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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9화 — 틀렸을 때 바꾸는 사람

14,610일 · 9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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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은 일부러 대니얼과 반대되는 거래를 하나 골랐다.

“이거 하지 마.”

“왜요?”

“네 근거가 네 머릿속 그림밖에 없어.”

대니얼의 눈빛이 굳었다.

이선은 그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지 못했다.

대니얼의 머릿속에 있는 건 실제로 '미래의 그림'이었으니까.

해당 종목은 대니얼이 미래에 크게 성장했다고 기억하는 회사였다.

현재 데이터는 애매했다.

대니얼은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맞는 것과 지금 사는 건 다른 문제야.”

“기회 놓칠 수 있죠.”

“그럴 수 있지.”

“그런데도?”

“응.”

이선이 의자를 뒤로 밀었다.

“네가 진짜 투자자인지, 미래 맞히기 놀이 하는 애인지 보려는 거야.”

대니얼은 말이 없었다.

결국 사지 않았다.

두 달 뒤 그 종목은 30퍼센트 가까이 빠졌다.

대니얼은 첫 삶의 기억을 뒤졌다.

그제야 알았다.

상승은 더 뒤였다.

이선이 맞았다.

“기분 어때?”

“안 샀으니 좋죠.”

“아니.”

이선이 웃었다.

“틀린 거 인정하는 기분.”

대니얼은 솔직하게 말했다.

“별로네요.”

“정상.”

그동안 둘은 주택과 신용시장을 계속 추적했다.

대니얼의 큰 가설은 맞아갔다.

연체율.

대출기준.

신용상품 가격.

조금씩 균열이 넓어졌다.

하지만 세부 시점은 자주 틀렸다.

어떤 악화는 예상보다 늦었고, 어떤 건 빨랐다.

그럴 때마다 이선은 물었다.

“업데이트?”

대니얼은 숫자를 바꿨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세 달 동안 이선은 일부러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대니얼이 좋은 거래를 가져가면 먼저 반대했다.

“왜 안 돼요?”

“네가 너무 좋아하니까.”

“그게 이유입니까?”

“검증 시작하는 이유.”

한 번은 대니얼이 기억을 믿고 한 산업의 반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선은 포지션을 절반만 허용했다.

결과는 대니얼 쪽이 맞았다.

수익.

그가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자 이선이 말했다.

“그래서 다음번에도 맞는다는 뜻 아니야.”

다음 거래에서는 반대였다.

대니얼이 틀렸다.

그 두 번이 연달아 일어나자 오히려 둘 사이 역할이 선명해졌다.

대니얼은 큰 방향과 구조를 보는 데 강했다.

이선은 ‘지금 이 거래를 이렇게 해야 하는가’를 보는 데 강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파트너십 초안을 만들던 날, 이선은 자기 이름을 대표 앞에 넣지 않았다.

“왜요?”

대니얼이 물었다.

“네가 시작한 거니까.”

“금융 실행은 이선이 하는데.”

“그럼 역할에 그렇게 쓰면 돼.”

“지분은요?”

이선이 숫자를 말했다.

대니얼이 눈썹을 올렸다.

“생각보다 적게 달라고 하네요.”

“아직 네가 성공할지 모르거든.”

“그럼 더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망할 때 같이 크게 망하려고?”

둘이 웃었다.

협상은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꽤 오래 걸렸다.

의사결정권.

손실한도.

누가 단독으로 거래를 막을 수 있는가.

외부자금 수용 기준.

대니얼은 처음에는 자신이 최종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선은 거부했다.

“리스크 중단권은 둘 다 가져.”

“그러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더 확신하는 분야면?”

“더더욱.”

대니얼은 결국 동의했다.

그 작은 조항이 훗날 수없이 자신을 화나게 하고, 몇 번은 회사를 살릴 것이다.

셋째 달 마지막 주.

이선이 대니얼에게 서류 한 묶음을 던졌다.

“뭐예요?”

“파트너십 초안.”

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

“같이 하시는 겁니까?”

“작게.”

“얼마나?”

“우리 돈으로 먼저.”

“외부자금은요?”

“없어.”

대니얼이 아쉬운 표정을 짓자 이선이 말했다.

“그래서 네가 아직 애라는 거야.”

“스물네 살입니다.”

“그러니까.”

이선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남의 돈 받는 순간부터 수익보다 책임이 먼저야. 세 달 잘 맞혔다고 사람 돈 받으면 안 돼.”

대니얼이 문서를 봤다.

“그럼 언제?”

“트랙레코드 만들고.”

“시간이…”

이선이 손을 들었다.

“그 말 금지.”

대니얼이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내년까지 살아남고, 네 가설이 계속 맞고, 우리가 손실을 통제하는 걸 보여주면 그때 소수 전문투자자부터.”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요?”

“그건 네 성과와 내 인맥에 달렸지.”

“수천만?”

이선이 헛웃음을 쳤다.

“아직 백만도 없으면서.”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

“파산도 크게 하지.”

둘은 한동안 숫자를 맞췄다.

구조는 단순했다.

각자 자기자본.

성과기록.

외부자금은 나중.

운용수수료보다 성과에 연동.

대니얼은 깨달았다.

자기 돈을 수천 배로 불릴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신뢰를 만들고 더 큰 자본을 움직일 능력이었다.

이게 훨씬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훨씬 어렵기도 했다.

서명을 앞두고 이선이 물었다.

“마지막.”

“뭐죠?”

“너 진짜 뭘 하려는 거야?”

대니얼이 문서를 덮었다.

“회사를 만들 겁니다.”

“투자회사?”

“처음엔.”

“그다음은?”

“컴퓨팅.”

“그리고?”

“제조.”

“또?”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이 웃었다.

“또 그 표정.”

“무슨 표정인데요.”

“서른 년치 계획 있는 사람 표정.”

대니얼이 펜을 들었다.

“마흔 년입니다.”

말이 나가고 둘 다 멈췄다.

이선이 천천히 물었다.

“뭐?”

대니얼은 아무렇지 않은 척 서명했다.

“장기적으로요.”

이선이 한참 보다가 피식 웃었다.

“미친놈.”

“많이 듣습니다.”

“좋아.”

이선도 서명했다.

“대신 한 가지.”

“말하세요.”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

대니얼은 악수했다.

“그건 약속하죠.”

첫 공동거래를 열기 전, 둘은 서로에게 중단권을 줬다.

이선이 계약서의 한 줄을 가리켰다.

“이거.”

Either partner may halt new risk-taking pending review.

대니얼이 말했다.

“너무 넓지 않습니까?”

“일부러.”

“한 명이 감정적으로 막으면요?”

“그럼 하루 손해 보겠지.”

“좋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고.”

“그래도 회사는 남아.”

대니얼은 그 문장을 싫어했다.

좋은 기회.

시간.

그는 기회를 놓치는 걸 무엇보다 싫어했다.

하지만 서명했다.

첫 공동거래 날.

시장 움직임은 예상과 거의 반대였다.

대니얼은 포지션을 늘리고 싶었다.

이선이 막았다.

“아직.”

“왜요?”

“데이터가 하나 부족해.”

“내일이면 늦을 수 있어요.”

“그럼 늦는 거지.”

대니얼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몇 시간 뒤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대니얼의 해석이 틀렸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진입시점은 이선 쪽이 더 좋았다.

둘은 다음날 들어갔다.

수익.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니얼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하루 늦었다.

그래도 망하지 않았다.

세상도 끝나지 않았다.

그 경험이 필요했다.

계약서에 서명한 뒤 둘은 값싼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선이 물었다.

“회사 이름은?”

“아직 회사도 제대로 없는데요.”

“그래도 이름은 있어야지.”

“왜요?”

“사람은 숫자보다 이름을 기억하니까.”

대니얼은 젓가락을 멈췄다.

이름.

프로젝트.

기업.

기관.

첫 삶의 마지막 몇 년은 모든 것에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얼굴은 너무 많이 잊었다.

“천천히 정하죠.”

이선이 말했다.

“너답지 않네.”

“왜요?”

“뭐든 빨리 하잖아.”

대니얼은 웃었다.

“요즘 고치는 중입니다.”

“그건 좋은 프로젝트네.”

대니얼은 그 말을 기억해뒀다.

PROJECT 2046보다 먼저 고쳐야 할 시스템이 하나 있었다.

자기 자신.

그날 저녁 대니얼은 PROJECT 2046의 Capital 항목에 처음으로 체크 하나를 넣었다.

서명을 끝낸 뒤 대니얼은 계약서를 한 번 더 읽었다.

사소한 문서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자기 계획에 선택해서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책임이 무거워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건 편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기 실수의 피해자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직 1퍼센트도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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