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화 — 시간이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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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대니얼은 D-Day를 매일 보지 않기로 했다.
처음 며칠은 실패했다.
아침에 확인.
밤에 확인.
하루가 줄어든 숫자를 보고 잠들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대로는 숫자에게 잡아먹힌다.
그래서 원칙을 바꿨다.
큰 전환점에서만 본다.
대신 730일 계획을 확인한다.
Capital Base.
첫 마감.
진행은 생각보다 느렸다.
자산은 늘었다.
하지만 폭발적이지 않았다.
둘은 몇 번 맞았고, 몇 번 틀렸다.
중요한 건 틀려도 살아남았다는 점이었다.
이선과의 소형 파트너십은 이제 실제 기록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외부자금은 받지 않았다.
이선은 고집했다.
“사람 돈 받기 전에 우리 돈으로 먼저 망해봐야 돼.”
대니얼은 그 말이 싫었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어느 날 밤.
둘은 사무실에서 신용시장 자료를 보고 있었다.
이선이 말했다.
“집 안 가?”
“조금만 더.”
“네 조금만 더는 세 시간이야.”
“이것만.”
대니얼이 화면을 돌렸다.
연체율.
신용스프레드.
대출승인률.
몇 달 전과 달랐다.
이선의 얼굴에서 피곤한 표정이 사라졌다.
“이건 별로네.”
“그렇죠.”
“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왜요?”
“네 가설 맞아가잖아.”
대니얼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첫 삶에서 2008년은 이미 끝난 역사였다.
다큐멘터리의 그래프.
교과서의 숫자.
사람들이 말하는 전환점.
지금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는 그 재난을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두 문장은 동시에 참이었다.
그게 불편했다.
“맞으면 사람들이 많이 다칩니다.”
이선이 잠깐 조용해졌다.
“네가 만든 건 아니잖아.”
“압니다.”
“그런데?”
“기뻐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이선은 노트북을 닫았다.
“돈 벌고 좋아하는 거랑 남 망하는 걸 좋아하는 건 달라.”
“쉽게 구분됩니까?”
“아니.”
“그렇죠.”
그날 밤 전화가 오기 전에도 대니얼은 이미 지쳐 있었다.
아침에는 학교에 들렀다.
석사과정 마지막 행정절차를 처리하고, 교수에게 연구자료를 넘겼다.
교수는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후회하면 돌아와.”
“박사과정으로요?”
“연구든 뭐든.”
“창업 망할 거라고 보시는군요.”
“창업은 원래 대부분 망해.”
대니얼이 웃었다.
“위로 감사합니다.”
교수도 웃었다.
“대신 망하면서 뭘 배우는지가 중요하지.”
캠퍼스를 나오다가 대니얼은 잠깐 멈췄다.
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시험 얘기를 하고, 누군가는 주말 계획을 말했다.
자기는 그들보다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몸은 같은 나이였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서는 이미 그들의 노년과 죽음을 지나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차이를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로라가 저녁을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
대니얼은 사무실에 일이 있다며 나가려 했다.
로라가 말했다.
“한 시간 늦는다고 회사 안 망해.”
대니얼의 입이 굳었다.
첫 삶에서는 한 시간 때문에 임무가 갈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코트를 다시 걸었다.
“먹고 갈게요.”
토머스가 신문 너머로 말했다.
“기적이네.”
식사는 삼십 분쯤 걸렸다.
대니얼은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니.
아깝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배우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건 평소보다 늦었다.
그 뒤에 바로 시장 데이터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선의 전화.
대니얼은 아주 잠깐 생각했다.
만약 저녁을 먹지 않고 왔다면 십오 분 먼저 이 숫자를 봤을 것이다.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니었다.
그 십오 분은 세상을 구하지도 망치지도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중요하게 느껴졌다.
사무실에 돌아온 뒤 대니얼은 이선이 오기 전 혼자 시장지도를 그렸다.
주택.
대출.
자금조달.
신용상품.
은행.
제조업.
화살표가 계속 늘어났다.
한 군데만 무너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연결이 문제였다.
문을 닫으려는 금융기관.
현금을 쌓는 기업.
투자를 줄이는 공장.
고용을 줄이는 가정.
소비를 줄이는 사람.
대니얼은 화살표 끝에 적었다.
Feedback loop
첫 삶에서 금융위기를 공부할 때는 이미 끝난 역사였다.
지금은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 안에 있었다.
그 사실이 중요했다.
자기는 미래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관찰자가 아니었다.
자기가 돈을 빼면 누군가에게는 자금이 줄어든다.
자기가 투자하면 누군가는 살아남을 수 있다.
작지만 영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그 영향이 과거의 기억 자체를 무효로 만들 것이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X 등급 옆에 날짜를 적을 공간을 만들었다.
X — invalidated by divergence
아직 아무 항목도 X는 아니었다.
그래도 언젠가 첫 줄이 생길 것이다.
그날이 오면 미래는 더 이상 지도도 되지 못한다.
그때부터는 자기 실력으로 가야 한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선의 휴대전화.
그가 받았다.
처음에는 평범한 표정이었다.
십 초 뒤 달라졌다.
“언제부터?”
잠깐 듣더니 몸을 앞으로 숙였다.
“신규 대출을 전부?”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이선이 메모했다.
“알았어. 자료 보내.”
전화가 끊겼다.
“뭡니까?”
이선이 대니얼을 봤다.
“중견 모기지업체 하나가 신규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대.”
전화를 끊고 이선이 도착하기 전까지 십오 분.
대니얼은 아무 거래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먼저 포지션을 늘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기다렸다.
이선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뭐 했어?”
“아무것도요.”
“진짜?”
“같이 보려고 기다렸습니다.”
이선이 잠깐 멈췄다.
“발전했네.”
둘은 새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확인했다.
대니얼이 예상했던 그림과 비슷했다.
그러나 ‘비슷하다’와 ‘같다’는 달랐다.
이선이 몇 군데를 짚었다.
“이건 아직 약하고.”
“네.”
“이쪽은 생각보다 빠르네.”
“맞습니다.”
“그러면?”
대니얼이 말했다.
“포지션은 조금만.”
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대니얼은 미래를 알고도 행동을 늦췄다.
그게 이상하게 더 어려웠다.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왜요?”
“자금조달.”
둘은 동시에 모니터를 봤다.
대니얼이 몇 개 데이터를 새로 띄웠다.
신용상품 가격.
자금시장.
대출승인.
따로 움직이던 선들이 같은 방향으로 구부러지고 있었다.
이선이 말했다.
“우연일 수도 있어.”
“네.”
“한 회사 문제일 수도 있고.”
“네.”
“그러니까 아직 베팅 늘리지 마.”
대니얼은 이선을 봤다.
“알겠습니다.”
이선이 눈썹을 올렸다.
“이렇게 쉽게?”
“당신이 맞을 수 있으니까요.”
이선이 웃었다.
“세 달 만에 사람 됐네.”
대니얼은 웃지 않았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첫 삶의 뉴스 장면들이 아주 희미하게 겹쳤다.
문 닫은 사무실.
빈 집.
실직자 인터뷰.
하지만 지금은 아직 시작점이었다.
이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끝. 내일 다시 보자.”
대니얼이 말이 없자 그가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뭐가요?”
“너 그 표정.”
“무슨 표정.”
“시간 없는 사람 표정.”
대니얼은 의자에 기대었다.
이선이 말했다.
“너 스물네 살이야. 시간 있어.”
있다.
14,000일 넘게.
그게 왜 이렇게 짧은지 이선은 모른다.
“알겠습니다.”
“거짓말.”
“노력하죠.”
이선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이메일 알림이 떴다.
조금 전 통화한 업체 관련 자료.
대니얼이 열었다.
자금조달선 축소.
신규대출 급감.
내부 유동성 압박.
아직 대형 뉴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몇 달 동안 보던 그래프와 정확히 연결됐다.
이선도 돌아와 화면을 봤다.
“이게 네가 말한 시작이야?”
대니얼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대니얼은 그래프의 이전 달을 가리켰다.
작은 균열.
그다음 달.
또 하나.
오늘의 사건.
“시작은 이미 지나갔어요.”
이선의 표정이 굳었다.
대니얼은 낮게 말했다.
“우리가 이제야 본 거지.”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둘 다 알았다.
다음부터는 연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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