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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화 — 반대편 사람

14,610일 · 17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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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의 첫 외부 발표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소형 투자자 모임.

이선이 주선했다.

대니얼은 주택·신용시장 위험과 방어전략을 설명했다.

질문시간에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당신 가정은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의미 있게 하락해야 성립하는 것 아닙니까?”

“꼭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하락이면 충분하죠?”

대니얼이 답했다.

남자는 다시 물었다.

“그 수치는 어디서 나왔습니까?”

“현재 연체율과—”

“제가 보기에는 차주의 행동 가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대니얼의 표정이 굳었다.

이선이 옆에서 조용히 메모했다.

질문은 계속됐다.

고용이 유지되면?

금리 경로가 달라지면?

대출기관이 구조를 바꾸면?

정부가 시장안정조치를 하면?

대니얼은 대부분 답했다.

몇 개는 답하지 못했다.

발표가 끝난 뒤 그는 기분이 나빴다.

“저 사람 틀렸습니다.”

이선이 말했다.

“어느 부분?”

대니얼이 설명했다.

“그럼 왜 기분 나빠?”

“말투가.”

“아.”

이선이 웃었다.

“그건 네가 할 말 아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둘은 반대 논리를 다시 검토했다.

대니얼은 처음에는 반박하려고 했다.

그러다 한 변수에서 멈췄다.

차주의 조기상환 행동.

자기 모델이 너무 단순했다.

결과를 다시 돌리자 손실 발생 시점이 뒤로 밀렸다.

“이건 맞네요.”

“누가?”

“아까 그 사람.”

이선이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왜 웃어요?”

“네가 그 말 하는 게 좋아서.”

대니얼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모델을 수정했다.

예상 수익은 줄었다.

위기 발생 시점의 범위는 넓어졌다.

확신도 낮아졌다.

이상하게도 전략은 더 좋아졌다.

틀릴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표 다음 날, 대니얼은 일부러 그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의 자료를 찾아봤다.

이름은 흔했다.

경력은 탄탄했다.

주택시장에 대해 낙관적이었지만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보지 않은 데이터 몇 개를 보고 있었다.

대니얼은 자료를 인쇄해 이선 책상에 올렸다.

“이것도 봐야 합니다.”

이선이 웃었다.

“어제는 틀렸다며.”

“일부는요.”

“오늘은?”

투자자 모임에서 반대했던 남자를 다시 만난 건 두 달 뒤였다.

이번에는 복도에서였다.

그가 먼저 말했다.

“모델 고쳤다면서요.”

“네.”

“결론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남자가 웃었다.

“그럼 내가 설득은 못 했군.”

“모델은 좋아졌습니다.”

“그걸로 됐죠.”

대니얼은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그쪽 결론은 그대로입니까?”

“아니요.”

이번에는 대니얼이 놀랐다.

남자는 최근 데이터를 설명했다.

여전히 대니얼만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전보다 위험확률을 높였다.

“왜 바꾸셨습니까?”

“데이터가 바뀌었으니까.”

대니얼이 웃었다.

“그게 정상인 것 같네요.”

“원래 정상인데 시장에서 드물죠.”

둘은 악수하고 헤어졌다.

대니얼은 그 만남이 마음에 들었다.

상대가 틀리길 바랄 필요가 없었다.

대니얼은 반대 의견을 일부러 모으기 시작했다.

주간 회의 마지막 십오 분.

‘우리가 틀린 이유.’

처음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선이 말했다.

“댄 앞에서 말하기 싫은 거지.”

“왜요?”

직원이 웃었다.

“본인은 모릅니까?”

대니얼은 조금 상처받았다.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무섭다기보다… 확신이 세죠.”

그날부터 대니얼은 마지막 십오 분에 회의실에서 나갔다.

이선이 반대논의를 진행했다.

다음날 결과만 받았다.

첫 주에는 별거 없었다.

둘째 주에는 중요한 지적이 하나 나왔다.

특정 거래상대방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

대니얼은 처음에는 직접 설명하고 싶었다.

참았다.

검토해보니 지적한 쪽이 맞았다.

이선이 말했다.

“네가 없으니까 말 잘하더라.”

“기분 나쁘네요.”

“좋은 신호야.”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없어야 작동하는 프로세스.

아직은 작은 투자회사였지만, 훗날 자신이 없어도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 첫 연습이었다.

서로 다른 가설이 데이터를 보며 움직이는 것.

훗날 과학과 국제정치에서도 이런 상대가 필요할 것이다.

주간 반대토론이 자리 잡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

직원들이 대니얼에게 직접 반박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사소했다.

한 분석가가 말했다.

“이 가정 너무 보수적입니다.”

대니얼이 바로 이유를 물었다.

분석가는 자료를 내놨다.

둘은 십 분 넘게 논쟁했다.

결론은 절반씩 맞았다.

이선이 옆에서 말했다.

“축하.”

“뭐가요?”

“직원이 드디어 네 말 끊었잖아.”

대니얼은 웃었다.

다음 주에는 더 큰 반박이 나왔다.

대니얼은 특정 지역 주택가격 하락을 전국 위험의 선행지표로 봤다.

직원은 인구 이동과 지역 고용구조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니얼은 처음엔 방어적으로 반응했다.

“그래도 방향은—”

말하다 멈췄다.

또 방향.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는 질문을 바꿨다.

“그럼 어떤 데이터가 더 적합합니까?”

직원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검토해보니 훨씬 나았다.

대니얼은 그날 회의 끝에 말했다.

“앞으로 제 주장을 반박할 때 결론 말고 대안 지표까지 같이 주세요.”

직원이 웃었다.

“그럼 반박하기 더 힘들어지는데요.”

“그래서요.”

회의가 끝난 뒤 이선이 말했다.

“사람들이 너 좀 덜 무서워해.”

“좋은 겁니까?”

“회사에는.”

“저한테는?”

“네 자존심엔 안 좋고.”

대니얼은 인정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자기 없이도 자기 가설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작은 조직에서 그게 가능하다면, 언젠가 더 큰 조직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적이 아니라 반대편.

둘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일부는 맞고.”

“내일은 친구 되겠네.”

대니얼은 무시하고 자료를 넘겼다.

반대편 논리를 제대로 읽자 자기 모델이 더 선명해졌다.

어디까지가 강한 근거이고 어디부터가 가정인지 구분됐다.

그는 PROJECT 2046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각 목표 옆에 일부러 반대 질문을 붙였다.

Why might this be unnecessary?

What if the asteroid is discovered earlier anyway?

What if cheap launch does not require our company?

처음에는 자기 계획을 약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곧 반대로 느껴졌다.

반대논리를 버틸 수 없는 목표는 어차피 수십 년을 버티지 못한다.

그 원칙은 투자보다 더 큰 곳에 필요했다.

며칠 뒤 대니얼은 그 질문자에게 짧은 메일을 보냈다.

반대편 사람의 메일을 받은 뒤 대니얼은 답장을 한 번 더 썼다.

이번에는 질문이었다.

당신이 제 결론을 틀렸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가장 강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답장은 다음날 왔다.

몇 가지 데이터.

정책변수.

고용시장.

대니얼은 전부 자기 모델에 넣었다.

결론은 여전히 비슷했다.

하지만 신뢰구간이 넓어졌다.

그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결론이 약해진 게 아니라, 어디까지가 모르는 영역인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삶의 행성방어에서도 가장 위험했던 건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늦게 아는 것’이었다.

지적하신 행동가정을 반영해 모델을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장은 간단했다.

수정했다니 다행입니다. 여전히 당신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니얼이 웃었다.

이선이 물었다.

“뭐가 웃겨?”

“정상적인 사람 같아서요.”

“너 기준 정상은 뭐냐?”

“저를 안 믿는 사람.”

“그럼 세상 대부분 정상이다.”

그날 오후, 첫 투자자가 추가 자금을 넣었다.

이유는 수익률이 아니었다.

투자자 서한에 반대가설과 수정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대니얼은 그 사실이 묘하게 기뻤다.

확신을 낮췄는데 신뢰가 올라갔다.

첫 삶의 자신이라면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46년의 통제실에서는 확신을 보여줘야 했다.

사람들이 공포에 빠지지 않게.

하지만 2007년의 작은 투자조직에서는 반대였다.

모르는 걸 인정해야 돈을 맡길 수 있었다.

그 차이를 배우는 데 몇 달이 걸렸다.

대니얼은 회의실 밖에서 반대토론이 끝나길 기다리는 법도 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십오 분이 예전보다 덜 견디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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