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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4화 — 구제와 투자

14,610일 · 14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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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사장은 돈을 거절했다.

대니얼은 잠깐 자기 귀를 의심했다.

“조건이 싫으신 겁니까?”

“조건 문제가 아니야.”

“그럼요?”

“자네가 너무 어려.”

이선이 옆에서 웃음을 참았다.

사장은 계속 말했다.

“내가 스물네 살짜리한테 회사 살려달라고 할 것 같나?”

대니얼은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 공장은 사장이 삼십 년 가까이 만든 곳이었다.

대니얼에게는 숫자표였지만 그에게는 인생이었다.

“구제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럼?”

“투자입니다.”

“뭐가 달라?”

“제가 틀리면 돈 잃습니다.”

사장이 피식 웃었다.

“말은 잘하네.”

이선이 끼어들었다.

“저희도 조건 있습니다.”

그는 대니얼보다 훨씬 현실적인 목소리로 설명했다.

무조건적인 현금지원이 아니었다.

단기 운전자금.

일정한 이자.

경영권은 가져오지 않는다.

대신 재무정보 공유.

큰 설비투자 전 협의.

그리고 현금흐름이 안정되면 조기상환 가능.

사장이 한참 듣더니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지?”

대니얼은 준비한 대답을 했다.

“기술력이 있어서요.”

“다른 공장도 많아.”

“여긴 납기 지연이 있어도 불량률이 낮습니다.”

사장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대니얼은 계속했다.

“사람도 오래 남아 있고요.”

“그래서?”

“돈이 부족해서 기술이 사라지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그건 진심이었다.

사장은 토머스를 봤다.

“네 아들이 원래 이런 말 했냐?”

토머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 좀 이상해.”

계약 협상이 길어진 이유는 돈보다 통제권 때문이었다.

사장은 물었다.

“자네들이 돈 넣으면 경영에 얼마나 간섭하지?”

대니얼이 답하려다 이선을 봤다.

이선이 먼저 말했다.

“지금은 경영권 관심 없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위험해질 정도의 추가 차입이나 설비투자는 협의하고 싶습니다.”

사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간섭 아닌가?”

“일부는 맞습니다.”

이선은 숨기지 않았다.

“대신 일상 운영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대니얼은 옆에서 듣다가 끼어들었다.

“공정 개선은 같이 보고 싶습니다.”

사장이 웃었다.

“역시 그게 목적이었군.”

“목적 중 하나입니다.”

“자네 기술자야, 투자자야?”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둘 다 되려고 합니다.”

“그게 제일 위험한 타입인데.”

농담 같았지만 절반은 진심이었다.

협상은 밤까지 갔다.

결국 투자규모도 줄었다.

대니얼은 더 넣고 싶었다.

이선이 막았다.

“첫 투자부터 회사 하나에 너무 몰지 마.”

계약 체결 전날 사장이 대니얼을 따로 불렀다.

“솔직히 하나 물어보자.”

“네.”

“회사 먹으려는 거 아니지?”

대니얼은 바로 아니라고 하려다 멈췄다.

미래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더 큰 지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공장이 Helioxen 제조체계의 일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는 아닙니다.”

사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현재는?”

“회사가 잘되면 제가 지분을 더 사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결국 먹으려는 거잖아.”

“합의 없이 하진 않습니다.”

“돈 가진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해.”

대니얼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했다.

자기는 스물네 살까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살았다.

이제 몇 달 만에 돈을 가진 쪽에 서기 시작했다.

상대가 자신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조항 넣죠.”

“뭘.”

“추가 지분 취득은 이사회 승인과 기존주주 우선협상 뒤에만.”

이선이 나중에 듣고 말했다.

“우리한테 불리한데.”

“신뢰 없으면 애초에 투자 못 합니다.”

“또 철학.”

“이번엔 계약입니다.”

결국 조항이 들어갔다.

대니얼은 통제권 일부를 스스로 포기했다.

투자금이 실제로 들어간 첫날, 대니얼은 공장 통장잔고를 봤다.

숫자가 늘었다.

사장은 안도했다.

대니얼은 오히려 긴장했다.

이 돈을 넣었다고 회사가 좋아진 건 아니었다.

몇 달의 시간을 산 것뿐.

그는 사장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카운트다운이라고 생각하죠.”

“무슨 카운트다운?”

“이 돈 없이도 버틸 수 있게 되는 시점까지.”

사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돈 줘놓고 겁부터 주네.”

“몇 달 지나고 또 돈 넣는 구조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둘은 목표를 정했다.

매출이 아니라 현금전환주기.

불량률.

납기.

고객집중도.

대니얼은 자신이 PROJECT 2046을 쪼개던 방식과 똑같이 공장을 쪼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큰 목표를 작은 마감으로 나눈다.

다만 차이가 있었다.

이번에는 모든 마감이 자기 것이 아니었다.

사장이 받아들여야 했다.

현장이 동의해야 했다.

대니얼은 계획을 보여주고 물었다.

“이 중에서 제일 말 안 되는 게 뭡니까?”

사장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봤다.

“투자자가 그런 것도 묻나?”

“이번 투자자는 묻습니다.”

사장은 두 항목을 바로 지웠다.

대니얼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 달 뒤 보니 사장이 맞았다.

조금 답답했다.

계약 체결 뒤 사장은 대니얼에게 작업복 하나를 건넸다.

“이제 돈만 보고 갈 거 아니면 이거 입어.”

대니얼이 웃었다.

“투자자한테 작업복도 줍니까?”

“현장 들어올 거면 입어야지.”

작업복은 조금 컸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어색했다.

이선이 말했다.

“이제 진짜 제조업자 같네.”

“아직 멀었습니다.”

“그 말도 금지.”

대니얼은 처음으로 회사 바닥을 투자자가 아니라 책임 일부를 가진 사람의 시선으로 걸었다.

전보다 더 많은 게 보였다.

낡은 표지판.

기름 묻은 바닥.

작업자 이름표.

작은 결함 하나가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는 공간.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과 실제 책임을 느끼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에게도 선택권을 남기는 거래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좋은 회사잖아요.”

“그래서 더 위험해.”

“그 논리 많이 듣네요.”

“좋아하는 자산에 돈 더 넣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

대니얼은 물러섰다.

계약 직전까지도 그는 더 빨리,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그 충동을 막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중요해졌다.

결국 그날 계약은 하지 못했다.

사장은 일주일을 달라고 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선이 말했다.

“괜찮았어.”

“거절당했는데요.”

“바로 받았으면 더 걱정했을걸.”

“왜요?”

“절박해서 조건도 안 보는 회사일 수 있으니까.”

대니얼은 창밖을 봤다.

이선은 매번 자신이 빨리 결론 내리는 걸 늦췄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이제는 그게 왜 필요한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투자계약 마지막 장에는 예상치 못한 조항도 들어갔다.

안전설비 예산은 단기 현금난이 와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지 않는다.

대니얼이 먼저 넣었다.

사장이 의아해했다.

“이걸 왜 자네가 요구해?”

“돈 없으면 제일 먼저 잘라낼 것 같아서요.”

“우리 안전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

“안다고 생각합니다.”

대니얼은 첫 삶의 막판 공장들을 떠올렸다.

시간이 없을수록 점검은 줄어들었다.

점검이 줄어들수록 고장은 늘었다.

고장이 늘어날수록 더 시간이 없어졌다.

악순환.

“그래서 계약에 넣는 겁니다.”

이선이 대니얼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조항을 그대로 뒀다.

일주일 뒤 사장이 연락했다.

조건 하나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무슨 조건입니까?”

“돈만 주지 말고.”

그가 말했다.

“공정 개선도 같이 보자.”

대니얼이 눈을 들었다.

“왜요?”

“자네 병목 좋아하잖아.”

처음 공장에 왔던 날을 기억한 것이다.

“돈 빌려서 몇 달 버티는 건 의미 없어. 진짜로 납기 줄일 방법이 있으면 그게 더 필요해.”

대니얼은 이선을 봤다.

이선이 어깨를 으쓱했다.

“투자자한테 컨설팅도 시키네.”

대니얼은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계약은 작았다.

세계사를 바꿀 만한 금액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니얼에게는 첫 번째 산업투자였다.

돈을 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생산현장에 들어가는 투자.

그는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손끝이 조금 떨리는 걸 느꼈다.

2046년에서 역산하면 너무 작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한 줄이 연결됐다.

Capital.

Manufacturing.

PROJECT 2046의 서로 떨어져 있던 두 단어가 현실에서 처음 이어졌다.

서명을 마친 사장은 악수하며 말했다. “돈보다 귀찮은 투자자를 받았군.” 대니얼은 웃었다. “그건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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