를 보고도 남은 일수를 계산하지 않았다.
며칠 뒤 대니얼은 은행에 가서 개인계좌와 사업계좌를 더 명확히 나눴다.
직원이 서류를 건네며 물었다.
“사업이 잘되시나 봐요?”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잘되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원하는 끝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은 괜찮습니다.”
그게 가장 정확한 답이었다.
은행을 나오며 그는 통장잔고보다 일정표를 먼저 떠올렸다.
예전 같으면 불안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시작이 작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아직 고칠 수 있는 게 많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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