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화 — Ethan Br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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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브룩스는 열두 분 늦게 왔다.
그리고 사과하지 않았다.
“대니얼 머서?”
“네.”
“이선.”
짧은 악수.
서른에 가까워 보였다. 셔츠 소매를 접었고, 주말인데도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앉자마자 물었다.
“네가 주택시장 숏 치겠다는 애야?”
소개해준 친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형, 그렇게 바로—”
“시간 아끼자.”
대니얼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맞습니다.”
“자본 얼마?”
대니얼이 말했다.
이선이 커피잔을 내려놨다.
“그걸로?”
“시작은요.”
“경력?”
“없습니다.”
“기관?”
“없습니다.”
“금융 전공?”
“아니고요.”
이선이 친구를 봤다.
“왜 나 불렀냐?”
“설명은 잘해.”
이선이 한숨을 쉬었다.
“좋아. 집값 떨어진다는 사람 많아. 특별한 얘기면 해봐.”
대니얼은 집값이 아니라 신용구조부터 설명했다.
대출기준.
차주의 질.
금리조건.
증권화.
같은 기초자산에 여러 기관이 연결돼 있다는 점.
가격하락이 신용손실을 키우고, 신용손실이 다시 가격하락을 부르는 구조.
이선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었다.
십 분 뒤에는 질문했다.
“이 연체 전이율은 어디서 구했어?”
“공개자료.”
“이건 추정인데.”
“네.”
“근거?”
대니얼이 설명했다.
이선이 끊었다.
“그 추정 너무 공격적이야.”
“왜요?”
이선이 몇 가지 숫자를 바꿨다.
“이렇게 놓으면 결과가 절반으로 줄어.”
대니얼은 계산했다.
맞았다.
“계속.”
이선이 말했다.
삼십 분 뒤 그는 커피를 새로 주문했다.
“결론.”
“큰 조정이 옵니다.”
“얼마나?”
대니얼은 멈췄다.
“아주 큽니다.”
“그건 분석 아니야.”
“압니다.”
“언제?”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럼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렵고.”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2007년부터 균열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2008년이 가장 위험합니다.”
“가능성이 높다?”
“네.”
이선이 등을 기대었다.
“너 표정은 확신인데 말은 확률이네.”
대니얼은 웃지 않았다.
이선이 노트북을 돌렸다.
“하나만 보자.”
대니얼이 구상한 포지션.
“이대로 하면 방향 맞아도 죽어.”
“왜죠?”
“유동성.”
그가 설명했다.
증거금.
거래상대방.
중간 변동성.
포지션 유지비용.
대니얼이 알고 있던 개념들이 실제 숫자로 바뀌자 결과가 달라졌다.
“수익률은 줄겠네요.”
“살아있으면 다시 벌 수 있지.”
대니얼은 그 문장을 메모했다.
이선이 눈썹을 올렸다.
“진짜 적네.”
“중요해서요.”
“대학원생 맞네.”
한 시간 뒤.
이선은 노트북을 닫았다.
“흥미는 있어.”
대니얼이 물었다.
“같이 하실 겁니까?”
“아니.”
너무 즉답이라 친구가 웃었다.
대니얼은 기다렸다.
이선이 말했다.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파트너가 아니라 검증이야.”
“어떻게요?”
“다음 세 달 동안 네 가설을 업데이트해.”
그가 손가락을 세 개 폈다.
“첫째, 기억 말고 데이터.”
대니얼의 눈빛이 아주 잠깐 달라졌다.
이선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포지션보다 리스크.”
두 번째 손가락.
“셋째, 네 생각이 틀렸을 때 실제로 바꾸는지.”
세 번째.
“셋 다 통과하면 다시 얘기해.”
“왜 도와주시죠?”
이선은 잠시 생각했다.
“나도 이 시장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
처음으로 대니얼이 놀랐다.
“어떤 점이요?”
“다들 위험을 분산했다고 말하는데.”
이선이 가방을 들었다.
“난 분산된 게 아니라 위치를 모르게 된 것 같아.”
대니얼은 그를 다시 봤다.
이 사람은 자기 때문에 의심하기 시작한 게 아니다.
이미 자기 질문이 있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선은 대니얼을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반대 상황.”
“네?”
“집값 안 떨어져.”
그는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실업률도 안정. 금리도 내려. 연체도 여기서 멈춰. 네가 말한 연결고리가 안 이어져.”
“그럼 포지션 줄입니다.”
“얼마나 빨리?”
대니얼은 잠시 생각했다.
“연체와 자금조달 비용이 둘 다 개선되는 걸 확인하면.”
“숫자.”
대니얼이 기준을 제시했다.
이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느려. 그러다 중간 손실 크게 맞아.”
둘은 기준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이선이 일부러 더 극단적인 상황을 던졌다.
정부가 개입한다.
금리가 급격히 변한다.
한 대형기관이 예상보다 일찍 무너진다.
반대로 아무도 안 무너진다.
대니얼은 몇 번 막혔다.
그때마다 이선이 물었다.
“지금 네가 아는 건 뭐고, 믿는 건 뭐야?”
그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첫 삶의 기억.
현재 데이터.
자기 추정.
셋을 분리해야 했다.
대니얼은 종이에 세 칸을 만들었다.
KNOW
INFER
BELIEVE
이선이 보고 웃었다.
“공대생답다.”
“효과 있네요.”
“그래. 다음에 올 때도 들고 와.”
헤어지기 직전 대니얼이 되물었다.
“이선은 왜 이 시장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까?”
그는 잠깐 망설였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 때문에.”
“사람?”
“위험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자기가 실제로 뭘 들고 있는지 설명을 못 해.”
이선이 문을 열었다.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니얼은 그 문장을 기억했다.
자신도 그중 하나가 되기 쉬웠다.
다만 자기는 정말 미래를 봤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 차이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약속이 끝난 뒤 이선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건물 밖 계단에 앉아 담배를 꺼냈다가 대니얼을 보고 다시 넣었다.
“안 피워?”
“안 합니다.”
“좋은 습관이네.”
잠시 침묵.
대니얼이 물었다.
“지금 회사에 계속 있을 생각입니까?”
이선이 웃었다.
“스카우트하냐?”
“아직은 평가 중입니다.”
“건방지네.”
대니얼도 웃었다.
이선은 난간에 기대었다.
“난 요즘 회사가 싫어.”
“왜요?”
“틀릴 수 없다는 척하는 분위기.”
“무슨 뜻입니까?”
“리스크 숫자는 있는데, 아무도 그 숫자가 어디서 깨지는지 말 안 해.”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다들 모델이 있으니까 안심해. 근데 모델 밖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는 사람은 없어.”
대니얼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나올 생각도 있습니까?”
“네가 세 달 뒤에도 살아 있으면 생각해보지.”
“제가 아니라 시장이요?”
“둘 다.”
이선이 일어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
“내가 너랑 일하게 되더라도 네가 미래를 맞히는 천재라서가 아니야.”
대니얼의 심장이 순간 굳었다.
이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어 말했다.
“틀렸을 때 접을 줄 아는 놈이면 같이 하는 거야.”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어렵겠네요.”
“그래서 세 달 보는 거고.”
이선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머서.”
“네.”
“왜 이렇게 급해?”
대니얼은 침묵했다.
“돈 벌고 싶은 사람은 많이 봤어.”
이선이 대니얼이 가져온 자료를 톡 쳤다.
“넌 돈 쓸 곳이 이미 정해진 사람 같아.”
이번에도 대니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은 더 묻지 않았다.
“세 달.”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안 망하면 연락해.”
대니얼이 피식 웃었다.
“노력하죠.”
밖으로 나가는 이선의 뒷모습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대니얼은 이선을 평가한 메모를 다시 봤다.
처음에는 기술처럼 사람도 항목으로 정리하려 했다.
장점.
약점.
전문성.
신뢰도.
그러다 화면을 닫았다.
사람은 장비가 아니었다.
이선이 자신을 평가하는 동안, 자기도 이선을 ‘필요한 부품’처럼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불편했다.
대니얼은 메모를 다시 열어 마지막 줄을 지웠다.
needed
대신 썼다.
possible partner — if he chooses.
작은 차이였다.
하지만 중요했다.
세상을 구한다는 목표가 다른 사람의 선택권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대니얼은 노트를 열었다.
Ethan Brooks
Good at: execution / liquidity / skepticism
Status: not recruited
잠깐 생각한 뒤 한 줄을 덧붙였다.
Good.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